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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86화 (28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86화

스사노오는 상황이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란 걸 눈치채자마자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후웅.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고 자신의 몸에 영체를 투영했다.

그와 동시에 양옆에 서 있던 카구츠치와 이와나가 역시 각자의 무기로 무장했다.

이와나가는 단단한 광석으로 몸을 경질화시킨 다음, 양손에 검은 칼날을 형성.

카구츠치는 채찍을 꺼내 들고 새빨간 화염으로 타오르는 수호령의 영체를 투영했다.

세 사람은 정말 내게 진심으로 무력을 투사할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지금이라도 물러나. 난 너희를 해칠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바깥에 있는 다른 드워프들에게도 신경 좀 써주지 그래?”

“그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까…….”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 여자를 죽이는 것 외에는. 시스템이 정해 놓은 규칙을 어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스사노오에게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에게 ‘나는 그걸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봐야 그저 억지를 부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그는 시스템이 정해 놓은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실패하는 것 외엔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세상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의 한정된 세계관 속에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힘들 수밖에.

“그럼 어쩔 수 없군.”

{마검 파슈파타 소환}

결국 나 역시 검을 들었다.

물론 진심을 다할 생각은 없다.

‘적당히 제압하고 지나가면 돼.’

현재의 실력 차이를 생각해 보면, 저 셋은 전력을 다한다 해도 내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힘 조절을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죽이지만 않으면 어지간한 부상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치료할 수 있을 터다.

그러니 여기선 저 셋이 최대한 다치지 않게끔 하면서도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적정선을 지키며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주면 되겠지.’

난 그대로 검을 들고 그들이 선공을 취할 때까지 기다렸다.

공세를 받아넘기는 것으로 무력감을 선사해 줄 작정이었다.

“이와나가, 카구츠치.”

“네.”

스사노오는 둘의 이름을 부르며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두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맨 앞에 서 있던 스사노오의 발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쐐애액!

스사노오는 큰 동작으로 검을 치켜들고 내 머리를 노리고선 전진해 왔다.

그 덕에 허리가 크게 비어 노리기 좋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페이크군.’

난 그것이 함정임을 곧바로 알아챘다.

좁은 통로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스사노오.

자신의 몸으로 내 시야를 가리고서, 뒤에 있는 두 부하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스르륵.

그리고 내 예상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스사노오의 발밑에서 울렁거리는 땅의 움직임이 시야에 포착된 것이다.

그건 주변 지형을 통해 자유롭게 공간을 넘나드는 이와나가의 권능이었다.

스사노오의 상단 공격을 받아내려 칼을 들어 올리면, 그대로 땅속에서 튀어나오는 이와나가가 내 허리를 베어내는, 이중 공격 전법을 쓰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로 하단을 막으려 해도 스사노오에게 당하는,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효과를 내는 전법.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와나가가 가진 능력을 모르는 상대에게나 먹히는.

아니, 그전에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상대에게나 통할 만한 공격이다.

내 반응속도와 스피드라면, 얼마든지 그 두 공격을 한꺼번에 받아낼 수 있다.

화악.

나는 도리어 빠르게 앞으로 달려들어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공격 연계를 꼬이게 만들려는 작정이었다.

“이익!”

스사노오가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검을 내려친다.

그의 최강 비기인 하늘깃 가르기.

구름마저 가를 만큼 거대한 칼날로 빠르게 내려치는 공격이지만, 차원 왜곡 격벽으로 가로막힌 이 공간에서 하늘을 베지는 못했다.

대신 칼끝에 담긴 그 강력한 압력은 원본 그대로였다.

콰우우우!

찍어 누르는 참격.

스르륵! 피잇!

그와 동시에 땅속에서 치솟는 검은 흑요석 칼날.

두 공격이 동시에 내 머리와 하반신을 노리며 들어온다.

콱.

나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맨손을 뻗어 스사노오의 팔을 붙잡았고.

