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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09화 (309/348)
  •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09화

    투콱.

    “끄악!”

    무색인은 거너들의 반응속도를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움직여 가장 앞에 서 있는 한 명에게 접근했다.

    이어서 그 거너의 몸통을 맨손으로 꿰뚫고는, 반대쪽 손으로 총을 빼앗았다.

    “산개해!”

    최윤아가 그 순간에 손을 들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소리쳤다.

    다른 거너들은 무색인이 맨손으로 동료의 몸을 관통한 데에 경악하며 대응 사격을 하려 했지만.

    최윤아는 그렇게 하면 오히려 이쪽이 당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판단은 오랜 기간 총을 잡아온 그녀의 직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총기를 붙잡은 상대 손의 손가락 모양만 보고서 느낀 직감.

    타앙! 타앙! 타탕!

    무색인은 그 순간 고도로 훈련된 베테랑처럼 빼앗은 마나건을 쏘기 시작했다.

    그 마나건은 로마노프가 제작한 신형 연사화기였지만, 무색인은 그 연사화기를 단발로 끊어 쏘았다.

    한 발에 한 명의 미간을 꿰뚫는, 기적의 사격술로 말이다.

    그건 차라리 고도로 훈련된 베테랑이라기보다는 거의 기계에 가까운 조준 실력이었다.

    “대, 대응 사격을……!”

    “쏘지 마! 산개해서 엄폐물 뒤로 숨어!”

    무색인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거너들은 맞사격으로 대항하려 했다.

    그러나 최윤아는 그들을 만류하며 도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상대는 머릿수를 살린 제압 사격으로도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타타타탕!

    실제로 제자리에 엎드린 최윤아가 마나건을 쐈지만, 무색인은 간결한 몸놀림으로 전부 피해냈다.

    심지어 이쪽의 총구 방향을 쳐다보지도 않고서 그걸 해냈다.

    ‘평범하게 대응해서는 잡을 수 없어. 발을 묶고 신경을 분산시킨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해.’

    {은폐 역장 발동}

    스르륵.

    최윤아는 곧장 전투복의 은신 기능을 사용해 제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위험을 감지한 무색인이 그녀가 있던 자리에도 총탄을 날렸지만, 그녀는 이미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오히려 은폐 역장으로 시선을 끈 덕에, 아직 피격당하지 않은 거너들은 주변 건물 안으로 피할 수 있었다.

    철퍽. 타앙!

    잠깐의 정적 후, 무색인의 등 뒤 바닥에서 진흙이 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곧장 소리의 방향으로 총을 쏘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철퍽. 철퍽. 타탕!

    곧이어 다른 방향에서도 같은 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총탄은 즉각 해당 위치를 향했지만, 번번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

    스윽.

    결국 무색인은 자신이 최윤아의 계략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서 제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손끝에 마력을 모아 땅바닥에 가져다 대었다.

    그것이 판단하기로, 최윤아는 지금 지상이 아닌 지하에 숨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번쩍.

    그리고 그 추측은 맞아떨어졌다.

    물과 대지의 여신 다누의 권능으로, 자신의 몸을 땅속에 파묻은 최윤아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파앗! 쾅!

    무색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들어가 있을 자리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발끝은 지표면을 파고들어 대량의 흙을 파헤쳤고, 그 밑에 최윤아의 전투복 허리 부분이 아주 살짝 드러났다.

    무색인은 그걸 놓치지 않고 곧바로 그 틈을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파파파팡!

    이번엔 단발 정밀 사격이 아닌 연사 제압 사격을 행했다.

    땅 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그녀를 벌집으로 만들려면 한 발로는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찰나.

    {정밀 조준 발동}

    {차지 샷 3단계 전개}

    타앙.

    연달아 뿜어져 나오는 총성 사이로, 저 멀리서부터 날아오는 묵직한 탄환 한 발의 파공음이 섞였다.

    다음 순간, 무색인의 머리가 산산조각 났고.

    파삭!

