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24화 (32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24화

투콱! 푸확!

야드가르가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불멸자들이 하나씩 영혼을 잃고 쓰러져 간다.

그가 머금은 별 불꽃은 닥쳐오는 모든 위협을 막아냈고, 설령 그 위협이 몸에 닿는다 하더라도 환부는 즉시 회복되었다.

그렇게 지옥의 불멸자들은 급속도로 그 수가 줄어갔다.

“이제 여기도 끝이구만, 쯧.”

태공망은 자신의 마력을 퍼뜨려 인페르노 전역의 상황을 파악하더니 혀를 찼다.

“남은 놈들이 별 볼 일 없는 것들이라 그런지, 영향이 그리 크진 않구나.”

야드가르는 그의 앞에 멈춰 서서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완전히 정신이 장악당한 야드가르는 사실상 태공망의 노예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이젠 이 세상에 남은 불멸자라곤 시스템에 갇혀 있는 그 신들뿐인데……. 그것들을 바깥으로 꺼내려면 각성자들을 강제로 신화급으로 만들어야 한단 말이지. 물론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만.”

혼돈이 완전하게 강림을 하려면 불멸자들에 의해 갇혀 있는 엔트로피가 해방되어야 한다.

그래서 당장 접촉할 수 있는 잔존한 악마들 중, 불멸의 생명을 가진 자들을 처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태공망이 원하는 수준의 혼돈 강림 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의 영향력이 점차적으로 커져 고대신들이 개입하는 일들도 곳곳에서 생기기는 했으나,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

실제로 악마보다는 아후라 마즈다가 만든 시스템의 수호령 리스트 속에 갇힌 신의 숫자가 더 많았기에.

지옥을 완전 장악했다고 해봐야 불멸자를 아직 반도 영멸시키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임계점만 넘으면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텐데…….”

그렇다고 해서 태공망이 전혀 불가능한 목표를 좇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갇힌 엔트로피를 해방하면, 고대신의 영향력이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커지는 때가 오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부터는 야드가르 혼자만이 아닌, 진짜 혼돈의 일부로서 태어난 진정한 신들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혼돈을 불러오기 위해 불멸자들을 영멸하는 일의 속도도 급격하게 가속될 터였다.

불룩.

태공망이 그 일로 고민하고 있던 그때, 그의 눈앞의 공간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홱.

야드가르는 즉시 몸을 날려 그 공간의 팽창으로부터 태공망을 보호하려 했으나.

“내버려 둬. 그건 우리 편이니까.”

정작 본인은 그 행동을 만류했다.

“내게 길을 알려주려는 거야. 혼돈이.”

그는 그 현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동안 해방시켜온 엔트로피에 대한 혼돈의 대답.

태공망의 행동을 돕기 위한.

그렇기에 그는 이 현상이 내미는 힌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아직 인페르노의 악마가 하나 더 남아 있었나?”

그 부풀어 오른 공간 너머엔 악마의 모습이 보였다.

무수한 군단의 뒤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황금 갑옷의 악마가 말이다.

“아몬…… 이라는 이름이었던가.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원래 가지고 있어야 할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정체 엔트로피를 품고 있는 모양이구만.”

그 악마의 이름은 태공망도 알고 있었다.

후대 신들과 악마들이 전쟁을 벌인 신마대전 당시에 가장 활약했던 인페르노의 군단장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위치가…… 그렇군.”

태공망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웃음을 지었다.

“원 세계도 아니고 이면세계에 숨어 있을 줄이야.”

혼돈이 가르쳐 준 아몬의 위치.

그곳은 바로 제2 엘프계였다.

“가자, 야드가르.”

태공망은 곧장 야드가르를 데리고 예루살렘과 연결된 통로 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다시 대륙으로 돌아간 다음, 제2 엘프계로 통하는 이면세계의 포탈을 열 생각이었다.

물론 시스템의 변경으로 인해 원 세계와 이면세계를 서로 연결 짓는 포탈은 아주 오래전에 닫힌 상태.

게다가 제2 엘프계의 엘프들은 테세우스의 배라는 걸출한 신물에 차원 이동을 의존한 종족이었던 터라.

