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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16화 (31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16화

아후라 마즈다는 차원 균열의 구멍으로 떨어졌다.

원하지 않은 공간 이동.

‘어떻게 그놈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전개였다.

개인의 순수한 무력만으로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나, 적어도 주변 환경을 지배하고 세계를 조작하는 영역만큼은 자신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때도 압도적인 무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앙그라 마이뉴를 바벨탑까지 들어오게 한 다음, 시스템을 만들어 그를 봉인했다.

긴 시간이 흘러 다시금 세상이 자신의 주도권 하에 놓였을 때, 앙그라 마이뉴는 유신우라는 육체로서 또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지만.

그래도 그는 시스템에 숨겨 두었던 우회 생존 장치를 사용해 다시 살아났다.

뿐만 아니라 신으로서의 권능과 자유마저 제한해 버리는 시스템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걸로 다시금 신화의 시대도 재림시켰다.

그뿐인가.

“나는 당신의 권한을 위임받아 세계를 지배할 자격을 갖춘 자다. 그러니 내게 기회를 다오. 나는 당신이 내거는 조건을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다.”

아후라 마즈다는 심지어 혼돈과 직접 접촉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 형용이 불가한 압도적인 공포를 직접 마주하고서 말이다.

과거 혼돈이 지배하던 신화대전 이전의 시대에도 그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외우주에서 온 구세대 신들을 제외하고는 혼돈과 직접 접촉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했다간 제아무리 신이라도 이성과 자아를 잃은 짐승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바나 태공망 같은 비범한 자들은 그런 페널티를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혼돈에 맞서기까지 했지만.

아후라 마즈다에겐 그 정도의 비범함이 없었기에 그런 짓을 행하는 건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신이다. 이 세상은 내것이 된다!’

하나 지금의 아후라 마즈다는 과거와는 달랐다.

무수히 많은 계략과 정치, 조정을 거듭하며 동료 신들을 시스템 속에 가둬 놓고.

각성자 대신 악마를 자신의 수하로 만드는 등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결과 그는 역사상 세계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드디어 돌아왔군, 태초의 인간. 우선 너의 고향으로 데려가 주마.

“나의…… 고향?”

그와 접촉한 혼돈이 보여준 진실.

이 세계 모든 인종의 기원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었다.

엘프, 다크엘프, 오크, 트롤, 드워프, 렙틸리언.

그 모든 종족이 단 한 종, 인간으로부터 분화된 종이며, 그 인간은 무색인이 만든 씨앗, 바로 아후라 마즈다로부터 이 세계에 처음 퍼져 나간 결과물이었다.

혼돈과 구세대 신에 대항할 정도로 비범한 능력을 갖췄던 다크엘프 신 시바나, 트롤 신 태공망도 결국 아후라 마즈다 자신으로부터 진화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이럴 수가……. 왜 나는 지금껏 이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

-그건 너를 비롯한 초창기의 인간들이 끊임없이 나에게 도전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 같은 절대자에게? 그럴 리가…….”

-너는 수많은 차원계에 흩뿌려진 씨앗들 중에서도 유독 나의 억압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이는 존재였다. 보다시피 초기의 인간들은 소수지만 무색인의 힘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고, 자연과 동화해 폭발적인 권능을 구사했지. 그 힘으로 너는 내게 끊임없이 덤벼들었다.

마치 시바나 유신우의 이야기 같다.

아후라 마즈다는 그 말을 들을 때,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너희를 몇 번이고 죽인 다음 새로 태어나게 했다. 이전의 기억은 지우고, 감히 나에게 다시 도전하지 못하도록 본능적인 공포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그 공포는 도리어 다른 방향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더군.

“다른 방향?”

-너희 스스로를 불멸의 존재로 만든 것 말이다.

“신…… 불멸자…… 그들이 당신에 대한 공포심에서 태어났다는 건가? 다름 아닌 내 손에 의해?”

-그렇다. 나는 그걸 흥미롭게 지켜봤다. 문자의 권능……. 지금에 와선 시스템이라는, 세계의 법칙에 직접 관여하는 능력을 개발해 낸 대목에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일개 차원의 원시적인 피조물이 내 권한을 이 정도까지 그럴듯하게 모방해 낼 줄은.

아후라 마즈다는 이 말을 들을 때, 소름 끼치는 환희를 느꼈다.

