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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5화 (22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5화

며칠 후.

A&A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자 국가이며 광대한 영토 전부가 회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도시, 타카마 시티의 시의회 선거가 실시되었다.

[A&A의 대규모 지각변동]

[새 2인자 두각 드러내다]

[츠쿠요미의 뼈 아픈 패배]

[신흥 강자 스사노오의 부상]

결과는 스사노오조의 압승.

만년 3인자였던 스사노오가 처음으로 2인자인 츠쿠요미를 뛰어넘어 최대 권력을 잡게 된 것이다.

이는 드워프는 물론이요, 타 종족과 타 기업들도 관심을 가진 대사건이었다.

내가 살던 인간계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이 교체되거나 다수당의 의석수가 뒤바뀌는 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날 만큼 흔한 일이지만, 여기선 그 의미가 확연히 달랐다.

왜냐하면 이곳에서의 선거란 오직 주식 보유 수에 따라 결정되는 불평등선거가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강자가 더 많은 돈을 쥐는 이곳에선 힘이 곧 권력이었고, 권력은 또다시 부와 힘을 제공하였으며 그걸로 더 큰 권력을 취하는, 순환 논리가 적용되었다.

따라서 한 조직 내의 하부 세력 간의 서열은 어지간해서는 바뀔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서열 2위와 3위가 뒤바뀐 것이니, 세상 사람들의 주목이 쏠릴 수밖에.

물론 여기서 누구보다도 신경이 쓰이는 건 다름 아닌 당사자인 A&A의 국민, 그러니까 ‘사원’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사원이 곧 국민이다).

이들 입장에선, 사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츠쿠요미가 갑자기 주식 보유 수가 늘어난 스사노오조 덕분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는군. 스사노오조는 갑자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분을 얻게 된 거지?”

“그동안 감춰 뒀던 자금이 있었나 본데.”

“말도 안 돼. 굳이 왜 이제 와서? 그럴 거면 진작 드러났겠지.”

“아니면 도박장에서 큰돈이라도 땄나? 도박 좋아하잖아, 그 사람.”

“이건 그런 액수의 돈으로 어쩔 수 있는 규모가 아니잖아.”

그런 탓에 도시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오갔다.

물론 그 추측들 중 어느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전부 이미 예고했듯 내 의지대로 흘러간 일이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스틱]

[1,000,000,000 골드]

시스템상으로 골드는 당사자 간에 직접 만나서 전달하는 방식으로만 거래가 된다.

하지만 상업이 극도로 발달한 이곳에선 그런 방식으로만 거래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다양한 결제 수단이 존재하는데.

내 손에 쥐어진 작은 펜 모양의 금속 막대인, 이 ‘크레디트 스틱’이 바로 그중 하나다.

이건 달리 복잡할 것 없이, 안에 골드를 충전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물건이다.

계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소유자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골드를 현금 내지는 수표처럼 쓸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이걸 사용하면 누가 얼마만큼의 금액을 어디서 사용했는지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다.

당연히 온갖 더러운 일들이 행해지는 이곳 사회에선 필수적인 물건.

난 이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선거판을 뒤집어엎은 것이다.

{포식 변형 - 드워프 남성}

지난번 작전에서 사망한 해커의 시신을 포식하는 걸로 얻은 드워프의 외형으로 변신.

달그랑.

그 상태로 스사노오의 세력을 이루고 있는 휘하 주주들의 주변을 맴돌며 그들이 있는 곳에 크레디트 스틱을 버려둔다.

그걸 발견한 스사노오의 지지자들은 당연히 당면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식을 구입하겠지.

설령 몇몇이 개인적인 욕심만을 위해 돈을 써버린다 하더라도, 혹은 스사노오의 지지자가 아닌 사람이 그걸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겐 돈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수많은 스사노오 측 사람들의 주변에 막대한 양의 골드를 뿌리면, 그 중 일정량은 분명히 주식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게 선거의 결과를 바꿔놓을 것이다.

이게 바로 나의 선거 개입 전략이었다.

‘어느 누구도 어떠한 이득도 되지 않는 상대방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뿌리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진 못한다.’

