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82화
{적사자 검식 파생형 ‘흑화륜’ 전개}
콰우우우!
극단적으로 근접한 거리에서 칼날을 억지로 욱여넣듯 몸을 내던진다.
아후라 마즈다는 빛의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아냈지만.
“크…….”
그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 고통에 찬 신음이 튀어나왔다.
검격은 어떻게든 방어하고 있으나 그에 뒤따르는 별 불꽃이 그의 신체를 천천히 손상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조차도 그의 몸을 보호하는 신성 속성의 강력한 기운 덕분에 그 정도였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잿더미로 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역시 저 대악마들로부터 힘을 공유받고 있는 덕분인가.’
나는 아래쪽의 마병을 지휘하는 대악마들을 흘끗 내려다 보았다.
저들에게서 솟아 나오는 힘들이 아후라 마즈다를 강화하고 있다.
별 불꽃의 공유로 서로 힘이 증폭되는 나와 용기사들 사이와 비슷한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 아이러니한 것은, 저 악마들의 어두운 힘이 아후라 마즈다의 신성한 기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서로 상충하는 속성이라 알려진 빛과 어둠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보완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착취라 보는 게 맞으려나.’
물론 더 자세히 뜯어보면, 그 관계는 일방통행, 즉 아후라 마즈다가 저들로부터 힘을 빼앗아 올 뿐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전황을 뒤집으려면 아델의 도움이 필요해.’
뭐가 됐든 지금 내가 아후라 마즈다를 죽이려면 저 대악마들을 아델이 처치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난 그동안 아후라 마즈다의 발목을 계속 붙잡아 두어야 한다.
{적사자 검식 파생형 ‘금강염사’ 전개}
화륵!
나는 흑화륜의 시전을 멈추자마자 다음 공격을 이행했다.
검은 별 불꽃의 사자가 칼날로부터 발현되며 아후라 마즈다를 향해 뛰쳐나갔다.
거리는 바로 코앞.
이건 단순히 검을 들어서 막는 것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공격이다.
아예 피하거나 동등 이상의 화력으로 맞서 상쇄시키는 것뿐이다.
물론 그조차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전자와 후자, 둘 다 극히 제한된 상황이지만 말이다.
“고작 이걸로.”
그런데 아후라 마즈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렸다.
그는 자신의 시야를 가득히 뒤덮으며 달려드는 사자를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손바닥에서 빛무리를 뿜어내 예의 하얀 십자가를 펼쳐냈다.
‘그런 요란하기만 한 권능으로는 안 되지.’
지금 아후라 마즈다가 구사하는 기술 중에선 가장 강력한 화력을 가진 빛의 십자가.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내 공격적인 검술을 정면으로 받아치기 위해선 저걸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넓은 범위를 타격하기 위한 기술이다.
크기가 크고 거대한 만큼 위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기에, 별 불꽃이 응축된 금강염사를 완벽히 막아낼 수는 없다.
설령 어느 정도의 위력을 상쇄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완전히 무효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키이잉!
손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십자가가 한순간 작게 응축되더니.
투쾅!
아후라 마즈다는 왼손으로 그것의 아래쪽을 쥐고 마치 망치처럼 휘둘러 금강염사의 이마를 내리찍었다.
십자가의 타점에서 발생한 폭발적인 압력은 별 불꽃의 사자를 사정없이 찢어발겼고,
그 후폭풍은 검을 휘두른 나에게까지 미쳤다.
“흡!”
일방적인 공격 상황이라 믿으며 방심하고 있던 나는, 그 파동에 덮쳐져 뒤로 크게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찰나의 순간 검을 치켜들어 어느 정도는 받아냈다는 것.
거기에 파동의 힘이 금강염사를 상쇄시키느라 소모된 덕에 그리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광범위하게 퍼지는 힘을 일점에 집중시켜서 막아냈다……. 근접전에도 밀리지 않을 거란 자신감을 내비친 건 저것 때문이었나.’
나는 초근접전에서만큼은 아후라 마즈다에 대해 절대적인 우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저 녀석이 사용하는 권능과 기술의 형태를 보면, 원거리 포격과 사격 위주였기 때문이다.