    피와 살점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며 주변을 어지럽혔다.

    “이, 이긴 건가?”

    사방으로 산개했던 거너들이 적의 죽음을 확인하고 엄폐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만, 저 땅속부터 봐봐!”

    그들은 무색인이 최윤아가 있다고 확신하고서 총을 쏘아대던 위치를 확인했다.

    그 자리에는 최윤아의 전투복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흙더미에 파묻혀 남아 있었다.

    흙더미는 최윤아를 마네킹으로 빚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색인이 그녀인 줄 알고 총을 쏴댄 건 그녀의 전투복이 입혀진 더미였던 것이다.

    “뭐야, 그럼 대장은 어디로 간 거지?”

    그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저 멀리서 속옷만 입은 채 총기를 들고 걸어오는 최윤아를 발견했다.

    그녀는 온몸이 흙투성이였다.

    “대장님!”

    “죽은 애들 시신 수습해서 한 곳으로 모아.”

    최윤아는 그런 와중에도 뒷정리를 먼저 생각했다.

    이곳에서 죽은 자들의 시체를 그대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혹시 어디 다치신 데는……?”

    “난 괜찮아.”

    그러고는 묵묵히 자신이 벗어두었던 전투복 쪽으로 걸어갔다.

    무색인이 쏟아부은 총탄 때문에 곳곳에 구멍이 뚫려 걸레짝이 되긴 했지만, 속옷만 입고 있을 수는 없기에 다시 주워 입었다.

    {전투 보조 인터페이스 가동}

    전투복에 내장된 장치가 재가동되며 망막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행히 아직 핵심 기능들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녀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시모 해위해의 총기 관련 권능은 이 전투복과 신형 마나건의 자체 기능으로 상당수가 해결되었으므로, 꽤나 귀중한 도구였다.

    “대장님, 시신 수습 끝났습니다.”

    전투복을 다시 주워 입고 기능 점검이 끝났을 무렵, 거너 한 명이 그녀에게 명령 수행을 마쳤음을 알렸다.

    보고를 들은 최윤아는 곧 시신이 쌓여 있는 구덩이로 다가갔다.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권능 대지모신 회귀 발동}

    그러곤 다누의 권능으로 시신들을 한꺼번에 흙으로 뒤덮었다.

    본래 이것은 죽은 마물의 시체를 토양의 양분으로 삼아 에너지를 축적시켜 놓고서, 다음 권능으로 연계하기 위한 발판 격의 행위.

    하지만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선 빠르게 시체를 처리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했다.

    왜냐하면 마물들 중에선 종종 시체들을 사용해 증식하거나 힘을 얻는 부류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무덤이나 묘지를 만드는 것조차도 위험한 일이 된다.

    최윤아가 자신의 부하들의 시체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쿠르르륵.

    시신들은 흙 속에서 빠르게 분해되어 토양의 양분이 되었다.

    “돌아가자.”

    “네.”

    시신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최윤아는 부하들을 데리고 복귀했다.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위험한 적이 더 안쪽에서 날뛰는 것만은 막는 데에 성공.

    물론 이런 식으로 버티는 게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세상은 가면 갈수록 더욱 혹독한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인구수는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더 이상 싸울 사람이 없어서 마물조차 막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최윤아는 쓴맛이 감도는 마무리를 안고서 왔던 길로 돌아가야만 했다.

    꿈틀.

    시체가 분해되어 사라진 땅이 불쑥, 하고 움직인 건, 그로부터 몇 분 뒤였다.

    * * *

    “이게 종말의 풍경이구나.”

    “더 버티기는…… 힘들겠죠?”

    레아와 유메미가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하늘에는 세로로 갈라진 거대한 균열이 있었고, 그 균열 너머는 새빨간 색채로 가득 찬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선, 끊임없이 운석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으며, 지상에 안착한 운석은 다시 마물들을 내뱉었다.

    혼돈의 결정으로서 재림한 아후라 마즈다를 유신우가 막아냈지만, 그 대가는 바로 이것.

