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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81화 (28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81화

별 불꽃을 두른 용기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들이 타고 있던 와이번들은 흑청색 화염으로 화해 있었다.

“끝장을 봐야지. 어딜 가려고?”

용기사들과 별의 불꽃을 공유하며 증폭된 힘은, 거의 동등에 가까워졌던 아후라 마즈다와의 힘의 격차를 다시 한번 뛰어넘게 해주었다.

난 오른손으로 그 녀석의 목을 붙잡고 왼손에 쥐고 있던 파라슈를 휘둘렀다.

이것이 적중하면 그대로 끝.

파앗!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당할 녀석은 아니었다.

아후라 마즈다는 그대로 빛무리로 변화하며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쯧. 귀찮게 됐군.”

그는 공중에서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혀를 찼다.

저 녀석, 도망치지 않고 나와 맞설 생각인 모양이다.

‘잘하면 여기서 놈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놈의 오만함이 명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솔직히 나도 처음부터 이런 전개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당초의 목적은 인드라닉스를 구원해 생존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

아후라 마즈다에게 한 방 먹이는 건 어디까지나 덤이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자들 간의 싸움에서 한쪽이 마음먹고 내빼려면 얼마든지 내뺄 수 있을 테니까.

난 그 사이의 간격을 파고들어 놈과 놈의 군대에 타격을 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용기사들과의 별 불꽃 공명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힘을 부여해 주었고, 심지어 아후라 마즈다도 이 싸움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잘만 하면 이 자리에서 놈을 처치하는,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싸움이군.”

그렇게 내게 대적하려던 아후라 마즈다는, 난데없이 자신의 처지에 불평을 늘어놓았다.

“넌 날 죽일 수 있지만 난 널 죽일 수 없으니 말이야.”

“그게 지금까지 필멸자들이 너희에게 느꼈던 감정이다.”

“필멸자들이? 그들은 우릴 싸워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아. 모시고 숭배할 대상으로 볼 뿐이지.”

“웃기고 있네. 누구 멋대로 너희 같은 찌질이들을 숭배의 대상이라고 정했는데?”

“정한 적은 없다. 단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타고났을 뿐. 결국 필멸자들도 다 자기 좋자고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신의 가호를 받으면 이득이니까.”

“아, 그래?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을 순종적으로 따를 거였으면 너도 ‘혼돈’이 시키는 말 좀 열심히 듣지 그랬어?”

아후라 마즈다는 혼돈에 대항해 구세대 신들이 물러나게 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던 신들 중 하나라고 들었다.

물론 가장 큰 활약을 펼친 건 시바였겠지만.

“…….”

“본인은 운명의 노예가 되기 싫어서 세상을 뒤집어 놓고는, 다른 이들은 노예로 만들어도 된다? 내로남불 좀 적당히 해.”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것 같군. 그게 얼마나 암울한 시대였는지 구구절절 설명해 봐야 네놈은 이해하지도 못하겠지.”

“네가 신으로 군림하던 그 시대도 엄청나게 암울했다는 거, 설명해도 모를 거야, 엉?”

“문답무용.”

피잉!

아후라 마즈다가 파를 휘저어 손바닥을 아래로 했다.

그러자 상공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머금은 거대한 십자가가 형성되더니, 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놈이 보이던 약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만큼 강력한 위력이 내재된 광범위한 권능.

주변의 도시가 파괴되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와 내 주변에 떠 있는 용기사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키기 위한 공격이다.

범위도 범위지만, 파괴력이 압도적이었다.

‘어느 틈에…….’

아후라 마즈다가 갑자기 저런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게 된 것은, 그 사이 나처럼 다른 아군들로부터 힘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하얀 늑대인 펜리르와 저 수많은 마병들을 인페르노의 대악마 십여 명이 그와 연결되어 있었다.

‘저것들부터 없애야겠군.’

이런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당연히 상대가 가진 전력을 최대한 깎아 먹는 식으로 싸워야 할 터.

화악!

나와 아군들은 별 불꽃으로 화하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 그 하얀 십자가를 피했다.

저런 큰 공격에 굳이 힘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 근방에는 더 이상 생존자가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파앙!

위압감을 한껏 뿜어대며 지상으로 낙하하던 십자가가 바닥에 닿자마자, 경쾌한 소리를 내며 하얀 빛무리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십자가 모양 그대로, 지면에 세워져 있던 모든 건물과 도로가 통째로 사라졌다.

닿는 모든 물질들을 흩어지는 빛무리로 만드는, 소멸 공격이었던 모양.

쉬이익!

“넌 여전히 크고 요란하기만 한 권능만 사용하는군.”