물론 저 오른손의 빛의 검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저 내게 대응하기 위한 임시 방편용 도구 정도였을 뿐.
저걸로 어떤 기술을 사용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키잉!
아후라 마즈다는 왼손의 십자가와 오른손의 검을 사용해 자신만의 검술을 구사하고 있다.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오롯이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만 만들어낸 듯한 근접 기술.
투확!
검으로 십자가를 긁으면서 동시에 참격을 내지른다.
마치 발도술과 같은 모양새로, 십자가의 압도적인 위력을 일점에 집중시켜 칼끝에서 방출시키고 있다.
쩌렁!
보이지 않는 투사체가 공기를 가르며 천둥소리와 함께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몸을 틀지 않았으면 그대로 육신이 찢겨 나갔을 법한 강공.
대신 오른쪽 별 불꽃의 날개가 그 투사체에 걸려 흐트러져 버렸다.
물론 날개는 그저 다시 형성시키는 것으로 금세 복구할 수 있었으나.
‘별 불꽃을 소멸시켰다?’
그 투사체는 평범한 물리적 에너지를 수반한 공격이 아니었다.
불꽃으로 이뤄진 날개를 흐트러뜨리면서 통과한 게 아니라, 아예 닿은 부분 전체를 완전히 사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건가.’
대악마들과 힘을 공유했을 때부터 쉬운 싸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 예상은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근접전을 유도하면 전투 자체는 내게 우위가 주어질 거라 판단했건만.
아후라 마즈다는 그리 쉽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아까 전의 그 자신감은 어디 있지?”
키잉!
또다시 검으로 십자가를 긁으며 내게 다가온다.
이번엔 아까처럼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하는 대신, 칼날에 계속 유지한 채로 휘두르고 있다.
난 거기에 대응해 파슈파타를 휘둘렀지만.
파앙!
{파슈파타 소환 해제}
‘이런!’
경쾌한 소리와 함께 검이 가루로 변하며 소멸되었다.
덕분에 난 아후라 마즈다의 검을 맨손으로 받아내야 했다.
투콱!
본능적으로 들어 올린 팔뚝으로 칼날이 파고든다.
흑청색의 별 불꽃으로 팔을 최대한 단단하게 강화했지만, 그런 것이 다 무용이라는 듯, 빛의 검은 어떠한 저항도 없이 베고 지나갈 뿐이었다.
저 십자가의 에너지가 별 불꽃을 무효화시키고, 사실상 맨살이나 다름없는 내 팔을 잘라낸 것이다.
{손상된 신체를 수복한다.}
다행히 별 불꽃에 내재된 환란의 빙정 덕에 잃은 육체는 금세 재생시킬 수 있었다.
{마검 파슈파타 소환}
파슈파타 역시 영구적으로 손상된 것은 아니기에 금방 다시 꺼내기만 하면 되었다.
문제는 이다음.
‘저 십자가의 힘에 맞부딪히면 안 된다. ……근접전의 성립 근간을 뿌리째 뽑혀버렸다.’
이제부터 난 아후라 마즈다와 검을 맞대지 않고서 검으로 근접전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했다간 방금처럼 또다시 팔을 베여버릴 테니까.
물론 난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부활하면 그만이지만.
길가메시의 불사의 능력 특성상 죽음과 부활 사이에는 꽤 긴 간격이 존재한다.
그사이에 아후라 마즈다는 이 세상을 마음껏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터.
그러면 난 사실상 이 전투에서 패배한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아델…… 조금만 더 빨리……!’
그러니 지금부터는 놈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걸 최대한 피한 채, 아델이 대악마를 잡아내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놈이 원거리 권능을 구사할 틈을 주지 않는 거리에서, 검을 맞대지 않는 근접전으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에 뛰어드는 셈이었다.
“갑자기 겁쟁이가 된 건가? 피하기만 하는군.”
키잉! 쉬쉬쉭!
아후라 마즈다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과감하게 내 쪽으로 파고들었다.
