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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04화 (30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04화

헬은 예루살렘의 중심을 구성하는 거대한 축 중의 하나였다.

아후라 마즈다가 많은 권한을 부여한 만큼, 그녀를 따르는 세력도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작 그와는 별개로 헬 본인은 홀로서기를 위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그녀의 죽음과 그녀가 해오던 일들이 밝혀진 것에 대한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일에 관련된 자들은 모두 지옥으로 추방한다.”

펜리르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마자, 대악마들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이런 때에?”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군. 지금 앙그라 마이뉴가 우리 코앞까지 들어와 있는데, 여기서 우리 전력을 더 약화시키자는 말인가?”

아스모데우스가 반발했다.

그는 펜리르와 거의 대등한 규모의 전력을 갖춘 있는 핵심 세력이었다.

원래는 이곳에서 바알을 따랐으나, 유신우에게 바알이 죽은 후 자신이 세력의 리더가 된 것.

그렇기에 펜리르의 숙청 결정에 자신이 직접 피해를 보는 건 아니지만, 그는 그보다도 예루살렘 전체의 안위를 더욱 걱정했다.

“잘라낼 건 확실하게 잘라내고 가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린 내부의 적까지 더해져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대체 누가 내부의 적이란 말인가?”

“헬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비밀 공간을 만들고 아인종들을 희생시켜 힘을 축적해 오는 일을 저질렀다. 그 일들을 그녀 혼자서 다 꾸몄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지.”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헬의 측근 세력을 전부 지옥으로 추방시키자는 건가?”

“본보기를 보이기도 할 겸.”

“허어.”

펜리르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아스모데우스가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펜리르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계속 관철시켰다.

“어차피 앙그라 마이뉴는 그들이 없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놈은 헬을 죽였다.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잠입이라는 술수를 사용한 것일 뿐. 이젠 그것도 통하지 않을 거다. 그가 남긴 힘의 흔적 때문에 접근하는 자가 누군지 모두가 알게 되었을 테니까.”

“안일하기 짝이 없군.”

“안일한 건 네가 아닌가? 내부의 적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무슨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아스모데우스와 펜리르는 서로 투기를 뿜으며 충돌했다.

물론 제아무리 바알의 뒤를 잇는 실력자인 아스모데우스라 할지라도 펜리르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아후라 마즈다에게 직접 가호를 받아 권능을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하겠다면.”

결국 먼저 물러나는 건 아스모데우스 쪽이었다.

“난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르는 다른 대악마들도 함께였다.

“그래야지.”

펜리르는 자신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한 번은 정리를 해야 했던 일.

계속해서 커져 나가는 아후라 마즈다 휘하의 악마 세력 속에서, 2인자인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숙청이 꼭 필요했다.

그 대상이 설령 자신의 여동생이더라도 말이다.

‘앙그라 마이뉴……. 되도록이면 더 설치고 다녀주면 좋겠군.’

새로운 신화시대가 시작되려는 시점.

펜리르는 이 기회에 유신우라는 공동의 강적을 활용해 더 먼 미래를 도모할 작정이었다.

* * *

도시 북쪽의 상업구역,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활발하게 물품을 거래하는 영역 가운데.

두꺼운 천 여러 장을 잔뜩 뒤집어쓴 수상한 인물이 걸어가고 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 너무나도 수상한 행색에, 도리어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시선이 이끌리는 건 당연지사.

결국 그는 자신이 쫓기는 이들에 의해 붙잡히고 말았다.

후웅!

마병 한 기가 손에 든 칼을 내리꽂으며 하늘로부터 날아들었다.

그 칼끝은 도망자의 머리를 향했으나, 도망자는 간신히 몸을 비틂으로써 일격사 당하는 것만은 피했다.

퍼엉!

대신 칼날이 땅에 박히면서 발생시킨 충격파로 인해 뒤집어쓰고 있던 천이 날아가고 말았다.

덕분에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도망자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잡것들이……!”

도망자는 몸이 군데군데 심각하게 뒤틀린 기괴한 모습의 악마였다.

비정상적으로 긴 팔과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인 역관절 다리를 가지고, 마치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를 가진 자.

그는 헬의 시종인 강글라티였다.

촤악!

강글라티는 품에 지니고 있던 단검을 꺼내 자신을 기습한 마병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날래서, 육체 능력을 보유한 마병조차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다.

털썩.

“어……?”

“마물이다!”

“으, 으아아!”

찰나에 이뤄진 참격의 주고받음 후에, 한쪽의 목이 잘려 바닥에 쓰러지자, 주변 사람들은 그제야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강글라티의 외형과 마병의 시체를 보고서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

이곳 예루살렘에 들어온 뒤로 뒤틀린 생명체는 결코 안에서 볼 일이 없었는데.

그런 것들이 뜬금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서로 싸우기까지 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냐! 전부 목을 따주마!”

강글라티는 그런 주위의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달려드는 마병들을 마주했다.

가지고 있는 것은 손에 쥔 단검 한 자루.

하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마병들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타타탓! 쉬익!

양쪽의 건물을 박차며 뛰어 올라가 위에서 아래로 강하하는 적들 곁으로, 수십 개의 그림자가 날아든다.

곧 그 그림자들은 한꺼번에 손에 쥔 단검을 휘두르고.

서걱!

수십 체의 마병들이 한순간에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어 바닥에 추락한다.

