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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7화 (22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7화

{<영체 투영: 스사노오> 발동}

{<영체 투영: 츠쿠요미> 발동}

두 각성자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휘감기듯 뻗어 나오더니, 곧이어 각각 유카타를 입은 낭인과 승복을 입은 음양사의 모습을 한 드워프 신들의 영체가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두 조장의 휘하에 있는 각성자들 역시 각자의 수호령을 영체 투영하고서 맞붙기 시작했다.

물론 머릿수는 자신의 그림자에 십 수 명의 수하들을 숨겨 왔던 츠쿠요미 쪽이 훨씬 더 많았다.

“네놈!”

스사노오와 그의 영체가 동시에 손에 쥐고 있는 검을 휘둘렀다.

{권능 <파도베기> 발동}

콰아아아!

그러자 칼끝에서 뻗어 나온 맹렬한 검기가, 몰아치는 물결로 화해 츠쿠요미를 덮쳤다.

깃든 힘은 닿는 모든 물질을 사정없이 짓뭉개 버릴 만큼의 고강도.

하지만 스사노오는 발산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응축해 규모를 주변 공사장 부지 일대만 소멸시킬 정도로 제한했다.

그 이상으로 범위를 늘렸다간 도심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쿠구궁.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우리가 싸울 이유는 없다!”

스사노오가 무너진 잔해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끝까지 츠쿠요미와의 싸움을 피하고 싶어 했다.

이 충돌이 커진다면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드워프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문답 무용.”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츠쿠요미는 이미 제대로 싸우고자 마음을 먹은 지 오래였다.

잔해 아래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검은 형체가 불룩 솟아올랐다.

검은 형체에는 수십 개의 눈동자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권능 <절멸금안(絶滅金眼)> 발동}

“눈을 감아라!”

스사노오는 그것이 츠쿠요미의 동술임을 미리 알고서 자신을 따라온 수하 두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자신은 검을 쥐지 않은 왼손바닥을 내밀어 그림자 덩어리를 향해 충격파를 발출했다.

파앙!

“흡!”

눈동자로 가득 찬 그림자가 그의 충격파에 의해 흐트러졌다.

하지만 동술은 이미 발동된 상황.

다행히 수하들은 눈을 감은 덕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스사노오는 주변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대응하느라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덕분에 츠쿠요미의 마력이 고스란히 자신의 체내로 흘러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이따위 잡기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디스펠 같은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서, 오로지 자신의 마력만으로 동술을 상쇄시켜 버린 것이다.

순수한 무력으로만 따지면 츠쿠요미보다 한 수 위인 그의 실력이 확연하게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어떠냐! 네놈의 미천한 재주는…….”

물론 그렇다고 승리를 확신하는 건 지나친 자만이었다.

츠쿠요미가 스사노오에 비해 순수 전투력이 떨어지는 데도 지금껏 서열 2위를 유지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타타타타타탕!

자신만만하던 스사노오 일행의 뒤쪽에서, 묵직한 마력 탄환이 연달아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위력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푸른 총알들은, 다름 아닌 츠쿠요미가 휘두르듯 품에서 꺼낸 기관단총에서 흩뿌려진 것이었다.

“으, 으아아악!”

짧은 순간 급변하는 공격의 방향을 캐치하지 못하면 죽는다.

스사노오의 수하는 채 1초가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눈을 감았다 뜬 대가로, 상황 판단이 그만큼 지체되어야만 했다.

일반인에게는 매우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여기서는 한나절과도 같았기에 사실상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은 행위인 셈이다.

“미츠요시!”

결국 두 수하 중 한 명은 그대로 총탄에 사정없이 몸이 찢어 발겨져 사방에 피를 뿌려야 했다.

츠쿠요미가 쏘아내는 기관단총 탄환은 일반적인 마나건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어서, 제아무리 단단한 방어력을 가진 각성자라도 두부처럼 으깨질 수밖에 없었다.

