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6화
{진원진기가 <환란의 빙정>으로 대체된다.}
체내의 모든 에너지를 빙정으로 전환한다.
물속에서 요르문간드의 물길을 막으려면, 그에게서 얻은 힘을 써야 한다.
{공명기 <빙정술식> 발동}
양 손끝에서 하얀 결정들이 뻗어 나와 순식간에 주변 공간을 뒤덮는다.
밀려오는 물살은 그 결정 공간에 동화되어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나를 통째로 찢어버릴 듯하던 파동의 속도와 압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터엉!
‘큭!’
그럼에도 잔존한 여파는 나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서 호수 위로 튀어 오르게 만들었다.
첨벙!
순식간에 크리스탈 호수 바깥으로 튕겨 나온 나는, 공중에서 날개를 펼쳐 자세를 바로 잡고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요르문간드. 정신 차려라!
그러고는 재차 정신 전이로 그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죽어……라.
여전히 그는 나에 대한 적의를 꺾지 않았다.
어눌한 목소리로 대답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호수 밑바닥에서 표면까지 튀어 오른 요르문간드가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콰앙! 쏴아아아!
‘낭패다. 여기서 다시 돌아가야 하나.’
결국 펜리르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당장 지금의 내 힘으로는 살아 있는 불멸자인 저자와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츠쿠요미와 아마테라스를 포식한 덕에 전과는 비교할 데 없이 강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부족한 게 현실.
‘그 조금의 간격이 채워질 수만 있다면…….’
큐웅!
요르문간드의 입에서 물길이 뻗어 나왔다.
어떤 부가적인 효과도 없이 순수하게 극단적인 물리력으로 대상을 분쇄하는 물대포.
나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회피 기동을 하며 동시에 빙정술식으로 방패를 만들어 펼쳤다.
방어가 수반되지 않은 회피 동작만으로는 완벽하게 피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쾅!
하얀 결정으로 이뤄진 방패 가장자리로 물기둥이 스쳐 지나갔다.
아주 살짝일 뿐이지만, 난 그 충격으로 인해 허공에서 수십 바퀴를 빙글빙글 회전해야만 했다.
‘받아내기만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어.’
저 강력한 화력 앞에서 방어 태세 일변도로 대응하다간 휘둘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판단이 든 순간, 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원진기가 <격멸의 업화>로 대체된다.}
{<격룡창 트리슈라> 소환}
나는 창을 손에 움켜쥐었다.
‘단번에 끝장낸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 찰나와도 같은 시간 내에 요르문간드를 잡지 못한다면, 난 절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유메미. 내가 ‘지금’이라고 말하면 날 다시 돌려보내 줘.
-‘지금’이요? 알겠어요.
물론 안전장치는 있다.
그렇기에 이런 과격한 시도라도 행해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의 용격. 그걸로 놈이 죽지 않으면…… 그대로 후퇴한다.’
나는 나의 한계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그 한계를 펼치고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유메미에게 신호를 보내 니플헤임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물론 이걸로 쓰러뜨리게 되면 요르문간드의 힘을 얻어내는 것이고 말이다.
이건 본전이 보장된 도박인 셈이다.
펑! 퍼퍼펑!
요르문간드가 자신의 주변에 다수의 마력탄을 형성하더니, 나를 향해 연사하듯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가벼운 잽 정도에 불과한 공격이었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응수할 수 있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환영마검 폭풍’ 전개}
요르문간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투사체를 날려 마력탄을 요격한다.
내 주변에 전개된 수백 자루의 환영마검들이 일시에 날아들어 마력탄과 서로 뒤섞이며 상쇄되기 시작했다.
{야차 소환}
{<격멸의 업화>와 <트리슈라의 프라나>를 조합}
{<검은 매 야차>로 변형된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더해 검은 매 야차들을 다수 소환해 요르문간드를 향해 날려보냈다.