난 그런 화려한 공격이 펼쳐지는 와중에 아후라 마즈다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검 파슈파타 소환}

파앙!

그의 손에서 펼쳐진 빛무리가 검으로 변해 내 파슈파타를 막았다.

원래는 저것 역시 닿는 물질들을 순식간에 분해시키는 검이겠지만, 파슈파타에겐 그런 기믹이 통하지 않았다.

“근접전으로는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지. 난 너랑은 다르게 직접 몸을 굴리는 타입이거든.”

파캉! 파앙!

나와 아후라 마즈다는 그걸로 일기토에 돌입했다.

물론 보통의 일기토와는 다르게, 여기선 주변의 전투가 멈추지 않는다.

아델을 비롯한 용기사들이 아후라 마즈다에게 힘을 지원하는 대악마들과 맞섰기 때문이다.

수적으로는 불리하지만, 별 불꽃을 머금은 그들이라면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델. 네게 맡긴다.’

‘걱정 마십시오.’

오히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건 나보다는 아델.

내가 아후라 마즈다를 붙잡아 놓고 있는 사이, 용기사들 중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그녀가 최대한 빠르게 대악마들을 하나씩 커트해 줘야 한다.

최강자인 나에 대한 경계가 높은 것은 빤한 일이니 말이다.

내 손으로 직접 저들 대악마들을 잡으려 든다면, 당연히 아후라 마즈다는 협동 공격으로 날 막으려 하겠지.

그러면 전투의 흐름은 머릿수가 더 많은 저 녀석의 뜻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2인자인 아델이 히든카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녀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은 대악마들을 처리해 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이 난다.

이 전장의 판도는 그녀의 손에 달린 것이다.

* * *

아델은 유신우의 생각을 모두 읽었다.

직접 말로 전해 듣지 않아도 그가 생각하는 전술이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녀는 이미 예전부터 유신우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가장 약한…… 아니, 빠르게 처치할 수 있는 상대부터 차근차근.’

아델은 복잡한 전장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목표로 해야 할 대악마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모두 다 마물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는 존재에, 들고 있는 무기나 구사하는 기술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적합한 사냥감을 골라야 한다.

‘찾았다.’

그렇게 전장을 가로지르던 그녀가 주목한 대상은 각자 반대쪽 손에 검을 한 자루씩 쥐고 있는 두 명의 대악마.

무르무르와 푸르푸르였다.

제각기 다른 특징적인 신체 조건이나 독특한 무기를 쥐고 있는 여타 대악마들과는 달리.

그 둘은 등 뒤의 날개를 제외하고는 각각 한 자루씩 검을 쥐고 있다는 것 외엔 큰 특징이 없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게 검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도 높았다.

특히나 각각 왼손, 오른손에 한 자루씩 쥐고 있는 것을 보면 둘이서 까다로운 연계를 펼칠 게 빤히 눈에 보이는 상대였다.

“내가 저 둘을 맡겠다. 모두 백업 부탁해.”

-혼자서 둘을 동시에 말씀이십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상대라서 그런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델이 그 둘을 고른 건 유신우의 바람대로 가장 빠르게 커트하는 게 가능한 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검을 든 이상…… 내 제물이다.’

아델은 스스로가 검에 통달한 만큼, 적이 휘두르는 검을 읽는 능력도 뛰어났다.

과감하게 상대의 품 안에 파고드는 공격적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

그렇기에 겉보기엔 까다로워 보이지만, 가장 자신 있는 영역에서 싸울 수 있는 두 악마를 선택한 것이다.

{적사자 검식 파생형 ‘흑화륜’ 전개}

콰우우우!

아델은 곧바로 몸을 날려 회전시키며 칼끝에 흑청염(黑靑炎)을 휘감고서 두 악마의 사이에 파고들었다.

탓!

푸르푸르와 무르무르는 각자 날개를 펼쳐 양쪽으로 흩어지며 아델의 돌진을 회피.

곧장 각자가 손에 든 검으로 상하를 노리며 동시에 교차하는 참격을 펼쳤다.

쉬익!

아델은 제자리에서 뛰어 몸을 회전시키고는, 두 참격이 교차하는 그 사이의 좁은 공간에 몸을 밀어 넣었다.

결국 두 악마의 검은 아델의 위와 아래의 공기만을 가르는 데 그쳤다.

그렇게 서로의 첫 일격이 무산된 채, 세 검사는 대치 상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네가 이 시대의 앙그라 마이뉴를 보좌하는 새로운 보좌관인 모양이군.”

푸르푸르가 아델을 보며 경계심을 높였다.

과거 악마들이 하계를 침공했던 당시, 자신이 맡았던 역할을 다른 자가 하는 것을 보며 새삼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검 실력이 꽤 좋은 걸 보니 왜인지는 알겠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군. 이제 인간이 설 자리는 없는데.”

