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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47화 (24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47화

아후라 마즈다의 부활 가능성을 확인하고서 ‘신화시대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 난 다음, 나는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을 예감해 빠르게 요르문간드의 영혼 조각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황폐화되어 버린 니플헤임에서는 어떠한 흔적도, 정보도 발견할 수 없었고.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더 오랫동안 그곳에 있지 못한 이유는 유메미가 내게 다급히 귀환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도시 주변으로 대규모 마물 무리가 접근하고 있어요.”

“마물 무리가?”

“네.”

난 곧바로 카드를 꺼내 홀로그램 PC의 메시지 항목을 살폈다.

이 일에 관해선 당연히 A&A의 수장인 나에게 연락이 왔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메시지 없음]

[부재 중 전화 없음]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내게는 아무런 연락도 들어오지 않았다.

[신호 없음]

그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무선 통신이 먹통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아까 전부터 저도 이런 상황이에요.”

“설마…… 그 메시지 이후로?”

유메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수상한 메시지는 그녀도 본 모양이었다.

이 시스템 메시지는 각성자나 시스템과는 상관도 없는 니플헤임의 그 망자에게도 보였다고 했으니, 당연히 그녀에게도 나타나는 게 정상인 것이다.

“그건 대체…….”

아후라 마즈다의 목격.

신화시대의 시작.

그리고 통신 차단.

이 모든 게 다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드륵.

“여기 있었군!”

그때, 라이진이 벌컥 문을 열고서 방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었다.

“라이진? 이게 어떻게 된…….”

“설명할 시간 없소! 정예 마물 다수가 공성 보호막을 깨뜨리고 도시 내부로 침투하고 있소! 지금 당장 시내의 모든 병력을 소집해서 그것들을 격퇴해야만 하오!”

“마물들이 벌써 도시 안까지?”

“꾸물거릴 시간 없소!”

내 예감이 적중했다.

곧 큰일이 벌어질 거란 불길한 예감이.

난 그의 다급한 이야길 듣자마자 건물을 벗어나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이동했다.

* * *

서 대륙의 공성 보호막은 동 대륙의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었고.

단순한 방어 용도 외에도 다양한 마법적 기능 또한 갖추고 있었다.

그건 시스템의 영토 보호 기능에 더해 이곳 주민들이 개발해 낸 기술력이 동원된 결과물이었다.

그런 고성능의 방어 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물론, 이곳의 야생에 존재하는 마물들의 스펙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

위협이 강해진 만큼 그에 대한 대응 수준도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아무리 강력한 정예 마물이라도 도시의 방어막을 뚫고 내부까지 들어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그 절대적인 규칙이 깨지고 말았다.

쿠쿵! 쿵!

‘이런 깊은 곳까지…….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되겠군.’

{<검은 매 야차> 소환}

나는 우선 야차들을 소환해 빠르게 화력을 전개했다.

그리고 동시에 라바나를 죽여 얻은 새로운 소환물.

{나찰 소환}

새까만 거적을 두르고, 이마에 뿔이 나 있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악마, 나찰들을 불러냈다.

이것들은 강력한 마법 전개에 특화된 원거리 공격수였다.

{<환란의 빙정>과 <카트반가의 프라나>를 조합}

{<서리폭풍 나찰> 변형}

여기에 마법을 강화하는 무기인 카트반가의 프라나를 조합해,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눈앞에 펼쳐진 무수히 많은 마물들에 대적해, 똑같이 물량과 화력을 퍼붓는 것으로 맞서는 것이다.

콰우우우!

검은 천 사이로 비쩍 마른 나찰들의 앙상한 손이 튀어 나오더니, 곧이어 거대한 구체 형태의 폭풍이 뿜어져 나왔다.

총 아홉 기의 나찰들이 한꺼번에 뽑아낸 아홉 개의 서리폭풍.

이 구체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궤적 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물들을 순식간에 얼려버리고 말았다.

쉬이익!

투쾅! 콰콰쾅!

그리고 그 위에서, 수십 기의 검은 매 야차들이 불꽃을 두르고는 맹렬하게 지상을 향해 돌격했다.

그로 인해 끈적한 화염을 동반한 폭발들이 지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폭발 범위 내의 얼어붙은 마물들은 비스킷처럼 바스러졌다.

쿠구궁.

나찰과 야차의 기초적인 연계 공격 연달아 이어진다.

그로써 나는 도심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마물들이 순식간에 정리되어 소강상태를 끌어낼 정도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가, 감사합니다!”

“살았다!”

“얼른 도망쳐!”

덕분에 건물 안에 갇힌 채 죽음만을 기다리던 드워프 시민들을 재빨리 구출해 대피소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전투 병력들을 집결시킬 시간도 벌었다.

“스사노오는?”

“아직 연락이 안 되고 있소. 소재 파악도 불분명하오.”

“젠장, 대체 이 엿같은 통신은 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먹통인 거야?”

나는 계속 [신호 없음]이라는 화면을 띄운 채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는 홀로그램 PC를 보며 괜스레 화가 났다.

이런 통신기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위기 상황일 때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기능이 하필 지금 정지되어 버린 것이다.

“마나 링크가…… 교란되는 것 같아요.”

내 불평을 듣던 유메미가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곳에서 통신기기의 기본 원리는 각 기기, 혹은 사람이 내뿜는 마나 파장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마나 링크잖아요.”

“그래. 마하넷에서 개발된.”