그래.

나는 위대한 자다.

시바도, 태공망도, 앙그라 마이뉴도 모두 나로부터 비롯한 존재일 뿐이다.

결코 그들은 나를 뛰어넘은 게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패배한 게 아니다.

그저 앞선 시대에 압도적인 절대자에게 대항한 대가로 잠시 웅크리고 있었을 뿐.

모든 신과 아인종의 원류이자 조상인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이 세계의 지배자가 될 자격을 갖춘 자다.

그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아후라 마즈다는 혼돈과 접촉하며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증오하나? 감히 당신의 영역을 침범한 불온분자라서?”

그는 그 질문을 던지면서도 웃고 있었다.

다리가 조금 떨리고 식은땀이 나긴 했지만, 그건 혼돈을 마주하고 있으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공포감에 의한 것.

머리로는 알고 있다.

혼돈은 여전히 자신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증오? 내게는 그런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과 이치에 대한 갈망, 불확실성에 관한 탐구심. 그것 외엔 어떠한 감정도 내게 자극을 주는 동기가 되지 못한다. 네놈의 후손들이 모종의 방법으로 나를 타차원에 쫓아낸 순간에도, 분노나 증오심 같은 건 느끼지 않았다. 그건 그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으니까.

혼돈은 시바가 자신을 쫓아낸 일에 대해서 언급했다.

-나는 너희 기준으로 말하자면, 겨우 1조 년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얼마든지 자력으로 그 우주에 돌아갈 수 있다. 찰나 속에서 살아가는 너희는 그 짧은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해 나를 불러내려 아등바등하고 있지만 말이다.

혼돈에게는 어떠한 지배욕이나 야욕도 없었다.

그와 관련된 모두,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그것을 이용하고 있을 뿐.

혼돈은 그저 자신의 탐구심으로 이 모든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럼…… 지금도 마찬가지겠군. 내가 당신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너에게 이 모든 진실들을 보여주었겠는가?

아후라 마즈다는 회심의 웃음을 지었다.

“좋아. 그렇다면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군. 내게 당신의 권능을 빌려다오. 대신 당신이 원하는 걸 보여주겠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그렇게 둘의 계약은 성립되었다.

시공을 초월하는 제5차원의 절대자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은 대가로.

그것의 탐구심을 충족시켜 주는 계약을 말이다.

‘그런데 왜……?’

하지만 그런 엄청난 존재의 권능을 이어받고도, 어째서인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다.

자신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야 만다.

* * *

유메미가 연 차원 균열.

그 사이로 뛰쳐 들어간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건, 극도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지옥과도 같은 땅이었다.

콰우우우.

콰릉. 콰르릉.

사방 곳곳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눈이 아플 정도로 가깝게 떠 있는 태양.

지표면에선 용암이 끊임없이 분출되고, 하늘에선 맹렬한 번개가 내리친다.

오히려 악마라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지옥에 비하면 여긴 더욱 열악한 환경이다.

“유메미, 괜찮아?”

“네. 차라리 이게 나아요.”

하지만 방금 전까지 우리가 있었던, 그 초고압의 무색인들이 살던 세계의 환경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 것 아니었다.

뜨거운 대기 온도도 몸속에 불이 흐르는 우리에겐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정말 싸우기 좋은 곳을 골랐군.”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아무 좌표를 무작위로 열었어요. 이런 데로 오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야.”

나는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균열에 이끌려 떨어져서는, 땅바닥에 나뒹구는 아후라 마즈다가 눈앞에 보인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며 저 골칫덩어리와 맞붙기엔 이만큼 좋은 공간이 또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말한 대로, 급박하게 시공간을 열었지만 정말 전투에 적합한 장소를 택한 셈이다.

“앙그라 마이뉴!”

극도로 분노한 아후라 마즈다가 내 쪽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마력의 파장이 담긴 저 목소리는 귀가 아플 정도로 선명하게 고막에 꽂힌다.

“아델, 유메미, 준비해.”

“네!”

나는 함께 넘어온 두 사람에게 전투를 준비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신월검 찬드라하스 소환}

{파성퇴 카트반가 소환}

그러자 유메미와 아델은 각각 자신의 손에 맞는 무구를 쥐었다.