제삼자는커녕 심지어 돈을 받는 당사자조차 누구에게 돈을 받는 건지 모르는, 사상 초유의 뇌물 수수 방식.

이건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가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바꿔 말하면, 어느 누구도 범인이 나인 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츠쿠요미마저도 말이다.

‘놈은 코너에 몰릴 데까지 몰렸다. 이제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더 이상 뒤로 물러났다간 모든 걸 잃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겠지.

그럼에도 자신을 몰아붙이는 주체가 누구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그는 반드시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

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 * *

“아직도 배후가 파악되지 않고 있나?”

“스사노오조의 조직원과 하부 조 전체에서 갑자기 주식 보유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파악했습니다만…….”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 위한 자금이 어디서 났냐는 거다!”

“……죄송합니다.”

츠쿠요미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수하들을 다그쳤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건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번 건은 워낙 기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누구보다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어야 할 세이메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스사노오……. 힘으로라도 찍어눌러야 하나.”

“그건 안 됩니다. 같은 식구끼리 싸우는 건 아마테라스 님이 철저하게 금하고 있을뿐더러, 여기엔 명분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간에는 츠쿠요미 님이 질투심으로 일을 저질렀다는 조롱이…….”

콰악.

수하 중 한 명의 입에서 ‘질투심’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츠쿠요미의 표정이 급격하게 구겨지며 눈빛이 변했다.

수사적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갈색이었던 눈동자가 노란색으로 바뀌어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컥, 커헉…….”

그러자 그 말을 했던 드워프가 목을 감싸쥐고서 숨을 헐떡였다.

눈을 마주친 자의 육체를 조작하는 동술(瞳術).

츠쿠요미는 그의 폐를 움켜쥐어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질투심? 내가?”

“으컥…….”

“마음만 먹으면 스사노오 같은 녀석은 얼마든지 죽여버릴 수 있어. 선거에서 졌다고 내 힘이 사라진 게 아니란 말이지.”

강자는 돈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재력이 힘의 우열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츠쿠요미는 자신이 선거에서 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력마저 스사노오가 자신을 앞섰다고 여기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그저 명분이 없을 뿐.

만약 부딪힌다면, 그는 얼마든지 힘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츠쿠요미 님.”

분위기가 험악해져 가던 와중, 세이메이가 드디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웅.

“허업! 하아…… 하아…….”

세이메이는 우선 바닥을 뒹굴고 있는 수하의 몸에 디스펠을 걸어 동술을 풀어줬다.

그리고는 홀로그램 pc를 꺼내 츠쿠요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지?”

작은 육각형 모양의 통신 장치가 손안에 들어오자, 세이메이에게만 보이던 홀로그램이 그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츠쿠요미가 ‘이게 뭐냐’고 물은 건, 물론 그 홀로그램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에 관한 것이었다.

───

보낸 사람: 익명의 투자자

내용: 잃은 것을 되찾고 싶다면 내일 23시까지 32번가의 [cafe camino]로 오십시오.

───

“이게 누군데?”

츠쿠요미는 한쪽 눈을 찌푸리며 ‘뭘 이런 걸 가지고 내게 보고하냐’는 식으로 물었다.

이 동네에서 츠쿠요미가 곤란한 상황임을 모르는 자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니 저런 메시지는 장난으로라도 누구든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물론 걸리면 척살 당할 게 빤한 상황에서 그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말이다.

“파악이 안 됩니다.”

그런데 세이메이가 그것을 심각하게 여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저 메시지의 발신자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음?”

“모든 해커들을 동원해서 알아내 봤지만, 신원 파악에 실패했습니다.”

츠쿠요미조는 타카마 시티에서 알아주는 정보 수집 능력을 가진 집단이다.

네트워크상에서 그들의 눈을 피해 숨는 건 경쟁 메가콥들마저 어렵다고 여겨질 만큼이나 말이다.

그런 그들의 추적마저 벗어났다는 건, 상대가 평범한 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감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단, 혹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러한 존재는 하나가 더 있었다.

