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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10화 (31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10화

“비켜주지 않을 건가?”

“절대.”

레아와 태공망은 서로 대치한 채 한 발자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레아는 무력마저 서슴지 않고 투사할 기세로, 한손에 트리슈라를 소환해 강하게 움켜쥐었다.

“더 들어가려 한다면 날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태도로군.”

“그거야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달려있죠.”

그러자 태공망이 미간을 좁히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날 이렇게까지 방해하려 하는 건지 물어도 되겠나?”

“방해? 마치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처럼 말하네요. 가만히 있는 우리를 찾아와서 굳이 엉뚱한 짓을 하려는 건 그쪽이에요.”

“엉뚱한 짓이 아닐세. 그건 이런 위급한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대책이란 말이네.”

“그걸 어떻게 믿죠?”

“그거야…….”

태공망은 레아의 되물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유메미와 눈이 마주쳤다.

“어…….”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인다.

이곳에서 태공망을 본 적 있는 사람은 그녀뿐.

“확실히 이 분은 신우 씨가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는 분인데…….”

유메미가 그 말을 내뱉자, 태공망은 다시 레아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친구가 내게 물어봤다면 난 이렇게 말했을 거다. 네 아들이 너를 이어가야 한다고.”

“…….”

그에 대해 레아는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유신우와 야드가르의 신병에 대한 전적인 관리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메미의 말대로 태공망이 유신우에게 조언을 해줄 정도의 사이라면 막을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공망이 수상하다고 하는 근거 역시 오로지 자신이 느끼는 감밖에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이제 된 건가?”

태공망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그런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레아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

퍼엉!

레아의 곁을 스쳐 지나간 태공망이 갑자기 다시 왔던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그 충격이 어찌나 강했던지 등 뒤에서 발생한 후폭풍에 레아가 살짝 밀려나는 느낌이 들 정도.

그런 공격에 얻어맞았으니, 맞은 사람의 얼굴이 엉망이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으……뭐야?”

태공망이 코피를 흘리며 레아의 등 뒤에 있는 누군가를 쳐다봤다.

그녀 역시 뒤를 돌아보자.

“저 새끼를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마.”

그곳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비치며 살기를 내뿜는 아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잔뜩 화난 얼굴로 찬드라하스를 쥐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끈거리는 것이, 폭발하는 격앙을 억지로 통제하는 모습이었다.

“저 녀석, 그놈이다. 그때 아후라 마즈다가 데리고 나온……파멸.”

평소와는 달리 거친 목소리와 말투.

하지만 레아는 그 말을 듣고서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느낀 것과 같은 감각을, 아델 역시 똑같이 느낀 것이다.

“이런!”

순식간에 두 사람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감지한 태공망은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자신의 신분에 대해 합리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력으로 이 둘을 이기고 지나가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그 짧은 찰나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다.

타앗!

유메미와 라이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갸우뚱하는 사이.

“잡아!”

콰우우우!

레아와 아델은 동시에 검은 날개를 펼쳐 불꽃을 분사하며 태공망을 쫓았다.

순식간에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속 기동을 펼치는 둘의 흑검익이라면, 조금 재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을 뿐인 태공망을 놓칠 리가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건물 너머로 숨어드는 그를 똑바로 추격했다.

“어, 어디 갔지?”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도 태공망은 두 사람의 추적에서 벗어난 후였다.

텔레포테이션이나 스크롤을 사용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공간을 타 넘은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피신.

“망할!”

쾅!

아델은 분을 삭히지 못한 듯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로 인해 도로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파였다.

‘칼리…….’

레아는 그 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아델에게서 여신 칼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론 레아 본인은 아델이 칼리로 변화한 모습을 본 적도 없거니와, 애당초 칼리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여신 친나마스타’로서의 인격이 과거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어쩌면, 태공망에게서 느낀 ‘그 존재’……그러니까 혼돈의 기운 역시도 그 인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퍼펑! 투쾅!

“뭐지?”

그때, 아군이 모여 있던 방향에서 연쇄적인 폭음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쪽으로 감각을 확장해 상황을 파악했다.

‘전투다.’

그러자 아군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격렬한 전투를 말이다.

콰우우!

레아와 아델은 태공망에 대한 추적을 멈추고 곧장 다시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 * *

“절대 무기를 빼앗기면 안 돼!”

최윤아는 그것들을 보자마자 아군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다.

전신의 근육과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투명한 피부의 인간.

무색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힘을 얻어내는지 그녀는 눈치 챘기 때문이다.

쐐애액!

투콱!

대검을 든 무색인의 참격에 또 한 명의 각성자가 베여 죽었다.

그 각성자는 창과 방패를 쥐고 있었고, 죽으면서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맨손 상태의 또 다른 무색인이 무구를 주워들었다.

‘무기를 쥐면 그 순간 그 무기를 사용하는 자의 무기술을 극한까지 습득한다.’

최윤아의 생각대로, 무기를 들기 전까지는 주먹과 발길질을 비롯한 간단한 공격밖에 하지 못하던 무색인이, 갑자기 창과 방패를 들더니 다채로운 기술들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투확! 츄아아악!

“끄아악!”

