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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76화 (27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76화

근처 지정 지점에서 부활한 나는 곧장 다시 던전으로 되돌아갔다.

파괴된 터 위에는 어느샌가 대량의 마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던전을 점유하고 있던 아후라 마즈다 측 인원들이 사라지면서, 쫓겨났던 마물들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이 땅 자체가 마물을 끌어들이는 건가.’

강한 마력이 땅속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아래에 묻힌 거울 아티팩트 때문이겠지.

마물들은 거기에 이끌려 이곳으로 몰려든 것일 테고.

프리드웬이 묻혀 있던 땅도 용암 계곡과 와이번 서식지로 덮여 있던 걸 보면, 오랜 기간 신물이 묻힌 땅은 꽤나 큰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사냥개자리 야차 소환}

아무튼 난 야차들을 소환해 그 마물들을 정리하고, 땅속으로 들어갔다.

화륵!

그렇게 거침없이 마물들을 불태우며 흙과 바위를 파고 들어간 끝에, 내 손에 조그만 금속 물질이 닿는 게 느껴졌다.

천지가 개벽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홀로 외롭게 파묻혀 있던, 야드가르를 가둬 놓은 봉인구.

{<에린의 동경(銅鏡)>을 습득했습니다.}

옹구스가 제작한 청동거울을 마침내 얻어낸 것이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여태껏 찾지 못하고 있었다니.’

위치만 알았다면 처음 세계 통합이 이뤄져 동 대륙으로 건너온 바로 그 날, 그때 이미 발견할 수도 있었던 물건이다.

그걸 무려 3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이제야 찾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위치를 알려면 옹구스와 접촉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주 먼 거리를 빙 둘러서 겨우 여기까지 왔다.

‘이제 다시 야드가르를 만날 수 있다.’

내게 남은 이 세상 마지막 혈육.

내 머릿속은 곧장 이걸 가지고 옹구스에게 돌아가 야드가르를 봉인에서 풀어줄 생각으로 가득 찼다.

당장 타카마 시티에 있는 동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화악!

별 불꽃의 날개를 펼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 * *

“주석 각하. 말씀하신 차량을 준비했습니다.”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의 집무실.

라르스는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 안에서, 곤륜공사의 최고 권력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

라르스는 담딘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뚫려 있는 한쪽 벽면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한바탕 대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그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한 곳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각하?”

“……담딘.”

“예?”

“그동안 수고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치 곧 영영 떠나기라도 하시려는 것처럼.”

“앞으로도 잘해 달라는 뜻이다.”

담딘은 라르스의 수상한 태도에 불안감을 느꼈다.

“각하, 이제 우리는 부흥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혹여라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계신 건 아닌지…….”

“엉뚱한 생각? 하하. 뭘 상상하고 있는 건가? 내가 죽기라도 할까 봐?”

“그럼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스윽.

라르스는 그에게 권총을 건네줬다.

거기엔 화려한 금장식이 각인되어 있었다.

곤륜공사에서 주석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징물.

그것을 담딘에게 준 것이다.

“……전 받지 않겠습니다.”

담딘은 말과 행동이 반대인 라르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건 누가 봐도 그런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받아. 잠깐 양도하는 것뿐이니까.”

“잠깐……?”

“죽으러 가는 게 아니다. 그저 잠시 동안 자리를 비우는 거야.”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말씀이십니까?”

“지금밖에 안 되는 일이다.”

“……하아.”

담딘은 완고한 라르스의 태도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권총을 건네받았다.

“……그래서 어딜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대략이라도 말씀은 해주시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건 말할 수 없어.”

“어째서입니까?”

“입 밖으로 꺼내면 무용지물이 되거든.”

“그게 대체…….”

“북쪽 끝이라고만 해두지.”

라르스는 추상적인 단서만을 말했다.

그 이름을 직접 입에 담는 것은 금기.

하지만 혹여 정말로 자력으로는 돌아오지 못하는 때가 있을지도 몰라, 최소한의 힌트는 남겼다.