별다른 기술을 구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응축된 십자가의 힘을 머금은 저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놈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사용해서.’
나는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아후라 마즈다는 추격해오기를 멈추고, 왼손에 쥔 십자가를 내 쪽으로 던졌다.
쐐애액!
그것은 마치 염력으로 조종되는 것처럼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나를 쫓아왔다.
“이걸 바랐던 건가?”
아후라 마즈다는 나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비웃었다.
근접전이 더 유리할 거라며 다가오더니, 정작 그 말을 한 내가 그걸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원거리전에 돌입해 버린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완전히 물러난 게 아니었다.
“아쉽게도,”
{사냥개자리 야차 소환}
화르륵!
어딘가에서 소환된 날개 달린 늑대들이 아후라 마즈다의 후방에서 나타나 그의 뒤를 덮쳤다.
“그렇지는 않아.”
십자가를 조작해 나를 맞추는 데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덮쳐 온 야차들을 보고 당황했다.
“어느새……?”
야차들이 소환된 지점은 다름 아닌 지상에 있는 용기사.
그 용기사는 소환 중심점이 되어, 나 대신 야차를 불러내는 통로가 되었다.
그건 저들과 별 불꽃을 공유하기에 가능한 테크닉이었다.
“큭, 이따위 조잡한 기술로!”
그는 오른손의 검으로 사방에서 덮쳐 오는 야차들을 쳐냈다.
당연히 검에 실린 위력은 여전했기에, 야차들은 그저 스치는 것만으로도 소멸되었지만.
{달 그림자 검식 파생형 ‘현월’ 전개}
쉬익!
그런 작은 행동들이 내게는 숨통이 트이는 거대한 빈틈이 되어주었다.
나는 파슈파타를 휘둘러 초승달 검기를 내던지며 아후라 마즈다를 압박해 나갔다.
“젠장!”
상황은 다시 반전.
공세는 내 쪽으로 돌아와 있다.
아후라 마즈다는 귀찮게 덤벼드는 야차들과 동시에 내 검기를 쳐내는 데에 온 정신을 쏟는 중이다.
이대로 놈이 조금만 더 큰 빈틈을 보인다면, 난 그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됐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그리 머지않은 순간에 다가왔다.
{유결부 파라슈가 아델에게 전이된다.}
영혼을 베는 도끼가 마침내 아델에게로 넘어가고.
{푸르푸르를 처형한다.}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익숙한 이름.
과거 나를 곁에서 보좌하며 신들과의 전쟁을 도왔던 대악마 중 하나.
그 녀석이 파라슈에 의해 영멸되었다는 증거가, 바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음……?”
그와 동시에 아후라 마즈다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거기서 다시, 채 몇 초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르무르를 처형한다.}
또 하나의 대악마가 영멸되었다.
내 신기를 가져간 아델이 순식간에 대악마 둘을 베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설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아후라 마즈다.
놈의 힘은 아까 전보다 눈에 띄는 수준으로 약화된 상태였다.
쏟아지는 야차와 현월 공세를 받아치는 반응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게 눈에 보였다.
“잘 가라.”
{달 그림자 검식 파생형 ‘용격 만월청영’ 전개}
난 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선 칼끝으로 둥근 달을 그렸다.
다음으로 공격이 들어올 것이 빤히 보일 정도로 커다란 예고 동작.
아후라 마즈다는 곧장 뒤로 물러나며 내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만월청영은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기술이었기에, 그런 동작은 모두 무의미했다.
피잉!
“아…….”
순식간에 아후라 마즈다의 상·하반신이 둘로 갈라졌다.
선혈조차 흩뿌려지지 않을 정도로 예리한 참격.
거기에 용격이 더해져 극한까지 끌어 올려진 공격력은 아후라 마즈다가 휘감고 있는 빛의 보호마저도 무효화시켰다.
“앙그라 마이뉴…….”
그의 상반신은 추락하면서, 공포와 증오심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난 그런 그를 향해.
{유결부 파라슈 소환}
쐐애액! 투콱!
사정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신을 죽이는 도끼날은 그의 몸에 담긴 영혼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