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61화
“상황 파악은 아직인가?”
“모르겠습니다! 지금 그 상황을 파악하러 접근하는 인원들마저 연락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젠장!”
군사위원회는 초비상 사태가 되고 말았다.
산하에 있는 주요 인원들의 연락이 모조리 두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 링크가 끊어진 뒤에도 근거리 군사통신과 전령 체계를 갖추고 있던 이들은 여전히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아예 그조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잉굴다이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위이이잉!
퍼엉! 콰쾅!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아까부터 시작된 사이렌 러쉬.
그 사이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폭발음.
빌딩 숲 사이 여기저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운행 중이던 비행 차량들이 갑자기 지상에 추락하거나, 건물에 부딪혀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
모든 것이 계획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던 곤륜공사의 균형 잡힌 사회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니야.”
저 너머 어느 빌딩 옥상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린다.
그 장면을 보고 잉굴다이 역시 강한 자살 충동을 느꼈다.
“말도 안 돼…….”
물론 그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른 이유에서였다.
{퀘스트 없음}
바로 조금 전까지 자신의 눈앞에 잘만 나타나 있던 퀘스트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 실패’라는 메시지만 남기고서 말이다.
‘뭐가 잘못된 거지? 분명히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는데…….’
1시간의 제한 시간이 다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다 합쳐도 그 두번째 목표가 생성된 후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포박해 놓았던 그 인간이 갑자기 풀려났을 리도 없고…….’
상식적으로 모든 마법이 차단되고 육체적으로도 저항이 불가능한 자가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제 의지로 따라다니는 원귀들이 그곳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죽게 만들었다는 게 가당키나 한 발상인가.
“젠장! 젠장! 씨바알!”
그러나 뭐가 어찌 됐든 간에, 잉굴다이로서는 이미 손아귀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인 보상을 코앞에서 놓친 거나 마찬가지였다.
곤륜공사 지하의 고대 유적.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두가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후에 벌어질 후폭풍도 다 무시하고서, 이런 과격한 짓을 강행한 것인데.
결국 그 모든 행동들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니지, 아니야. 아직 끝난 건 아니야.”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퀘스트가 실패했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
“어차피 지하라고 했잖아? 그럼 땅을 파내려 가면 분명히 있을 거야!”
잉굴다이는 자신이 직접 땅 밑으로 내려갈 작정이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곤륜공사라는 거대한 집단에서 벌써 찾아내고도 남았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했다.
이제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그래, 그거다!”
잉굴다이는 곧장 나갈 채비를 했다.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는 혼란한 도시의 상황에서.
대체 무슨 수로 고대 유적을 파낼 만한 설비를 구하겠다는 건지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무작정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단 움직이고 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부하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이 말이다.
* * *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건 새벽부터였다.
소름 돋는 에테르의 흐름이 나를 잠에서 깨웠기 때문이다.
“유메미…….”
마치 저승세계가 통째로 이곳에 내려온 듯, 강렬한 원한의 집합체가 무언가에 이끌려 붙잡혀 내려왔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바리공주 같은 신격을 가진 자밖에 없을 터.
난 곧바로 유메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고, 그녀가 머무는 객실을 살펴봤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그녀가 머물던 흔적은 방 안에 그대로인 채, 창문이 열려 있었고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이쪽을 노렸구나.’
물론 일이 어떻게 흘러갔든지 간에 납치한 쪽의 의도대로 돌아가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원혼의 덩어리를 불러냈다는 건,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는 증거였으니까.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유메미 역시 멀쩡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괜찮으시오?”
복도에서 마주친 라이진이 내게 안부를 물었다.
그는 이미 바깥에 다녀온 것처럼 보였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나?”
“아주 강력한 강령술사가 나타나기라도 한 건지, 트롤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을 벌이고 있소. 거의 전시 상황과 다름없는 상태요.”
“강령술?”