원 세계에 자신들의 영토를 남기지 않아 시스템상 두 세계를 연결 짓는 포탈이 처음부터 존재하질 않았다.

그러나 현시점,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신화시대의 인물이자.

혼돈과 고대신에 의해 많은 지식들을 전수받은 주술사인 태공망은, 이 세상의 뒷면에 감춰진 진리를 깨달은 자였다.

그러니 그로서는 이면세계로 연결되는 포탈을 여는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이다.

* * *

“아후라 마즈다 놈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게 됐어. 이 정도로 갖춰둔 게 많다면 이면세계로 연결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예루살렘의 잔해로 파묻힌 지하에서, 아후라 마즈다가 조성해 놓은 마법 전개 설비를 통해 태공망은 손쉽게 포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애초에 여기선 신들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지옥으로의 통로조차 열어냈는데, 그보다 접근성이 훨씬 높은 이면세계로의 포탈을 여는 것쯤은.

“클클……. 네 아비는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 모양이다.”

태공망은 이 세계의 유신우에게서 느껴지는 강한 존재감을 감지하고서는, 야드가르를 보며 비웃음 섞인 조롱을 던졌다.

정신이 장악당한 상태인 야드가르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면 네놈이나 네 아비나 둘 다 필요 없어지겠지만.”

태공망에게 있어, 불멸자의 엔트로피를 해방할 유일한 존재인 유신우와 야드가르는 그저 도구에 불과할 뿐.

태공망의 머릿속엔 최대한 빨리 제2 엘프계로 넘어가 아몬을 베고 돌아올 생각만이 가득했다.

“가자꾸나.”

그는 야드가르에게 명령하고는, 뒷짐을 쥔 채 자신이 먼저 포탈 위로 발을 올렸다.

그 뒤로 야드가르가 따라왔다.

퍼석.

그 순간, 야드가르의 옷소매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음?”

그것은 하얗게 경질화된 그의 왼손이었다.

“쯧. 네 몸뚱이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구나. 애당초 오랫동안 살려둘 생각도 없었다마는.”

야드가르는 어느새 머리카락도 전부 하얗게 세어 있는 상태였다.

완전히 경질화되어 부스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수명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

이제 겨우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몸이, 순식간에 늙어버리고 만 것이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단 하나 야드가르의 수명이라는 변수 때문에 태공망은 괜스레 마음이 조급했다.

그는 야드가르를 닦달하며 포탈 위에 올라섰다.

“간다.”

파아앗.

바닥에 형성된 마법진으로부터 빛이 피어오른다.

곧 두 사람의 형상은 그곳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엔 저 너머 이면세계인 제2 엘프계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 왜곡 단면만이 남아 있었다.

* * *

피잉! 피잉! 피잉!

마력이 응축된 광선들이 지팡이에서 쏘아져 나가 맞은편에 있는 목표물들에게 명중한다.

그 목표물은, 다름 아닌 온몸에 두꺼운 황금 갑옷을 두른 악마들.

먼 옛날 그 황금 갑옷의 원래 사용자였을 엘프들이, 자신들의 제식 화기인 지팡이와 대형 포탑인 레이 캐논을 사용해 악마들에게 포화를 집중했다.

“후퇴! 놈들이 접근하기 전에 빠져라!”

그리고 그렇게 단기간에 모든 화력을 쏟아부은 다음, 재빨리 퇴각하는 히트 앤 런 전술을 실행한다.

“반란군이다! 놈들을 놓치지 마!”

악마들은 자신들을 습격해 온 엘프들을 섬멸하기 위해 그들이 공격해 온 언덕으로 곧장 진격했지만.

쉬익! 콰콰콰콰쾅!

“으앗! 부비트랩이다!”

바닥에 심어놓은 지뢰에 의해 진로가 막히고 말았다.

지면으로 분사된 광탄 입자들이 악마들 사이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켜 한순간에 지상 병력을 제거한 것이다.

“공중 지원을 불러!”

결국 악마들은 지상군을 통해 추격하는 대신, 하늘에서 엘프들을 추격하기로 했다.

슈우웅!

곧 소형 비행 고속정 한 기가 구름을 가르며 빠르게 언덕 위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지표면을 스캔하며 ‘반군 엘프’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저것도 우리가 만들었겠지……?”

