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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70화 (27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70화

타신편으로부터 별의 불꽃을 전이받은 후, 불멸의 육신을 얻으라던 태공망이 말했다.

“이때를 위해 지금껏 감춰 두었다.”

“그……‘불멸의 육신’을……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그건 대자재천이 내게 일러준 것이었다. 그 녀석은 거기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더구나.”

내가 태공망을 만나 별의 불꽃을 획득하고 불멸자로 각성하는 것까지.

그 모든 게 시바의 예측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미래를 예지하다니, 그 말을 듣자 시바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신적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갖고 주석궁 지하로 가라. 그곳에 ‘고대 유적’이 파묻혀 있을 거다.”

“고대 유적……? 잠깐, 당신이 말한 불멸의 육신이…… 그 ‘지하의 고대 유적’에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더 기묘한 건, 태공망과 시바가 나를 위해 준비해 둔 불멸자의 육신이 곤륜공사 지하의 고대 유적에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물론 이미 알다시피, 시스템이 내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상과 같은 위치였다.

태공망은 심각해진 내 표정을 보고선 뭔가를 안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난 여기서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프리드웬을 가동시키기 위해 곤륜공사에 오게 된 것부터, 유메미가 납치되어 바리공주에게 몸을 빼앗기는 상황까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시스템 관리자가 멋대로 내게 부여한 퀘스트를, 억지로 수행시키기 위해 행한 ‘인과조정행위’의 일부였다.

시스템이 그런 엿 같은 짓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태공망을 만날 일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그가 말한 ‘시바의 계획’은 제대로 수행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고대 유적’의 접근 권한은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시스템이 내게 그걸 보상으로 지급하도록 만든 것이 시바와 태공망……이라는 건가?’

결국 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후라 마즈다가 부활하며 급격하게 변화한 세계.

그와 동시에 미쳐 날뛰는 시스템.

이게 다 시바의 계획이라면.

결국 그도 자신이 증오한 ‘혼돈’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역겨운 존재나 마찬가지인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필멸자들의 운명을 멋대로 조작하고 목숨까지 빼앗는, 바로 그 신들과도 같고 말이다.

“결국 당신도…… 그놈들과 똑같은 겁니까!”

화륵!

{<격멸의 업화>, <환란의 빙정> 두 진원진기를 결합해 <별의 불꽃>을 일으킨다.}

{위험. 현재의 그릇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힘이기에 너의 존재가 잠식당한다.}

나는 악의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금 그로부터 얻은 별의 불꽃을 일으켜 태공망과 대적했다.

머금은 것만으로 존재를 잃게 되는 압도적인 힘.

순식간에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다가오는 죽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난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 힘을 통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내는 게 가능하다는 확신에 의한 자유로움.

거기엔 눈앞의 강자인 태공망마저 원한다면 언제든 죽일 수 있다는 확신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사용해야 할 힘의 방향을 착각하지 말게. 그대가 대적해야 할 적은 이 노인네가 아니야.”

그런데 태공망은 이런 강렬한 살의를 눈앞에 두고서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는 여유를 잃지 않은 채, 내게 진실을 가르쳐 주었다.

“자네가 오해하고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만, 세상을 이렇게 어지럽게 만든 건 나와 시바의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닐세.”

“그럼 뭐란 말입니까?”

“그건 물론 이…… ‘시스템’이란 것을 만든 아후라 마즈다라는 녀석의 의도지.”

“은근슬쩍 떠넘기려 하지 마십시오. 그 녀석이 뭣 때문에 제게 이득을 주는 짓을 한단 말입니까?”

“우린 그걸 조금 비틀었을 뿐이야. 간섭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에서.”

“……‘비틀었다’?”

“앙그라 마이뉴. 지금 자네가 이곳, 이 시대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무엇 때문인가?”

“그거야 물론…….”

기억을 거슬러 과거와 현실을 잇는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거기엔 ‘악의’가 있었다.

내가 아지다하카를 수호령으로 삼을 수 있게 하고, 앙그라 마이뉴로서의 기억을 되찾게 만든 주체.

문자의 권능을 가지고 있던 시절의 내가 나를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시스템 속의 숨겨둔 관리자 말이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아후라 마즈다가 만든 시스템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몰래 우회하는 방법을 쓴 건 말이네. 그런 술책을 떠올린 건 자네만이 아니야.”

