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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37화 (23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7화

요르문간드의 순수한 영혼 일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나는, 그 직후 다시 하계로 돌아왔다.

“으으…….”

“유메미, 왜 그래?”

돌아온 직후 내 눈에 비친 광경은 유메미가 바닥에 주저앉아 신음을 흘리는 모습.

나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영혼 전이를 행했다.

내 주변에는 아델과 레아를 비롯한 용기사들이 경호를 서고 있다.

그런 그들이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외부 침입자에 의해 피해를 입은 건 아니라는 뜻이고.

그렇다면 그녀의 내부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아델, 레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글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마스터께서 돌아오시기 직전에 갑자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레아와 아델은 유메미가 이렇게 된 게 바로 방금 전이라는 말을 했다.

나를 현실로 돌려보내면서 뭔가 문제가 있기라도 한 걸까.

털썩.

“앗!”

“유메미!”

결국 그녀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난 그 즉시 그녀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날아갔다.

의사가 밝힌 병명은 정신적 피로.

뛰어난 육체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이 종종 겪는 흔한 증상이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그것 때문에 용격을 2회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유메미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 상태에서 깨어났다.

“괜찮아?”

“……네. 몸이 좀 무거운 것 외에는…….”

“갑자기 왜 그런 거지? 뭔가 잘못된 게 있었나?”

난 곧바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혹여나 그녀의 증상이 니플헤임의 변화와 관련된 거라면.

특히 펜리르와 연관된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존재가 혹시라도 하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당장 조치를 취해도 모자랄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신우 씨의 에테르가 너무 커져서요.”

“뭐?”

“마지막에 하계로 나오려던 순간에 너무 큰 부담이 가해졌어요. 손에 쥐고 있던 돌이 갑자기 바위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맞아요. 정말 단순한 비유가 아니고 갑자기 거대한 바위에 깔려버리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계로 나오기 직전에 에테르가 갑자기 커졌다.

그건 물론 내가 요르문간드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생긴 현상일 터였다.

그야말로 신의 격을 직접 받아들인 셈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가까이 접근한 것은 맞았다.

펜리르와 비교했을 때, 이전의 나와 그의 차이가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라면.

지금의 나와 그의 차이는 평범한 성인과 단련한 격투가의 차이 정도.

정면으로 맞붙으면 반드시 내가 지겠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당하지만은 않을 수준에 온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수준의 파워 업을 갑자기 해버렸으니……. 유메미에게는 무리인 것도 당연하겠군.’

덕분에 니플헤임에서 내 영혼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받쳐주는 유메미에겐 큰 부하가 걸렸던 것 같다.

바리공주의 영체까지 투영한 상태가 된 후로, 그녀의 영혼 조작 능력에는 끝이 없을 거라 믿었건만.

아무래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고생했다. 당분간 좀 쉬어.”

“네? 하지만…….”

“무리하지 마. 잘 쉬어야 다시 활동할 수 있으니까.”

“……알겠어요.”

당분간 니플헤임에 접근하는 건 미뤄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당장은 경계심이 바짝 오른 펜리르 때문에 그곳에 가더라도 내 활동이 제한될 테고.

또 강화된 환란의 빙정을 제어하고 다듬어서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하니 말이다.

게다가 옹구스 추적 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유메미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눈 후, 곧장 스사노오를 찾아갔다.

* * *

서 대륙에는 총 다섯 개의 주요 세력과 아홉 개의 군소 세력이 존재한다.

종족주의가 무의미해진 곳이다 보니, 오히려 이해관계에 따라 그만큼 더 분열된 모양.

아무튼 그 다섯 개의 주요 세력 중 한 군데가 바로 내가 있는 드워프 집단인 A&A였다.

칠지도라는 신물로 인해, 유일하게 종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력이다.

그 덕분에 규모는 5대 세력 중 최대일 것 같지만.

실제로 드워프는 상대적으로 ‘인구빨’을 받는 종족이 아니라서 그 특징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럼 머릿수로 따지면 A&A가 가장 많은 건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다른 종족들은 흩어져 있지만 이쪽은 하나로 뭉쳐 있으니까. 드워프 외에 다른 종족들은 군소세력 포함하면 총 열세 개의 세력으로 갈라져 있다는 뜻이잖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지?”

