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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41화 (24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41화

고든을 위한 ‘훈련’은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나는 다시 타카마 시티로 돌아왔다.

“그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소.”

라이진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필드의 땅을 사유화한다니! 이게 정말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짐작조차 불가하오.”

그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쪽 세상은 안전지대로 묶인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땅들은 모두 무주공산이다.

애초에 그 땅들이 모두 각각의 세력에 귀속되어 있는 거라면 모를까.

지금껏 그곳을 차지하지 말자는 암묵적 약속을 계속 지켜왔던 상황에서 이제 와 그것이 깨지게 된다면.

모든 세력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일 게 분명할 터였다.

그러면 세력 간에 분쟁이 벌어지는 건 필연적이고, 그 확장 행위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륙 전체가 거대한 혼돈의 시대로 빠져들게 되는 셈이다.

“당장 다른 세력들에게 접촉해 오늘 있었던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하오. 만약 인드라닉스와 마하넷이 정말로 그런 서류를 승인한 거라면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아니라면 아틀라스팜은 위조의 죄에 대해 처벌받을 것이오.”

라이진은 그에 대해 상식적인 해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난 조금 생각이 달랐다.

“아니야. 그러지 마.”

“그게 무슨 소리요? 그럼 가만히 있겠다는 거요?”

“이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2주 뒤에 있을 세력 회합에서 꺼낸다.”

지금부터 약 2주 후, 5대 세력과 9대 군소세력의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합이 예정되어 있다.

목적은 A&A의 새로운 우두머리이자 칠지도의 주인인 나를 각 세력들에게 각인시키는 것.

5대 세력 중 한 곳의 정치 상황이 크게 변화했으니, 당연히 거쳐야 할 의례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자리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늦지 않겠소? 만약 그사이에 일이 커지기라도 한다면…….”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그리고…… 그건 단순히 다크엘프들의 영역 확장에 대한 야욕 때문이 아니야.”

“그럼 뭣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그 지역에 아주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난 오늘 그 다크엘프의 태도를 떠올렸다.

뭔가 중요한 게 있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눈빛이 흔들리면서 도리어 나에게 도발을 걸던 모습.

너무 투명해서 굳이 추리할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것? 설마, 무슨 신화 속 마법 장비 같은 거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

“그런 게 아직도 남아 있을 리가 없소. 우리가 가진 신기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은 진작 전부 발굴해 낸 데다가, 시스템의 일부인 퀘스트는 100년도 더 전에 소멸한 지 오래요.”

“퀘스트가 소멸했다고?”

“그렇소. 이제 이 땅에 남은 거라곤 저 엄청나게 강력해진, 밖을 활보하는 마물들의 뼈와 가죽, 장기들뿐.”

그러고 보니, 서 대륙의 각성자들이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는 이야기는 이곳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적어도 한두 군데 정도는 스킬 전수로 얻지 못하는 것들을 얻으러 갈 법도 한데, 이곳에선 그런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아예 퀘스트가 소멸했기 때문이었을 줄은.

“다행히 우리는 기술의 발전 덕에 마법 장비를 직접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익숙해지고 있소만.”

라이진은 이방인인 우리가 이곳 세계보다 발전도가 조금 뒤떨어지는 사회에서 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 대륙은 내가 막 떠나려던 시점에야 엘프들에게서 빼앗아 온 지식으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선 각성자와 마법이라는 요소 자체가 나타난 지가 월등히 더 오래되기도 했고.

아무튼 그의 말에 따르면, 서 대륙은 더 이상 그런 새로운 걸 발견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분쟁이 일어날 소지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뭔가를 찾고 있다면.

“그러면 더 흥미가 가는데.”

그 안엔 정말로 중요한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아틀라스팜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더 찾아봐야겠어.”

나는 그 자리에서 스사노오를 불러내 그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원래 정보전은 츠쿠요미의 특기였지만, 그가 죽음으로써 가지고 있던 온갖 장비와 인적 자산들은 모두 나에게 귀속되었기 때문에, 스사노오에게 그것을 쓰게 하면 된다.

고든의 훈련은 같은 마법사인 유메미와 마물의 전문가인 라이진에게 맡기고.

나는 언제나 그렇듯 직접 몸을 움직인다.

용기사들을 데리고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타라 님, 어째서 여기에…….”

라바나는 갑자기 나타난 ‘타라’ 앞에서 급히 머리를 숙였다.

피부는 다크엘프와 같이 잿빛, 그것도 창백한 흰색에 가까운 회색이었지만, 키를 비롯한 외형은 평범한 인간 여성인 타라.

이종족에 대해 강한 우월감을 가진 다크엘프들이, 자기보다 키가 작은 종족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건 큰 치욕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동작을 취하는 것은 물론, 라바나가 불편한 기색까지 취하는 것은 그만큼 타라가 두려운 존재라는 뜻이었다.

“……사고, 막으러.”

“예에? 사고 말씀이십니까? 그, 그러셨군요! 하지만 보다시피 여기는 전혀 사고가…….”

“너. 얌전히.”

타라는 라바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강하게 다그쳤다.

