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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18화 (31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18화

시공간의 끝은 다른 차원들과 완전히 격리된 차원이었다.

적어도 어느 지점에서는 서로 교차하는 포인트가 존재하는 일반적인 차원계들과는 달리.

그곳은 교차점이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평행차원이었던 것이다.

그걸 돌파하려면 공간과 시간 이상의, 인간의 인지로는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고차원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식조차 불가능한 영역을 도대체 무슨 수로 뛰어넘느냐는 것.

그 벽을 뚫으려면 먼저 그 벽에 닿을 수가 있어야 하는데, 애당초 그 자체가 불가능하니 초월의 여지가 없었다.

일찍이 이곳에 도착해 정착촌까지 만들어 살고 있는 시바조차 여기선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생각하며 좌절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말 불가능한 건가…….’

나는 그 초월 영역에 닿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진 멸절 파슈파타를 거의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기감을 높이기도 했다.

결국엔 그 힘을 개방하고도 즉각적인 죽음에 도달하지 않을 정도의 경지까지 닿았다.

그럼에도 방법은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 내 손을 잡아라.

그러다 어느 순간, 내게 그것이 손을 내밀었다.

그건 다름 아닌 혼돈이었다.

- 네 몸에 나의 씨앗을 심는다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고 닿지 않는 곳에 닿을 수 있다.

그것은 위험한 제안을 했다.

내 몸에 혼돈의 씨앗을 심는다니.

후에 다가올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지는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절대 안 돼. 네가 그 녀석의 의도에 휘말리는 순간, 너는 그 녀석과 같은 것이 된다. 나와 적이 되는 걸 넘어서, 네가 지키려고 했던 것들을 네 손으로 무너뜨리는 결말을 맞게 될 거다.”

시바 역시 그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아무래도 그에게도 이런 손길이 다가온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 안에 갇혀 있길 선택한 걸 보면, 일평생 혼돈을 대적하는 데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그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겠지.

‘하지만 빠져나가려면 방법은 이것밖에…….’

그러나 난 그 굴레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가 이곳에 주저앉으면, 나는 시바와 완전히 똑같은 길을 가게 된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결승선에 닿지 못한 채 주저앉은 영웅.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고, 지금껏 공들여 쌓아온, 그리고 지켜 온 모든 것들은 허무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차피 배드 엔딩이다.

‘바뀌는 건 하나뿐이겠지. 내 존재가 영영 사라지거나 이 안에 영원히 갇혀 있거나. 전자가 차라리 나아.’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시바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만 한다.

“네 계약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혼돈에게 손을 내밀었다.

* * *

“그럴 리가……. 네가 정말 혼돈의 가호를 얻었다고?”

아후라 마즈다는 시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언젠가 전에도 저런 눈빛을 본 적이 있었지.

바벨탑에서.

구 신화시대의 종말이 찾아오고 시스템에 의해 세계의 법칙이 정해지던 바로 그 순간에.

일개 필멸자인 주제에 신들을 죽이고 그보다 더 강한 힘을 얻은 나에게 내리꽂히던 저 눈빛.

“그럴 리가 없어. 이 세계를 지배할 대리인은 나인데…….”

“시험해 볼까? 누가 진짜 그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닥쳐! 네놈도 결국 내 몸의 일부일 뿐이면서!”

“뭐, 그렇겠지. 네놈의 몸에서 태어난 신이 낳은 까마득한 후손 중에 하나. ……그리 따지면 난 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존재로군.”

“큭…….”

아후라 마즈다는 그 말에 더욱 몸을 부들거렸다.

그토록 미개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어떤 특별한 태생을 타고난 것도 아니면서, 심지어 자신의 몸에서 비롯된 미물이.

지금 자신과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서 같은 영역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오히려 더 굴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때? 우리 둘밖에 없는 여기서 마지막 결판을 내볼까?”

기회는 있었다.

놈이 시간 정지 세계 속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방심한 채 천천히 다가오던 그때, 피나카를 쏴버리면 되었다.