동술은 그저 상대의 발을 묶는 용도에 그치는 기술일 뿐.

그에겐 이처럼 대상을 죽일 수 있는 수단들이 얼마든지 많았다.

“네놈!”

“흥분할 때가 아닐 터다.”

스사노오가 다시 한번 파도베기를 사용하려 했다.

그러자 츠쿠요미 역시 동술을 발동시켰다.

불룩.

사방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 안에서 족히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눈알들이 튀어나와 스사노오와 그의 수하 주변을 뒤덮었다.

사각지대는 없다.

이걸 피하려면 다시 한번 눈을 감는 수밖에.

타타타탕!

“크악!”

마지막 남은 스사노오의 부하는 동술에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고,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날아온 총탄에 당해 쓰러지고 말았다.

그건 츠쿠요미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각성자들이 쏘아낸 것이었다.

“죽어라!”

“어리석긴!”

한편 스사노오는 이번에도 자신의 마력으로 동술을 떨쳐내고서 츠쿠요미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이미 그에게 동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츠쿠요미 역시 방금 전의 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걸 사용한 것은 그의 뒤를 봐 주고 있는 수하를 죽이기 위한 것.

그래서 이번에는 스사노오의 공격을 피하고 다음을 노릴 생각이었다.

{<섀도우 스텝> 발동}

스륵.

투쾅!

츠쿠요미는 곧바로 자신의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 스사노오의 참격을 간단하게 피했다.

황소처럼 돌진하는 그 기세에 잠시 위압감을 느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뿐.

누가 더 싸움을 잘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든 뒤를 잡고 치명상을 먹여 승리를 쟁취해 낸다는 점에서 츠쿠요미가 한 수 위다.

“죽여버려.”

나직한 공격명령이 이 장소의 모든 각성자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를 조장의 명령이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등을 보이고 있는 목표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투타타타타!

십 수 자루의 각기 다른 모양의 마나건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이곳에 데려온 자들이 모두 츠쿠요미가 엄선한 정예이니만큼, 그들이 쏘는 총기의 화력 역시 막강.

스사노오가 서 있던 자리는 마치 거대한 폭격기가 폭격이라도 퍼붓는 것처럼 화염과 흙먼지로 가득 찼다.

겉보기엔 처음 그가 시전했던 파도베기보다도 더 요란한 공격이 그 위로 쏟아졌다.

콰콰콰쾅!

“……잠깐!”

그런데, 그렇게 완벽한 반격이 성공한 와중에 츠쿠요미의 얼굴이 구겨졌다.

“……쳇, 놈이 도주한다! 쫓아!”

그러더니 도심과는 반대 방향의 황무지를 가리키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방금 전 자신을 노리고 들어왔던 스사노오의 막무가내 공격이, 사실 유효타를 노린 게 아니라 도주로를 열기 위함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마지막 남은 수하까지 의도적으로 희생시키면서 말이다.

“뇌에 근육과 의리밖에 없는 멍청이인 줄 알았더니……. 생각 외로 냉철하게 행동하는군.”

츠쿠요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가 왜 굳이 저 외진 곳으로 도망치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으로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읽어냈다.

“네가 날 끌어들인다면…… 기꺼이 가주지. 큭큭.”

물론 언제나 두뇌 싸움에서 한 수 위는 츠쿠요미 쪽.

그는 이미 이 싸움에서 이와 같은 변수가 있을 것을 예측해 준비해 두었기에, 추적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 * *

스사노오는 피가 흐르는 왼쪽 어깨를 부여잡은 채 홀로 도심을 등지고 걸어갔다.

“미친놈……. 진심으로 날 죽일 생각인가……?”

충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츠쿠요미가 이 정도로 진심일 줄은 몰랐다.

서로 기술과 권능을 주고받으며 무력 서열을 결정하는 정도를 넘어서, 그는 정말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자신을 해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동지끼리의 전쟁이라니, 아마테라스 님이 아시면 난리가 나겠군.”

