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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59화 (25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59화

그건 지금껏 이곳에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곤륜공사 지하에 고대 유적이 존재한다니!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 도굴되고도 남았어야 정상이다.

남의 땅에 보존된 보물들도 멋대로 파 가는 게 트롤들인데, 자기 땅에 위치한 고대 유적이라면야 더더욱.

심지어 그건 다른 곳도 아니고, 대륙 내 모든 트롤들의 본산지나 다름없는 곤륜공사 땅 아래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자본과 인력이 충만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이 도시 지하에, 군사위원회의 최고위원인 자신조차 모르는 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시스템이 거짓을 말할 리는 없고…….’

잉굴다이는 그 시스템 메시지에서 ‘보상’에 적힌 내용을 보고서 한동안 갸웃거렸다.

그러나 결국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그래. 이건 시스템이 고대 유적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이 만들어낸 던전이나 시나리오 퀘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거기엔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을 테고. 그걸 차지하면…… 난 최고가 될 수 있을 거야.’

때마침 자신이 하려던 행위와 맞물려 찾아온 기회.

이걸 마다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이 정도로 타이밍 좋게, 그것도 오로지 그만을 위한 퀘스트가 나타났다는 것이 수상하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그에게 있어서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시스템의 의도에 관해 의심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를 해봐야 돌아오는 건 ‘각성자인 주제에’라는 핀잔뿐.

결국 잉굴다이는 그 퀘스트에서 지시하는 내용을 그대로 수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뭔가 걸리시는 거라도?”

옆에서 허공을 응시하며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는 잉굴다이를 바라보던 두가르가 그렇게 물었다.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잉굴다이는 자신이 받은 퀘스트 내용에 대해 두가르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같은 편이라 할지라도 이런 구미가 당기는 보상에 대해 아는 순간, 언제든 돌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위원회 내에서도 수많은 배신과 암투를 겪어왔던 잉굴다이로서는 당연한 태도.

물론 대부분은 다름 아닌 자신이 바로 그 배신과 암투의 가해자 쪽이었지만.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말이야.”

“그 인간 여자 마법사를 건드리는 것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여자라면 우리가 손쉽게 납치해서 도발하는 데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마법에 대한 대책도 얼마든지 세울 수 있을 테고.”

상대가 직접 몸으로 싸우는 자라면 건드리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다.

권능이 됐건, 스킬이 됐건, 혹은 사용하는 무기이건.

그런 부수적인 것들을 전부 봉쇄한다고 치더라도 육체에 지니고 있는 전투 능력은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이 커지는 건 필연적인 결과.

그러나 상대의 주력이 마법이라면, 마법만 봉쇄하면 된다.

그러니 유메미를 납치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일인 셈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잉굴다이는, 벌써 유메미를 상대하기 위한 온갖 도구와 장비들을 준비할 계획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이었다.

“아니, 최고위원님. 지금 납치라고 하셨습니까?”

그러나 두가르는 그보다도 오히려 다른 부분을 지적했다.

“그래. 뭐 문제라도 있나?”

“아니…… 물론 결과적으로 그 세 놈 다 죽여버리는 데까지는 저도 찬성합니다만……. 그걸 위해 납치를 해버리면 사실상 명분이랄 게…….”

두가르가 말한 ‘건드린다’는 건 상대가 발끈해 덤벼 올 정도의 도발이었다.

‘문화 차이’, ‘관습 차이’ 같은 말 따위로 얼버무릴 수 있는 수준의 도발 말이다.

그러나 잉굴다이가 말한 대로 납치까지 가버리면 직접적인 무력 투사와 다를 바가 없어져 버린다.

두가르는 그 부분에 대해 우려했지만.

“아니, 내 계획대로 간다. 이게 맞아.”

잉굴다이의 결심은 이미 확고해 보였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납치다. 그래, 납치하는 게 맞아!’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잉굴다이 역시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납치만이 그의 유일무이한 방법론이 되어 있었다.

