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43화 (24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43화

그녀는 타라와 너무나도 닮았다.

아니, 똑같았다.

옷차림과 피부색, 그리고 분위기가 바뀐 걸 제외하고는 말이다.

콰우우우!

쏘아 보낸 사자와 보름달 모양의 검기가 서로 충돌하며 허공으로 흩어지고 난 후, 나와 그녀는 한 번 더 달려들어 칼을 맞대었다.

카앙!

타라가 들고 있는 사브르 형태의 칼과 내 파슈파타가 강하게 부딪혔다.

이 거리에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타라……? 네가 어떻게……?”

물론 단지 그냥 닮은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인종과 아인종, 마법 생물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실존 인물인 타라와 똑같은 얼굴을 한 개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 회색빛의 창백한 피부는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피부색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난 왜인지 그녀를 보자마자 내가 아는 사람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그냥 아무런 근거도 없는 ‘느낌’이었다.

“당신…… 맞지?”

“…….”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무덤덤하게, 지금 싸워야 할 상대인 나를 대적하고 있을 뿐이었다.

카카캉!

곧이어 타라는 나를 밀쳐내며 사브르를 빠르게 휘둘러 견제 공격을 펼친 뒤.

쉬익!

거리가 멀어지자 다시 한번 장거리 참격을 날렸다.

위에서 아래로, 종으로 휘두르는 궤적을 따라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발출되었다.

보름달보다는 가볍지만 속도가 빠른, 면도칼 같은 공격.

‘어째서…….’

나는 그 현란한 검술을 펼치는 타라를 보며,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타라가 이런 힘을?’

동 대륙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에 있는 것도 모자라서, 나를 밀어붙일 정도의 강한 전투 능력을 발휘한다.

단순히 ‘갑자기 각성자가 된’ 수준도 아니고, 요르문간드의 격을 받아들인 나와 대등하게 맞설 정도의 힘을 말이다.

스르륵.

“나. 적당한 상대 아니다.”

그녀는 마치 공간을 타 넘듯 한순간에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충고 어린 말을 내뱉더니.

투쾅!

칼을 잡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마력 파동을 쏘아 보내 내 자세를 흐트러뜨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초승달 모양의 고속 검기를 날려 보냈다.

“흡!”

서걱!

나는 공중에서 재빠르게 롤링을 하며 피하려 했으나, 왼쪽 날개에 검기가 명중하고 말았다.

검은 날개는 단숨에 반으로 잘려버렸고, 비행 밸런스가 무너진 나는 또다시 휘청거렸다.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타라는 그 짧은 순간조차 내게 허락하지 않았다.

공세를 유지한 채 연달아 날려 보내는 초승달 검기는 나를 완벽하게 몰아붙였다.

이 상황에서 난 그것들을 간신히 쳐내면서 파괴력을 상쇄하는 수밖에 없었다.

프리드웬을 들자니, 반사 역장을 쓸 수 없는 지금은 방어 면적에 한계가 있어 방패로 가려지지 않는 부위가 검기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그 외에 다른 방어 능력을 사용해서 막기엔 방어력 자체가 부족하다.

결국 남은 방법은 공격을 공격으로 상쇄하는 것뿐.

‘정신 차리자! 저 여자는…… 타라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인드까지 흐트러지면, 그건 필패의 지름길이다.

나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감정이나 느낌이 아닌, 이성적 사고를 토대로 상황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특성 <승리자의 사고체계> 발동}

‘그래. 오히려 저자가 타라와 동일인물이라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 여자는 ‘얼굴이 똑같이 생겼다’는 것 외에 타라와 동일인물이라 생각할 만한 근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피부색, 분위기, 서 대륙으로 올 가능성, 그리고 이 압도적인 전투 능력.

모든 게 다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데도, 난 그저 ‘느낌’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에 의거해 그녀를 타라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적극적인 반격으로 현 상황을 타파하자.’

그러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저건 내 전력을 다 퍼부어도 이길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상대다.