라르스가 돌아오지 못함은 곧 곤륜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런 최악의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언질을 해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는 담딘을 남겨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준비해 둔 비행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수나 수행원도 없이 혼자였다.

‘그놈들로부터 아군을 지키기 위해선…… 방법은 이것뿐이다.’

라르스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도시 전체를 한순간에 유령 지대로 만들어버린 유메미.

갑자기 압도적인 힘을 얻어 자신을 완벽하게 제압해 버린 유신우.

그리고 마지막엔 하얀 날개를 펼치며 나타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아후라 마즈다.

모두 다 인간들이었다.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곳’에서 무력을 쌓아와 싸움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건만.

인간들은 벌써 그런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위치까지 닿아 있었다.

순수한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넘어서기는커녕 발끝조차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큰 격차가 나 있는 것이다.

‘내게 남은 마지막 동료들. 절대 잃지 않는다.’

종족은 다르지만 15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해온 트롤들이다.

라르스는 그들을 자신의 동족인 오크와 동일시하며,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겼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설령 공허에 영혼이 속박되는 한이 있더라도.’

* * *

터벅. 터벅.

라르스는 황무지를 가로질러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담딘이 준비해 두었던 비행 차량은 진작 버렸다.

도시 바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척박했기 때문이다.

개체 수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하나하나의 능력까지 상승한 마물들 사이로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

그래서 결국 너덜너덜해진 차량은 버리고 직접 두 발로 걸어야만 했다.

쿡.

“으으…….”

라르스는 허벅지에 주사기를 꽂았다.

붉은 재생액이 혈관으로 주입되며 그의 떨어진 생명력을 회복해 주었다.

‘그놈들은 이런 환경에서 잘도 돌아다녔군.’

그는 곤륜공사 앞에서 유신우와 처음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그의 정체를 정확하게 모르던 시기,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을 도와 마물들을 물리쳤던 그에게 큰 호감을 느꼈다.

결국은 다시 불구대천의 원수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아무튼 그 당시에 그 세 사람은 어떠한 특수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타카마 시티에서 그 먼 거리를 이동해 왔다.

그것이 라르스에게는 적이지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 것이다.

‘……이런 위협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 생각을 떠올리자 다시금 전의가 불타올랐다.

적도 해냈는데 자신이 못할 게 무엇인가.

꽈악.

그는 손에 쥔 도낏자루를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터엉!

그리고 땅을 박차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쉬지 않고 전투와 이동을 반복한 결과 이젠 다리가 떨어질 것처럼 저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버텼다.

조금만 더 가면 ‘그곳’에 도착할 것을 알고 있기에.

“……허억…… 허억.”

그렇게 반나절을 더 달려, 해가 저물어갈 때쯤.

“……오랜만이다.”

라르스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신계 발할라로 이어지는 통로, 비프로스트에.

“내가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군.”

눈 내리는 북쪽 절벽,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라르스는 알고 있었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가 이곳에 존재함을 말이다.

“……절대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는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이 너머 영역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유신우에 의해 원치 않게 갇혀버린 후, 100년의 세월을 보낸 그곳.

원래는 자신의 수호령인 토르를 더 강하게 만들 목적으로 신계 발할라로 가려고 했었으나.

막상 진입한 직후 갑자기 나타난 유신우에 의해 수호령을 잃고 말았다.

그 상태로 시나리오 차원에 갇혀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비프로스트를 열고 저 너머의 타 차원계까지 넘어갈 수 있었다.

오늘, 바로 그곳에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이젠 이것밖엔 방법이 없어.’

라르스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절벽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용자 적합판정 완료}

{비프로스트에 진입하시겠습니까?}

“그래.”

스르륵.

라르스가 답하는 순간, 그의 몸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검은 공간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고 조용하게.

눈 깜짝할 사이, 그는 ‘통로’로 진입했다.

* * *

쿠구궁. 쿠궁.

세계가 무너진다.