파캉!

동시에 반대 손의 파슈파타로는 치고 들어오는 흑요석 칼날의 칼끝을 정확하게 찔렀다.

“큿!”

“으앗!”

덕분에 스사노오는 그대로 참격을 강제로 멈춰야만 했으며, 땅속에 숨어들어 있던 이와나가는 흑요석 칼날이 산산이 깨짐과 동시에 지면 위로 튀어나와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어떠한 기술도 사용하지 않은, 간단한 동작으로 단숨에 둘의 공격을 차단해 버린 것이다.

‘……뒤?’

그러나 협공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스사노오의 곁에는 한 사람이 더 남아 있었다.

바로 카구츠치.

휘리릭!

그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저 앞에 서 있는 그녀의 손에서 시작해 이 통로 전체를 마치 덩굴처럼 감싼 듯한 기다란 채찍이었다.

그 채찍은 내 등 뒤까지 이어져 있었고.

이윽고 두 사람을 제압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등을 향해 빠르게 쇄도해 오는 채찍의 끝부분, 무게추의 접근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등에는 유계의 심도에 접근하느라 집중 상태에 빠져 있는 유메미가 업혀 있었다.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건가?’

난 애초에 이들이 승산도 없는 싸움에 달려드는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굳이 별 불꽃을 얻은 지금의 내가 아니더라도, 이미 한참 전부터 이들과 나 사이엔 거대한 간극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제아무리 셋이 한꺼번에 덤빈다 하더라도 날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내 약점이나 다름없는 유메미를 노리고 있었다.

‘등 뒤의 유메미를 신경 쓰는 한 제대로 실력을 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 이런 제약을 이용해서 승리를 얻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전술이지만.’

강자를 상대로 싸우면 당연히 그의 약점을 노리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군 사이의 다툼일 뿐인데, 저들이 이렇게까지 악랄한 방법을 사용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여차하면 얼마든지 무방비인 유메미를 죽일 수 있다는 듯, 카구츠치의 채찍에는 강렬한 살의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화르륵!

새빨간 불꽃이 그녀의 몸에 투영된 영체로부터 채찍을 타고서 공간 전체를 불로 감싸고, 마침내는 무게추에 닿아 고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저것이 무방비 상태인 유메미의 몸에 닿으면, 그녀는 단숨에 불타 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달 그림자 검식 파생형 ‘현월’ 전개}

난 곧장 몸을 젖히며 뒤를 향해 목표를 보지도 않고서 감에 의존한 채 빠르게 검기를 날렸다.

쉬이익! 텅!

다행히 채찍은 구조상 무게추가 아닌 몸통 부분을 저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하는 게 가능했다.

내 칼끝을 떠난 현월은 채찍의 중간을 두드리며 날아드는 무게추의 접근을 막아냈다.

“죽어!”

하지만 아직 세 사람의 협공은 끝난 게 아닌 상황.

지면 바깥으로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던 이와나가가 다시 한번 자세를 잡고 나에게 달려들었고.

내게 한쪽 팔을 붙잡힌 스사노오는 그 상태에서 검을 반대쪽 손으로 넘긴 다음 다시 한번 내 목과 어깨 사이를 내려쳤다.

‘진심인 건가. 이 녀석들.’

이 정도까지 격렬한 저항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

조금 위험하더라도, 제대로 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화악.

나는 가슴에 응축되어 있던 별의 불꽃을 개방해 전신에 흐르게 했다.

손에 쥐고 있는 파슈파타에도 그 힘을 조금 부여했다.

‘죽지 않길 바라지.’

촤악!

그러고는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듯 검을 크게 휘둘러 별 불꽃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기술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그 셋을 날려버리기엔 충분했으니까.

“끄악!”

“아아악!”

앞뒤에서 접근하던 스사노오와 이와나가는 별 불꽃의 압력에 의해 통로 양쪽 끝까지 나가떨어졌다.

