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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44화 (24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44화

타라와 똑같은 얼굴에 같은 이름.

그런 우연이 동시에 겹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다른 모든 조건들이 다 말이 안 된다곤 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을 따를 수만은 없었다.

결국 내 감이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라바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카트반가의 조준점이 정확히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돌리려고 해도, 뇌격은 이미 쏟아져 나간 직후.

‘안 돼!’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안 돼’를 외쳤다.

제발 이 빛줄기가 그녀에게 닿지 않기를.

번개가 내리치는 뇌 속의 찰나 안에서 수백 번, 수천 번 되뇌었다.

어쩌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저 곧게 뻗어 나가는 뇌격이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다른 곳에 꽂히게 되는, 그런 기적 말이다.

쩌렁! 치지지지직!

“……타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적보다 더 신비한 기적을 일으키는 권능들조차도, 이제와 그 결과를 막을 순 없었다.

뇌격은 부상을 입고 도주하는 그녀의 등 뒤에 정확히 내리꽂혔고, 전류는 그 육체를 가차 없이 분해했다.

마나의 전류가 체내에 가둬 놓은 거대한 마력을 모조리 증발시키고, 몸은 바짝 마르다 못해 플라스마화 되어 반짝거리는 가루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발가락부터 시작해, 다리가 소멸되고, 몸통이 사라지고, 팔, 그리고 마침내는 목덜미까지.

죽어 없어지는 타라의 눈이 나를 향했다.

어떠한 감정도 들어있지 않던 그녀의 눈에, 슬픔이 떠올라 있던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아흐리만…….’

마지막으로 움직인 입술이 과거의 내 이름을 부른 것처럼 보인 것도 내 착각이었을까.

미련이 만들어낸 환상에 현혹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비정한 현실은 어떠한 여지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여신 타라의 영혼을 수복한다.}

{인간으로서 쌓은 인연의 업이 결착에 도달한다.}

그녀가 정말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자라면 나올 수 없는 메시지.

결국 난 인정해야만 했다.

내 손으로 간신히 되살린 내 전생의 배우자를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계가 너에게 사명을 속삭인다.}

-모든 불멸하는 것들을 영원히 배제하라.

알 수 없는 존재가 내게 말했다.

그건 처음 인간의 경계를 넘어섰을 때.

‘그래, 아르테미스를 죽였을 때.’

내게 속삭였던 무수한 원한들의 목소리와 같았다.

난 그 목소리의 요구에 따라, 상실의 분노를 내 눈앞에 남아 있는 적을 향해 방출했다.

“이…… 제길!”

나찰왕 라바나가 양손에서 마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자세를 보아 나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긴급 텔레포테이션 등의 마법을 사용해 자신만 도주하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의 마법 시전 속도를 생각했을 때, 카트반가를 사용해 저격하는 건 너무 늦다.

콰아아아!

그래서 난 직접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전력을 다한 날갯짓으로 포탄처럼 지면으로 내리꽂듯 날아들었다.

그로 인해 거대한 후폭풍이 발생했고, 내 뒤에 있던 스사노오의 기병들 몇몇이 그에 휩쓸려 바닥을 굴렀다.

라바나를 둘러싸고 있던 나찰 다크엘프들 역시 튕겨 나간 건 마찬가지.

나는 주변 따위는 아랑곳없이 그대로 라바나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불멸자의 파괴뿐.

“이, 인간 따위가!”

충격파 때문에 주문이 흐트러져 마법이 취소된 라바나가, 나를 향해 근거리 공격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무슨 마법을 쓰려 했는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전에 앞으로 내민 그녀의 두 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쩌억!

“어……?”

나는 카트반가를 말 그대로 몽둥이처럼 휘둘러 라바나의 두 팔을 절단시켜 버렸다.

모서리가 날카롭게 세워져 있는 정팔면체 형태의 무게추 덕에 꽤나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때리는 용도의 물건이 아니라 내장된 코어로 마법을 강화시키는 무기지만.