“없긴 왜 없어? 마인이 되면 되는데.”

“아, 그럴 수도 있겠군. 의지는 사라지겠지만 저 강한 육체에 담긴 힘은 그대로일 테니까.”

푸르푸르와 무르무르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아델을 한껏 조롱했다.

물론 정작 아델은 그런 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말이다.

‘찌르기…… 하반신을 노린다.’

그녀는 검을 고쳐 잡고 가슴 쪽으로 당긴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튀어 나가며 오른쪽의 푸르푸르를 향해 뛰어들었다.

파앙!

강하게 땅을 박차고 돌진해 들어가는 찌르기.

“합!”

카앙!

그녀의 칼끝은 푸르푸르의 허벅지에 닿기 직전, 그가 칼을 내리며 쳐내는 패링(parrying)에 의해 아래쪽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푸르푸르는 그대로 칼을 내린 자세에서 위로 휘두르며 아델에게 카운터를 날렸다.

쉬이이익!

투콱! 쿠르릉!

심플한 사선 올려 베기지만, 참격에 담겨 있는 검압은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 수십 채를 통째로 베어내기에 충분할 정도.

아델은 비스듬히 몸을 틀며 그것을 간신히 피해냈다.

“어딜!”

물론 적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쐐액!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르무르가 그녀의 뒤에서 검기를 날려 추격타를 가했다.

아델은 이미 몸이 꺾여 있는 거나 다름없는 자세였기에,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타앗!

그래서 아예 땅을 박차고 앞으로 몸을 날려 구르는 회피를 취했다.

“호오!”

두 대악마는 기예에 가까운 몸놀림을 보이는 아델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는 상, 하체의 밸런스를 중시하며 최대한 무게 중심을 낮추는 일반적인 검사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앙!

그러고는 다시 구른 자리에서 땅을 박차고 튕겨 나가듯 돌진하고.

카앙!

다시 한번 푸르푸르의 허벅지를 노리는 찌르기를 내던졌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동작의 패링에 막혔다.

“다리를 노려서 움직임을 늦춘 다음 상대하려고? 네 전술은 다 읽혔어!”

푸르푸르 역시 아델에게 쉽사리 유효타를 내주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대악마라지만 별의 불꽃을 두르고 달려드는 검사에게 허벅지를 찔리는 건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찌르기는 아니지만, 찔리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했다.

‘허벅지를 파고든 칼끝에서 불꽃을 터뜨려 다리를 절단하려는 거겠지!’

파앙! 파파팡!

그래서 푸르푸르는 조금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녀의 공격을 착실히 막아냈다.

한 번 막힌 후에 연달아 치고 들어오는 찌르기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는 차근차근 패링을 해냈다.

다리로 찔러 들어오는 공격은 중단에서 칼끝을 내리기만 하는 것으로 막아내기에 충분.

그리고 이어서 펼쳐지는 푸르푸르와 무르무르의 카운터는, 아델이 온몸을 비틀지 않으면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난해했다.

‘이 여자도 인간인 이상 지칠 수밖에 없다……. 공방이 이어지면 우리의 승리!’

힘을 공유하는 부하가 죽었을 때 불리해지는 건 유신우나 아후라 마즈다나 마찬가지다.

상대의 전력을 깎아 먹어서 승리를 취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악마들도 똑같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유신우 측의 2인자로 보이는 아델을 이 자리에서 죽이면 더욱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파앙!

“이제 그 공격은 안 먹힌다!”

푸르푸르는 다시 한번 치고 들어오는 아델을 향해 미리 검을 내리며 패링을 시도했다.

그와 동시에 무르무르 역시 거의 예측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선공을 시작.

아델의 움직임은 완전히 읽혔고, 반 박자 빠른 카운터로 완전히 끝장내기에 충분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후웅.

“……어?”

이번에 달려든 아델은 푸르푸르의 허벅지를 찌르지 않았다.

덕분에 푸르푸르가 패링을 위해 내민 칼은 허공을 가를 뿐.

아델의 돌진에 거의 기계적으로 반응하다시피 하던 그는, 여태껏 쌓아 온 그녀의 빌드업에 당하고 말았다.

{적사자 검식 파생형 ‘신기일섬’ 전개}

막는 것보다 쳐내는 것으로 대응해야 하는 찌르기를 연달아 내던져 하단 패링에 익숙해지게 만든 후.

“……죽는다!”

가드가 내려간 적에게 갑작스러운 상단 베기를 내던지는, 아델의 변칙적 공격에.

그대로 목을 내주고야 말았다.

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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