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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83화 (28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83화

아후라 마즈다는 그대로 죽었다.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나뉘어 힘없이 바닥에 틀어박혔다.

안에 깃들어 있던 그의 영혼은 사라졌고, 조금 전까지 발산해대던 신성 속성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후라 마즈다는 정말로 죽은 것이다.

흘끗.

그 직후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펜리르.

그 녀석은 인간 형태의 모습을 유지한 채, 팔짱을 끼고서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주인인 아후라 마즈다의 죽음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난 그의 태도에 이질감을 느꼈다.

당황한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었다.

복수심으로 나를 죽이려 달려들지도 않았고, 그를 죽인 것에 공포를 느껴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 지켜볼 것을 다 지켜봤다는 듯한 모습으로 가만히 서 있던 그는.

스륵.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장막에 휘감기더니, 한순간에 모습을 감췄다.

텔레포테이션과는 달리, 발동 시간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빠른 공간이동.

스르륵.

그와 동시에 전장 곳곳에서 내 용기사들과 싸우던 대악마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한꺼번에 사라졌다.

아직 도망치지 못한 마병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지휘관들만 모두 다 도망친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군.’

난 펜리르의 태도가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웠다.

바알이 했던 말에 따르면 아후라 마즈다를 따르는 악마들은 모두 그에게서 어떤 비전을 엿봤기 때문일 터인데.

그런 그가 죽었으니 펜리르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물론이고 다른 대악마들 역시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 정도 외에는 어떠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아후라 마즈다가 실제로는 죽지 않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설마 이 녀석이 가짜라도 된다는 건가?’

툭.

난 발끝으로 축 늘어져 있는 아후라 마즈다의 시체를 건드렸다.

물컹한 감촉으로 보아 그건 분명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이었다.

파라슈로 영혼을 베어낼 때의 감각도 완전했고.

내가 아후라 마즈다를 죽였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일단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겠어.’

뭐가 됐든 여기선 이곳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

‘잔존 마병들을 전부 제거한다.’

‘알겠습니다.’

우선 아직 도망치지 못한 마병들을 전부 죽여 없애 아후라 마즈다의 병력을 최대한 줄이고.

그다음으론 구원한 인드라닉스의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있는 중인 아군과 합류한다.

{검은 혜성 - 카트반가 강화}

나는 모여 있는 마병들을 쓸어내기 위해 별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왜 이렇게 늦은 거예요?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최윤아가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녀는 다가오는 외부의 야생 마물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미안.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좀 늘어져서. 많이 기다렸나?”

“아뇨. 저는 괜찮아요. 그보단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윤아 씨가 많이 걱정했어요.”

“언니…….”

“저도 마찬가지고요.”

유메미와 최윤아.

이 둘은 뒤쪽에서 최대한 많은 인드라닉스의 구성원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아후라 마즈다의 대규모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도시 외곽까지 나오느라 바깥의 마물들과 마주쳐야 했던 모양이나.

다행히 큰 사상자 없이 일을 잘 처리한 것으로 보였다.

“내 쪽을 걱정한 거라면 별문제는 없어.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수확을 얻은 셈이거든.”

“그래요? 다행이다.”

“어쨌든, 다들 다음 도시로 이동할 여유는 있겠지?”

“그럼요. 보급도, 컨디션도 충분해요.”

최윤아와 그녀가 지휘하는 거너들은 작은 상처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젠 거점을 지키는 데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자라 할 수 있을 정도.

다만 인드라닉스 소속의 인물들 중에선 부상을 입은 자들이 다수 있었는데.

그런 자들은 유메미가 마법을 사용해 응급처치를 끝난 상태였다.

“부상이 심한 소수 인원들만 유메미가 텔레포테이션으로 이동시키고, 나머지는 마하넷으로 간다. 할 수 있겠지?”

“예.”

여기서 나는 소수 인원들만 타카마 시티로 보내고 나머지 모두를 대동한 채 그대로 마하바라 네트워크로 이동하려 했다.

예루살렘 제국 쪽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나도 시간을 지체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피난민들을 데리고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지만, 유메미의 텔레포테이션은 소수만을 이동시킬 수 있는 마법.

그렇기에 여기서 타카마 시티로 돌아갔다가 다시 마하바라 네트워크에 가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니 여기서 이동을 지체해 버린다면,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마하넷이 멸망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최대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군을 확보해서 세력을 늘려야 한다. 늦으면 그게 다 물거품이 돼.’

따라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움직여 줄 필요가 있다.

어차피 별 불꽃의 공유로 무력이 급상승한 아델이 내 옆에 있기 때문에, 또다시 아까 전과 같은 버거운 전투가 닥쳐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1선과 2선이 탄탄한 진영은 수많은 전술적, 전략적 선택지가 주어지게 마련인 법이니까.

“가자.”

위이이잉.

피난민과 전투원들을 실은 수송선들이 레비테이션 엔진을 가동하고 하늘로 떠올랐다.

적재 공간은 아직 충분하기에 부양과 활공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마하넷의 피난민들까지도 얼마든지 저 안에 태울 수 있는 것이다.

화륵.

그리고 나와 용기사들은 별 불꽃의 날개를 펼쳤다.

우리가 수송선의 주변을 맴돌며 접근하는 방해 요소들을 요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으…….”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힘겨워하는 목소리가 내 귀에 조그맣게 들려왔다.

시끄러운 엔진음과 차폐 효과 때문에 수송선 안쪽에 있는 사람이 낸 목소리는 아니다.