평소에 감정 섞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이 거의 없는 그녀가 이 정도로 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방금 라바나가 칠 뻔한 사고가 심각했다는 뜻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결국 라바나는 타라가 이곳까지 온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서 용서를 구했다.

아무리 약물에 취해 사느라 사리 분별을 잘 못 한다지만, 이런 순간에 능글맞게 넘어가려 하면 안 된다는 건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툭.

그러자 타라가 허벅지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엎드려 있는 라바나의 앞에 던졌다.

“……이, 이건?”

물끄러미.

타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라바나를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

라바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잘못을 하면, 신체 일부를 스스로 절단하는 처벌.

드워프들이 행하던 관습에서 나온 것이긴 한데, 정작 당사자들 사이에선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관습이었다.

왜냐하면, 각성자들은 기본적으로 회복이 빠른 데다가 마법으로 얼마든지 결손된 신체를 재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크엘프들이 그런 구식의 관습을 베껴 와서 시행하는 건, 그만큼 이 조직이 굉장히 후진적이라는 의미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아랫것은 결국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라바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날이 크게 휘어 있는 단검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펼쳐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오른손의 단검으로 내려치려는 순간.

슥.

타라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가, 감사…….”

라바나는 그것이 과감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통을 감수하려는 자신에게 처벌을 면해주려는 의도라 생각했으나.

그건 착각이었다.

“……예?”

타라는 그 앞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왼손의 손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이걸 다요……?”

끄덕.

그건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을 통째로 자르라는 뜻이었다.

그것도 재생이야 시킬 순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혹한 처벌.

빤히.

하지만 저항할 순 없었다.

타라의 초점 없는 저 두 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지의 압박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에, 눈치를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이잇!”

서걱.

결국 라바나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왼손을 완전히 절단해 버렸다.

엄습해 오는 고통과 많은 출혈로 인해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꺄악…….”

{치유의 빛이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물론 그걸로 죽게 할 목적은 아니었기에, 타라는 그녀에게 회복 마법을 써서 치료해 줬다.

그것도 신체를 재생하는 수준은 아니고, 손목을 새살로 뒤덮어 출혈을 막게 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3개월.”

“……알겠습니다.”

타라는 3개월간 신체 재생 마법도, 임시 의수도 사용하지 말라는 통보를 내린 후, 가까이 다가와 라바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라바나는 그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씁쓸한 기분에 머리를 숙인다.

오늘은 정말 재수 없는 일만 계속 일어나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인간에게 치욕을 당하질 않나, 화 좀 풀려고 했더니 타라에게 걸린 데다 손목까지 잘리고…….

뒤에서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있는 나찰 다크엘프들이 침울해진 그녀를 걱정할 정도였다.

“방금 전에.”

그러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타라는 아직 라바나에게 볼일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예?”

“싸웠던 상대. 누구?”

단순히 라바나가 사고를 치는 걸 막고 처벌을 하기 위해 타라 같은 거물이 이곳까지 왔을 리는 없고.

역시나 그녀에겐 다른 주요한 목적이 있었다.

“제가 싸웠던 상대……. 아, 그 인간 말씀이십니까?”

끄덕.

“그 왜……. 이번에 A&A에서 일어난 쿠데타, 아시지 않습니까? 이례적으로 드워프가 아니라 인간이 우두머리가 됐다고 하던……. 바로 그자였습니다.”

“어땠지?”

“어땠냐니…… 그게 무슨?”

“강했나?”

“어…….”

라바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타라는 이전에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 상대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강함을 묻는 것은 두 번째.

대륙에서 거의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무투파인 타라가, 이런 관심을 가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럴 리가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 선에서 얼마든지 끝내버릴 수 있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라바나는 유신우를 떠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본인이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던 건 벌써 다 잊어버렸다는 듯이 말이다.

“거짓말.”

“아, 아뇨! 정말로…….”

하지만 타라는 남아 있는 마력의 흔적만으로도 유신우가 얼마나 큰 능력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고.

“넌 여기. 그자는 여기.”

그녀는 한 손은 허리 아래로 내리고 다른 한 손은 머리 위로 치켜들며, 유신우와 라바나 사이의 힘의 격차를 묘사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전? 그래도 진다.”

라바나는 애써 부인했지만, 타라는 단호하게 결론지어 버렸다.

근접전이 아니라 마법 싸움을 했었어도 패배할 거라고.

“그런……. 어째서 그런 하등한 종족에게…….”

라바나는 자존심이 상해, 순간 눈앞에 있는 타라가 인간이라는 것도 잊고 그런 발언을 하고 말았다.

물론 타라는 피부색도 그렇고, 발현하는 능력도 다크엘프에 더 가까웠기에 모호한 점이 있긴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 자신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간이라 여기고 있었다.

“인간. 무시하지 마라.”

“죄, 죄송합니다!”

라바나는 순간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오히려 타라는 역정을 내기보다는 덤덤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이 세상. 만든 것도. 인간.”

“……예? 그게 무슨…….”

“저 아래에 잠든 것도. 인간.”

타라는 검지를 펼쳐 땅을 가리켰다.

지금 한창 아틀라스팜이 땅을 파내 꺼내려고 하는 대상을 의미하는 제스처였다.

“시스템의 창조자.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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