새까만 화염을 둘러싸고서, 야차들은 마치 유성우를 방불케 하는 모양새로 저 거대한 뱀의 몸뚱이에 돌진했다.
화르륵!
저 녀석의 표피에 화염이 옮겨붙고, 검은 매 야차들의 발톱이 열기로 약해진 껍데기를 파고들었다.
{<환란의 빙정>과 <트리슈라의 프라나>를 조합}
{<달 사냥개 야차>로 변형된다.}
그 상태에서 난 저것들을 한꺼번에 변형시켰다.
거대한 매의 형상을 하고 있던 야차들이, 어느샌가 사냥개의 모습으로 바뀌어 요르문간드의 몸뚱이 곳곳을 물어뜯고 있는 형상이 되었다.
그 이빨을 통해 놈에게 <오한> 상태이상이 주입되고 있을 것이다.
쿠오오오!
그 순간, 요르문간드가 포효하며 하늘에 떠 있는 채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육중한 몸집이 무색할 만큼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거기에 매달려 있던 야차들 다수가 이빨이 부러지더니 한꺼번에 튕겨 나갔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오한 상태이상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는지, 요르문간드는 눈에 띄게 몸놀림이 느려져 갔다.
‘상태이상의 효과는 길지 않다. 이제 공격을 시작해야 해.’
꽈악.
난 지금이야말로 공격하기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 판단하고 트리슈라를 움켜쥐었다.
{청류 폭발}
퍼엉!
로켓처럼 급가속하는 창에 몸을 싣고 요르문간드를 향해 뛰어든다.
{<익스플로시브 필럼> 전개}
{<슈팅> 전개}
투콰콰쾅!
그러곤 어김없이 레아에게 배운 격창술로 컴비네이션의 시작을 열었고.
{<격룡창 트리슈라>를 <파슈파타>로 변형}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흑화륜’ 전개}
콰콰콰콰콰!
가할 수 있는 최강의 돌진 연타 공격으로 중간을 이었다.
검은 불길의 화룡이 회전 톱날처럼 빙글빙글 돌며 요르문간드를 마구 갈아냈다.
이다음으로 마지막 공격이 행해지려던 순간.
-인간…… 너를…… 죽인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요르문간드가 전신에서 피를 쏟는 것도 아랑곳없이 나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 각도에서?’
그건 완전히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왜냐하면 야차를 떨쳐내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던 탓에, 놈의 몸은 마치 리본 매듭처럼 꼬여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여기서 나를 물겠다고 다짜고짜 저렇게 머리를 들이밀면, 그 매듭을 완전히 맺어버리는 거나 다름없다.
놈은 제 스스로 자신의 몸을 포박하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한 적개심……. 그것만으로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그저 나를 해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던 그의 판단력이 이렇게나 떨어진 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터엉!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난 그런 의문을 품은 채, 마무리 지으려던 연계 공격을 멈추고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해 놈에게서 슬쩍 떨어졌다.
콰드드득!
그 직후 요르문간드는, 아니나 다를까 결국 자기 몸을 완전히 꼬아버리고 말았다.
이제 난 완전히 무방비가 된 이 녀석을 끝장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신기일섬’ 전개}
지체함은 없었다.
먹기 좋게 차려진 먹잇감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려 보내는 것으로 끝.
서걱.
내가 시전할 수 있는 최강의 일섬이, 요르문간드의 너덜너덜해진 표피를 꿰뚫고 척추를 반으로 갈랐다.
그걸로 그의 눈에선 광채가 사라졌다.
나는 어이 없을 정도로 간단히 요르문간드를 살해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요르문간드의 영혼을 흡수한다.}
{<악룡 포식> 발동}
그리고 그의 육체와 영혼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었다.
화아아아악!
이제 용격의 부작용으로 인해 정신을 잃기 전에, 난 이곳 니플헤임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유메미, 지금.
-네!
곧바로 그녀에게 미리 일러두었던 신호를 보낸다.
