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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30화 (23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0화

아마테라스의 침실의 양쪽 벽이 허물어진다.

뿐만 아니라 발아래의 바닥 또한 무너져내린다.

폭음을 내뿜으며 주변을 둘러싸고 작동된 3기의 폭탄.

방 전체를 집어삼키는 화염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공간이 왜곡될 뿐이었다.

“아……!”

영체를 투영하고 방어막으로 몸을 감쌌던 아마테라스는 그 순간 자신의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폭탄의 이름은 디스토션 스피어 밤(distortion sphere bomb).

주변 공간을 급격하게 왜곡시켜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중앙으로 빨아들이는, 구체 형태의 공간을 형성하는 폭탄이었다.

이명으로는 ‘블랙홀 폭탄’이라고도 불리는 무기.

‘이런 걸 세 개나……!’

아마테라스는 좌우와 하단에서 터진 이 값비싼 폭탄을 보고서, 츠쿠요미가 제대로 마음을 먹었다는 걸 알았다.

드워프 세계를 지배하는 자신을 제거하고 권력을 잡는,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실은 그가 이런 의도를 가질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기에 그리 놀랄 것도 없었다.

형제나 다름없는 스사노오를 진심으로 죽이려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예고 없이 그의 조직을 해체시켜 자금을 봉쇄하고 영향력을 줄인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츠쿠요미는 이전과 같이 건재한 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니, 그 전에도 가능할 리 없는 막대한 액수의 돈을 여기에 쏟아붓고 있었다.

‘사보타주도 그렇고……. 이런 장비들을 구입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었겠지. 하지만 그만한 규모의 자산을 츠쿠요미가 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는 둘째 치고, 그걸 현금화하는 데만 해도 적어도 수개월이 걸렸을 터. 그렇다는 말은…… 누군가 조력자가 있다는 뜻인 건가?’

아마테라스는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대해 판단했다.

그리고 츠쿠요미가 이렇게 대규모 자금을 들여 쿠데타를 일으킨 건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쥬우우우우.

그러는 와중에 세 개의 공간왜곡 구체는 서로를 끌어당기며 하나로 합쳐졌고.

그 위력은 곱절로 증폭되어 탈출하는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권능 <야사카니의 곡옥> 발동}

타카마 시티의 최강자인 그 아마테라스가, 삼종신기를 꺼내 들어 보호막을 유지하며 버티는 게 겨우일 정도로 말이다.

‘조력자……. 누구든 간에, 반드시 잡아 족친다. 반드시.’

아마테라스는 그대로 대형 공간왜곡 구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의 눈은 흉흉한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끈질기군.

츠쿠요미는 그림자 영역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지금 물질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이 강력한 블랙홀 폭탄의 인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침실 방문 앞에 서 있던 다른 드워프들 또한, 바로 코앞에 그런 구체가 나타나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이쪽은 ‘반중력 공간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걷는 건 물론이고 고개도 끄덕이기 힘들 만큼 불편하고 육중한 갑옷을 입은 건, 바로 저 블랙홀 폭탄을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것 또한 몹시 비싸면서도 일회용이라는, 큰 제약이 딸려 있는 물건이었지만 말이다.

-사격해.

아마테라스를 암살하기 위한 공정은 이제부터 시작.

대기하고 있던 중장갑 드워프들이 양손의 핸드 개틀링을 공간 왜곡 구체 쪽으로 겨눴다.

위이이잉.

그러자 각각 6개의 총열 묶음이 공회전하기 시작하더니.

드르르르르륵!

푸른 불꽃과 함께 분당 1,200발의 속도로 탄환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워프들의 발아래에 탄피가 가득히 쌓여 언덕을 이룰 정도가 되었다.

그건 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하는 일반적인 마력탄이 아니라, 등 뒤의 탄박스와 연결된 탄띠로 급탄되는 실탄이었다.

‘아무리 아마테라스라도, 이걸 전부 받아내기는 힘들 테지.’

실탄의 이름은 바로 마력소실탄.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깎아내는 효과를 가진 특수탄이었다.

주 사용처는 마력으로 전개한 보호막을 제거하는 용도.

공간 왜곡 구체 안에서 아마테라스가 보호막을 펼친 채 버티는 것을 파훼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퍼퍼퍼퍼퍽!

구체로 빨려 들어간 탄환은 그 안쪽에서 마치 소용돌이처럼 빙빙 돌며 중앙을 향해 날아갔고.

그 가운데서 보호막을 펼친 채 버티고 있던 아마테라스에게 단 한 발도 남김없이 전탄 명중했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

벗어나려면 왜곡 구체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전에 마력소실탄에 마나가 전부 깎여나간다.’