{-현재 목표: 유신우의 동료인 유메미를 납치하기 위한 계획 수립.}

그건 시스템이 그의 생각의 방향을 더 깊숙이 끌어당긴 덕분.

시스템은 교묘하면서도 악랄하게, 달콤한 보상과 함께 각성자의 행동을 자신의 의도대로 나아가도록 이끌었다.

‘납치’라는 단어를 원래부터 그가 생각한 것처럼, 어느 샌가 스스로 합리화하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잉굴다이는 저 스스로 무덤을 향해 발을 내딛는 꼴이 되고 말았다.

* * *

유신우 일행은 지금까지 라르스가 제공해 준 호텔에서 머물며 대기하고 있었다.

주문한 마력 발생기들을 받아서 떠나는 건 내일.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마무리하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신우 씨. 조심하세요.”

“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요.”

그런데 유메미는 그날따라 묘하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이곳에서 딱히 특별한 일이 없었다.

첫날에 그 군복을 입은 트롤과 시비가 붙었던 것 정도 외에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라르스의 배려 덕분에 큰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혹여나 유신우가 뭔가 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일단 마력 발생기를 받아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는 갈등을 일으킬 낌새가 없어 보이고.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타카마 시티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메미는 오늘 밤에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게 신기(神氣)라는 거다.

그녀가 그런 우려를 하고 있는 와중, 바리공주가 말했다.

‘전 그런 거 안 믿어요.’

-이 몸께서 빤히 네 앞에 있는데도?

‘예지니 신점이니 그런 건 이치에 안 맞는 얘기니까요.’

-참나.

유메미는 무조신(巫祖神)이라 불리는, 이쪽 분야에서는 대신격에 해당하는 존재를 자신의 수호령으로 두고 있음에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마법과 주술, 영접, 빙의, 강신 등.

온갖 기기묘묘한 현상들이 실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만큼은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세상이 이리 바뀔 거라는 것도 미리 알았겠죠. 아니, 애초에 당신이 수호령이 되어서 제 몸에 묶이지도 않지 않았을까요? 그런 모든 위험을 진작 피했을 테니.’

-저, 저!

‘제 말에 반박해 보시죠?’

-끄으…… 이 조그만 계집년이…….

‘실물로 보면 제가 바리공주님보다 더 클걸요?’

-닥쳐!

바리공주는 언제나 이렇게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유메미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육체와 의지를 지배하는 건 그녀 자신.

바리공주는 어디까지나 그녀에게 힘과 권능을 빌려주는 협력자에 불과할 뿐이며,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한다.

거기다 말싸움조차도 이기지 못하니, 항상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 당돌한 년. 내가 언젠가 네년을 죽여 버리고 말 거다.

유메미는 항상 그런 말을 듣지만, 그럼에도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바리공주가 자신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녀가 스스로 바리공주에게 몸을 내준다면 모를까.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내일은 네가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네에.”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 유메미에게, 유신우는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다며 인사를 남기고는 자신이 머무는 객실로 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내일 약속받은 물건이 나오기 시작하면, 유메미는 텔레포테이션 마법으로 그걸 타카마 시티까지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동력발생기는 크기도 크고 물량도 많아서 한꺼번에 다 옮기는 게 불가능할 테니, 꽤나 길고 힘든 작업이 될 터.

그러니 유메미는 최대한 체력을 보존해야 한다.

‘그래, 괜한 걱정으로 스트레스받지 말자. 신우 씨 말대로 내일을 위해 푹 쉬어야지.’

그녀는 걱정은 애써 뒤로한 채, 자신의 객실로 돌아갔다.

그녀의 객실은 복도 끝의 스위트룸이었다.

‘반신욕이나 할까.’

기잉.

마나 성분을 감지해 열고 닫히는 도어락이 유메미가 내민 손에 반응해 잠금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문이 열린 순간.