아니면 내가 놈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지금 당장에라도 파라슈로 머리통을 찍어버릴 수도 있고.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멍청한 자식! 넌 날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려 버린 거다.”

아후라 마즈다가 내 손을 뿌리치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가 저 먼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빠르게 움직인 것도 아니고, 텔레포테이션 마법 같은 것도 아닌, 완전한 차원도약 공간이동.

혼돈의 시간 정지 영역 속에서 그는 더욱 심도 높은 권능을 사용했다.

‘저기다.’

그 순간에 나는 포착했다.

저 균열 뒤에 숨어 있는 놈의 진짜 본질을.

‘그냥 죽이면 안 돼. 저걸 꺼낸 다음 없애야 한다.’

만약 파라슈와 피나카로 섣불리 쏴 죽였다면 아후라 마즈다는 또다시 부활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떤 장소에서든, 몇 번이고 돌아왔을 것이다.

놈은 여느 불멸자들과는 달리 단순 단일 개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놈이 이 시간 정지 영역을 펼치지 않았다면 난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운이 좋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건가.’

그것을 알아챈 건 바로 방금 전.

저 녀석이 간발의 차이로 시간을 정지시키며 놈과 나의 혼돈 영역이 겹친 덕분이었다.

그야말로 천운이 따랐던 것이다.

‘천운…… 혹은 필연일지도.’

나는 이쪽을 바라보는 혼돈의 눈을 쳐다봤다.

놈은 어디까지 꿰뚫어보고 있는 건가.

내 행동의 결정된 미래까지 보고 있다면…….

무슨 수를 써도 저 녀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겠지.

어쩌면 나도, 시바도, 태공망도, 그리고 아후라 마즈다도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혼돈의 손아귀 위에서 놀아난 걸지도 모른다.

“죽어라!”

그럼에도 난 내 앞에 놓인 상황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이 자유 의지의 주체는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일념하에, 최선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다.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그가 손을 뻗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당신은 10초 후 1%의 확률로 사망합니다.}

어떠한 자원의 소모나 주문 없이 시스템을 이용해 강제로 발동시킨 상태 이상.

대상은 일정 시간 후에 일정 확률로 무조건 죽게 되는, 굉장히 노골적인 저주다.

그 특성상 사용 부담은 매우 높으면서, 정작 효과는 겨우 1% 확률이라는 제약 때문에 실제로는 많이 쓰이지 않지만…….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즉사의 저주가…….}

아후라 마즈다는 그것을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낮은 확률은 그저 수없이 많은 시행 횟수로 커버해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어디 그 저주도 받아쳐 봐라!”

물론 그런 무식하고 직관적인 공격법이 지금의 나에게 통하는 건 아니었다.

{피나카 소환}

{찬드라하스 장착}

‘파동사.’

파앙!

두 무구를 결합하고 시위를 당기자, 활대로부터 청색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모든 저주를 해제한다.}

그 파장은 내 몸에 걸려 있던 모든 저주를 해제했다.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방어력 증가 효과도 더했다.

{즉사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후라 마즈다는 계속해서 내게 저주를 걸어댔다.

덕분에 눈앞이 메시지로 가득 차버렸다.

‘시스템 메시지로 정신을 분산시킬 셈인가.’

지금은 물리적인 시각 능력을 잃은 상태다.

시간 정지장으로 인해 빛 입자까지 멈춰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시스템 메시지는 뇌에 직접 입력되는 문자라, 눈을 감아도 보인다.

아후라 마즈다는 이걸로 내 집중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끝이다!”

촤아아악!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그가 일전에 보여줬던 혼돈의 날개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어깻죽지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그가 쥐고 있는 빛의 칼자루에 칼날 대신 붙어 있는 모습.

슈하악!

그것은 마치 사복검처럼 길쭉하게 늘어져 내 목으로 쇄도해 왔다.

단순히 어깻죽지에 붙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공간 압력을 머금은 채로 말이다.