“……이번 선거와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자일지도 모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뒤에서 선거의 판도를 조종한 자.

둘은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이메이의 추측은 꽤나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왜냐하면 저 ‘익명의 투자자’는 다름 아닌 유신우였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우선 여기 있는 자의 요구대로 행동해 주십시오. 접촉을 늘리다 보면 분명 언젠가 꼬리가 밟힐 터. 그때 가서 그 자를 붙잡아도 될 겁니다.”

“알았다.”

츠쿠요미는 언제나 그렇듯 세이메이에게 조언을 구했다.

알지도 못하는 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는 게 내키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그 말대로 움직이다 보면 정체가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지.’

그는 상황을 이렇게 만든 자를 만나면, 자신의 동술로 극한의 고통을 선사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 * *

“약속대로 나와주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

나는 츠쿠요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 손을 맞잡았다.

그와 나의 키 차이는 체감 상 거의 두 배 정도는 되는 수준.

왜냐하면 지금 난 다크엘프의 모습으로 변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키 2미터에 육박하는 지금 내 신체와 기껏해 봐야 130센티는 될까 한 드워프 사이의 악수는 남들이 보기에 실로 기묘해 보일 것이다.

“앉으시죠.”

“네 보스는 누구지?”

그는 다짜고짜 내게 그렇게 물었다.

나를 부하나 대리인 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그건 반은 틀렸지만 반은 맞는 판단이었다.

지금 다크엘프로 변신한 내가 바로 나 자신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인 격일 테니 말이다.

“하하. 제겐 보스가 없습니다. 제가 바로 그 ‘익명의 투자자’이니까요.”

“웃기는군. 익명이라는 녀석이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나?”

“얼굴은 드러낼 수 있지만, 이름은 드러내지 못한다……. 그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츠쿠요미의 차가운 시선이 내게 비수처럼 꽂힌다.

물론 난 그 눈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이자가 사용하는 ‘동술’이라는 권능이 얼마나 위험한 기술인지도 알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빙정술식으로 만든 얇은 마력 차단 렌즈를 눈 위에 덮고 있는 상태였다.

“흥. 그 말이 사실이라면 꽤나 무모하군. 나 같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다니. 그것도 이런 후미진 장소에.”

“숨어서 메시지로만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기서 당장 네놈을 죽이거나 납치할 거란 생각은 안 해봤나?”

“글쎄요. 그럴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츠쿠요미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입꼬리를 치켜 올리고 있었다.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눈치였다.

아니, 굳이 숨길 것도 없이 대놓고 드러낼 모양이었다.

{<신화 사냥꾼의 본능> 발동}

타타탁.

내 귓가에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이 카페 바깥에서 여러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마다 칼과 총기로 무장한 드워프들이 이 주변 골목 전체를 포위하며 좁혀 들어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메시지 발신자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면 붙잡는다.

츠쿠요미 입장에서는 아주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준비를 해놓은 것이었다.

‘격퇴.’

당연하게도 나 역시 이걸 예상하고 있었다.

{<격멸의 업화>와 <트리슈라의 프라나>를 조합}

{<야차>가 <검은 매 야차>로 강화된다.}

바깥의 건물 사이사이에 미리 야차들을 배치해 놓는 것으로 대응책도 마련해 뒀고 말이다.

화륵!

한순간 사방에서 발생한 화끈거리는 열기가 카페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끄아악!”

그와 동시에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그건 뜨거운 불길에 다수의 드워프들이 습격당하는 소리였다.

몸 전체가 격멸의 업화로 이뤄진 거대한 매들이 위에서 아래로, 그들을 덮친 것이다.

화아악.

이윽고 나와 츠쿠요미, 두 사람을 감싼 열기와 비명이 사라진 순간.

주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해졌다.

접근하는 드워프들이 모두 잿더미로 변한 것을 확인한 난,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왠지 좀 더운 것 같지 않습니까? 아이스로 시킬 걸 그랬나.”

“…….”

츠쿠요미의 입가에선 여유가 사라졌다.

“뭐, 더 따로 하실 이야기가 없으시다면, 곧장 본론으로 넘어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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