    멸절 파슈파타가 만들어 낸 공간 왜곡이 세상을 전보다 더욱 거친 곳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물론 혼돈에 의해 더 끔찍한 결과를 낳는 것만은 방지했으니, 어찌 보면 이게 최선인 셈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로,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겪어본 적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저 유신우의 과오로 느껴질 뿐이었다.

    “우릴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 줘!”

    “평범하게 살고 있던 우릴 왜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겁니까?”

    “백의 구세주이시여…….”

    레아가 자신의 피를 대가로 보호한 민간인들은 여전히 아후라 마즈다와 예루살렘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도시의 배후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 턱이 없으니, 그저 자신들의 낙원이 빼앗긴 줄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그 인간이 원흉이다. 칠지도의 주인이 모든 걸 다 망쳤다!”

    결국 모든 분노의 화살은 유신우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그날 이후 모습을 감춰 다시 나타나진 않았지만, 타카마 시티의 지도자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새롭게 정착한 예루살렘의 주민들은 타카마 시티의 구성원들과 많은 마찰을 일으켰다.

    “바깥 상황만 해도 힘겨운데 내부에서까지 이래서야.”

    “저 불만 많은 자들은 차라리 밖으로 쫓아버리는 게 어떻겠소?”

    “라이진 씨!”

    “농담이오. 어차피 농담이 아니라도 저들은 곧 죽게 되겠지만.”

    “후…….”

    라이진의 자조적인 농담에도 레아와 유메미는 웃지도, 화내지도 못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멸망의 과정 중에서도 말기에 도달한 상태였다.

    “신우 씨만 있었어도…….”

    물론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구세주도 역시 유신우였다.

    혼돈을 막아내는 순간 보여주었던 그의 힘이라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위협들도 모조리 제거할 수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

    지금 이 세계에는 더 이상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

    감각과 의식이 연결된, 영혼 공명이 가능한 용기사들마저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없다면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지.”

    “응?”

    그때, 그들에겐 조금 낯선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비쩍 마른 트롤 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태공망 씨?”

    유메미는 알고 있는 얼굴.

    곤륜공사에서 봤던, 유신우가 찾으려 한 바로 그 자였다.

    “대신할 인물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유메미는 그가 범상치 않은 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유신우 정도의 인물이 조언을 구하러 그 위험을 헤치고 나갈 정도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녀석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지?”

    “네? 무슨…… 아.”

    유메미와 레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곧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태공망이 말하는 게 현세의 유신우가 아닌, 과거의 인물인 아흐리만의 아들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설마, 그 아이가 신우 씨를 대신할 인물이 된다는 건가요?”

    “그래. 피를 이어받았으니 기질도 타고날 수밖에 없겠지. 내가 그 녀석을 가르친다면 금세 아비처럼 성장할 수 있을 거다.”

    레아는 그의 말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하지만 신우는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그 아이를 바깥세상으로 꺼내선 안 된다고 했는데요.”

    그녀가 의심의 눈초리로 말했다.

    그럼에도 태공망은 여유를 잃지 않고서 대답했다.

    “그때는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은 녀석이 없지 않으냐. 이제 와서 이 모든 위협이 사라진다는 가능성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결국 그 아이는 거울 속에 갇힌 채로 죽게 되는 거지. 이러나저러나 결국 똑같지 않으냐?”

    “그래서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 둬도 죽을 테니, 지금이라도 그 아이를 밖으로 꺼내서 신우를 대신하는 역할을 맡게 하자구요?”

    “그렇지.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이모들도 있으니 그 아이는 더 크게 자랄 거다.”

    “이모라뇨, 저 아직 스물…….”

    레아는 순간 발끈하려다, 그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태도를 가다듬었다.

    “음, 어쨌든 그건 당장은 안 돼요.”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당신 말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레아는 완고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내놓으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지에 몰아넣겠다고 하니.

    당연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물론 그렇게까지 완고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자에게서 그 존재의 기운이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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