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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6화 (22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6화

똑똑똑.

늦은 밤, 누군가 아파트 현관문을 두드렸다.

일반적인 방문자라면 벨을 누르는 게 정상이겠지만, 이렇게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는 건 뭔가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뜻.

“아, 진짜 귀찮게.”

간신히 잠에 들려던 이와나가는 이런 밤중에 일을 시키러 찾아오는 회사 사람들에게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원피스 잠옷을 대충 걸치고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응? 뭐야? 이 사람들은…….”

그녀는 패드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의문을 품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모르면서도 아는 듯한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쪽 사람들이 아니라…… 츠쿠요미조의 사람들인 것 같은데, 왜 하필 이런 시기에……?’

그녀는 스사노오조에 소속된 신화급 각성자.

단순히 소속된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하부 조직까지 가지고 있는, 스사노오조 내에서도 간부급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금 같은 시기에 츠쿠요미조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안 되겠어. 상부에 연락을…….’

그래서 그녀는 홀로그램PC를 꺼내 곧장 조직에 연락을 하려 했다.

[마나링크 수신불능]

그러나 화면에 나타난 것은 마나링크의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경고 문구.

마나링크의 수신이 먹통이 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디스펠 파장이라도 뿜고 있지 않는 한은 말이다.

‘젠장……!’

이와나가는 그 순간 지금 문 밖의 사람들이 불순한 행동을 하러 왔다는 것을 확신했다.

{<다이아몬드 스킨> 발동}

{<옵시디언 블레이드> 발동}

곧바로 전신을 강화하고 양손에서 뻗어 나오는 검은 칼날을 만들어냈다.

그때.

콰앙!

문 너머로부터 발생한 폭발의 화염이 이와나가를 덮쳤다.

아파트의 현관문은 걸레짝처럼 뜯겨 나갔고, 거기서 발생한 충격파는 그녀를 벽까지 튕겨 보냈다.

터엉!

“칫!”

하지만 단단한 다이아몬드 피부 덕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이와나가는 곧장 자세를 잡고 오른쪽으로 굴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

파바바바방!

귀를 찢을 만큼 요란한 파공음이 실내를 강타했다.

강화복을 입은 츠쿠요미 측 인원 한 명의 양손에 장착된 핸드 개틀링이 맹렬하게 불을 뿜은 것이다.

강력한 마나 탄환은 이와나가가 서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가며, 바닥과 벽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와르르.

그 덕분에 아랫집과 옆집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되었다.

눈먼 총알에 맞아 재수 없게 죽은 한 주민의 시체가 무너진 벽 너머로 보였다.

“미친놈들! 여기서 총질을 해?”

투쾅!

이와나가는 방 안에서 현관의 인원들이 있는 곳까지, 전부 바깥으로 밀쳐 낼 요량으로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벽과 가구들은 두부처럼 으깨졌고, 그녀는 진흙을 뚫고 나오는 괴물처럼 그대로 집 앞에 서 있던 다수의 무장 괴한들을 한꺼번에 덮쳤다.

“흡!”

“떨어진다!”

이곳은 현관이 외부에 노출된 복도형 아파트.

양손을 펼치고 달려드는 이와나가의 막무가내 돌진에 휘말린 모든 병사들은 다 같이 난간 밖, 24층 아래의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 탓에 츠쿠요미조의 무장 괴한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건 그다지 큰 위험이 아니었지만, 실내에서 빠르게 끝냈어야 할 포위 작전이 야외 전투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 개새끼들!”

서걱! 서걱!

이와나가는 떨어지는 와중에 공중에서 양팔의 검은 칼날을 휘둘러 자신과 뒤엉킨 드워프들을 벴다.

날카롭지만 깨지기 쉬운 흑요석 칼날이, 그녀의 끊임없는 광물 결합 능력과 합쳐져 굉장한 위력을 냈다.

단순히 날카로운 것을 넘어서, 칼날이 진동까지 해 마치 ‘초진동 단분자 칼날’과 같은 절삭력을 가진 것이다.

덕분에 괴한들은 극도로 단단한 방어구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맨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손쉽게 신체가 잘려 나갔다.

“끄아악!”

투타타탕!

고통과 생존 본능이 뒤섞인 난사.

팔과 다리가 잘린 드워프는 이와나가를 떨쳐 내려고 손에 쥐고 있는 총을 아무렇게나 마구 쏴댔지만 당연히 맞을 리가 없었다.

서걱!

오히려 자세를 잡은 그녀에게 당하기만 할 뿐.

“저격수!”

그 정신없는 공중 난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나마 상황 판단이 되는 드워프 한 명이 자신의 아군에게 무전을 보냈다.

이런 돌발 상황을 대비해 맞은편 건물에 저격수를 배치해 둔 것이다.

-목표 포착.

곧장 그쪽에서 답신이 들려왔고.

타앙!

두 건물 사이엔 커다란 총성이 울려 퍼졌다.

“……죽어!”

“무, 무슨!”

그러나 이와나가는 여전히 날뛰고 있었다.

지상에 착지하고서도 마치 미치광이 살인마처럼 양손의 칼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

“이봐! 어떻게 된……!”

-…….

그 바로 앞에 서 있던 무장병은 다급히 무전을 날려봤지만, 저쪽에선 답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위를 바라보자, 그제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저격수?’

이쪽이 아니라, 저쪽의 저격수가 아군 저격수를 사살한 것이었다.

마치 이미 공격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후퇴! 후퇴해!”

결국 이들은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수가 죽어버렸지만,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비상 탈출 시퀀스를 실행했다.

푸쉭! 철컹.

그러자 전신에서 압축 공기가 빠져나가며 무거운 장비와 방호판들이 전부 퍼지(purge)되었고.