지금의 내게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퍼억! 쩌저적!

“꺄아악!”

이번엔 라바나의 다리를 후려쳤다.

모서리가 아니라 면에 맞았기 때문인지, 잘리지는 않았다.

그 대신 둔기의 본분에 맞게 뼈를 으스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

쩌억! 쩌억! 쩍!

“사, 살려…… 줘…….”

이어서 쓰러진 몸뚱이를 연달아 내리쳤다.

마력은 전혀 싣지 않은, 순수한 물리력을 사용한 공격.

라바나는 두어 방 맞고 나서는 금세 조용해졌다.

그 뒤로 내가 얼마나 더 공격을 퍼부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테지.

{라바나의 영혼을 흡수한다.}

쩌적! 쩍!

죽음을 확신하게 만들어 줄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는데도, 그 행동을 멈추지 않을 걸 보면 말이다.

“이봐! 그만하면 됐어!”

내가 망치질을 그만둔 건, 내 뒤에서 접근한 스사노오가 양팔로 나를 붙잡은 후였다.

* * *

‘인연의 업…….’

돌아오는 동안, 계속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말로 내가 타라를 죽인 것일까?

동 대륙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어야 할 그녀가 대체 어떻게 여기에?

애초에 싸움과는 전혀 상관도 없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힘을?

그냥 정말로 우연이 일치한 것은 아닐까?

……라고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해 봤지만, 이후에 나타났던 메시지까지 생각해 보면 도저히 그냥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었다.

‘여신 타라라니…….’

그럼에도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메시지가 대뜸 그녀를 두고 여신이라는 명칭을 붙인 건 너무나도 이상했다.

만약 그런 신이 실존했다면 내 눈에 수호령 표시가 보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 오른쪽 눈의 심연 속에 타라의 영혼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그 이후에 흡수한 라바나의 영혼은 지난번 쿠베라처럼 심상세계 속에서 얌전히 내게 먹히길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메미.”

“네?”

“지금 잠깐 시간 내줄 수 있나?”

결국 이건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유메미의 권능을 통해 타라가 살아 있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뭣 때문에 그러시죠?”

“영혼을 찾아줬으면 해서.”

“그거야 어렵지 않죠. 누구의 영혼을 찾으면 되나요?”

“타라.”

내 입에서 그 이름을 들은 유메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알포드 성에 계시지 않나요?”

“그게…….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일단 한번 확인해 줘.”

“알겠어요.”

그녀는 더 이상 반문하지 않고 내 부탁을 들어줬다.

곧 바리공주의 영체가 투영되고, 마법 막대 끝에 혼살이꽃이 소환되었다.

“별로 어렵진 않을 거예요. 이미 실제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의 영혼을 찾는 것 정도는.”

그리곤 큰 부담 없는 표정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으로 이루어진 혼살이꽃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난 바짝 긴장한 채로 그 과정을 지켜봤다.

“음…….”

잠시간 눈을 감고 영혼계를 들여다보던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뭔가 잘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게…….”

“……아.”

아니나 다를까, 유메미는 내가 했던 추측에 확실한 못을 박아버리고 말았다.

“왜 이미 죽은 사람으로 나타나는 거지……?”

이젠 정말 확실해졌다.

동 대륙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야 할 타라가, 어쩐 일인지 이곳까지 흘러와 죽고 말았다는 사실이.

그것도 내 손에 말이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다시 살릴 수 있나? 영혼이 멀쩡하다면?”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마디를 더 물었다.

타라는 이미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사람이다.

그리고 레아 역시 죽음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유메미의 오색꽃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뇨. 그건 불가능해요.”

그녀는 끝내 마지막 희망마저 부정했다.

“한 번 되살린 사람을 다시 부활시킬 수는 없어요.”

“왜? 어째서지?”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필멸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에요.”

“필멸의 법칙이라니?”

