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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39화 (23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9화

“저, 저기…….”

내게 거의 납치되다시피 하여 붙잡혀 온 고든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시종일관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시설이라고는 없는 변방의 시골 마을에서 드워프들이 가득한 타카마 시티로의 이주.

동의 같은 건 받지 않았다.

좀 많이 강압적이긴 했지만, 이 이상 양보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 집이랑 병원은…….”

“계약 해지 했1다.”

“예에!?”

“어차피 네 것도 아니었잖아.”

고든이 운영하던 가정집 겸 병원은 월세를 내고 입주해 있던 곳이었다.

계약을 중도 해지하려면 본인이 직접 와야 하는 데다가 절차도 복잡했지만, 말했듯이 이 세상은 돈이면 뭐든 되는 곳이다.

그깟 조그만 동네쯤은 땅을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을 정도의 돈을 가진 나였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

“그 안에 있는 제 물건들은…….”

“다 챙겨 왔으니까 걱정 마.”

게다가 더더욱 처분이 편했던 건, 그에겐 먹여 살릴 식솔이 하나도 없다는 것.

아마도 그것 때문에 자기 아들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옹구스의 수호령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했던 거겠지만…….

아무튼 난 그를 완전히 우리 쪽으로 데리고 오는 데에 성공했다.

아크 매지코닉스 쪽에서도 이런 변방의 하급 치유사 하나쯤 사라진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 이거 받아.”

그리고 난 그 대신 고든에게 선물을 줬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검은색 카드.

타카마 시티의 주민등록증이자, 신용카드이자, 아파트 출입용 보안 카드이자, 차량 시동키이자, 홀로그램 PC 등등.

아무튼 이곳에서 편히 생활하기 위한 모든 게 한꺼번에 담겨 있는, VIP카드였다.

쉽게 말해 난 그에게 집, 차, 계좌 등을 준 셈이다.

“이, 이건…….”

고든이 카드를 받아 들자마자 놀란 기색을 비쳤다.

그 역시 물론 이게 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카드는 세부적인 기능만 몇 가지 다를 뿐, 어느 세력에서나 다 고위급들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넌 여기서 살아야 해.”

“하, 하지만…… 전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요?”

“없긴 뭐가 없어. 그 수호령. 나한텐 네 수호령이 필요해.”

“혹시 당신도 죽은 아들이 있다거나……?”

“…….”

“죄,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허튼소리를 내뱉었군요. 이놈의 입.”

“비슷하기는 한데, 죽은 건 아니야. 설명은 나중에 하고, 아무튼 이제부터 넌 네 수호령을 영체 투영할 수 있을 때까지 힘을 키워야 한다.”

꿀꺽.

고든이 침을 삼켰다.

“훈련…… 말인가요?”

“아니. 그냥 훈련이 아니고, 지옥훈련.”

“히익.”

그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성정이나 행색으로 보아선 전투 훈련 같은 건 전혀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았다.

확실히 좋은 수호령을 얻고서도 바깥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각성자들이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무리도 아니다.

신화 수호령까지는 아들 때문에라도 어찌어찌 얻은 모양이지만, 그 이상은 굳이 그에게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 저는! 싸움이랑은 전혀 맞지 않는…….”

턱.

난 세차게 손사래를 치는 그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러곤 목소리를 낮게 깔고 협박조로 말했다.

“이건 너나 나나, 결과적으로 둘 다 좋자고 하는 일이거든? 아들 빼앗기기 싫으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알았나?”

“……넵!”

이건 내 최소한의 배려였다.

맘 같아서는 그냥 확 빼앗아버리고 싶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버리면 너무 찜찜할 것 같았다.

결국 난 아주 먼 거리를 빙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 *

시작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스킬들부터.

각성자 일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일조한 기본기들이 있다.

물론 이제 와서는 쓰이지 않는 것들도 많지만, 그것들 또한 성장 과정에 있는 고든은 반드시 익혀야 할 기술들이었다.

{스킬 전수를 시작합니다.}

{목표 전수 스킬: <마나 호흡>}

본래는 던전과 퀘스트 보상 등으로 얻는 스킬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비롯해 수많은 클랜원들이 이와 같은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으니, 굳이 바깥에 나가서 습득할 필요는 없이 직접 전수하면 그만.

