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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73화 (27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73화

시나리오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온 순간 나를 기다리는 건 머리 위에서 내리찍어 오는 거대한 빛의 원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아냈지만.

팡!

쿠구구궁!

타점으로부터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몸 전체에 극도의 압력이 가해졌다.

‘나를 가두려는 건가.’

이 공격을 행한 자는 당연히 아후라 마즈다.

빛의 원은 이내 중심이 오목한 형태로 휘기 시작하더니, 내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마치 둥근 천으로 내 몸 전체를 감싸려는 것 같았다.

‘내가 하비에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발상이군.’

하비는 몇 번이고 죽어도 다시 살아났다.

앙그라 마이뉴의 오른쪽 눈으로도 그의 영혼을 봉쇄할 수 없었으며, 죽음은 곧 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가 죽지 않도록 살아있는 채로 봉인해 두는 방법을 써야만 했던 것이다.

바로 그 하비로부터 내가 불사의 능력을 얻었다는 건 자명한 사실.

그걸 알고 있는 아후라 마즈다는 현실로 복귀한 나를 이 장소에 묶어버린다는 생각을 했겠지.

심지어 다른 장소에서 부활 위치를 지정할 기회조차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으니.

‘죽음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그럼에도 내게 승산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비와 내겐 단 한 가지, 쌓아온 무의 업이 차원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날 죽일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더 이상 죽음은 내게 어떠한 제약도 되지 않는다.

그 말인즉, 지금껏 내가 죽음이 두려워 사용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마검 <파슈파타> 소환}

완전히 형체가 없어진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쥔다.

파삭.

우반신을 뒤덮은 하얀 경화는 반대편까지 뻗어 나가 왼손 약지마저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기엔 나머지 네 손가락만으로도 충분.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금강염사’ 전개}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흑화륜’ 전개}

{<달 그림자 검식> 파생형 ‘용격 만월청영’ 전개}

그동안 스스로의 생명력을 깎아 먹는다는 제약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던 용격을 마음껏 펼쳤다.

이걸 전부 사용하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다시 살아나면 되니까.

피잉.

별 불꽃으로 강화된 거대한 사자와 용염의 차륜, 그리고 원월을 가르는 일단검을 한 호흡에 내지른다.

단 하나라도 적중하는 순간 도시 하나를 통째로 소멸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의 기술.

물론 지금은 범위를 늘리기 보다는 일점에 집중하는 형식이긴 했지만.

이 세 가지가 겹쳐져서 일으키는 연쇄 증폭이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는 나도 모른다.

이렇게 한꺼번에 두 가지 기술을 동시에 내지르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용격과 용격 사이에 몸을 회복할 텀이 필요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죽으면 그만이므로.

터엉!

좁은 공간에서 아후라 마즈다의 백색 봉인원과 내 흑청색 삼연격이 맞부딪혔다.

귓가에 들리는 한 번의 간결한 충격음.

그리고.

쩌저저저정! 쿠구궁!

곧이어 섬광에 뒤따르는 고막을 찢을 기세의 연쇄 폭음이 사방을 뒤덮었다.

벽이 허물어지고 구조물이 무너진다.

지반이 뒤틀리고 땅이 하늘로 떠오른다.

지하에서 맞부딪힌 두 힘이 곤륜공사를 지탱하고 선 토대 기반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난 그걸로 의식을 잃었다.

{현재 위치를 부활 위치로 지정한다.}

* * *

쿠구구궁.

귓전을 때리는 소음.

그 소음을 일으킨 원인인 진동이 온몸을 강타한다.

감각은 생생하다.

그러나 앞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난 건가?’

손발이 움직이고, 피부에 느껴지는 감각도 선명하다.

입안에 가득 찬 흙 맛이 씁쓸하지만, 그게 나의 생존을 더 확실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군.’

물론 죽었다 살아나는 게 완전히 처음은 아니다.

난 과거의 신화시대 때도 이미 불멸자가 된 적이 있었으니까.

다만 그때와 지금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기는 했다.

‘역시, 하비와 완전히 같은 방식이야.’

그 당시 신들의 부활 방식은 죽은 직후 영체 상태가 되어 곧바로 원하는 지점에서 육신을 재생하는 게 가능했다.