그림자 영역 안에서, 츠쿠요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야사카니의 곡옥으로 펼쳐낸 보호막이 여기저기 구멍 난 걸레짝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 집속탄을 쏴!

철컥. 촤르르륵!

그의 명령과 동시에 부하들은 사격을 멈추고 손안의 패널을 조작해 탄종을 변경했다.

마력소실탄을 급탄하던 탄띠에는 어느새 엄지손가락보다도 두껍고 굵은 탄환이 끼워져 있었다.

기이잉.

곧이어 핸드 개틀링의 총열 묶음 가운데에서 또 하나의 총열이 튀어나왔다.

구경이 큰 탄환을 쏘기 위한 대구경 총열이었다.

터터터터텅!

그렇게 탄종 교체가 완료된 사수부터 사격을 시작.

마치 유탄처럼 보이는 그 탄환은, 발사된 직후 안에 머금고 있던 여섯 발의 자탄을 내뱉어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집속탄이었다.

그런 걸 여러 명의 드워프 사수들이 한 곳을 향해 뿜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왜곡 구체 안에 갇혀 있는 아마테라스를 먼지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테라스에게 물러날 곳은 없다. 죽느냐, 버티느냐……. 그뿐.’

츠쿠요미는 그림자 영역 안에서 그 장면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1분 30초로 맞춰 두었던 타이머가 어느새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10초.

그 타이머의 의미는 다름 아닌 블랙홀 폭탄의 지속 시간이었다.

-……6, 5, 4, 3, 2……1. 퍼지!

펑!

그리고 마침내 지속 시간이 끝난 순간.

공간 왜곡 구체는 사라졌고.

그 주위를 감싸고 있던 드워프 사수들은 집속탄 사격을 멈추고서 곧장 두꺼운 반중력 공간방호구를 해제시키며 이 자리를 벗어났다.

곧이어.

투쾅!

지금까지 중앙을 향해 끊임없이 모여들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무수한 양의 집속탄이 일으킨 화염이 한데 뭉쳐져 일거에 발산된 것이다.

쿠구구궁!

아마테라스의 안전가옥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저택 구조물은 당연히 가루로 변해 버렸고.

숲을 방불케 하던 거대한 마당 정원의 나무들은 모조리 뽑혀나가거나 불타 없어졌다.

타카마 시티 속의 유일한 녹지대였던 아마테라스의 안가는, 그 한 번의 폭발에 의해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 * *

‘끝……? 아니. 아직이다.’

그림자 영역 속에 숨어 있던 츠쿠요미는 먼지구름 속에서 여전히 아마테라스가 살아남아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걸 전부 받아내고도 마력이 남아 있단 말인가?’

물론 그 정도 고위 각성자라면 소진된 마나를 다시 수복하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가장 간단한 회복수단인 ‘마나 호흡’ 스킬만 해도 10초면 모든 마나를 회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최대한 빨리 끝내야만 했는데.

아마테라스는 회복할 시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압도적인 마력 총량으로 권능을 계속 발현한 채 버티고 있었다.

{권능 <야타의 거울> 발동}

번쩍!

하얀 광선이 먼지구름 속에서 뻗어 나왔다.

타다다닥!

광선 궤적 주변으로 스파크 불꽃이 튀었다.

한순간 발생한 초고열로 먼지들이 순식간에 기화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걸 직접 맞은 대상의 몸은 더더욱 멀쩡할 리가 없다.

“끄……으아악!”

퍼엉!

공간방호복을 사출한 뒤 저 멀리 하늘 위로 날아 올라간 드워프 한 명이 그 광선에 적중당해 내부 폭발을 일으켜 사방으로 피와 살점을 흩뿌렸다.

타다다다닥!

화르륵!

곧이어 스파크의 규모가 더 커지는가 싶더니, 주변 일대를 뒤덮은 먼지구름 전체가 단숨에 화염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화염의 진원지는 바로 8줄기의 하얀 광선.

만신창이가 된 채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는 아마테라스가, 8개의 거울을 소환해 사격했다.

“츠쿠요미! 당장 밖으로 나와라!”

그녀의 표정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원래도 그 특유의 인상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했는데, 지금은 그 인상이 몇 배는 더 증폭된 듯했다.

주름이 잔뜩 패면서, 마치 성난 사자를 연상케 하는 얼굴이 된 것이다.

‘나오라고 한다고 순순히 나올 것 같나?’

물론 츠쿠요미는 그 도발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그녀와 직접 대면하는 것은 자살행위.

