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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9화 (22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9화

“뭐야……?”

나를 쳐다보는 츠쿠요미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저런 반응이 일어날 만도 하다.

덥석.

그가 내 멱살을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

그 순간 골목 모서리 너머에서 대기하던 아델이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 태세를 취했지만, 난 그녀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혹여 츠쿠요미가 허튼짓이라도 하지는 않을까, 미리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물론 그녀의 모습이 드러나면 지금 ‘익명의 다크엘프 투자자’로 위장한 내 정체가 드러나게 되겠지.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대응하지 말라고 해둔 것이다.

“억울하십니까?”

“…….”

츠쿠요미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게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당연히 츠쿠요미 님이 이길 줄 알았습니다. 이 도시의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테고 말입니다.”

“……젠장…….”

“그런데 이렇게 처절하게 당하실 줄이야.”

사실 이건 나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난 츠쿠요미가 스사노오 정도는 얼마든지 충분히 잡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도 내 꼴이 우습나?”

스윽.

츠쿠요미가 자신의 코트 안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건 자신의 무기인 기관단총을 꺼내려는 행동이었다.

턱.

난 그의 팔을 붙잡아 총을 꺼내지 못하게 했다.

“이거 놓……!”

“차라리.”

그러곤 그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건넸다.

“차라리 아예 츠쿠요미 님이 먹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먹다니? 뭘?”

“이 도시를 말입니다.”

“지금 나더러 아마테라스 님까지 배신하라는 소리인가?”

“그런 의미로 볼 수 있겠죠.”

“헛소리하지 마.”

툭.

그는 총을 쥔 손에서 힘을 빼는 대신, 반대쪽 손으로 내 가슴을 치며 밀어냈다.

그러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시니컬한 태도로 대답했다.

“스사노오조차도 이기지 못한 내가 그보다 더 강한 아마테라스 님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네 요구사항이 마음에 드느냐의 문제 이전에 그건 현실성 자체가 없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생각은 있으신가 보군요.”

“뭐?”

“‘신의를 저버릴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어서’……. 어쨌든 이길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하신 거 아닙니까?”

“내 말은 그런 뜻이……!”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십시오. 실은 누구보다도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 예전부터 갖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

츠쿠요미는 겉보기엔 냉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히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었다.

어쩌면 그런 냉철한 이미지 자체가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부터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크레딧 스틱]

[500,000,000,000 골드]

난 그에게 거금이 담겨 있는 스틱을 건네며 말했다.

그걸 받아든 츠쿠요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오천억…….”

“이건 물론 그냥 드리는 게 아니라, 빌려드리는 겁니다. 뭐 그냥 먹튀 하시면 어쩔 수 없긴 한데. 투자라는 게 다 그런 리스크를 지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걸로…… 쿠데타를 일으키라고?”

“칠지도가 당신이 가진 돈과 장비까지 조종할 순 없겠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난 그에게 은근슬쩍 암시를 줬다.

‘아마테라스는 칠지도 능력 외엔 별거 없는 자다’라는 암시를 말이다.

“한 번의 암습에 이 돈을 전부 사용한다 생각하고 쓰십시오.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꼭 이 도시의 지배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저로선 이렇게까지 된 이상 당신이 권력을 잡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일 테니 말입니다.”

츠쿠요미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건넨 크레딧 스틱을 꽉 쥐고 있었다.

* * *

“츠쿠요미 님.”

세이메이가 말했다.

“익명의 투자자, 그자가 바로 그 이방인 인간, 유신우입니다.”

그는 그동안 유신우와 다크엘프 투자자의 정체에 대해 추적하고 있었다.

사실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서 확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자신의 근원적 마력 성질까지 완벽하게 바꾸는 변신술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것도 있었다.

인간 유신우와 다크엘프 투자자.

그 둘이 동일인이라고 하는 건, 어떠한 마법적 원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데 이상하게도 츠쿠요미는 그런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고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차라리 잘됐다는 듯, 미소만 지으며 주문한 장비들을 손수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세이메이는 그런 그의 행동을 우려했다.

“정말 하실 생각이십니까?”

“상관없잖아.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츠쿠요미 님, 우린 지금 그 인간 녀석에게 놀아나고 있는 겁니다. 그 자가 말한 대로 우리가 아마테라스 님을 친다면…….”

“나중에 그자가 우리 뒤통수를 칠 거다?”

“당연히 그리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

츠쿠요미는 아랑곳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자신에게 어떤 결말이 다가올지 알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폭주 기관차.

그는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해가 안 됩니다. 왜 그렇게까지 그자에게 휘둘리시는 건지…….”

물론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그럼, 네겐 대안이 있나?”

“……예?”

“이미 난 손발이 꽁꽁 묶인 채로 추락해 버린 꼴이 됐다. 이제 와서 이 모든 게 다 그 인간 놈의 이간질 때문이라고 고자질해 봐야, 거기에 넘어가서 이런 짓을 저지른 내 책임이 경감될 리도 없겠지. 믿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모를까, 츠쿠요미는 이미 함정에 빠진 지 오래다.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난 내 손으로 잃은 것들을 되찾아 오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아마테라스 님을 어떻게…….”

“칠지도.”

“예?”

“칠지도를 빼앗으면 된다. 그게 없으면 아마테라스 님…… 아니, 아마테라스도 일개 각성자에 불과할 뿐이야. 그리고 내가 칠지도를 가진 순간, 그 인간 녀석도 날 해치지는 못할 거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내가 그러길 바라고 있을 지도 몰라. 이렇게 큰돈을 주는 걸 보면 말이야.”