나는 곧장 칼자루를 두 손으로 고쳐 잡고서, 결심한 마음가짐으로 힘을 끌어올렸다.

{진원진기가 <환란의 빙정>으로 대체된다.}

우선은 빙정의 힘을 사용해 잘려 나간 검은 용 날개를 복구한다.

촤르르륵.

새하얀 얼음 결정들이 절단면을 덮어 나가며 눈 깜짝할 사이 새로운 날개를 형성해 냈다.

비행 밸런스가 바로잡힌 나는, 훨씬 더 안정적으로 검기를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얼음의 힘?”

타라와 닮은 여자는 내가 환란의 빙정으로 신체를 복구하자마자, 표정에 작은 변화가 일었다.

불의 힘을 사용하던 내가 갑자기 자신과 똑같은 얼음의 힘을 사용하니 의외라 생각한 것일 터였다.

‘빈틈이다.’

난 그 작은 흔들림을 캐치해 냈다.

실제 시간으로는 0.1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순간.

하지만 나와 그녀 정도의 격을 가진 존재들 사이에서는 한없이 긴 공백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원진기가 <격멸의 업화>로 대체된다.}

화르륵.

곧바로 나는 다시금 불의 힘을 이끌어냈다.

아니, 폭발시켰다.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흑화륜’ 전개}

트리슈라의 돌진 공격에서 이어지는 연계기가 아니라, 제자리에서 즉발로 펼치는 용격 공명기.

초격에 끝장내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하에, 대뜸 내질러 버린 것이다.

단칼에 상대를 죽이겠다는 맹렬한 살의를 품고서 말이다.

‘적중하면…… 이긴다!’

원거리에서부터 파고드는 큰 일격.

이건 도박이나 다름없는 공격이었다.

만일 상대가 피해버리기라도 한다면, 상황이 역전당할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괜히 용격 사용 전에 트리슈라를 꺼내는 게 아니다.

그건 최대한 상대방에게 접근해서 최적의 타이밍에 용격을 맞추기 위한 각을 재는 것이었다.

그런 사전 작업을 생략한 건, 저 여자가 속도로는 나보다 더 빠른 데다 검기를 위주로 싸운 탓이었다.

한마디로 속도와 간격이 우월한 검사라는 것.

그러니 저런 상대를 마주한 나로서는 허점을 찌르는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게 최선이었다.

콰우우우우!

검은 화룡이 회전하는 칼끝에서 분출하듯 뿜어져 나오며 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나와 일체화된 아지다하카의 흑염으로, 재차 검기를 날리려는 여자를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큭!”

맞공격으로 내 기술을 상쇄시키려던 그녀는 결국 화력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그 판단조차 인지를 초월할 정도로 빨랐기에 망정이지,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그녀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화륵.

결국 검을 쥐고 있던 쪽의 팔이 검은 화룡에 집어 삼켜져 순식간에 재가 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여자는 예의 순간이동 기술을 사용해 순식간에 지상의 나찰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덥석.

남은 자리에는 그녀가 사용하던 사브르만이 남았고, 난 그것을 공중에서 낚아챘다.

‘투영무구가 아니야.’

사브르는 마력으로 만들어진 투영무구가 아니라, 금속으로 만들어진 실물 검이었다.

어떠한 마력도 덧씌워져 있지 않은, 현실의 물질 말이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저 여자가 사용하는 힘의 원천 때문이었다.

‘투영무구를 쓰지도 않고, 몸에 영체를 투영하는 것도 아니다. ……머리 위에 수호령 표시가 보이지 않은 건 정말로 각성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건가?’

타라를 닮은 잿빛 피부의 여성.

그녀에겐 수호령이 없었다.

그 말인즉, 아델이나 부활 후의 레아처럼, 자신이 쌓아 올린 ‘무의 업’만으로 저만한 수준의 검술을 터득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곳에도 강한 능력을 가진 비각성자 주민들, 속칭 NPC라 불리는 아인종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적어도 타카마 시티에는 저만한 능력자가 없기는 했지만, 아무튼 가능성이 아예 없는 얘긴 아니라는 뜻이었다.