“모든 사람은 결국 죽게 되어 있어요. 영혼도 마찬가지로 사라져 흩어지고. 제아무리 바리공주의 권능이 강하다 하더라도, 그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거든요. 만약 무한 부활이 가능하다면, 사실상 바리공주의 의지에 따라 아무 필멸자를 불멸자로 만들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권능을 가질 수 있다면 바리공주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신이 되었겠지만……. 그렇진 않잖아요.”

“말도 안 돼. 정작 본인들은 불멸자이면서…….”

“그래서 세상은 균형을 위해 더 많은 죽음과 소멸을 요구하는 거예요. 평화롭기만 하던 지구에 각성자가 나타나서 신의 권능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니, 마물 같은 위험한 것들이 창궐했잖아요. 그것도 역시 그 ‘필멸의 법칙’의 일환인 거죠.”

“말하자면…… 세상이 그들을 위해 더 많은 필멸자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건가?”

“그렇죠.”

세상의 불합리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누군가는 법칙이라는 미명 아래 반드시 한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반면 누군가는 그 법칙에서 벗어나 원하는 걸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만약 타라가 신이었다면 그 사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겠으나.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의 실수로 존재가 지워져야 했다.

불멸자란 누군가의 죽음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알았다.”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내게 신을 영멸하는 능력이 주어진 이유를.

시바의 유지가 내게로 이어지는 이유를 말이다.

힐끔.

나는 유메미에게 투영되어 있는 바리공주를 쳐다보았다.

그 강한 기세를 가진 바리공주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 없앤다.’

다시 한번 목적을 되새겼다.

달라진 건 없었다.

복수심은 조금 더 커졌고.

거기에 사명감이 한 스푼 얹어졌을 뿐.

‘일단…… 타라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어.’

그 이전에 난 우선 이 모든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 * *

아틀라스팜의 필드 착굴 현장.

쿠구구구궁.

“으, 으아아! 마물이다!”

트롤 인부들이 수많은 종류의 마물들이 저 멀리서 달려오는 걸 보고는 냅다 줄행랑치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탕!

현장을 지키던 다크엘프 경비들이 총기를 사용해 접근하는 마물들을 쫓아내려 했지만, 역부족.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의 화력으로는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개체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대체 본사에선 뭘 하고 있는 거야?”

“라바나 님은? 라바나 님께 연락은 했나?”

“이미 한 시간 전에 이상 징후가 보일 때부터 계속 연락했는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습니다!”

“젠장, 그 약쟁이가…….”

이 사태는 근방의 마물 개체 수를 통제하던 라바나가 죽어버린 탓이 컸다.

직접적인 사냥과 더불어, 그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웬만한 것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억지력’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게다가 비정기적으로 본사와 이곳을 오가는 타라마저 사라져 버렸으니.

이제 이곳에 아틀라스팜의 영향력은 거의 미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다! 철수해!”

“……예? 그럼 인부들은…….”

“인부들은 뭐? 네가 쟤네들 대신 희생이라도 하게?”

“아, 아닙니다!”

“잔말 말고 빨리 차에 타기나 해!”

“예!”

결국 이곳을 수비하는 최소한의 병력마저 떠나고 난 후, 이곳은 완전한 살육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나, 나도 태워줘요! 제발!”

“살려줘어어!”

“으아악!”

다수의 트롤들과 소수의 인간 및 다크엘프로 구성된 인부들이 마물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사방으로 피와 살, 뼛조각들이 튀고, 그런 조각 하나라도 더 잡아먹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는 마물들도 존재했다.

그야말로 수라도.

그런 광경이 지하 깊은 곳의 갱도까지 이어졌다.

바깥 상황이 어떤지 알지도 못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부들은 속수무책으로 잡아먹혔다.

쿵. 쿵.

그렇게 인적이 사라져 가던 땅굴 바닥 어느 가운데.

으적.

바위를 깨부수고, 사람의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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