그야말로 어떠한 제약조차 없는 완벽한 형태의 부활 방식.

하지만 하비는 그게 아니라 사전에 미리 지정해 둔 장소에서만 부활할 수 있었고.

또한 죽고 나서 곧바로 되살아나는 게 아닌, 부활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즉, 그 녀석과 똑같은 형태로 불사의 능력을 얻은 거라면 지금 난 죽은 후 최소 하루 이상이 지났다는 의미가 된다.

‘아후라 마즈다는 아직도 이 근처에 있나?’

물론 난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아후라 마즈다 역시 길가메시로부터 얻어낸 부활 방식이 하비와 똑같을 거라는 사실을 당연히 파악했을 테고.

동시에 내가 다른 장소로 움직일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입장에서는 이 주변 지역만 철저하게 봉쇄하면 된다.

내가 몇 번이고 죽고 되살아나든 상관없이 절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부스럭.

나는 손을 휘저어 흙을 걷어내며 헤엄치듯 땅 위로 올라왔다.

지하 감옥 자체가 꽤 깊은 곳이었던 터라 오랫동안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그렇게 지상에 도달한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쿠구궁. 쿠궁.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재해의 보고였다.

‘도시가 통째로 사라진 건가.’

그 위에 건설되어 있던 발전된 도시는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갈라진 땅 곳곳에서 용암이 분출되고 있고, 허공에 퍼져 있는 미세한 먼지들은 지속적으로 전기 스파크를 일으켰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가득 찬 마나가, 그 넘치는 에너지로 끊임없이 파괴의 기운을 표출했다.

평범한 생명력을 가진 식생은 호흡조차 할 수 없었으며,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마물들뿐.

이따금 보이는 인공 건축물의 잔해들이 이곳에 곤륜공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 그저 흔적에 불과했다.

‘엉망이군……. 그런데 아후라 마즈다는 없는 건가?’

한편, 그와는 별개로 내가 예상했던 전개는 펼쳐지지 않았다.

나를 어떻게든 잡아 가둘 줄 알았던 아후라 마즈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가? 오랜만에 죽어본 기분이?”

대신, 이곳엔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자는 비쩍 마르고 키가 큰 노년의 트롤, 태공망이었다.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난 그가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별의 불꽃과 불사의 능력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한꺼번에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로부터 기척을 숨기는 게 가능하다니.

그때 그가 보여줬던 그 ‘우주적 공포’는 헛것이 아니었다.

“이것도 당신과 시바의 계획에 있는 일이었습니까?”

“글쎄, 굳이 계획이라고 할 것까지 있겠나. 자네가 불멸자가 되는 것을 시스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 테고, 자네는 불사의 능력을 이용해 대항한다. 빤히 보이는 일 아니겠나?”

태공망은 마치 자신은 아무 상관 없는 관찰자인 것처럼 말했다.

“그런 거였으면 진작 좀 도와주시지 그랬습니까.”

난 그런 그의 태도에 당장 떠오르는 의문을 쏟아냈다.

“당신은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걸 사용해서 세상을 바꿀 의지도 있는데, 왜 남에게 떠넘기려고만 하는 겁니까?”

‘세상의 순리를 복구시키는 게 목적’이라는 태공망.

그의 말대로라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아후라 마즈다를 누구보다도 먼저 제거했어야 했을 것이다.

시바에게 받은 파라슈의 변형인 타신편도 가지고 있었고.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린 지금이 아니라, 애초에 먼 과거인 신화시대에 진작 그렇게 했었어도 모자란 일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공망은 여태껏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바의 계획’이라며 나에게 모든 걸 맡기려고만 했다.

난 그 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저를 도와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아후라 마즈다를 죽이는 건 얼마든지…….”

“그건 불가능하네.”

“어째서입니까?”

“나는 이곳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몸이야. 자네가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모를까…….”

“‘이쪽으로’?”

“……흠, 뭐 그런 건 차차 알게 될 테고, 그보다 지금은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또 제게 뭘 시키려고…….”

“내가 시키는 게 아닐세. 자네가 자네 스스로를 위해 해야 할 일이지.”