차원과 차원의 끝을 잇는 거대한 다리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온통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위로 몸이 이리저리 비틀린 마물들도 걸어 다니고 있다.

비프로스트는 현재진행형으로 붕괴하고 있었다.

‘저번보다 더 심각해졌군.’

새까맣게 별이 빛나는 우주 가운데에서 무지갯빛으로 번쩍이며 떠 있는 비프로스트는, 본래 다른 차원의 신들도 감탄할 만큼 신묘하고 아름다운 다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

물론 라르스도 그 과거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비프로스트의 붕괴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으니까.

다만 상태가 15년 전 그가 건너왔을 때보다도 더 심각해졌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늘어난 마물의 숫자를 보니, 어쩌면 하계에 발생한 마물 개체 수 폭발과도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촤아악!

라르스는 도끼를 휘둘러 마물들을 베어내며 다리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쿡.

붉은색, 푸른색 액체가 든 주사기를 꺼내 허벅지에 주입해 가며, 생명력과 마력을 강제로 회복 및 증폭시키면서 움직였다.

이 주사제는 효과가 좋은 만큼 단기간에 많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만 돌파하면 이제 더 이상 ‘현재 자신의 힘으로’ 싸울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다……. 속도를 끌어올린다!’

그래서 라르스는 몸이 상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더욱 과감하게 약물을 써댔다.

챙겨 온 것들을 아낌없이 써서, 어떻게든 끝까지 닿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쉬익!

한참을 그렇게 나아가던 도중, 날카로운 검격이 뒤에서 엄습해 옴을 느꼈다.

카앙!

라르스는 오로지 감각만으로 자루를 뒤로 젖혀 참격을 막아내고, 이어서 몸을 돌려 도끼날을 크게 휘둘렀다.

콰우웅!

전력을 다한 회전 베기에 강한 풍압이 걸려 마력의 파도가 부채꼴로 퍼져 나갔다.

범위 내에 있는 마물들은 그 일격에 한꺼번에 죽어 나갔지만, 정작 자신을 공격한 개체는 그곳에 없었다.

라르스는 상대가 위로 회피했음을 알고서 고개를 들며 도끼를 수직으로 세워 위쪽으로 휘둘렀다.

“유신우!”

그곳엔 한 손에 검을 들고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하며 움직이는 유신우가 있었다.

“죽어라!”

콰앙!

라르스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전력을 다한 일격을 내질렀다.

그 힘이 어찌나 셌던지, 딛고 서 있던 비프로스트의 다리가 조금 부서져 나갈 정도였다.

신들의 전쟁에서도 절대 파괴되지 않은 다리를, 각력만으로 손상시킨 것이다.

털썩.

그 일격을 피하지 못한 유신우는 결국 두 동강이 나 바닥에 떨어졌다.

“허억…… 헉…….”

라르스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떨어진 유신우의 시체를 확인했다.

자세히 보니, 유신우인 줄 알았던 그것은 몸이 갑각으로 둘러싸인 인간형 마물이었다.

으적.

“……반드시…… 죽인다.”

라르스는 그것의 머리통을 밟아 으깨며 지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그는 비프로스트가 연결된 차원의 끄트머리에 도착했고.

그는 신계 발할라를 향해, 아니, 원래 신계 발할라가 있었어야 할 땅에 발을 내디뎠다.

“오랜만이군. ……이 기분 나쁜 장소.”

물컹.

어둠으로 휩싸인 암흑천지.

발아래에 물컹거리는 고름이 느껴졌다.

소름 끼치는 감촉이었지만, 라르스는 그게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갔다.

그러다 어느 곳에 이르러.

그는 자신이 밟고 선 땅을 향해 말했다.

“이미르.”

신들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쫓겨나 격리되어 있던 구세대 오크 신, 이미르.

앙그라 마이뉴에 의해 발할라와 아스가르드가 붕괴되어, 그 아래의 긴눙가가프가 드러남으로써 그는 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연히 이곳까지 도달한 현생의 필멸자, 라르스와 말이다.

“네게 계약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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