유메미는 그런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바리공주의 권능을 이어 받은 덕에 영혼과 에테르를 다루는 실력만큼은 출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령술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강령술은 마법으로 취급되지도 않는 요술(妖術)이라 했던가.
실제로 그걸 사용하지 않아도 마법 지식을 활용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저나, 유메미 양은 아직도 자고 있소?”
아직 그녀의 부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라이진이 그렇게 물었다.
“사라졌어.”
“사라졌다니? 어디로 말이오?”
“나도 잘 모르겠어. 누군가에게 당한 것 같다.”
“설마 그 재수 없는 트롤 놈들이?”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당장 시급한 건 그녀의 행방을 찾아내는 것.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오늘 마력 발생기를 받아가는 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메미만큼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동료만큼은 무사히 데려가는 게 내 역할.
“일단 찾아보자.”
“알겠소.”
나는 지금의 현상과는 별개로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 호텔을 나섰다.
뒷목에 끈적하게 들러붙는 기분 나쁜 감각은 애써 떨쳐 버리고서 말이다.
* * *
“으어어…….”
눈에서 시뻘건 안광을 내뿜는 트롤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그들은 라이진의 말대로 정말 강령술에 의해 지배라도 당한 건지, 자아를 잃고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충돌은 피해서 가자.”
“알겠소.”
나와 라이진은 그것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서 골목 사이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강령술에 지배받는 트롤 몇쯤 죽인다 하더라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싸움이 벌어졌다간 저 안쪽에 있을 유메미에게 무슨 해가 갈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 있다. 그녀를 구출해야 해.’
악귀와 원혼들로 가득 차 있는 이 구역 안쪽, 저 건물 안에서 그녀의 마력이 느껴진다.
아직 유메미가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은 살아 있다는 게 중요했다.
‘죽게 만들면 절대 안 돼.’
레아가 그랬듯, 내 동료들은 한 번 죽는다 하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유메미의 권능을 통해서 말이다.
그 말인즉, 정작 그녀 자신이 죽어버리면 아무도 살려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유메미만큼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
“……으으.”
털썩.
기민하게 골목 사이를 누비며 내 뒤를 쫓아오던 라이진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기계로 뒤덮이지 않은 거의 유일한 부분인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였다.
“왜 그래?”
“뭔가가…… 내 몸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소.”
“뭐? 네 몸에?”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는 있지만…… 으으.”
라이진이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이건…….’
뭔가가 그의 몸에 들어가려 한다.
실은 나도 아까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원혼들이 살아 있는 사람인 나에게 자꾸만 들러붙으려 하는 것을 말이다.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막상 내게는 확실하게 달려들지 못해서 무시했는데.
그게 라이진은 버티기 힘들 정도였던 모양이다.
‘이건 강령술이 아니야.’
보통 강령술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와 현실에 강림시키거나, 시체를 되살리는 마법을 의미한다.
이렇게 살아 있는 자의 몸에 직접 원귀를 불어넣는 등의 술수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현상은 그런 기존의 상식을 현저하게 벗어나 있었다.
실재하지도 않는 것이 달려들어 사람에게 해를 가하니, 막거나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그야말로 최악의 술수였다.
“라이진. 너는 여기서 빠져라.”
“아…… 아니. 괜찮소. 조금 더 쉬면…….”
“쉬는 게 문제가 아니야. 이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원귀의 농도가 계속해서 짙어지고 있다. 아마도 더 접근하면 너도 저 트롤들처럼 미쳐버리고 말 거다.”
“……으으.”
라이진은 내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고통스러워했다.
아마도 제대로 된 판단조차 서지 않겠지.
몸에 씌이려는 원귀들 때문에 정신이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 말 들어. 저쪽으로 달려라. 최대한 빠르게. 알았나?”
그래서 난 그에게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지시를 내렸다.
라이진은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질주 자세를 취했다.
“가서 라르스를 찾아내 그와 합류해라. 나도 곧 그쪽으로 갈 테니까.”