투투툭! 투툭!

시체와 피가 마치 비처럼 쏟아졌다.

사람들로 가득하던 활기찬 상업구역은 순식간에 지옥도로 변했다.

그 끔찍한 현장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쾅! 콰쾅!

강자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피해가 발생하기에 충분했다.

도망치던 한 아이의 머리 위로, 부서진 건물의 파편이 떨어졌다.

“아, 안……!”

파삭!

다행히 파편은 아이의 머리에 닿기 직전, 누군가의 주먹에 의해 산산 조각나며 사라졌다.

그 주먹의 주인은 레아였다.

“엄마아!”

아이는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그대로 도망쳤다.

이 상황에서 그 눈에 보이는 건 전부 괴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터였다.

레아는 그에 상관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안전이 확보되는 걸 확인하고서 강글라티와 마병들 간의 싸움에 개입했다.

“그만둬!”

퍼엉!

그녀가 그 사이에 뛰어들어 마력을 방출했다.

강글라티와 마병들은 그 힘에 압도되어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그러곤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지금 뭘 하는 거지? 왜 너희가 이 안에 들어와서 난리를 피우는 거야?”

그녀는 마병들의 행동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원래 마병들은 예루살렘의 안쪽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

먹고 자는 등의 아인종과 같은 욕구가 없는 그들은, 그저 기계처럼 시키는 대로 바깥에서 마물들을 격퇴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들이다.

“인간. 너희는 상관하지 마라.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마병은 레아를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레아는 예루살렘의 내정을 담당하는 집정관이었지만, 외부에서의 전투를 전담하는 마병들에 관한 권한은 없었다.

그 부분은 전적으로 펜리르를 비롯한 대악마들의 권한.

그래서 언뜻 보기에 그 마병은 자신이 할 말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그게 더 레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알아서 한다고?”

휙! 콰당.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단창 한 자루로 자신에게 말대꾸한 마병의 다리를 걸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러고는 이마에 창날을 겨눴다.

“말해라. 누가, 왜 이런 짓을 시킨 건지.”

“으…….”

주륵.

마병이 우물쭈물하자, 창날이 조금 이마를 파고들었다.

그로 인해 생긴 상처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겁먹은 마병은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페, 펜리르 님이다. 펜리르 님이 시킨 일이다.”

“펜리르가? 왜?”

“그건…….”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에잇!”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강글라티가 기회를 틈타 도망치고 말았다.

마병들은 그를 쫓으려 했지만, 앞에 레아가 지키고 서 있는 통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국 레아의 방해 때문에 추격은 무산되어 버렸다.

“이……! 저놈은 사람들을 잡아먹는 마녀의 시종이다. 이렇게 감싸 줄 가치가 없는 놈이란 말이다!”

거기에 화가 난 마병이 꺼낸 건 지극히 황당한 이야기.

이런 시대에 사람들을 잡아먹는 마녀의 시종이라니.

게다가 정작 누구보다도 기이하게 뒤틀린 마병 본인이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평소의 레아는 당연히 그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갔겠지만.

“뭐……라고?”

그녀는 그런 소리를 듣고 뭔가 떠오른 것인지, 복잡한 심경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손에 쥐고 있던 창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텅.

‘마녀…… 헬…… 사람을 잡아먹는…….’

곧 레아의 머릿속에 무수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 도시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하지만 어째선지 그 기억들은 어느 순간 지워져 곳곳이 구멍 난 채로 훼손되어 있었다.

그 탓에 꿈과 현실이 분간이 되지 않았다.

“으……으.”

분명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인 것 같은데, 실제로 일어난 일들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지금보다 더 이전엔, 어딘가에서 말도 안 되는 더 끔찍한 일들도 벌어졌던 것 같은 기억도 떠올랐다.

‘마병…… 이것들의 정체는…….’

식인식물들 안에서 산 채로 천천히 녹아 내려지며 마병의 양분으로써 소모되는 인간들.

그들의 비명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악행들이 횡행하는 이 도시의 비밀이 그녀의 닫혀 있는 기억 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냐…… 그럴 리가…….’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콰우우!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유성이 떨어졌다.

유성이 향하고 있는 위치는 바로 이곳, 레아의 앞.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발생한 하얀 불꽃을 잔뜩 머금고서 급속도로 하강한다.

이대로라면 지상에 충돌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레아는 피하지 않았다.

화르륵!

그것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마병들은 푸른 불꽃에 의해 한꺼번에 타오르며 사라졌다.

다른 사물이나 레아 자신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은 채로 말이다.

후웅.

그러고는 지표면 근처에서 갑자기 속도를 낮췄다.

천천히 부유하며 아래로 내려오는 그것은 검은 날개를 가진 인간.

유신우였다.

“신우.”

레아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던 모든 기억의 조각들은, 그를 마주함으로써 완전히 끼워 맞춰졌다.

몇 번이고 지워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반복되는 진실과의 대면 속에서 그녀는 알 수밖에 없었다.

예루살렘은 자신이 생각하던 그런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받아.”

유신우는 그런 그녀에게 트리슈라를 던져주었다.

곧, 창을 받아든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잘못된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응.”

레아는 트리슈라로 자기 자신의 가슴을 겨눴다.

그리고.

푹.

스스로의 심장을 찔렀다.

분출하는 선혈이 바닥을 물들였다.

{친나마스타의 의지가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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