내 몸 안에서 한껏 끌어올리던 별의 불꽃이 다시 사그라졌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대강 일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내게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 관리자를 이용해서 시스템이 움직이는 방향을……?”

“맞아. 시스템의 관리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그들이 서로 소통하며 자가발전하는 형태의 ‘살아 있는 규칙’일세. 그 사이에 나와 시바가 만들어낸 관리자가 끼어서 이들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거지. 바로 자네가 그 보상을 얻게 만들도록 말이네.”

결국 바리공주가 그렇게 된 건 이들의 의도가 아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내게 ‘곤륜공사 지하의 고대 유적’이라는 보상을 주게 만든 건 이들의 의도였다.

태공망이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어쨌든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은 아래로 내려가 ‘고대 유적’으로 들어가는 것밖에 없겠군요.”

태공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대자재천의 사명을 따라주게나. 이 세상 모든 개개인들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자유로운 시대를 여는 사명을 말이야.”

피식.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작 저는 제 의지가 아니라 당신들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잖습니까.”

“……허허.”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불멸자로 각성하고 나면.

나는 별의 불꽃이라는 막강한 힘에, 죽지 않는 생명력까지 얻은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가 된다.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내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다.

태공망과 시바 역시 그걸 모르진 않을 테니, 결국은 그의 말대로 된 셈이다.

“제가 앞으로 어떤 짓을 저지르든, 후회하지 마십시오.”

“후회할 게 어디 있겠나? 결국은 순리대로 돌아갈 것을.”

태공망은 어느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평범한 낚시터 노인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럼 난 하던 일이나 마저 하도록 하지.”

그는 다시 호숫가로 돌아가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인공 호수에서, 빈 낚싯줄을 물속에 던졌다.

* * *

그리고 다시 현재.

고대 유적이 파묻혀 있는 주석궁 지하.

유메미와 라이진을 돌려보낸 나는 곤륜공사에서의 마지막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홀로 이곳으로 내려왔다.

‘여기인가.’

이곳은 원래 아예 길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공망은 본래 ‘테무르’라는 이름으로 이곳의 주석 역할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권력으로 이쪽을 봉쇄해 놓았다고 한다.

나와 만날 날만을 기다리며 그가 말한 ‘고대의 유적’을 봉인해 놓은 것이다.

‘누가 먼저 들어온 건가? 그것도 최근에?’

그런데 원래는 건물과 땅으로 막혀 있었어야 할 지하가, 어째서인지 이미 파헤쳐져 있었다.

이 장소의 정체를 아는 누군가가 도심에 난리가 난 사이 미리 도굴을 시도하려 했던 모양이다.

‘빨리 들어가야겠군. 변수가 생기면 곤란하니.’

그래서 난 서둘러 그 안으로 진입했다.

후우우웅.

구멍 아래로부터 음산하고 기묘한 기운이 솟아 올라온다.

오랫동안 묵혀 썩어버린 살점의 악취와 함께.

털썩.

깊은 땅속 바닥에 도착한 나는, 익숙한 구조물들을 지나쳐 내가 가야 할 곳에 정확히 도착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이었음에도, 감각만으로 파악해 나아가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여긴 처음 오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비.”

“크으으으……?”

하비를 가둬놓은 감옥.

여긴 알포드 성 지하였다.

“느……어……?”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철컹철컹철컹철컹!

무언가가 철창을 요란하게 흔들어댔다.

그건 무서울 정도로 강한 귀기와 요력을 머금은 팔이었다.

“으어어어어어!”

하비는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온갖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괴성을 질러댈 뿐.

“……나는 ……하비! 하……비!”

다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이름만은 잊지 않은 모양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기 때문일 터다.

정작 이제 와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다.

철컹철컹철컹!

그는 계속 철창을 흔들어댔다.

{특성 <신화 사냥꾼의 본능> 발동.}

난 감각을 강화해 어둠 속에서 그가 어떤 상태로 있는지 좀 더 정확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프의 기술로 만든, 갑옷으로 위장한 구속구에 갇혀 바닥에 엎드린 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하비의 몸뚱이.

그리고 그 녀석의 등 뒤 척추 부분에서 튀어나온 기다란 팔.

하비는 마치 각다귀를 연상케 하는 기형적인 괴물로 변해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유일하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그 팔뿐.

그러나 그것도 철창 바깥으로는 어떠한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다.

