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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98화 (29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98화

검은 칼날의 날개를 가진[黑劍翼] 아지다하카.

내 몸에 흐르는 용의 피가, 별의 불꽃을 먹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별 불꽃의 농도는 점점 더 줄어든다.

그리고 그 대신 아지다하카의 위세는 더욱더 강해져 갔다.

내 몸에서 시바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순수한 나의 피조물이 차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강해진다.’

태초의 거인 이미르의 신격을 흡수하고 거체를 얻은 아지다하카가 눈을 떴다.

먼 옛날 다른 차원으로 쫓겨난 고대 신들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역시 자네가 해낼 줄 알았네. 태초의 거인의 힘을 얻은 기분이 어떤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얻은 건 아닌 것 같고…….”

“자네 몸에서 타오르는 별의 불꽃이 한층 더 짙어진 게 느껴지는군. 그것만으로도 태초의 거인을 잡아먹은 보람이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태공망은 내 몸에서 일어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내가 시바의 힘을 머금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는 별 불꽃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그 대신 아지다하카의 힘만이 배로 강해지는 중이었으나.

태공망에겐 그게 모두 별의 불꽃으로 느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에 동조하며 입을 다물었다.

구태여 이 현상에 대한 것을 태공망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르스를 비롯한 트롤들이 광분한 게 모두 태공망의 주술 때문……. 그리고 시바의 죽음에 관한 것도.’

그에 대한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 자를 믿어야 하는 것인지, 혹은 믿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가 없다.

태공망은 시바와 함께 혼돈에게 압제 받는 세상을 타파하고자 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동족인 트롤들의 죽음에 어떠한 감흥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죽음 자체가 자신의 판단으로 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가 시킨 대로 내가 저주를 불태운 결과 모든 트롤들이 소멸하자,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며 흥미로워했던 반응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거기선 적어도 자책이라도 했어야 정상이다.

‘혹시…… 다른 의도를 품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내겐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아지다하카에 관한 이야기를 숨기기로 했다.

“시바가 미래에 존재한다는 이야기. 그건 무슨 뜻입니까?”

한편, 나는 지난번 태공망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 다시 한번 물음을 던졌다.

“말 그대로다. 대자재천은 과거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모두 알고 있고 말입니까?”

“그렇다.”

“그런 거라면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가 존재하는 세상엔 이미 모든 사건들의 결과가 다 정해져 있을 텐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다 미래의 대자재천이 과거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서의 그는 과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기 때문에 자신이 과거에 어떤 영향력을 미쳐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 것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결국 그건 순환의 오류가 아닙니까? 미래의 시바나, 과거의 저나, 어느 한쪽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게 다 어그러지는…….”

“바로 그거다.”

태공망은 내 말을 거기까지 듣고서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가 그렇게 정해진 시간의 흐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일이 모두 어긋나게 된다. 미래가 바뀌어버리는 거지. 그 순간 대자재천이 미래에 존재한다는 현실마저 뒤틀리게 되는 것이고.”

“그러니까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잘 알고 있구나.”

결국 그 의문에 대한 답이 이거라니.

나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운명이 정해진 세상에서 살지 않기 위해 정해진 운명을 따르라는 말이군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입니까?”

“이 문제는 언젠간 해결될 터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견디면 너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이든 달콤한 성과는 쓴 노력 후에 얻어지는 법 아니겠나.”

한마디로 지금은 그 모순을 견디면서 자신의 지시에 따르라는 말.

“과연 그날이 언제 올지가 궁금하군요.”

“조금만 견뎌내거라. 당장은 못마땅하더라도 때가 오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태공망의 말들은 듣는 사람에게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 말대로 좋은 보상을 얻으려면 그만큼 고생하는 게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 이전에, 애초에 전제부터가 틀렸다.

‘미래의 시바는 모든 걸 알고 있다. 태공망은 그로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계획을 들었고.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태공망도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자는 내게서 별의 불꽃이 옅어지고 있는 걸 몰라.’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든지, 아니면 나라는 존재 자체가 정해진 인과를 비트는 존재이든지.

어느 쪽이건 태공망이 말하는 시바의 계획이란 건 성립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 * *

레아는 아후라 마즈다와 함께 제도 예루살렘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집정관으로서 일했다.

거기에는 이전 지구에서 각국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던 벨그레이브를 이끌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얼굴마담을 한 수준이 아니라, 직접 명령을 내리고 지시하는 역할을 했으니, 이 일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조금 쉬는 게 어때?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아후라 마즈다가 그녀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면서 말했다.

지금의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백선율의 모습.

벨그레이브에서 함께 주축의 역할을 하던 때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레아는 그런 그의 모습으로부터 과거로 되돌아온 기분을 느꼈다.

“바깥에서 직접 몸 굴려 가며 고생하는 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정신적인 피로는 몸으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잠 좀 자고 나면 괜찮아. 그보다는 빨리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해결하는 게 더 급하니까.”

“네가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고마워.”

아후라 마즈다는 거의 24시간을 레아의 곁에 붙어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뒤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서 말이다.

바깥에선 수많은 군사작전들이 행해지고 악마와 마병들이 바쁘게 동원되고 있었지만, 아후라 마즈다는 그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레아가 보기에는 그랬다.