“가슴 부근에 위치한 마나 생성 원천을 느껴봐.”

“으음…… 음…….”

고든은 내 겁박에 못 이겨 별수 없이 이 훈련 코스를 따라왔다.

원치 않는 훈련을 억지로 하게 된 터라 의욕은 제로였지만.

“이…… 이렇게 하는 거 맞죠?”

뭐야, 왜 이렇게 빨라?

“어……. 그래. 그거야.”

의지와는 별개로 재능만큼은 천부적이었다.

거의 모든 스킬들을 전수가 시작됨과 동시에 받아들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걸 익숙하게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였으나, 시작이 이렇게 빠르면 당연히 숙련도 덩달아 빠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아발론 신계 최강의 마법사 신을 수호령으로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

그런 걸 감안해도 비정상적으로 빠르기는 했다.

동 대륙에서도 신화 수호령을 가졌음에도 그다지 특출 난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각성자들이 많았던 걸 생각해 보면 말이다.

아무튼 그 덕분에 고든의 ‘훈련’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나호흡을 습득한 후에는 속성 친화력 강화, 증폭 에테르 제어, 가벼운 발걸음, 마법 막대 전투술 등, 온갖 기본기들을 빠르게 습득했고.

마지막은 이쪽 계통의 ‘진짜 선생’인 유메미로부터 마법을 전수받는 것으로 영내 훈련은 마무리.

“기초 원소마술, 기초 정령마술. 이 두 가지 스킬의 숙련도는 직접 마물과 싸워서 높이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해야 그다음 단계인 심화, 고등 단계를 배울 수 있고요.”

“예에? 제가 마물과 싸운다고요?”

“응? 몰랐어요?”

“저, 저기!”

유메미에게서 다음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고든은 화들짝 놀라 옆에 있던 내게 고개를 홱 돌려 쳐다보았다.

그는 처음 이곳에 납치되다시피 끌려왔을 때보다도 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짓말이죠……? 저 같은 의사가 어떻게 마물을…….”

“걱정하지 마. 내가 보호해 줄 테니까.”

“으아…….”

내 말을 듣고서 그 일정이 진짜임을 알게 된 고든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난 그런 그의 팔을 덥석 붙잡아 바닥에 주저앉지 못하게 막았다.

“아직 직접 만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그렇게 겁먹으면 안 되지.”

진짜 ‘지옥훈련’은 이제부터 시작.

앞으로 그는 무수한 전투를 거쳐 한 명의 베테랑 전투 요원이 될 것이다.

……난 그렇게 기대하며 그를 필드로 데리고 나갔다.

* * *

동 대륙에서 마물 사냥이라고 하면 대개는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이곳 서 대륙은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던전 안에 있는 마물들보다 필드를 떠도는 ‘정예 마물’이 훨씬 더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동 대륙에 분포된 마물들의 강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곳에 처음 도착하고 나서 내가 마주했던 적랑귀는, 나조차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발전된 마법 기술로 강력한 무장을 손쉽게 갖출 수 있게 된 이 땅의 사람들 역시 경계를 느슨히 할 수 없는 수준.

각성자의 능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마물의 능력 또한 큰 폭으로 치솟은 것이다.

물론 그만큼 유력자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성장하기가 수월해진 환경이기도 했고 말이다.

“조심하시오. 이 녀석은 아주 사납고 난폭한 데다, 사용하는 술수 역시 더럽기 그지없어서 상대가 쉽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나는 고든의 성장을 위해 정예 마물을 사냥하기로 결정했고, 타카마 시티에선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진 라이진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원래 아마테라스의 신임을 얻기 전에는 홀로 각지를 돌아다니며 마물들을 사냥하며 살던 마물 사냥꾼이었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업을 넘어서 그런 거대한 괴수와의 전투를 통해 흥분과 고양감을 느낀다나.

아무튼 그가 가진 정보력 덕에 적합한 대상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름이 백악(白鰐)이라고 했나?”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라이진에게 목표 대상에 관한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장갑 비행 차량의 탑승부에 앉아 이동하는 도중이었다.

“그렇소. 하얀 악어라는 뜻이오. 말 그대로 흰 껍데기를 가진 대형 악어요.”

“크기는 얼마나 크지?”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로만 대략 10미터는 될 것이오.”

“그 정도면 감당이 안 될 수준은 아니네.”