라이진의 귀에 내 말이 제대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그저 내 처음 지시대로 바깥쪽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것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파지지직.
쩌엉!
곧이어 전기 불꽃이 그의 다리를 감싸는가 싶더니, 소닉 붐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됐어.’
나는 그가 떠난 것을 확인한 후, 곧장 뒤를 돌아 유메미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중심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짙은 원귀의 덩어리가 뭉쳐 있는, 유메미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 * *
근처까지 다가온 시점에서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 모든 현상의 원흉인 존재가 바로 유메미 본인이었다는 것을.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의 몸을 잠식한 바리공주이겠지만.
“용케도 제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네. 앙그라 마이뉴.”
바리공주는 어느 건물의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 나를 맞이했다.
주변에 포박 도구가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내 생각대로 처음엔 잉굴다이에 의해 붙잡혔던 모양이다.
물론 그녀를 붙잡았던 트롤들은 이미 시체가 되어 주변에 나뒹굴고 있지만.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도망치지 않은 건, 죽고 싶기 때문이냐?”
{권능 <영체 투영: 앙그라 마이뉴> 발동}
나는 그녀가 잘 알고 있을 과거의 내 모습을 드러내며 살기를 내뿜었다.
푸른 마나로 이루어진 흉악한 악마의 형상이 내 등 뒤에서 구현되었다.
“어머! 이 가냘픈 소녀를 죽이기라도 하려고?”
바리공주는 겁먹은 척 연기를 했다.
하지만 몸은 작고 연약해 보이는 유메미일지라도, 거기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지극히 역겨운 악의.
바리공주의 행동은 날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 지금 당장에라도 죽여주지. 그리고 네년을 영원히 암흑 속에 가둬주마.”
“흥, 어디 한번 해보……!”
스륵.
나는 그림자 속에 스며들듯 사라졌다가 바리공주의 뒤에서 나타났다.
별다른 기술을 사용한 건 아니고, 그저 빠르게 움직였을 뿐이었다.
“넌 절대 날 이길 수 없어.”
이미 접근을 허용한 시점에서 승부는 끝났다.
나와 유메미의 신체 능력 차이는 압도적.
마법 사용에 특화된 그녀의 육신을 지배하는 주제에, 바리공주는 멍청하게도 내가 다가오는 동안 아무런 방비도 갖추지 않았다.
신체를 접촉한 상대 각성자로부터, 수호령을 빼앗아 심연에 가둬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에게 말이다.
“넌 끝이야.”
난 그대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심상세계 속으로 침투하려 했다.
피식.
그런데 그 순간, 바리공주는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미소를 지었다.
“바보! 난 세상이 선택한 여자라고!”
“……뭐?”
그러더니 내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취하셨습니다.}
{갱신된 퀘스트 로그를 확인하십시오.}
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멈칫하는 순간.
“꺼져!”
퍼억!
바리공주가 손을 휘둘러 나를 밀쳤다.
그러고는 손에서 화염을 뿜어내 거대한 불의 악마 형상을 이뤄냈다.
유메미가 사용하던 마법을 펼친 것이다.
콰우우우!
그녀가 서 있던 건물의 절반이 잿더미로 변하며 외부로 드러날 정도의 위력과 범위.
난 그걸 간신히 피하는 데 성공하고, 하늘로 날아올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었다.
‘이…… 망할!’
물론 지금 내게 바리공주가 유메미의 마법을 쓴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
<일반 퀘스트: 헤게모니 장악(2)>
-내용: 갈등 끝에 아군의 몸에 수호령이 빙의되었습니다. 바리공주를 처치해 아리사카 유메미의 영혼을 구원하고, 곤륜공사를 보호해 실권을 장악하십시오.
-현재 목표: 바리공주 처치(처치 외의 모든 변형 조건 달성 불가)
-보상: 곤륜공사 지하의 고대 유적 접근 권한(당신이 보고 싶은 진실)
───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내 행동에 직접 개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