수풀 속에 숨어 있던 엘프 하나가 머리 위에 떠 있는 그 고속정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른 모든 종족들을 통틀어 최고로 발달한 문명을 지닌 자신들이라 자부하고 있었던 이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악마들에 의해 온 나라가 장악당한 걸로도 모자라 자신들의 기술력까지 저것들에게 빼앗겼다.

이제는 도리어 자신들이 숨어다니며 구식 무기로 최신형 무기를 운용하는 악마들에 대항해 게릴라전을 펼쳐야 하는, 굴욕적인 환경에 갇히고 만 것이다.

“위를 쳐다보지 마. 지금은 살아남는 데만 집중해라. 탈취조가 놈들의 배를 빼앗으면 승산이 있다.”

물론 그것도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30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행성 전역을 멸망으로 몰아넣은 전쟁. 그리고 악마들의 지배.

이곳에서 엘프들은 지하에 숨어들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소수민족이 되었고.

이제 저 찬란한 황금의 아티팩트들은 전부 악마들의 것이다.

슈하악! 투쾅!

그렇게 한참을 수풀 속에 숨어서 감시를 피해 움직이던 도중, 하늘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배가…….”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악마들이 날려 보냈던 고속정이 격침당한 것이다.

“됐다! 아군이 탈취에 성공했어!”

쿠구구궁.

그리고 그 뒤에서, 그보다 체급이 훨씬 큰 전함이 거대한 위용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쾅! 콰쾅!

주변으로 다가오는 소형 고속정들과 비행형 갑옷으로 무장한 악마들을 사정없이 격추시키면서.

소규모 게릴라 부대가 조종하는 거라 승조원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함에 내장된 자동 방어 시스템이 부족한 머릿수를 대신했다.

“적의 신형 전함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

“진짜로 성공할 줄이야!”

“이제 됐어! 우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어!”

압도적인 화력과 기동성으로 무장한 그 배는, 엘프들이 쌓아 올린 기술 문명에 악마들의 지식이 더해져 건조된 신형 전함이었다.

단 한 척만으로도 전황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병기.

그런 엄청난 것을 게릴라 작전으로 탈취하는 데 성공한,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악마를 전부 몰아내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장담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게릴라들의 국지전만으로 이루어지던 반군 활동의 폭이 전보다 훨씬 넓어지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이제 저걸 타고 우주로 올라가기만 하면……!”

쾅!

그런데 그 배의 측면 갑판에서, 난데없이 폭발이 일어났다.

“으……응?”

적의 포격이나 포탄이 적중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외부에서 들어온 공격이면 배를 감싸고 있는 실드가 깨졌겠지만, 정작 외부 공격은 지금도 그 실드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

그 말인즉, 저 폭발이 일어난 원점은 단 한 곳.

함의 내부일 수밖에 없었다.

콰쾅! 투콰콰쾅!

“히이이익!”

곧이어 전함은 측면뿐만 아니라 상면과 하부마저 거대한 폭발에 휘말리기 시작했고.

선저부가 무너져 선체 내부에 들어 있던 온갖 설비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 안 돼!”

작전의 완벽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목격한 엘프들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저게…… 뭐야?”

그리고 곧, 그 거대한 전함을 대파시킨 내부의 주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득.

갑판이 뜯겨 나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수한 인간의 몸뚱이들을 길게 이어놓은 듯한 형체의 괴물.

‘지…… 지네?’

“아파아아아아!”

그것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자, 천지가 울렸다.

퍼억. 퍼퍽. 퍽.

그 소리를 가까이서 들은 연약한 육체의 엘프들은, 그대로 전부 머리가 터져 죽었다.

투두두둑.

전함 주변으로 다가가던 중무장한 악마들 역시 한꺼번에 힘없이 떨어졌다.

곧 인간 지네는 거대한 전함을 완전히 파괴하고서, 유유히 하늘로 떠올랐고.

그 옆에, 두 인영이 그것과 보이지 않는 공간의 실로 연결되어 함께 날았다.

“쯧쯧, 쓸데없는 걸 가지고 놀고 있었군. 이 요망한 악마 놈들.”

태공망은 생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엘프들의 황금 문명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