“그런데 그 파장이 달라져 버린다면…… 당연히 마나 링크도 제대로 작동을 못하겠죠.”

“마나의 파장이 달라져? 그게 무슨……. 잠깐, 설마, 이거?”

“네.”

내가 허공에 손을 휘젓는 제스처를 취하며 유메미에게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이 끈적한 감각.

마치 무더운 여름날의 기분 나쁜 습기처럼 허공에 가득 차 있는 듯한 이것은, 다름 아닌 마나였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마나의 농도가 급격하게 진해진 것이다.

“……이게 단순히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그런 것 같아요. 어쩌면 저 마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요.”

공기 중의 마나 농도는 물론 경우에 따라 어떤 장소에서는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영혼을 전이시키는 고위 권능이 사용되던, 아까 그 방에선 마나의 농도가 짙은 게 당연했고 말이다.

그래서 그때는 딱히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거기서부터 이곳에 오기까지, 도시 전체에 걸쳐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가 퍼져 있었다.

외부의 개방된 영역에서마저 이 농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게 마나 링크를 교란한 원인이고 동시에 대륙의 모든 지역에 발생한 현상이라면.

각 세력의 도시들은 지금,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2파가 옵니다! 마물들의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젠장.”

상황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간다.

갑작스러운 마물들의 대규모 침공에 이어 통신 두절까지.

아후라 마즈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계속 재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펜리르가 자신이 키워뒀던 모든 기반을 가지고 아후라 마즈다와 함께 니플헤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세상은 이런 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놈이 악마와 마물들을 이용해 깽판을 칠 작정인가 보군.’

이 모든 일들이 다 아후라 마즈다의 의도대로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었다.

* * *

타카마 시티 외곽 H구역.

유신우가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적을 막고 있는 사이, 레아와 최윤아는 측면으로 우회해 시내에 진입한 마물 무리의 후방으로 접근했다.

마물들에게도 리더의 역할을 하는 우두머리가 있을 테고, 그것을 잡아내면 방어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저 건물. 저쪽이라면 관측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아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최윤아가 어느 건물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사람은 와이번의 등에 올라탄 채 하늘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지 않겠어?”

“너무 가까우면 발각당하기 쉬워서요. 특히 마물들은 감각이 워낙 발달돼 있어서…….”

“윤아 씨가 그렇다면야.”

레아는 최윤아의 말대로 마물들과는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건물 옥상에 착륙했다.

최윤아는 그렇게 난간에 서서 목표 지점 부근을 우선 망원경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리: 6,928m]

“저기다.”

가시화된 영상을 들여다보던 최윤아는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서,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특성을 사용했다.

{특성 <매의 눈> 발동}

그녀의 시야가 급격하게 확대되며 7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의 광경이 불과 몇백 미터 거리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유한 특성이 마법 망원경보다 더 높은 배율의 관측 수단이었던 것이다.

“하아.”

물론 그렇게 먼 거리를 보는 게 간단한 일인 것만은 아니었다.

최윤아는 겨우 몇 초 정도, 맨눈으로 목표를 들여다 보다가 머리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잠깐 어지러운 것뿐이니까.”

그러고는 다시 관측 작업을 반복했다.

“……찾았다.”

“정예 개체?”

“네. 다른 마물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어요.”

“위치 보여줘.”

최윤아는 레아에게 망원경을 건넸다.

그걸로는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주변 지형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4층 건물 4개가 나란히 서 있는 지점. 거기가 정예 개체가 위치한 곳이에요.”

“저렇게 멀리 있는 걸 잘도 찾아냈네.”

“네. 이제 신우 오빠에게 얘기하면…….”

유신우는 이들에게 정찰만 하라고 당부했다.

정찰 능력이 좋은 최윤아와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뛰어난 이동 수단을 갖춘 레아를 붙여놓은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아는 유신우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야. 그럼 너무 늦어.”

“네에?”

“내가 직접 처리한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전투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저길 봐. 입구 쪽에서 마물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이 상황에서 최후 방어선을 지키고 있는 신우가 자리를 비우면…… 결국 이길 수는 있겠지만 그건 상처뿐인 승리밖에 안 돼.”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걱정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정말 괜찮겠어요?”

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돌아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알겠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와이번에 탑승해 하늘로 떠올랐다.

그녀는 최윤아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의 미소를 보여주고는.

펄럭! 휘우우우!

와이번의 고삐를 잡아당겨 대각선 아래 방향으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내가 상황을 끝낸다.’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두 자루의 단창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한때 검제라는 칭호로 불리며 세계를 움직이는 거물로 암약했던 그녀였지만.

이제 그런 과거는 모두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저, 한 명의 전사로서 목표를 향해 창을 내지를 뿐.

‘나한텐 이게 더 잘 어울려.’

전설 수호령인 디어머드를 사용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벨그레이브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질 필요도 없었고, 그저 순수한 힘을 갈망하며 싸웠던 시절이 말이다.

레아는 오른손에 쥔 단창을 힘껏 움켜쥐고는, 그때를 생각하며 목표를 향해 내밀었다.

‘마물을 사냥하는 창잡이.’

투콱!

생애 처음으로 레비아탄의 머리를 꿰뚫어 쓰러뜨렸던 장면과.

지금 눈앞의 전설급 정예 마수 곰을 찌르는 장면이 서로 교차했다.

{영혼 공명}

그녀가 타고 있던 와이번은 사라졌고.

어느새 그녀의 몸에는 검은 용비늘 갑옷이 뒤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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