“일개 각성자라니…….”

츠쿠요미는 확신했다.

스사노오 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쿠데타 또한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말이다.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침투, 기습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아마테라스 역시 지금껏 무수히 많이 죽여온 타깃 중 하나가 될 뿐이라 자신했다.

* * *

아마테라스가 거주하는 안전가옥.

넓은 부지에 수많은 자동 방어 시설물이 가득히 배치되어 있고, 내부의 주거공간 안팎으로 다수의 경호 인력이 경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강한 방어를 구축해 놓은 이유는, 아마테라스가 수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A&A의 영향력은 서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고, 또한 그 영향력으로 온갖 더러운 일들도 행하곤 했다.

그렇다 보니 내외부적으로 그녀를 노리는 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같은 드워프끼리라면 칠지도로 통제할 수 있기에 큰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이번만은 조금 달랐다.

칠지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십 명의 금제 해방 각성자들이 제대로 마음 먹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이잉. 우우웅.

“뭐야? 정전인가?”

갑자기 저택 전체의 조명이 일시에 소등되었다.

그러자 드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담 안쪽의 마당이 새카만 칠흑에 휩싸였다.

오늘은 구름으로 인해 달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날이라, 어둠이 더 짙게 깔린 느낌이었다.

“비상발전기 가동바람.”

CCTV로 내부를 감시하던 상황실 경비원은 조명과 함께 화면이 꺼지자마자 침착하게 무전으로 비상발전기 가동을 요청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선 굳이 요청을 하지 않아도 비상발전기가 곧바로 가동되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지연되어서 직접 요청한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이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무전조차 반응이 없었다.

상황실 경비원들은 계속 귓속에 껴 있는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전을 보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이봐, 안 들려?”

“잠깐만.”

“왜 그래?”

“다른 채널도 대답이 없는데. 아니, 그냥 무전 자체가 먹통인 것 같아.”

“무슨…… 말이 돼? 정전이라고 무전까지 먹통이 되는 게? 이건 자체 배터리로 작동하는 거잖아.”

“그건 그런데…… 아니, 설마……?”

경비원 중 한 명이 그제야 뭔가를 눈치 챈 듯했지만.

“사보타……주…….”

퍽! 퍽!

이미 늦었다.

그들의 귓속에 들어 있던 이어폰이 차례로 폭발하며 둘 다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퍽! 퍼퍼퍽! 퍽퍽!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동일한 이어폰을 귀에 낀 안전가옥 내의 모든 경비원들은 하나둘씩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성능 좋군.”

츠쿠요미는 저택 내부의 복도를 걸으며 쓰러진 경비원들을 보고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돈을 들인 보람이 있어.”

유신우에게 받은 5천억 골드 중 거의 절반 정도를 여기에 퍼부었다.

철저한 보안으로 보호받는 안전가옥의 경계를 한꺼번에 무력화하고 사보타주에 말이다.

그 덕에 츠쿠요미를 비롯한 쿠데타 멤버들은 어떠한 충돌도 없이 손쉽게 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폭탄은?”

-설치 완료했습니다. 신호만 주시면 됩니다.

“알았어.”

그리고 나머지 2,500억 골드는 물론, 무기와 장비 구입에 사용했다.

원래도 비싼 장비를 사용하던 츠쿠요미였지만, 이번에는 단 한 번의 쿠데타만을 위해 1회성 소모품으로서 그만한 돈을 소모했다.

폭탄과 특수탄, 그리고 1회용 방호구.

덜컹. 덜컹. 덜컹.

움직이기도 곤란해 보일 만큼 육중한 쇳덩어리를 온몸에 두른 드워프들이, 마침내 아마테라스의 침실 앞까지 도달했다.

스윽.

츠쿠요미는 손짓으로 작전 시작을 알렸다.

다른 드워프들은 중장비로 인해 고개를 끄덕일 수 없어서, 대신 양손에 장착한 핸드 개틀링을 위아래로 흔들어 긍정 표시를 했다.

{권능 <그림자 영역 전개> 발동}

스르륵.

그와 동시에 츠쿠요미가 땅속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그는 다른 일행들과는 달리 매우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였다.

암살에 특화된 복장이었다.

‘자고 있군. 밖에서 난리가 일어난 걸 모르는 건가?’

곧이어 그림자 영역을 통해 침실로 진입한 그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아마테라스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허리춤의 칼을 뽑아 암습을 시도했다.

푸욱.

쐐액!

그 순간, 보이지도 않는 속도의 참격이 츠쿠요미의 허리를 갈랐다.

자는 척을 하고 있던 아마테라스가, 그 자리에서 검을 꺼내 휘두른 것이다.

‘역시, 그럴 리가 없지.’

물론 츠쿠요미도 그리 허술한 암습으로 그녀를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허리가 갈라진 인영은 다름 아닌 환영분신.

본체는 아직까지 그림자 영역 속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이런!”

{권능 <영체 투영 -아마테라스> 발동}

아마테라스는 자신이 츠쿠요미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곧장 영체를 투영해 방어 태세를 취했다.

타카마가하라를 지배하는 태양의 여신이 그 등 뒤에 나타났다.

삐이이이!

그러자 강한 마력의 파장에 반응해,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렸다.

그건 곧, 방 바닥 아래와 양쪽 벽면 너머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한다는 뜻이었다.

퍼퍼퍼퍼퍼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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