‘신우, 유메미…… 다들 여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레아는 여전히 유신우를 걱정했다.

자기 의지로 떠나왔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싸우지 않고 이곳에 같이 있었다면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창궐하는 수많은 마물들은 아후라 마즈다가 만든 마병들을 사용해 격퇴하고, 인간은 안전한 성벽 안에서 문명 생활을 영유한다.

그러면 누구도 희생되지 않으면서 예전과 같은 찬란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각자의 이유로 싸워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복수심……. 그런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뒀으면 좋으련만.’

물론 레아도 유신우의 동기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을 아후라 마즈다에게 잃었다는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었고, 그 때문에 이곳 서 대륙에 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레아는 그보다는 거시적인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예루살렘에 있다면 예루살렘을 돕는다.

그게 그녀에겐 옳은 일이었다.

설령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 온 친구로부터 등을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만 생각하자.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외면을 선택했다.

빠각.

그런데 그때,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이 부서졌다.

부서진 펜의 날카로운 단면이 그녀의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흘러나오게 했다.

“이게 왜……?”

레아는 잠시 동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손.

손바닥에 난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 치유될 수준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따끔거렸다.

게다가 과거의 연 따위는 간단히 외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그녀의 몸은 그걸 거부하는 것인지 의지와는 반대로 반응했다.

“왜 내가……?”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무언가 깨지려고 한다.

손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이 그녀 주변을 감싸고 있는 막을 꿰뚫으려 한다.

-살려줘!

그때, 레아의 귓가에 어떤 남자의 비명이 선명하게 들렸다.

“뭐지?”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곳 주민인 트롤들이 커다란 상자들을 차량의 화물칸에 집어넣는 것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자재를 옮기는 물류 차량이라 생각했겠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다르게 보였다.

직감적으로, 자신의 귓가에 들린 비명 소리가 저 안에 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레아는 오늘따라 수상해 보이는 그 차량을 몰래 추적했다.

그 자리에서 당장 트롤들을 붙잡아 상자를 열어볼까 하는 생각도 떠올렸지만, 이내 그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생각한 것처럼 수상한 일을 하는 자들이라면, 현장에 있는 자들만 붙잡을 게 아니라 총책을 찾아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급하게 움직이는 대신 자신의 기척을 숨기고 몰래 추적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덜컹.

그렇게 그녀는 차량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멈춰선 곳까지 따라오는 데 성공했다.

도착한 곳은 제도 예루살렘의 중심가.

수많은 인파가 드나드는 번화가 속, 물류 창고처럼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었다.

‘이렇게 대로변에……?’

레아는 그걸 보고서 자신이 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인신매매 같은 중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비명도 진짜 소리가 아니라 환청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결국 자신이 뭔가 오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살려주세요…… 제발…….

-죽기 싫어!

그녀의 귓가에는 또다시 그 비명들이 들려왔다.

단순한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한 목소리가, 그것도 두 번 연속으로 말이다.

‘설마…… 진짜라고?’

게다가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확실하게 저 물류창고 쪽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건물의 지하.

레아는 결국 그곳을 수색하기로 마음먹었다.

“어…… 집정관님 아니십니까?”

그녀가 다가오자, 물류 창고의 책임자로 보이는 다크 엘프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앞을 막아섰다.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요.”

“확인이요? 뭘 말씀하시는 건지?”

툭.

레아는 대답 없이 그를 손으로 밀쳤다.

다크 엘프는 그녀의 압도적인 근력에 밀려 힘없이 옆으로 이끌려나갈 뿐이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렇게 다짜고짜……!”

“비켜.”

“어어, 잠시만요!”

그러자 곧 그 창고에서 일하던 인부들 전부가 동시에 튀어나와 다 같이 레아를 붙잡으려 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들 중에 레아를 조금이라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 씨…….”

결국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 채 밀려난 그들은, 일그러진 얼굴로 레아가 자신들을 지나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했다.

쿵. 쿵.

그렇게 아무런 방해도 없이 건물 내부에 진입한 레아는, 길게 이어진 계단을 따라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꺄아아아!

-으아악!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고통에 찬 신음과 비명은 더욱 거세졌다.

이제는 거의 확실해졌다.

저기에 무언가, 아주 끔찍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덜컹.

무거운 강철 문을 열고, 레아가 안으로 발을 내디딘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악취와 끈적거리는 습기, 그리고 시끄러운 소음들이 한꺼번에 열린 문틈으로 터져 나온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으…… 으아아아!”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지하 공간에, 무수히 많은 물컹거리는 주머니와 이파리들.

살아 있는 인간들을 산 채로 집어삼키고서 천천히 녹여 소화시키는 거대한 식인식물들이었다.

‘내가 왜 이걸 몰랐던 거지?’

제도 예루살렘의 한가운데, 대로변에 위치한 창고의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다른 곳이라면 어떨지 몰라도, 도시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 듣는 레아의 입장에서 이건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정도로 규모가 거대한 범죄가 이렇게나 허술한 보안 속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알려지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레아 한 사람을 속이고 있지 않은 한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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