오로지 그만의 작은 공간인 철창 속 감옥만이, 하비가 유일하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으어어……! ……꾸억!”

쩌걱쩌걱.

내 목소리를 듣고 한참 동안 흥분해 철창을 흔들어대던 그 녀석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주워 먹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맡았던 악취의 정체는 바로 그것.

누군가의 시체였다.

그것도 트롤의 시체 말이다.

‘검은 날개…… 뇌진자? 그 군사위원회의 잉굴다이인가 뭔가 하는 그 녀석인가?’

자세히 보니 그 시체의 정체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여기에 하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내려온 모양.

어쩌면 시스템이 ‘인과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그에게도 나와 똑같은 보상을 약속한 것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섣불리 철창에 손을 댔다가 하비의 저 기묘한 팔에 붙잡혀 죽어버린 모양이지만 말이다.

‘저 녀석…… 원래는 전혀 강해질 수 없는 몸이었는데. 긴 시간 동안 이 안에 갇혀서 만들어낸 원한의 사념이 제한된 영역 안에서 극대화된 건가.’

하비는 계속 이곳에서 갇힌 채 나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을 터다.

그런 부정적 감정이 저런 기이한 형태로 발현된 것이고.

무려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태공망으로부터 모든 진실을 들었다.

사실 이곳은 동 대륙이라는 진실.

내가 서 대륙이라 생각하며 왔던 바로 이곳, 프리드웬을 통해 차원 너머로 건너온 이 땅은.

서 대륙이 아니라 동 대륙의 미래였던 것이다.

유메미의 성인 아리사카 가문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기업이자 5대 세력의 일원인 아리사카 & 아마테라스, 약칭 A&A.

여신으로 각성해 내 손에 의해 죽은 타라.

200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던 요르문간드.

시나리오 영역에서 탈출해 바깥세상으로 나온 라르스.

그리고 바로 이곳, 하비가 갇혀 있는 알포드 성 지하 감옥까지.

이 모든 것들이 다, 내가 공간 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시간 이동을 한 거라면 설명이 된다.

프리드웬을 타고 차원을 뛰어넘는 도중에 발생했던 기현상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리우스…… 보그단.’

나를 기다리던, 동 대륙에 남은 동료들은 이미 모두 늙어 죽은 지 오래였다.

타라나 라르스, 하비처럼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각성자라 해도 300년을 넘는 세월 동안 생존할 수는 없으므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들은 나름대로 제 명에 살 만큼 살다 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00년 전 펜리르가 요르문간드의 영혼 조각을 사용해 현세의 ‘암흑기’를 불러오기 전까지, 인간을 주축으로 한 아인종들은 꽤나 오랫동안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며 번영한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은 하나뿐이다.’

이제 나는 남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

함께 이곳으로 건너온 클랜원들과, 나를 믿고 따르는 드워프들, 그리고 내 아들인 야드가르.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시바가 준 사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혹은 아후라 마즈다, 그 개새끼를 영원히 없애기 위해서라도.’

나는 하비가 갇혀 있는 철창 앞에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표식을 발동시키기 위해서였다.

화르륵.

그 안에 마력을 불어넣자, 손등에 새겨진 문양으로부터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내 몸에 흐르는 마력은 일반적인 마나가 아니라 별의 불꽃이었기에 그 기운은 흑청색의 이글거리는 화염 형상을 하고 있었다.

{고대 유적의 접근 권한을 발동시켰습니다.}

{숨겨진 시나리오 차원 <최초의 불멸자>를 개방합니다.}

최초의 불멸자.

하비의 진짜 정체를 가리키는 그 이름이 나타난 순간.

{경고! 시스템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시나리오 개방을 보류합니다!}

{경고! 관리자의 비정상적 개입이fffffffffff!!!!!!!!!!!!}

또다시 시스템이 나를 방해하려 했다.

역시, 내가 이 엄청난 보상을 편히 먹도록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지.

화륵.

{마검 <파슈파타>를 소환한다.}

나는 몸속에서 별의 불꽃을 끌어올리며 칼을 꺼내 들었다.

다음 순간.

우우우웅.

파캉!

왜곡된 공간 속에서 하나의 인영(人影)이 튀어나와 내게 빛의 검을 휘둘렀다.

난 거기에 칼을 맞대며 그자의 이름을 불렀다.

“아후라 마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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