이런 건 아무리 경쟁에 관대한 아마테라스라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평소 ‘조직은 항상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나.

이렇게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는 것까지 봐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이 사태를 일으킨 츠쿠요미도, 상황이 이렇게 되는 걸 막지 못한 자신도, 일이 끝나면 중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이왕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주는 수밖에.”

어찌 됐든 이미 엎질러진 물.

스사노오는 사후처리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츠쿠요미가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달려든다면 자신 역시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도심은 벌써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즉, 아무리 힘을 펑펑 써대도 회사의 재산에 피해가 가지 않을 구역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인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드워프들에게 있어, 도시 내에서 함부로 능력을 개방하는 건 금물.

그 제약 탓에 그동안 억제해 왔던 본래의 힘을, 드디어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컴뱃 레디니스> 발동}

그렇게 그가 사용한 것은 바로 클래스 어빌리티.

스사노오의 주변 광범위한 공간에 왜곡 현상이 벌어졌다.

곧, 그에게 종속된 131기의 드워프 백호 기병대가 황무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그럭.

그리고 자신 역시 자기 소유의 백호 위에 올라탔다.

그는 이대로 저쪽에서 추격해 오는 츠쿠요미와 정면으로 충돌할 작정이었다.

“가자!”

두두두두두.

순식간에 130기의 기병대 리더가 된 스사노오는, 혼자서 초라하게 걸어올 때와는 반대로 이제 지축을 울리는 대규모 병력을 이끄는 지휘관이 되어 있었다.

쿠구구궁.

물론 규모가 커진 것은 그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이 먼 곳에 나온 이상, 츠쿠요미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대원을 꺼낼 수 있다는 뜻.

뿐만 아니라 그가 데리고 나왔던 십 수 명의 전설급, 신화급 각성자들 역시 제각각 자신에게 종속된 부대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 전부가 공통 클래스 어빌리티인 컴뱃 레디니스를 사용해 자신의 부대원들을 불러올 수 있었다.

덕분에 오히려 머릿수의 격차는 전보다 훨씬 더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저 멀리서 지평선을 가득히 뒤덮은 채 접근해 오는 대부대에 비하면, 스사노오의 기병대는 여전히 초라했다.

“숫자 따위는 줄이면 그만이야.”

그럼에도 그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오히려 입가엔 미소마저 머금고 있었다.

콰아아아!

이곳으로 접근해 오는 츠쿠요미 측 대부대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력 덩어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다.

저쪽의 포병대가 쏘아 보낸 곡사 포격이었다.

또한 덩달아 하늘 위에 떠 있는 무수한 비병들 역시 수많은 종류의 투사체를 떨어뜨렸다.

A&A의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한 마수용 전투 장비가 그 화력을 더욱 강화시켜 투사체의 속도와 크기는 하나같이 위력적이었다.

마치 이 상황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완벽하게 짜인 조합의 연계 화력 투사.

그 광경을 마주하고서 거침없이 달려나가던 스사노오는.

스윽.

말없이 오른손의 검을 치켜들 뿐이었다.

그의 등 뒤에 떠올라 있는 푸른 영체와 함께 말이다.

“츠쿠요미. 누가 진짜 우위인지 몸소 가르쳐 주마.”

두 드워프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곳에서 살의는 더 이상 츠쿠요미의 일방적인 의지가 아니었다.

스사노오는 눈앞의 형제를 확실하게 죽이기 위한 일검을 내질렀다.

{권능 <하늘깃 가르기> 발동}

타카마가하라의 신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흉신 야마타노오로치를 일격에 베어버린 기술.

스사노오가 자아내는 최강의 공격이 츠쿠요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쉬익.

화창하게 해가 뜬 푸른 하늘.

조용한 시냇물 위로 흘러가듯, 고요히 떠다니던 뭉게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하늘이 둘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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