슈하아악!

등과 팔다리의 분사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생존자들을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 * *

“네놈…… 설마 나를 속인 거냐?”

한밤중의 소란이 있은 다음 날, 츠쿠요미는 다시 ‘투자자’를 만났다.

“그럴 리가요. 제가 뭣하러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만약 그랬다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났겠습니까?”

유신우, 아니, 그 다크엘프 ‘투자자’는 츠쿠요미의 의심을 한 마디로 일축시켰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보고를 들어 보니 저쪽에서 우리 쪽의 저격수를 저격했다고 하더군. 거기서 우리 저격수의 위치를 어떻게 단번에 파악한다는 거냐? 이건 누가 봐도 그들이 습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은가.”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정보를 흘렸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지.”

“헛된 망상은 접어두시길. 목표를 지정해 준 건 저지만, 애초에 그 작전의 날짜와 세부 계획을 짠 건 츠쿠요미 님 아니십니까? 제가 무슨 수로 그 디테일을 알아낸단 말입니까?”

츠쿠요미조의 조직원들이 이와나가를 공격한 건 ‘익명의 투자자’로 위장한 유신우의 계획이었다.

[나는 스사노오에게 몰래 자금을 지원해 준 다크엘프 사업가인데, 이번에 그들이 선거에 이긴 건 내 덕분이다.]

[그 대가로 받기로 한 물건이 있었으나, 스사노오는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입을 닦았다.]

[그러니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줬으면 한다. 그 대가로 돈은 충분히 주겠다. 선금은 500억 골드.]

……이런 논리로 그를 설득한 것이다.

물론 말만이라면 당연히 믿지 않겠지만, 실제로 눈앞에 500억 골드라는 엄청난 돈이 보이자 그의 말에 담긴 신뢰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그래서 어젯밤과 같은 일을 저지른 것.

한데 일이 꼬여도 너무 꼬여버렸다.

“애초에 츠쿠요미 님께서 제대로 움직이기만 해 주셨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굳이 저격수 같은 걸 쓸 필요 없이, 현장에서 힘으로 그 여자를 누를 수 있었으면…….”

쿵.

‘투자자’의 말을 듣던 츠쿠요미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물론 그건 상대를 위협하려는 의도보다는, 스스로의 실수에 자책감을 느끼는 부분이 더 컸다.

“……이제 어떡해야 하지?”

그런 감정을 증명하듯, 그는 어느 새 ‘투자자’에게 의존적인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신우의 통제 영향력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대한 빨리 상황을 마무리해야지요.”

“빨리……?”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스사노오를 무릎 꿇려야 합니다. 아마테라스 님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그를 만나 전쟁을 선포하십시오. 힘으로 짓눌러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드십시오. 누가 진짜 위인지 알려주란 말입니다.”

“전쟁을? 아마테라스 님이 모르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나와 그 녀석이 싸우면 이 일은 당연히 그분의 귀에…….”

“그러니 빨리 끝내야지요. 스사노오의 성격상, 당신이 하는 도발에 분명히 넘어갈 겁니다. 그리고 아마테라스 님이 알기 전에 상황을 종료해버리면…… 뒤처리도 깔끔해지지 않겠습니까?”

“…….”

츠쿠요미는 망설였다.

‘이러다 정말 잘못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호구 되는 건 순식간인데.’

‘그렇다고 전쟁까지?’

‘잘만 되면 엄청난 돈까지 얻을 수 있는 기회잖아.’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거절도, 수락도 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묶여 버린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의 심지에 불을 붙인 건,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투자자’의 말 한마디였다.

“왜, 못 이길 것 같습니까?”

쾅.

“그럴 리가.”

* * *

도시 외곽의 후미진 지역, 공사장 컨테이너 안.

피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에, 극소수의 인원만 대동한 두 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은 하얀 피부에 여리여리한 몸을 가진, 인간 기준으로 마치 미소년 같은 외모를 가진 드워프였고.

다른 한쪽은 햇볕에 그슬린 까무잡잡한 피부에 근육질 몸을 자랑하는 드워프였다.

츠쿠요미와 스사노오.

아마테라스 아래로 각각 2인자와 3인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A&A의 중심축이나 다름없는 자들이었다.

“오랜만이군.”

“…….”

스사노오가 먼저 츠쿠요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받지 않았다.

“같은 식구끼리 너무 쌀쌀맞은 거 아닌가? 그래도 우린 형제잖아.”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지.”

상대방의 인사치레를 전부 무시하고 곧장 이야기를 시작하는 츠쿠요미.

스사노오는 머쓱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컨테이너 안에 비치된 낡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말이나 들어보자.”

“지난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예고도 없이 공격한 건 내 불찰이다.”

대뜸 사과부터 내미는 츠쿠요미를 보자, 스사노오는 쓰윽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 그건 그를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리액션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내비친 반응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이와나가도 무사하고 말이야.”

같은 조직 내에서 싸움이 벌어지길 기피하는 건 당연하다.

굳이 아마테라스에게 알릴 것도 없이, 당사자 간에 만나서 말로 화해하는 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받아줄 의향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사노오 입장에서는 딱히 피해를 본 것도 없었다.

오히려 손해라면 자기 조직원들만 죽어나간 츠쿠요미 쪽이 더 심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하지만 스사노오의 그런 희망적인 바람은 그저 바람에 그쳐야만 했다.

“지금부터는 제대로 예고하고 하려고.”

츠쿠요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와키자시를 빼든 다음.

달그랑.

스사노오의 발 앞에 던졌다.

“하자, 전쟁.”

“……하.”

요동치는 격정과 함께 사방으로 머리칼이 뻗치는 스사노오.

그의 눈동자엔,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는 츠쿠요미의 조직원들이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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