‘왜인지 이상할 정도로 낯설지가 않아.’

그런데 난 자꾸만 저 여자가 이상할 정도로 특별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단순히 얼굴 때문에 내가 착각한 거라고만 여겼으나.

그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녀의 힘에 대해서, 대뜸 아델과 레아를 떠올린 것도 그렇고.

어째서인지, 내 몸에 흐르는 아지다하카의 피가 그녀에게 반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돌격!”

아래쪽에서 스사노오가 전황이 기울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기병대를 이끌어 적진으로 내달렸다.

라바나가 이끄는 나찰 다크엘프들이 마법사 부대라는 것을 알아챈 그가, 멀리서 권능을 사용하는 것보다 뒤섞여 초근접전을 펼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구구궁.

‘……그래. 더 이상 꾸물거리지 말자. ……저건 타라가 아니야.’

나는 다시 한번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스사노오에게 지원 사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야차 소환}

{<격멸의 업화>와 <트리슈라의 프라나>를 조합}

{<검은 매 야차>로 변형}

하늘에서 화염으로 둘러싸인 야차들을 날려 보내 지상 폭격을 가하고.

{<파슈파타>를 <파성퇴 카트반가>로 변형}

검 형상인 파슈파타에 지난번 얻은 프라나인 카트반가를 발동시켜 철퇴 형상으로 변형시켰다.

50센티미터 정도의 자루 끝에, 정팔면체 모양의 무게추가 달린 모습.

별을 부수는 철퇴, 카트반가가 내 손에 들어왔다.

‘파성추 전개.’

처음 손에 쥐는 무기지만, 그 안에 내재된 모든 사용법과 개념들이 한꺼번에 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파슈파타에 저장된 정보 덩어리, 프라나가 나에게 그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촤르르륵.

정팔면체 추의 각 면이 떨어져 나가면서, 그 안에 들어 있던 초록색으로 빛나는 구체가 드러났다.

그 코어가 바로 이 무기, ‘파성퇴’의 본질이었다.

‘투사 마법 강화. 위력을 시험해 보기 좋겠군.’

난 곧바로 카트반가 안에 업화를 불어넣었다.

내 몸에서 철퇴를 거쳐 마법이 발현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환영마검’ 전개}

화아악.

곧이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강한 열기가 그 초록 구체에서 퍼져 나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동시에 검은 화염을 받아들였기 때문인지 코어도 까맣게 물들었다.

큐웅!

이어서 코어에서 발사된 투사체 한 발이 나찰들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평소에 사용하던 환영마검과는 달리 탄속이 너무 빨라서 그것이 검 형태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빨랐다.

투쾅!

지면에 적중한 환영마검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단 한 발에 불과했지만, 그건 거의 용격을 사용하지 않은 금강염사에 맞먹을 수준의 화력이었다.

그 탓에 아군이 휘말리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나찰들이 물러나던 후방을 타격한 덕에 전면의 아군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강하다. 발동시키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원거리 포격 용도로는 쓸 만하겠어.’

나는 카트반가의 위력을 확인하고선, 다시 한번 사용하기 위해 조준점을 변경했다.

이번엔 부상을 입고 도주하는 저 잿빛 피부의 여자.

타라와 같은 얼굴을 가진 그녀를 저격하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돼. 여기서 제거하지 못하면 후환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나는 굳게 마음먹고 카트반가를 손에 쥐었다.

사용할 마법은 격류뇌전.

빠른 뇌격으로 단숨에 마무리 지을 작정이었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격류뇌전’ 전개}

파지직.

격멸의 업화가 고압의 전류로 변형되고, 파성추의 새까만 코어 주변에 전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힘이 충분히 모인 것을 확인하고, 코어에서 그것을 방출한 순간.

내 귓가에 다시 한번 그 이름이 들려왔다.

“타라 님! 피하십시오!”

콰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