마물, 특히 그중에서도 마수 종류는 알파 퓨리 와이번 같은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고선 대체로 크기와 강함이 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번 상대인 ‘백악’은 고든의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오만…….”

“덩치에 걸맞지 않게 엄청나게 빠르고, 독을 퍼뜨리는 능력을 사용한다. 그것 때문에 상대하기 귀찮다는 거지?”

“단순히 귀찮은 정도가 아니오.”

“왜?”

“그건 직접 상대해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놈은…… 매우 영악하거든.”

“영악하다고?”

{구토감이 느껴집니다.}

{<고독(蠱毒)> 상태이상이 적용됩니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두 줄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우욱!”

그리고 옆에서 긴장한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고든이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차량 안에 탑승하고 있던 다른 인원들 역시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것은 마찬가지.

아무렇지 않은 건 전신의 대부분을 사이버웨어로 대체한 라이진과 환란의 빙정으로 체내의 독을 밀어내는 나뿐이었다.

{진원진기가 <환란의 빙정>으로 대체된다.}

“모두 뛰어내려!”

결국 난 그 즉시 하차 지시를 내려야만 했다.

비상 탈출 시스템에 의해 비행 장갑차의 뒷문이 열리고, 나를 비롯한 모든 각성자들은 황급히 밖으로 탈출했다.

물론 다들 비행 스킬, 혹은 비행용 강화복 등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수단이 있었기에 지상에 떨어질 걱정은 없었다.

다만 고든만큼은 비행 스킬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좋지 않았던 터라 내게 들쳐 업힌 채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모든 각성자들이 차량에서 탈출한 직후.

카아아아악!

콰직!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지상에서 거대한 물체가 로켓처럼 하늘로 튀어 오르더니, 오토파일럿 비행 중인 비행장갑차에 순식간에 달라붙었다.

하얀 껍데기를 가진 대형 악어.

저게 바로 라이진이 말했던 전설급 정예 마물인 ‘백악’이었다.

치이이익!

투쾅!

악어의 거대한 주둥이 사이에 껴 있던 장갑차는 순식간에 형태가 일그러지며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곧 폭발을 일으켰다.

만약 빠르게 탈출하지 않았다면, 안에 타고 있던 우리 역시 무사하진 못했을 것이다.

‘빠르다. 그래도 내 통제범위 안이야.’

물론 저것이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상황을 통제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요르문간드의 격을 얻은 내게 있어서 저런 건 아무리 강하다고 해봤자, 한낱 파충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라이진! 이 녀석을 받아!”

휙!

나는 하늘에서 어깨에 들쳐 메고 있던 고든을 라이진에게 집어 던졌다.

{인벤토리에서 <해독 주사기>를 꺼냈습니다.}

그러고는 날아가는 고든의 엉덩이에 주사기를 던져 맞췄다.

해독 주사기는 자동으로 녀석의 몸에 해독약을 주입시켰다.

“안 다치게 잘 지켜!”

“알겠소!”

라이진은 곧장 고든을 받아 든 다음, 등 뒤의 부스터를 가동해 백악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백악은 그런 그를 확인하고서, 그쪽을 향해 머리를 돌렸지만.

“안 되지.”

{권능 <영체 투영: 앙그라 마이뉴> 발동}

이미 그 앞에는 거대한 악마의 형상을 투영한 내가 막고 서 있었다.

난 투영된 악마 영체의 두 손으로 그것의 주둥이를 붙잡아 벌렸다.

까드득.

꺼어어걱!

턱뼈가 갈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백악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입안에서 새어 나왔다.

“고든!”

그 순간 나는 라이진에게 들쳐 업힌 채로 날아가던 고든을 불렀다.

“이 안에 마법을 쏴 넣어!”

마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다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는다.

그걸로 마법의 숙련도를 높인다.

이게 바로 뒷배가 튼튼한 유망주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

그렇게 들었던 것보다는 빠르게, 그리고 손쉽게 정예 마물 사냥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쉬이이이익!

{인벤토리에서 <강철방패 프리드웬>을 꺼냈습니다.}

퍼엉!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혀 뜬금없는 방향으로부터, 악어가 아닌 나를 노린 화염 구체 마법이 날아온 것이다.

‘다크엘프?’

고든을 위한 훈련의 현장에, 불청객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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