덕분에 아군은 한 층 더 불리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미 맨몸으로도 압도적인 피지컬을 보유한 무색인들이라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무기를 든 개체들이 늘어나자 전황이 더욱 열악해지고 만 것이다.

‘대체 저렇게 많은 것들이 언제 안으로 들어온 거지?’

흘끗.

최윤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까 전 운석으로 깨진 보호막은 이미 복구된 지 오래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외부에서 새로운 무색인이 침입해 올 가능성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는 아까완 달리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무색인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있었다.

땅에서 솟은 게 아닌 이상, 설명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땅에서? 설마…….’

묘한 생각이 든 최윤아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시선이 간 것은 이 습격으로 인해 가장 첫 번째로 죽었던 각성자.

으드득. 으득.

그 각성자의 몸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사람의 형체가 만들어지는 게 보였다.

곧이어 그 형체는 이 앞의 무색인들과 완전히 똑같은 새로운 개체로 화했다.

무색인이 죽은 인간의 시체로부터 증식한 것이다.

“놈들이 죽은 자로부터 다시 태어난다! 시체를 없애!”

최윤아는 더 이상 적의 규모가 늘어나지 않도록, 새로운 대처 방법을 제시했다.

물론 무기를 빼앗기지 않고 강적들과 싸우며 죽은 아군의 시체까지 신경 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다.

이대로 가다간, 적의 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도시 내부가 완전히 점령될지 모르니 말이다.

“타아앗!”

화르륵! 콰우우우!

때마침 다른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던 아델이 난입했다.

흑화륜으로 무색인들을 전기톱처럼 갈아버리며 그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이겼다! 저 사람이라면 이것들 쯤은……!’

“대체 이놈들은 뭐야? 왜 이렇게 많아?”

“네? 많다뇨?”

그런데 그녀가 전투에 난입하자마자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무색인은 여기서 처음 봤어야 할 아델이, 마치 이것들을 이미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설마, 다른 곳에서도 이 녀석들이 나타난 건가요?”

“지금 도시 전체가 이놈들로 뒤덮여 있……!”

투콱!

“……다고!”

자신에게 뛰어드는 무색인을 단숨에 베어 넘기며 하는 그녀의 말은, 최윤아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럴 리가……?”

그리고 곧 그녀는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으드드득.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새로운 무색인이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델이 사용한 흑화륜에 의해 완전히 소각된 아군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서 말이다.

으득. 으득.

그와 같은 방식으로 무색인들의 숫자는 대량으로 불어났다.

아델까지 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죽는 것보다 새로 태어나는 것들의 수가 더 많았다.

‘말도 안 돼. 시체가 사라져도 그 자리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그럼 아까 거기서?’

결국 최윤아는 깨닫고 말았다.

지금 도시에 퍼져 있다는 이 무색인들이, 아까 전 뒤처리를 한답시고 권능을 사용해 시체를 없앴던 그 자리에서 나타난 것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러서! 내 뒤로 전부 빠지라고!”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불어나는 무색인 앞에서, 찬드라하스를 휘두르며 힘겹게 적을 막아내는 아델을 뒤로 한 채.

최윤아는 더 이상 적의 전력을 늘리지 않기 위해 도망쳐야만 했다.

* * *

누더기를 덮어 얼굴을 가린 거구의 남자가 지하로를 따라 걸어갔다.

양쪽으로는 난리 속에서 급히 몸을 피한 다수의 피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타카마 시티였지만, 드워프뿐만 아니라 인간과 다크엘프, 트롤 등 다양한 인종들이 한꺼번에 뒤섞인 채였다.

예루살렘에서 건너온 민간인들도 모두 여기에 모인 것이다.

‘드루이드 옹구스……여기에 있다.’

이 사이에서 얼굴을 가린 거구의 남자는 다름 아닌 태공망.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옹구스, 그의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를 찾아왔다.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시죠?”

“네. 선생님 덕분에 정말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여기서 받으신 처치는 일시적인 거니까, 나중에 도시가 정상화되면 꼭 제대로 된 시설에서 치료받으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찾아낸 옹구스의 각성자, 고든은 이곳에서 자신의 권능과 마법으로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바짝 다가온 태공망을 보며, 익숙한 듯이 물었다.

“어디 아프신 데가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태공망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당신을 찾고 있었다.”

“예? 저를?”

“네가 가지고 있지? 에린의 동경.”

그 순간, 고든의 표정이 변했다.

여기서 그 아티팩트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 유신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레아나, 아델, 유메미 같은 측근조차도 그런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건 만에 하나를 위해 유신우가 남겨 둔, 야드가르를 위한 마지막 보험 같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숨길 필요는 없네. 이미 다 알고 왔으니 말일세.”

“아…….”

스윽.

고든은 아주 천천히,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허벅지 위에 올려둔 손의 검지를 태공망 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가락 끝에 마력을 모은 순간.

으드득.

“으악!”

태공망이 그의 손가락을 잡아 꺾었다.

고든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태공망에게 거의 매달리듯 바닥에 쓰러졌다.

“네 동의는 필요 없어.”

곧, 태공망의 주술이 그의 정신을 침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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