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42화
스사노오는 유신우의 지시를 받아 아틀라스팜의 ‘사유 필드’를 조사하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백호 기병 하나가 지평선 너머로부터 다가와 그에게 탐색 보고를 전했다.
“뭐가 있었지?”
“대규모 굴착 시설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굴착 시설이라고? ……정말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신기라도 땅에 파묻혀 있단 말인가.”
부대원의 말을 들은 스사노오의 눈에 관심이 떠올랐다.
정보전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들 외에, 무력에 관해서만큼은 순수한 권능과 신기만을 고집하는 그였다.
라이진처럼 육체를 사이버웨어로 교체하지도 않고, 츠쿠요미처럼 장비에 의존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건 나름의 신념과 현실적인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었다.
어쨌든 그런 그에게 있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신기의 발견이란,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틀라스팜의 인트라넷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정보. 직접 두 눈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절대로 알 수 없는…….”
스사노오는 자신이 직접 움직여 탐사를 하는 와중에도 정보 침투를 동시에 진행했다.
공용 네트워크와 내부 인트라넷 모두를 공략하는 작전.
츠쿠요미의 휘하에 소속되어 있던 해커들과 장비들이 다수 동원된 이중 침투 작전이었다.
그럼에도 그 방법으로는 어떠한 단서조차 얻을 수 없었고, 이처럼 직접 정찰을 한 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을 대놓고 통제하면서 작업하면 필연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지금처럼.”
스사노오의 곁에 있던 이와나가가 그의 추측에 의문을 표했다.
“그건 이미 감안하고 있었을 거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제대로 된 내부 정보조차 갖추지 않고 졸속에 가깝게 진행한 걸 보면……. 저 밑에 있는 걸 어떻게든 빠르게 꺼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일 확률이 높다.”
“잠깐, 그 말씀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뜻이잖아요?”
“그렇지. 지금 당장 복귀해서 대장에게 알려야 한다.”
스사노오는 고삐를 잡아당겨 타고 있던 백호의 머리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마수를 탑승한 채로 움직이면 마력의 파장 때문에 차량을 타고 움직일 때보다 흔적을 많이 남긴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은 은밀성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한 시기.
그는 자신의 정찰 행동이 상대방에게 알려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유신우에게 돌아가려 한 것이다.
“가자.”
“예.”
스사노오와 백호 기병은 지상을 달려서, 이와나가는 권능으로 지면과 일체화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찰나.
콰아아!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곡선 궤적을 그리며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그 안에 내재된 마력은 굉장한 수준이었지만, 탄속이 너무나도 빨라 앞서 나가던 백호 기병은 감지를 하고서도 반응을 하지 못했을 정도.
{권능 <영체 투영 - 스사노오> 발동}
{권능 <파도 베기> 발동}
그러나 여기엔 다행히 스사노오 본인이 동행하고 있었기에 순순히 당하지만은 않았다.
촤아아악!
양손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는 역동작이 걸려 있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사이 스사노오는 자신의 영체를 투영하고서 검을 쥔 손을 들어 올려 기술을 사용했다.
호선의 참격 궤적을 따라 발생한 대량의 푸른 물길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 하늘의 불덩어리를 집어삼켰다.
콰앙!
맹렬한 폭발과 그에 이어지는 시커먼 연기는 한 순간 지상에 거대한 그늘 지대를 만들 정도의 규모를 자랑했다.
그런데도 그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세 사람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폭발의 위력이 스사노오가 일으킨 파도 검기에 휩쓸려 모조리 하늘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스사노오 님!”
이와나가는 폭발이 벌어진 후에야 사고를 인식하고 땅 위로 올라왔다.
“전투 준비!”
{<컴뱃 레디니스> 발동}
하지만 달리 상황을 판단할 겨를은 없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공격한다.
스사노오는 그것을 확신한 순간, 그 즉시 전투에 돌입해 부대원들을 불러내고 적과 마주했다.
“돌격!”
그러고는 그 즉시 모든 백호 기병들을 이끌어 한쪽 방향을 향해 고속 돌진을 시도했다.
그건 무작정 아무 곳으로나 달려 나간 것이 아니라, 화염구가 날아온 방향, 그리고 방금 전 백호 기병이 보고한 아틀라스팜의 시설 방향을 토대로 예측한 적의 위치에 따른 것이었다.
투두두두두.
대규모의 기병대가 일제히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머리 위를 자욱하게 뒤덮었던 검은 연기가 양쪽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흐트러졌던 공기중의 마나가 정렬되며 주변의 마력 파장이 선명하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스사노오의 예측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눈앞에 보이는 모래언덕 너머로, 방금 전의 화염구를 쏘아 보낸 적이 존재함을 알아낸 것이다.
여기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단지 1시 방향으로 약 30도 정도 돌진 경로를 꺾는 것뿐.
그는 오른쪽 고삐를 잡아당겨 백호의 머리를 살짝 옆으로 틀며 달려나갔다.
그러자 그 뒤로 따라오던 150여 기의 백호 기병들 역시 그를 쫓았고, 스사노오의 기병대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언덕을 올랐다.
그 너머에서, 그들의 접근을 맞이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찰왕 라바나.
“그래. 와라. 이쪽으로!”
그녀는 마법전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근거리전에 능숙한 스사노오와 싸우면 불리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체 능력에 대해 과신하는 건 여전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를 보좌하고 있는 나찰들이 이번에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붙잡아주었다.
스윽.
이렇게 급격하게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 그녀는 품에서 손바닥만 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주사기 하나를 뽑았다.
“라바나 님! 지금은…….”
그러고는 다른 나찰들이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주삿바늘을 자신의 팔뚝에 꽂았다.