퍼억! 쩌저적!

카구츠치 역시 날아간 스사노오의 몸통에 부딪혀 바닥을 뒹굴었다.

부딪히는 순간에 들려온 소리는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였다.

아마도 둘 중 하나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겠지.

“으으……아…….”

카구츠치가 바닥에 쓰러진 채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힘겨운 신음을 냈다.

뼈가 부러진 건 그녀 쪽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그만해. 너희는 무슨 수를 써도 나를 이길 수 없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단지 더 덤벼봐야 개죽음만 당할 뿐.”

“으…… 닥쳐.”

이런 상황에서도 스사노오는 끝까지 내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잘 생각해. 너희가 아델을 죽여서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아. 그럼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바깥에 있는, 너희들이 지키려 하는 그 사람들이 더 많이 죽어갈 뿐. 이건 우리 모두에게 손해라고.”

“……네 말은…… 듣지 않는다.”

척.

스사노오는 자신의 검으로 땅을 짚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내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우려 했다.

‘대체 왜?’

난 그의 그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내가 말한 대로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을 때가 되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상하게도, 무모하리만치 나를 향해 끝까지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제 자신들의 원래 목적 따위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듯이.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어. 뿌리치고 가는 수밖에.’

결국 난 설득도, 제압도 포기했다.

최대한 뿌리치고 가는 수밖에는.

‘그래…… 그렇게 해야겠군.’

이런 상황에선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둘 미끼를 사용해야 한다.

나는 곧바로 야차를 소환했다.

{사냥개자리 야차 소환}

그리고 그것들을 통로에 가득 배치해, 스사노오 일행이 더 이상 추격해오지 못하도록 막게 해 놓았다.

“시간이 없어. 나는 모두를 구할 거다. 아델도, 드워프도, 그리고 너희도 다.”

그렇게 나는 이들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절대…… 절대 안 돼!”

스사노오가 소리를 지르며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의 비기를 사용할 때에도 느껴지지 않았던, 이상할 정도로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뭐야?’

츄아악!

그리고 그가 검을 휘두르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야차들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나며 형체가 소멸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 녀석의 실력으로 야차를 벨 수 있을 리가……!’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투콱! 촤아악!

통로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던 야차들이 하나둘 사라져 갔다.

기묘할 정도로 강한 힘을 발산하기 시작한 건 스사노오뿐만이 아니라, 이와나가와 카구츠치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죽인다! 유신우!”

그리고 세 사람은 또다시, 나를 향해 협공을 해오기 시작했다.

스사노오의 상단 타돌.

이와나가의 하단 침투.

카구츠치의 후방 쇄도.

아까와 같은 수법이지만, 이번에는 그 속도와 기세가 달랐다.

이번 건 내가 여유롭게 받아낼 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이런…… 젠장!’

적당히 받아치려 하다간 등 뒤에 업혀 있는 유메미가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

결국 난 온전한 전력을 모두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별의 불꽃을 폭발시킨다.}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금강염사’ 전개}

다가오는 모든 공격을 한꺼번에 커버할 수 있는 거대한 검기.

흑청염의 사자가 통로의 전방을 가득 메우고서 세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우우우!

붉은 화염으로 타오르던 채찍은 검푸른 화염에 집어 삼켜졌다.

천장을 가로지르던 거대한 검기는 사자의 이빨에 의해 흩어졌다.

울렁거리며 다가오던 지면의 갈라짐은 그보다 더 격렬한 진동으로 상쇄되었다.

금강염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세 사람의 시신이 남긴 잿더미마저도.

그렇게 끝까지 아군을 죽이지 않으려던 내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가고 말았다.

“…….”

나는 그대로 덩그러니 통로에 남겨진 채 잠시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저벅.

그런 와중, 내 시야에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건 이진윤이었다.

아니, 타라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들이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 그대로였으니까.

{심연이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세계의 광기가 더욱 심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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