“종족별로 인구수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지긋지긋한 트롤 녀석들.”

“……아아. 그렇군.”

곤륜 신계 불멸자들의 후손인 트롤 종족.

실제로 곤륜 신계는 신의 숫자도 다른 신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특성 때문인지 그들의 후손인 ‘트롤’ 종족도 엄청난 물량을 자랑했다.

그건 내 기억상 신화시대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서 대륙으로 넘어갔을 때는 신계를 파괴하는 데에만 집중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트롤들은 정말 지긋지긋하게 많았으니 말이다.

‘그건 세상이 재구축된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보군.’

아무래도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그 못생긴 트롤 놈들은 덩치도 큰 주제에 숫자도 더럽게 많지.”

“그러고 보니, 타카마 시티에도 꽤나 돌아다니던데.”

난 이곳에 온 후 처음으로 봤던 트롤 각성자를 떠올렸다.

전설 수호령을 가지고 있던 녀석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던 걸 보면, 혐오 받는다 해도 딱히 종족 자체를 대놓고 적대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골칫덩어리야. 이 세상 어딜 가든 존재하고 어딜 가든 민폐를 끼치지. 타카마 시티에서도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척해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트롤링…… 인가.”

“음?”

“아니, 아니야. 아무튼.”

중요한 건 그들의 생태가 아니라 세력.

나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5대 세력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실제로도 트롤 종족이 규모로는 전 세력 중 최대이겠군.”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스사노오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건 또 무슨 뜻이지?”

“트롤이 속한 비율이 높을수록 집단의 규모가 커지는 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집단들이 트롤을 중심으로 한 집단인 건 아니라는 거야.”

“뭔 소린지 모르겠군. 이해하기 쉽게 말해봐.”

“각 세력의 상부를 장악한 건 대다수가 다크엘프들이다. 말하자면, 트롤은 인구가 많은 하류층이고 다크엘프들은 인구가 소수인 상류층이란 뜻이야.”

“실상은 트롤들이 다크엘프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세력 구도가 꽤나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 같다.

종족주의는 사라졌지만 종족 간에 계층이 존재하는 세계.

만약 동 대륙에서 엘프들이 계속 득세를 했다면 이런 모양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자체 기술과 군사력을 토대로 다른 종족들을 지배하는 세상.

내가 없었다면 그곳도 그렇게 흘러갔겠지.

“그럼 인간은?”

난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드워프, 트롤, 다크엘프 다음은 인간.

바로 옹구스가 속해 있을 집단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간은 모든 종족 중에서 가장 극소수 종족이다. 게다가 애석하게도 특정 계층을 구성하고 있지도 않아. 심지어 한데 뭉치기 위한 구심점도 없지.”

“그 얘기……. 미리 밑밥을 깔아두는 것처럼 들리는데.”

스사노오가 상당히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얘긴 쉽게 말해 ‘인간 종족에서 특정 인물을 찾는 건 정말 어렵다’는 소리였다.

내가 지시해뒀던, ‘옹구스 추적’이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맞아. 그러니 기대하지 말라고.”

“설마…… 아무것도 못 잡은 거야?”

난 곧바로 눈을 부릅뜨며 그를 몰아세우듯이 말했다.

물론 이런 일은 닦달한다고 성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워낙 중요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태도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려하던 일이 생긴 건 아니었다.

“워워. 진정하라고. 난 그렇게 안일한 녀석이 아니야.”

띠링.

스사노오가 허공에 손짓을 하더니, 내 주머니에서 소리가 났다.

홀로그램 PC로 데이터를 보낸 것이었다.

“일단 찾기는 했어. 네가 말한 것과 가장 비슷한 특징을 가진 녀석을.”

난 곧바로 그가 보내준 정보를 확인했다.

대상이 속한 세력과 위치, 그리고 해당 인물의 사진을 포함한 신상정보 등 상세한 정보가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크 매지코닉스 코퍼레이션?”

“9대 군소세력 중 하나야. 비전투용 마법도구를 만드는 회사지.”

난 그 말을 듣고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군소세력이라고?”

“그래.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기업이다.”

‘그 정도의 인물이 군소세력에?’

옹구스는 신이었다.