원본과는 달이 무기의 형상을 함으로써 더욱 위력적인 파괴력이 깃든 것 같았다.

‘마하 프랄라야 파슈파타스트라.’

난 거기에 대응해 진 멸절 파슈파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시공의 끝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에너지를 온전한 내 것으로 통제했다.

발산하지 않고 머금도록.

내 손에 쥐어진 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폭발하는 힘을 최대한 압축시켰다.

그 검으로 날아오는 혼돈의 날개 검을 그대로 받아친다.

파앗!

한순간 시야를 가득 채우는 하얀 빛이 퍼져 나왔다.

혼돈이 만든 시간 정지 영역조차 돌파하고 뻗어나오는 창조의 빛.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빛으로 뒤덮였다.

* * *

그건 이전에 있었던 충돌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혼돈의 날개와 멸절 파슈파타.

둘의 충돌로 공간이 왜곡되고 하늘에는 균열이 생겼으며, 사용자인 나와 아후라 마즈다는 둘 다 타 차원으로 튕겨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의 결과는 그때와 꽤 다르다.

“……큭.”

나와 그 둘 다 다른 차원으로 튕겨 나가지는 않았다.

둘 다 죽지도 않았다.

대신 원래 있었던 그 척박한 행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콰아아아.

그 행성에 직사광선을 정면으로 내리쬐던 항성은 새로 형성된 또 다른 항성에 잡아먹혔다.

파슈파타와 혼돈의 날개가 부딪혀 새로운 항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곳이 아무도 살 수 없는 척박한 행성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한순간에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킬 뻔한 일이었다.

“네놈의 여자들을…….”

문제는 그사이 우리 사이의 충돌에 휘말렸던 두 사람.

아델과 유메미가.

“죽여주마.”

아후라 마즈다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가고 말았다는 것.

‘그 틈에…… 빠르군.'

애초에 놈이 노린 건 내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선을 분산시켜 집중을 흩트려 놓은 다음, 인질들을 잡아 약점 삼으려는 목적.

확실히 이 전장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전략이었다.

물론 나라고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놈의 본질을 소멸시킬 기회다.’

저 녀석이 내 약점을 잡을 궁리를 하는 동안, 나 역시 놈의 진짜 약점을 찌를 궁리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금.

아후라 마즈다가 아델과 유메미를 붙잡는 데 신경이 팔린 사이.

내게는 혼돈의 권능으로 제5차원의 공간을 열고 놈을 영멸시킬 기회가 온 왔다.

아델과 유메미를 미끼 삼는 가혹한 작전의 모양새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해야 했다.

괜스레 둘을 구하겠답시고 우물거리다간 전부 잃고 아후라 마즈다를 놓치기까지 할 수도 있다.

‘……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조금 멀다.

이대로라면 타이밍이 어긋날 수도 있다.

‘아니, 닿아야 해. 닿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와서 다른 길을 찾는 건 어불성설.

저 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야 한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돌진한다.

화악!

아지다하카의 날개를 펼치고, 날개 끝에서 화염을 분출한다.

큐웅!

‘조금만…… 조금만 더…….’

주변의 시간이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속도가 빨라질수록, 아후라 마즈다의 날개검이 아델과 유메미의 몸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모든 것들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

‘젠장……. 아직…… 모자라!’

그러면 그럴수록 미래는 점점 더 선명하게 그려진다.

성공 가능성이 명확해진다.

아후라 마즈다는 확실하게 죽일 수 있지만.

아델과 유메미는 구하지 못하는 결과로.

완전한 실패도 아니고, 완전한 성공도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채 적을 죽이는, 그리고 허무에 빠져 버리는 애매한 배드엔딩.

그런 미래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는 혼돈의 눈이 마치 날 비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건가?’

교묘한 운명의 조작자.

그 무자비하기 짝이 없는 신들조차 혼돈이 통제하는 세계를 그렇게나 혐오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망할…….’

결국 난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수밖에…….

- 형님.

그때,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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