오싹.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 돋는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 * *

안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한 객실이었다.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과 먹다 남긴 과자 봉투들도 오늘 아침에 두고 나온 상태 그대로였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극대화 마력 감지> 발동}

{마법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

‘디스펠!’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자신 수준의 마법사가 마력 감지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디스펠 필드가 여기에 펼쳐졌다.

이 정도로 강력한 디스펠이라면, 이 근방의 전자 기기가 모조리 멈춰도 모자랄 터.

그러나 분명 방금 자신이 연 문의 도어락은 잘만 작동했다.

뿐만 아니라 복도를 비롯해 객실 내부의 전등도 전부 멀쩡했다.

……단 하나, 현관 천장에 있는 것 하나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아……!”

그 순간, 유메미는 그곳에 누군가가 자신을 대상으로 한 국소범위 디스펠 필드 방사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는 걸 깨달았다.

즉, 그녀는 지금 모종의 존재들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다.

덥석.

“읍!”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뒤에서 불쑥 나타난 누군가의 거친 손이 입을 틀어막은 다음, 그녀를 객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동시에 문을 닫고선 그 앞에 작은 기계 장치를 놓았다.

푸쉭!

기계 장치에서 뿜어져 나온, 거품 같은 끈적한 스펀지들이 현관 전체를 가득 뒤덮었다.

이윽고 스펀지는 문틈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끔, 완전한 방음벽을 형성했다.

“이거 놔!”

터엉!

마법을 쓰지 못하는 유메미는 뒤에서 자신을 덮친 괴한에게 팔꿈치를 휘둘러 옆구리를 가격했다.

그녀는 순수 마법사이긴 하지만, 일류 각성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육체 능력도 그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를 붙잡은 괴한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 우뚝 서서 공격을 버텨냈다.

철컥!

“아악!”

괴한은 유메미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겨 뒤로 한 채 수갑을 채웠다.

수갑은 모든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는 각성자 포박용 수갑이었다.

“넌 대체 뭐야!”

“…….”

유메미가 소리쳤지만 괴한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현관 천장등에 붙어 있는 거미 형태의 로봇을 회수할 뿐.

끼리릭. 끼릭.

국소 디스펠 방사기가 장착된 그 조그만 로봇이 배관을 타고 방 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 철저한 호텔의 보안을 뚫고서 말이다.

“신병 확보. 지금 바로 회수 포인트로 이동한다.”

-라져.

“당신들…… 으극!”

유메미는 그 후론 말을 할 수 없었다.

괴한이 강제로 그녀의 입을 열어 안쪽에 발성 방해 장치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근력을 가진 그 트롤 앞에서, 유메미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휘우우우웅.

곧이어 창문이 열리고, 고층 빌딩 사이로 부는 세찬 바람이 객실 내부로 흘러들어 왔다.

이곳의 모든 물건은 실제 주 이용층인 트롤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인간에겐 하나같이 거대하게 느껴지는 크기였다.

창문 또한 마찬가지.

지금 그녀를 덮친 괴한이 통과하기엔 조금 작지만, 특히나 인간 중에서도 덩치가 작은 유메미가 지나가기엔 한없이 큰 사이즈였다.

‘서, 설마!’

유메미는 그걸 보고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지금 괴한이 하려는 행동이 눈에 선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꽈악.

그 상태로 괴한은 그녀의 몸에 고리가 달린 줄 같은 걸 묶고서는, 유메미의 작은 몸을 한 손으로 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을 한 손에 올리고선 투포환 자세를 취했다.

‘안 돼! 떨어지면 주, 죽는다!’

온갖 끔찍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쐐애액!

괴한은 유메미를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큐우우우웅!

그 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아래쪽에 갈고리를 매단 채 정면에서 날아오는 고속 항공기.

그 갈고리가 그녀의 몸에 묶인 고리를 정확하게 낚아채는 순간.

유메미는 강한 충격을 받고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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