그 영혼을 수호령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건 당연히 신화급 각성자란 뜻이다.

게다가 옹구스는 아발론의 제사장이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아발론 신계의 계보를 잇는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들 중에서는, 마법 쪽으로는 최고의 격을 갖춘 존재라는 뜻이다.

역할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서천꽃밭에 바리공주가 있듯 아발론에는 옹구스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

즉, 그걸 가진 각성자는 유메미와 동급의 마법사가 될 자질을 갖춘 셈이다.

‘물론 수호령은 잠재력이고 각성자 개인의 역량이 그에 못 미치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설령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라 해도, 그 정도 격의 수호령을 갖춘 각성자가 존재한다는 걸 알면 주요 세력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자는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은 군소세력에 속해 있다.

[4급 치유사로 활동 중]

심지어 ‘4급 치유사’라는 보잘것없는 직책을 가지고서 말이다.

‘직접 만나봐야겠군.’

이쯤 되니 그자가 옹구스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지만.

나름대로 A&A 내에서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간부가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인물이니만큼, 가능성이 영 없다고 볼 수도 없다.

게다가 내게는 악의의 오른쪽 눈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면 될 일인 것이다.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하지. 차량 준비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걸로.”

난 곧장 나갈 채비를 했다.

* * *

양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황무지에는 마물들이 득실거린다.

난 그 가운데로 쭉 뻗은 도로 위에서 구식 SUV를 직접 운전해 달리고 있다.

수행원이나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서 말이다.

직접 날개를 펼치든, 비행 차량을 이용하든, 날아서 왔으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올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움직인 이유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혹시라도 저쪽이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경계라도 한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걸 막기 위해 최대한 평범하게, ‘길 가던 가난한 스캐빈저’ 느낌을 낸 것이다.

‘여긴가.’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그곳은 황무지 위에 세워진 작은 마을.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타카마 시티와는 달리, 1층짜리 허름한 집으로 가득한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이곳도 나름 안전지대랍시고 공성 실드가 펼쳐져 있긴 했으나, 만에 하나 대규모 공세가 펼쳐지면 언제든 속수무책으로 함락될 구역.

이곳이 바로 옹구스가 거주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마을이었다.

“형씨! 혹시 돈 좀 있슈?”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 명의 트롤들이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구멍 난 민소매 티셔츠에 낡아빠진 반바지.

그런 옷차림이면서 목걸이와 팔찌 등은 금장식인, 전형적인 양아치들이었다.

난 그들을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걸어갔다.

물론 당연히 그들이 나를 그냥 내버려 둘리는 없었다.

“어어? 무시하네?”

“형씨, 돈 있냐고 내가 물…….”

휙.

트롤 중 하나가 내 어깨를 짚으려 했다.

나는 몸속에 흐르는 격멸의 업화를 살짝만 발현시켜, 내 몸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궈뒀다.

“아아아악! 아뜨! 아뜨!”

내게 손을 올리려던 트롤 중 하나가 자기 손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이 달궈진 공기 정도는 어지간한 각성자라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비각성자가 견디기엔 너무 뜨거웠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머지 트롤들이 당황하며 멍하니 서 있던 그때.

“무슨 일이야?”

내가 들어가려던 건물 안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인간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는 부스스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흘러내리는 청바지를 추스르고 있었다.

“엥? 왜 그래? 누가 다쳤어?”

“서, 선생님! 이 녀석 손이…….”

트롤들은 그 남자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나를 대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태도를 취했다.

‘선생님…… 저자가?’

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수호령: 옹구스(신화)}

내가 찾고 있던 인물.

야드가르를 가둔 거울 세계의 비밀을 풀어놓을, 아발론 최강의 마법사를 수호령으로 삼은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터벅, 터벅.

그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뒤에서 뒹굴고 있는 트롤을 향해 움직인 것이다.

“뭣 때문에…….”

그런 그가 내 바로 옆을 지나치던 바로 그 순간.

“으아아! 아뜨! 아뜨!”

그는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다.

방금 그 트롤과 같이, 내 주변의 달궈진 공기 때문이었다.

난 그 순간 잠시 혼란에 빠졌다.

‘뭐, 뭐야?’

신화급 중에서도 최상위급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가, 거의 비각성자 수준으로 약하다니.

난 그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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