두두두두.
때마침 저 멀리서 이 격렬한 전투의 여파를 감지하고 다가오는 펜리르의 군대가 보이지만.
이미 늦었다.
싸움이 아주 이상적일 만큼 빠르게 끝나 준 덕에, 난 저 녀석들로부터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서 조롱하듯 유유히 여길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인간. 반드시 널 찾아내고야 말겠다.
마지막 순간, 펜리르가 내게 강한 살의를 보내며 말을 걸어왔다.
-그래. 그땐 네가 내 먹잇감이 되겠지.
난 그에 응수하며 비웃음을 날려주고는.
파아앗.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 * *
-우린 이곳을 벗어난다. 그리고 하계를 장악해 우리의 세상으로 만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으면서 어떻게? 게다가 하계엔 아후라 마즈다가 만든 세계의 법칙이…….
-바로 그 ‘시스템’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번 세상의 주류가 될 기회야.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테냐?
펜리르의 호통이 나를 몰아붙인다.
여기서의 ‘나’는 다름 아닌 요르문간드.
지금 난 흡수한 그의 영혼으로부터, 그의 기억을 읽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읽어낸다기보다는 그가 보여주고 있는 것에 더 가깝지만.
‘펜리르는…… 스스로 지옥을 벗어나려 했던 건가?’
여기서 나는 이전의 추측이 모두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펜리르가 작위적일 정도로 군사를 양성하는 데 열을 내고 있던 것은, 니플헤임 남매들 간의 내분 때문이 아니었다.
군사를 이끌고 외부 세계, 그러니까 하계를 침공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을 이용해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을 알아낸 건가?’
그는 모종의 계기로 하계와 접촉하는 방법을 알게 된 듯했다.
그리고 거기엔 ‘시스템’이 연관되어 있었고 말이다.
확실히, 이전에도 그와 유사한 일이 있기는 했다.
마르코시아스와 아몬.
그 둘은 조금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시스템’을 매개로 현실 세계에 나타난 인페르노의 불멸자들이었다.
니플헤임의 불멸자인 펜리르 역시 그런 케이스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요르문간드는 왜……?’
하지만 그 이후로 요르문간드의 기억은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었다.
마치 트라우마를 겪는 참전용사의 머릿속이라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모든 것들이 뒤엉키고 왜곡되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아!
-죽여.
-싫어! 그만!
-멍청한 놈.
비명과 환청, 환각이 지속된다.
온갖 종류의 생명체들이 이리저리 뒤섞이며 혼합되고, 피와 시체가 온통 주변을 둘러싼다.
공포.
요르문간드는 무서워하고 있다.
한때 흉신이라 불리며 신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재앙의 뱀이, 도리어 공포에 질려 정신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만…….’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이런 광경을 계속 마주하다간, 나마저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모든 감각을 차단해야만 했다.
이후부터는 어떠한 감정도, 감각도, 사념도 없이 그저 무성 영화를 상영하듯 기록된 장면만이 펼쳐진다.
츠츠츳.
요르문간드의 몸이 셋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크리스탈 호수의 밑바닥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 아래에 숨어 있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인간이 나타났고.
뇌리에 깊숙이 새겨져 있던 증오심이 문득 타오르며 격전을 펼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요르문간드는 그 남자에 의해 살해당해 몸과 영혼을 흡수당하고 만다.
‘이것이…… 네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나.’
끄덕.
체구가 작은 소년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했다.
‘나를 찾아줘.’
그건 셋으로 갈라진 자신의 육체와 존재를 전부 찾아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곧이어 소년은 푸른 물길이 되어 내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유수의 요르문간드.
온전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명실상부한 흉신(凶神)의 격(格)이었다.
{환란의 빙정이 머금은 유수의 기운이 더욱 짙어진다.}
{<파슈파타>에 새로운 프라나가 새겨진다.}
{<파성퇴(破星槌) 카트반가의 프라나>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