그건 확실히 바깥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

즉, 용기사들 중 한 명이라는 뜻이다.

‘아델?’

나는 곧장 그녀와 감각을 연결해 상태를 확인했다.

“……큭!”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몸 전체에서 강한 통증이 발생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감각 공유를 끊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된 거지?’

난 그 즉시 아델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깨달았다.

방금 느꼈던 통증의 강도로 보아, 그건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그녀라도 견디기 힘들 게 분명했다.

‘……으…… 몸이…… 타들어…… 가는…….’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내게 자신의 증상을 알리기 위해 집중한다는 게 기적이라 느껴질 정도다.

난 곧바로 아델이 있는 위치로 날아가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그러고는 날고 있는 수송선의 선체 위로 올라가 그녀를 눕혔다.

“아델, 왜 그러는 거지?”

“아……으…….”

몸이 뜨겁다.

초고온과 초저온을 넘나드는 에너지를 체내에 머금고 있는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다만 그것이 정말로 물리적인 열은 아니어서 딛고 있는 선체의 외부를 녹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열기라는 뜻이다.

“끄으……아…….”

그녀는 더 이상 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계속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 있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그렇게 답답한 시간만 지나가고 있을 무렵,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가 내 오른쪽 눈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악의로부터의 메시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별의 불꽃이 그녀의 몸속에서 날뛰고 있다.}

‘별의 불꽃이?’

{당장 힘의 방출을 멈추지 않으면 그것이 그녀의 존재를 지워버릴 것이다.}

‘……뭐라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아델의 손발을 들춰보았다.

양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래서 신발을 벗겨 그녀의 발가락을 드러냈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건, 조금 하얗게 변해 있는 오른쪽 엄지발가락.

‘경화 현상……!’

그 범위는 매우 작았지만, 난 그것이 전에 내게도 발생했던 것과 같은 증상임을 한눈에 알아챘다.

불멸자가 아닌 사용자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별의 불꽃.

그 부작용이 아델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 리가 없어.’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이 부작용이 용기사들에게는 절대 나타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으니까.

별의 불꽃은 어디까지나 내 육체를 매개로 발현되는 힘.

용기사들과 이를 공유할 때는 모든 리스크를 내가 부담한다.

아델 외의 다른 용기사들은 전혀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왜지? 왜 아델이 이 리스크를…….’

그런데 지금은 어째선지 아델이 별 불꽃의 부작용을 직접 짊어지고 있다.

마치 처음 이 힘을 얻었을 때의 나처럼 말이다.

‘일단은…… 힘의 공유를 멈추자.’

{별의 불꽃의 전이를 중단한다.}

난 당장 백색 경화 현상을 막기 위해 별 불꽃의 공유를 끊었다.

“으……으으…….”

하지만 여전히 아델은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별의 불꽃의 기운은 여전히 그녀의 몸에 남아 있었다.

마치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별의 불꽃은 그녀의 몸속에 기생하고 있다.

‘젠장…… 어쩔 수 없나?’

결국 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메미.”

-네?

“지금 바로 전원 타카마 시티로 귀환한다.”

-그게 무슨…….

“중대한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알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경로를 바꾸도록 할게요.

아델 때문에 모든 계획을 중단하고 돌아간다.

이건 비단 그녀 하나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나를 따르는 이곳의 모든 인원들이 죽고 사는 운명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다.

아델이 빠져 버리면 아까 전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위험해질 확률이 크게 늘어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여기선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돌아가야만 한다.

* * *

아델은 먼저 부상병들과 함께 유메미의 텔레포테이션 마법으로 타카마 시티에 돌려 보내졌고, 난 그 후에 뒤늦게 도착했다.

“아델은?”

“회복 캡슐에 들어간 상태예요.”

“생명에 지장은 없나?”

“전혀요. 마법적인 증상도 없고, 에테르도 그대로예요.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아델 씨는 완전한 정상이에요. 그래도 일단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회복 캡슐에 넣어 놓기는 했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유메미는 그 미스터리한 증상에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별의 불꽃에 의한 백색 경화는 아직 극히 일부밖에 이뤄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녀에게 나타난 그 극심한 통증.

그건 나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저주 같은 거라도 걸린 걸까요?”

“…….”

그럼에도 난 어떻게든 원인을 알아내야만 했다.

저 현상에 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별의 불꽃도 내 힘이니, 아델에게 나타난 증상도 나만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잠깐만요.”

그런데 그때, 유메미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무언가를 감지한 듯했다.

“왜 그러지?”

“마물들이 접근하고 있어요.”

또다시 공습.

하필 이런 시기에, 계획마저 취소하고 돌아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물 공습까지 시작되었다.

“……하아. 마치 날 놀리기라도 하려는 것 같군.”

물론 그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여태껏 수차례의 공격을 경험한 우리는 이미 체계적인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고, 도시 바깥에서 다가오는 마물쯤은 얼마든지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

{<일반 퀘스트: 악의의 열병>이 발동되었습니다.}

“음?”

이 악랄한 시스템이, 이번엔 다른 때보다 더욱 확실하게 나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내용: 악의의 열병이 이차원에서 마물들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도시 내부’에 임의로 소환되는 마물 출현을 막기 위해, 열병의 근원을 제거하십시오.}

“으아아아악!”

셸터로 이동하는 드워프 주민들 사이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있어선 안 되는, 불가능한 현상이 그곳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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