“하아아……. 으으읏!”
한순간 급격한 쾌감과 함께 전신의 근육이 수축되는 기분이 그녀의 신경을 강타했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나찰들은 그녀의 전투 판단이 흐려지지 않게 잡아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갑자기 꺼내든 마약을 투여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뭔 한숨을 쉬고 지랄이야? 재수 없게. 크크큭.”
“라, 라바나 님…….”
“이건 그냥 약이 아니거든. 어디 한번 보라고.”
그런데 의외로 약물을 투여했음에도 그녀의 상태는 꽤나 멀쩡했다.
원래 같았으면 흥분감에 당장에라도 뛰쳐나가야 정상이지만, 이번엔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오히려 가라앉은 느낌.
{<오블리터레이션(Obliteration)> 메타캐스팅(metacasting) <룬 트랩(Rune trap)> 발동}
그러고는 강대한 마력을 일으켜 눈앞의 언덕 꼭대기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룬을 새겼다.
<오블리터레이션>은 운석 소환 마법인 <인보크 미티어라이트>보다도 더 높은 위력의 파괴 마법이다.
강대한 위력과 범위를 가졌지만, 피아, 심지어 시전자 자신마저도 피해를 입히는 마법인 주제에 발동은 오로지 자신의 손안에서만 가능한,
한마디로 자폭 마법이었던 것이다.
라바나는 그런 마법에 ‘메타캐스팅’, 즉 변형을 가해 ‘룬 함정’ 형태로 시전하는 기예를 펼쳤다.
<오블리터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시전자의 마나를 전부 소모하는 게 기본이라 추가 마나 소모가 필요한 ‘메타캐스팅’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런 불가변의 법칙을 뛰어넘고 말았다.
그건 모두 방금 그녀가 투여한 아틀라스팜의 신형 약물인 ‘마나버스터X’ 덕분이었다.
“어, 어떻게……?”
“후훗.”
주변에서 놀라워하는 나찰들의 반응을 보며, 라바나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약쟁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왔지만, 이걸로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모든 게 다 앞으로를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투두두두.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을 울리는 진동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사노오의 기병대가 언덕 꼭대기에 거의 다다른 것이다.
“밟아라, 밟아라, 밟아라……!”
라바나는 오블리터레이션의 장대한 파괴 효과와 함께 조그만 난쟁이들이 육편이 되어 갈려 나가는 장면을 상상했다.
적의 시선을 끈 다음, 마법 함정을 깔아 한꺼번에 소탕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 작전이었다.
사실 그건 자신이 아니라 옆에 있는 나찰이 생각해 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투두두두!
그리고 마침내.
우웅!
“됐다!”
언덕 위에서 숨겨져 있던 거대한 마법진이 빛을 뿜기 시작했다.
함정으로 설치된 오블리터레이션이 발동됐다는 의미였다.
“……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그 위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드워프들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목표물이 미끼를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함정이 저 스스로 작동해 버린 것이었다.
위이이잉. 콰아아앙!
결국 그 막강한 마력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거대한 덫은 어느 한 명의 적도 낚아 올리지 못한 채 허망하게 터져버리고 말았다.
“……씨바알!”
장대한 헛폭발이 이어진 후, 라바나의 눈에 들어온 건 땅속에서 튀어나온 한 여자 드워프.
다름 아닌 지면과 일체화한 이와나가였다.
그녀가 땅속에서 움직이며 트랩을 건드린 탓에, 스사노오가 제 위치에 도달하기도 전에 마법이 작동되고 만 것이다.
“으…….”
물론 언덕이 통째로 깎여나가는 수준의 파괴를 일으킨 오블리터레이션 아래에서 이와나가도 무사하진 못했다.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지상으로 올라와 쓰러지고 말았다.
“너! 이와나가를 데리고 이탈해라!”
“예!”
스사노오는 돌격 도중에 기병 한 명을 빼서 이와나가를 데리고 후방으로 빠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공세를 유지한 채 라바나를 향해 자신의 최강 기술을 준비했다.
“개 같은 년! 감히 내 회심의 작품을 이딴 식으로 망쳐놔?”
라바나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생각한 그림이 펼쳐지지 않은 데 대한 분노에 더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마나버스터X의 약 기운을 토대로 마법을 시전했다.
{권능 <하늘깃 가르기> 발동}
하늘을 양분하는 필살의 참격.
{<인보크 미티어라이트> 발동}
그 참격의 사용자를 향해 비스듬히 떨어지는 멸망의 유성.
각자 자신의 부대원들로부터 마력을 이어받아 위력이 극대화된 최강의 기술들이 서로 부딪히려는 순간.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금강염사(金剛炎獅)’ 발동}
{공명기 <달그림자 검식> 파생형 ‘만월청영(滿月靑影)’ 발동}
전장에 제3의 인물들이 난입했다.
스사노오의 후방으로부터 뛰어든 자는 유신우.
라바나의 후방으로부터 뛰어든 자는 타라.
그 둘은 서로 동일하면서도 상반된 에너지를 발출하며, 각각의 하급자인 라바나와 스사노오의 기술들을 바람 앞 촛불처럼 사르고는 정면으로 부딪쳤다.
칼날에서 불꽃의 사자를 내지르는 유신우는 뜨거움을.
푸른 보름달을 내지르는 타라는 차가움을.
세계의 근원을 이루는 속성과도 동일한, 불과 얼음으로 말이다.
“너는…….”
그러나 지금 이 찰나와도 같은 짧은 순간에, 유신우에겐 자신에게 맞선 자가 사용하는 기술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타라?”
분명 동 대륙에 있어야 할 사람이.
그것도 자신의 전생의 배우자가.
전혀 뜬금없는 장소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