애초에 스사노오보다 더 강한 그녀와 정면대결을 할 생각도 없었고.

무엇보다 아직 그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카드가 더 남아 있었다.

팟! 파앗!

야타의 거울을 사정없이 연사해 대는 아마테라스.

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츠쿠요미의 부하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츠쿠요미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보냈다.

-목표가 흥분한 상태다. 지금 쏘면 될 것 같군.

-라저.

무전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근처의 고층 건물 옥상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푸쉬이익!

럭비공 모양의 로켓탄이 광분한 아마테라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어딜!”

파앗!

물론 그건 그녀를 저격하기엔 너무 느린 투사체였다.

아마테라스는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드는 투사체를 야타의 거울로 요격하려 했다.

펑!

그런데, 탄체는 거울 광선에 의해 녹아내리기도 전에 제 스스로 폭발했다.

물론 그것도 폭발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규모.

대신 탄체 안에서 대량의 하얀 분말들이 퍼져 나와 아마테라스 주변을 뒤덮었다.

-나노머신 가동.

분말의 정체는 바로 능동 유도기능을 갖춘 나노머신이었다.

저 작은 가루 하나하나가 주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컴퓨터인 것이다.

‘돈을 많이 들이면…… 뭐든 가능하다.’

이건 기성품을 구입한 게 아니라, 츠쿠요미가 직접 생각해 내고 개발한 무기였다.

왜냐하면, 이 무기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은 단 하나.

아마테라스뿐이었기 때문이다.

[산란각 계산 완료]

[분진 위치 조정]

[광선 반사]

[회전 방사 증폭 개시]

“뭐야……?”

피잉!

방금 그녀가 야타의 거울로 쏘아낸 광선 줄기 하나가 분말 형태의 나노머신에 닿자, 나노머신은 곧바로 그 광선을 수십 갈래로 쪼개어 사방으로 반사시켰다.

반사된 광선은 다시 다른 나노머신에 닿아 또다시 쪼개지고.

그 쪼개진 광선은 또 다른 나노머신을 향해 진행한다.

그렇게 온 사방에 흩뿌려진 분말 전체가 광선을 반사하고 굴절시키는 하나의 거울이 되어.

수만, 수천만, 수억 줄기의 빛을 서로 주고받으며 산란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촘촘하게 이어진 거미줄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저건 그런 단순한 실크 따위가 아니라, 닿으면 모든 것을 녹여 없애버리는 초고열의 광선이라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것도 처음보다 몇 배나 더 증폭된 강도의.

아마테라스는 그 거미줄 내부에 갇혀, 자신이 쏘아 보낸 광선을 자기 자신이 막아내야 하는 처지에 몰려버리고 말았다.

{권능 <야사카니의 곡옥> 발동}

그녀는 또다시 아까처럼 보호막을 전개해 공격을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츠쿠요미! 네놈!”

“저는 절대 허술하게 준비하지 않습니다. 스사노오에게는 방심했지만……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츠쿠요미는 그림자 영역 밖으로 나와 자신의 권능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아마테라스를 보며 비웃었다.

이번 것은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블랙홀 폭탄, 마력소실탄, 집속탄.

그런 것들은 전부 아마테라스가 가진 힘에 비해 화력이 부족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저기서 그녀의 생명력을 끊임없이 깎아내고 있는 건 그 자신이 펼친 권능이었다.

당연히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이걸로 죽을 것 같으냐!”

아마테라스는 꽤 오랫동안 버텼다.

눈은 핏줄이 터져 벌겋게 충혈되었고, 코와 입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왼쪽 정강이 아래의 발은 이미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

그럼에도 투지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아뇨.”

물론 츠쿠요미 또한 이걸로 그녀가 끝장나지는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죽지는 않겠죠. 하지만 진 건 확실합니다.”

“뭐라고?”

저벅. 저벅.

뒷짐을 지고 있는 츠쿠요미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츠쿠요미 님.”

그건 다름 아닌, 그의 심복인 세이메이였다.

그는 손에 카타나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츠쿠요미는 그에게 칼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츠츠츳.

외날도 모습의 전형적인 드워프식 카타나가, 길이가 줄어들면서 동시에 직검 형태로 변화하더니, 칼날 양쪽으로 일곱 개의 잔가지들이 뻗어 나왔다.

마치 나뭇가지와 같은 모습의 검.

{<칠지도>가 본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이 거대한 드워프 제국의 지배자를 상징하는 신물, 칠지도였다.

“그건……!”

그 대목에서 아마테라스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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