“스스로를 위해? ……아.”

태공망의 말을 듣던 나는 지금 가장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냈다.

그건 바로 드디어 야드가르를 거울 세계에서 빼낼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것이다.

“어서 가보게나. 다른 것보다도 자신을 위한 일이 먼저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말을 들은 나는 곧장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옹구스가 말한 그 아티팩트가 묻힌 장소를 향해.

* * *

더 이상 다른 조건들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곳은 서 대륙이 아니라 동 대륙의 미래이기 때문에 프리드웬은 재가동시킬 필요가 없다.

그때 옹구스가 알려줬던 바로 그 장소.

거기서 땅속에 매장되어 있는 아티팩트를 꺼내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고든도 이젠 옹구스의 수호령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고. ……조건은 완벽해.’

준비는 끝났다.

그동안 이쪽으로 건너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결국 야드가르를 현실세계로 되돌려 오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드디어 하나의 큰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셈이었다.

슈하악.

별 불꽃의 날개 덕에 이전의 용 날개를 이용한 비행보다 훨씬 빠르게 날 수 있게 된 나는, 금세 대륙을 가로질러 옹구스가 말한 위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동안 온갖 종류의 비행 마물들과 마주쳤지만, 나는 최대한 충돌을 피했다.

‘저 산 중턱…… 저곳의 던전 최심부에 거울이 있다.’

도착한 곳은 빽빽한 나무로 뒤덮인 어느 산이었다.

각 세력의 극단적인 개발 행위로 인해 대륙 곳곳이 빠르게 사막화되었음을 생각해 봤을 때, 나무로 뒤덮인 산은 굉장히 희귀한 지역.

즉,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다.

바꿔 말하면 아무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던 구역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는데.

지금처럼 마물의 개체수가 폭증하기 이전부터 그만큼이나 위험한 마물이 이곳에 서식했다는 의미가 된다.

야드가르가 봉인된 거울 아티팩트는 바로 그런 곳에 묻혀 있는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던전을 돌파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의 나에겐 그 어떤 것도 방해가 될 수 없다.

별의 불꽃과 불사의 힘.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품고 있는 지금의 나는, 지옥에서 올라온 대악마조차도 불태워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마물이 강해봤자 그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한 수준에 그칠 뿐.

‘음?’

그런데 뭐든 베어내겠다는 전의를 가지고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조금 예상외의 모습을 목격했다.

‘트롤?’

다수의 트롤들이 그 던전을 출입하며 온갖 자재와 물건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트롤뿐만이 아니라 다크엘프도 함께였다.

보아하니 두 인종이 이뤄진 인부들이 그 던전 내부를 ‘개발’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시기에 던전을 개발한다고?’

그 행위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지구에서도 던전은 마물로부터 각종 재료를 얻어내는 일종의 광맥 내지 농장의 역할을 해왔으니.

흐른 시간을 생각해 보면 던전 개발이란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져온 유서 깊은 산업인 셈.

하지만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 이곳은 이전부터 어느 세력도 함부로 손대지 못할 만큼 위험한 마물이 서식하는 곳일뿐더러.

심지어 지금은 시스템의 폭주로 인해 그 마물들의 개체 수 자체도 폭증한 상태다.

지금은 도시를 방어하기만 해도 벅찬 시기인데, 이렇게 대놓고 외부 지역을 들락거리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인 것이다.

‘대체 어느 세력이……?’

곤륜공사는 당연히 아닐 테고, 내가 모르는 일이니 A&A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크엘프가 지배하는 나머지 세 세력 중 하나일까.

“으어엇!”

“야! 거기 뭐야! 제대로 안 닫고 뭐 하는 거야?”

그때, 던전 입구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 아인종들이 운반하던 상자 중 한 군데에서, 갑자기 어떤 물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입구에서는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다.

“죄송합니다!”

“빨리 잡아 넣어!”

“네, 넷!”

트롤과 다크엘프들은 그 튀어나온 ‘물체’를 붙잡아 억지로 상자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읍! 으읍!”

그 순간, 나는 그들이 운반해 온 물건의 정체가 뭔지 알아챘다.

‘이런 미친…….’

그건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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