“아델. 여기서는 마음껏 힘을 발휘해도 돼.”

“……끄으으…….”

그리고 나는 아델의 리미터를 해제시켰다.

그녀가 내뿜는 칼리의 분노는 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대가로 인격을 좀먹는 양날의 칼.

하지만 모든 해악으로부터 사용자의 정신을 절대적으로 방어하는 찬드라하스가 그녀의 근본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기에, 그 리스크는 일시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분노를 표출하는 동안 주변에 끼칠 피해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저 힘은 온전히 통제 가능한 핵폭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끄아아아!”

쿠오오오!

아델이 억제시켜 뒀던 자신의 힘을 마음대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퍼져 나오는 파동에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극한의 적의가 담겨 있다.

“큭!”

“멀리 떨어져. 가까이 있으면 우리도 휘말린다.”

“……네.”

그저 힘을 개방하는 것뿐인데, 유메미는 공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통증을 호소했다.

아델이 내뿜는 힘이, 마치 무수히 많은 보이지 않는 칼날들을 사방으로 표출하는 것과 같은 느낌인 탓이다.

그녀가 다루는 붉은 기운은 검붉은 피처럼 선명하게 변화했고, 그 성질은 칼과도 같았다.

그런 에너지를 자신의 몸속에 머금었다.

“우린 뒤에서 아델을 보조한다. 최대한 그녀의 시선을 끌지 않는 거리에서, 아후라 마즈다의 발목을 잡고 아델이 유리한 싸움을 하도록 만들어.”

“알겠어요.”

칼리의 힘을 개화한 아델은 우리 중 근접전에 한해서는 가장 강하다.

물론 저걸 완전히 활용하는 건 극히 제한된 상황뿐이긴 하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공격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줌의 생물도 없는 영역에서, 상대해야 할 적은 아후라 마즈다 단 한 사람뿐이고, 또한 초장거리에서의 보조가 가능한 나와 유메미가 백업을 해준다면 그 단점은 완벽하게 상쇄가 된다.

이렇게 복잡한 조건이 갖춰져야 완전한 발휘가 가능한 힘이지만, 바로 지금, 우리는 그 복잡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훨윈드 배리어(Whirlwind barrier) -카트반가 강화}

{인비지블 웨폰(Invisible weapon) -카트반가 강화}

유메미의 손에서 빛이 발하자, 아델의 몸 주변에 위협적인 돌풍이 몰아치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녀의 칼이 투명해졌다.

사용자 이외의 사람들에게 무기의 형상이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공격의 궤적과 리치를 가늠하지 못하게 하는 인비지블 웨폰.

강력한 돌풍으로 접근하는 투사체를 휘게 하고 적에게 데미지를 주는, 방어와 공격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훨윈드 배리어.

유메미의 강력한 보조 마법들이 아델에게 시전되고.

{마궁 피나카 소환}

나는 동시에 피나카를 소환해 쥐고서 장거리 지원을 준비했다.

{찬드라하스 장착}

우선은 피나카에 찬드라하스를 결합한다.

그 상태로 아후라 마즈다와 아델 쪽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놓자.

지이잉!

직경 수십 킬로미터의 거대한 에너지 장벽이 형성된다.

그것은 정신방어를 넘어서 물리적 현실방어 기능까지 갖춘 장벽.

이 벽 너머에선 아무것도 이 안으로 넘어오지 못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이 벽 너머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방적인 지원 사격을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나긴 악연은 여기서 끝난다. 아후라 마즈다.’

{찬드라하스 해제}

{파라슈 장착}

그리고 나는 피나카에 파라슈를 장착했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

이 한 번의 사격으로 그를 완전히 끝낼 것이다.

“으아아아!”

투쾅!

모든 힘의 개방을 끝낸 아델이 지상을 향해 하강한다.

행성 지축이 흔들려 용암 분출이 가속화되고, 몰아치는 소용돌이는 흩어지며, 거대한 번개는 그녀의 주변으로 빨려 들어가듯 휩쓸렸다.

아델이 휘두르는 칼리의 검은 이 죽음의 행성을 완전히 끝장내고 말 것이다.

“나를…….”

그 앞에 선 아후라 마즈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델을 쳐다보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웅.

날개를 펼쳤다.

일전에 보였던, 그 현실과 괴리된 혼돈의 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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