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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0화 (22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0화

타타탕! 타타타타탕!

뒤쪽에서 맹렬한 총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최윤아가 지휘하는 사격병들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적합한 엄폐물을 찾아 자리를 잡고, 공장 내부의 수비 병력과 교전을 시작한 것이다.

쿠르릉! 쿠릉!

이 전투가 평범한 총격전과 양상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엄폐물로 삼은 실내 구조물들이 손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

이쪽 세상의 건축물들은 현대 지구의 콘크리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견고한 건축재로 지어져 있었지만.

개개인이 소유한 마나건의 화력은 그런 건축재의 내구력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강했다.

총탄이 부딪힐 때마다 난간과 벽, 기둥들이 무참히 부서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능하면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소. 여차하면 이쪽 동관도 순식간에 부서져 버릴 것 같으니 말이오.”

“해커들이 데이터 탈취만 빠르게 해준다면야.”

나와 라이진, 아델은 다섯 명의 츠쿠요미조 소속의 해커들을 데리고 서버실이 있는 3층으로 이동했다.

아래쪽에서 총격전으로 적의 발을 묶어두는 동안, 근접전에 강한 우리가 이들을 목표한 지점에 데려다 놓는 것이다.

“적이다!”

“놈들이 3층으로 올라간다! 막아!”

그사이에 만나는 적들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

이 정신없는 난전 가운데, 본격적인 화력투사는 아래쪽에 다 몰려 있기 때문에 베어 넘기며 지나가면 그만.

방호복과 화기로 무장한 다크 엘프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지만.

{공명기 <적사가 검식> 발동}

서걱.

나와 아델의 합일된 검술로 그들은 순식간에 동강 났다.

‘다크엘프…….’

난 발밑에 쓰러진 회색 피부의 엘프들을 내려다보았다.

네트워크상의 정보로도 이들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가까이서 본 것은 이곳에 온 후로 처음.

데바-로카 신계의 신들을 신봉하는 이들 종족은, 내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자들이었다.

‘파괴신 시바가 이 종족 계통의 신이었지.’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놓인 신화 세계의 아들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바는 그 오래된, 신화시대보다도 더 이전 세대의 신이고, 이곳에 살고 있는 다크엘프들은 그로부터 아득히 먼 미래에 태어난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종족과는 어떤 방식으로든 살을 부대끼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뭘 그리 멍하니 있소? 빨리 움직이지 않고.”

“……그래. 가자.”

난 그들의 시신을 뒤로하고 라이진의 말을 들으며 서버실을 향해 나아갔다.

* * *

팡! 파팡! 팡!

“커헉!”

3층으로 접근하는 동안, 나와 아델은 사실상 첫 접촉 이후부터는 거의 검에 피를 묻힐 일이 없었다.

라이진이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권총 사격술에 의해, 앞을 가로막는 다크엘프들은 모조리 격퇴되었기 때문이다.

‘권총만으로 이렇게나? 가지고 있는 신화 수호령이 무색할 정도군.’

그 역시 최윤아와 비슷한 케이스인 모양이었다.

당연히 신화시대엔 총기가 없었을 테니, 그가 가진 신화급 수호령의 권능은 총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을 터.

하지만 권능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쌓은 사격 실력이 매우 뛰어나 그걸로 전투를 하는 타입인 것 같았다.

‘하기야, 몸 전체를 저렇게 기계로 대체해 버렸으니 그것만 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저 먼 곳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내 귀로 빨려 들어왔다.

“놈들의 목표는 서버실의 데이터다! 서버실을 파괴해!”

“그, 그전에 백업을……!”

“이미 늦었어! 놈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부숴버려!”

우리의 목표를 눈치챈 저들이 아예 서버실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는 대화 내용.

제한시간이라는 긴장 요소 덕분에 날카롭게 세워진 감각으로 나도 모르게 중요한 정보를 캐치해 낸 것이다.

“라이진!”

“음?”

“놈들이 서버실을 파괴하려 한다! 내가 먼저 돌파할 테니, 뒤쪽에서 따라오는 해커들을 보호…….”

난 벽을 뚫고 뛰쳐나가 서버실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저지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해커들은 전투 능력이 그리 높지 않아 내 스피드를 따라올 수 없으므로.

쫓아오는 도중에 난입한 적에게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라이진에게 그들의 보호를 맡기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라이진은 내 말을 듣자마자 허리춤의 카타나 자루를 붙잡고는 발도 자세를 취했다.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은 나도 보지 못한 사이 이미 허벅지의 홀스터에 수납된 후였다.

파지직.

그의 몸 주변에 전류가 흐른다.

동시에 푸른 마력으로 이뤄진 한 드워프 검객의 형상이 그의 몸 위로 떠 올랐다.

눈을 깜빡이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이 흐른 순간.

쩌렁!

새하얀 섬광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귀를 찢는 굉음이 고막을 두드렸다.

라이진의 검집으로부터 보이지도 않는 저 꺾인 모서리 너머 어딘가로.

하늘로부터 수직으로 떨어져야 할 천둥 번개가, 복도 허공을 평행하게 가로지른 것이다.

“무슨……?”

라이진은 사라졌다.

대신 저쪽에서 서버실을 파괴하려던 다크엘프들이 있던 위치에 그의 존재가 느껴지고 있다.

말 그대로 광속.

그는 본다는 것이 무의미한, 뇌격 섬광의 번쩍임 그 자체로 화하여 저곳까지 날아간 것이다.

“왔소? 이 녀석들은 내가 처리했으니, 이제 안심하고 데이터를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되오.”

그는 태연하게 잿더미로 변해 버린 다크엘프들의 시신 위에 서서 쫓아온 우리를 맞이했다.

오른손에 뽑아 들고 있는 카타나에서는 여전히 전류 스파크가 튀고 있다.

등 뒤에는 예의 드워프 검객, 수호령 ‘타케미카즈치’의 영체가 일렁이고 있다.

‘잘못 생각했군. 총은 그냥 보조무기였어.’

난 그제야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라이진……. 뇌신(雷神)이라는 뜻의 코드네임을 가진 건, 다름 아닌 저 번개 같은 검술 때문이었다.

뛰어난 사격술은 그저 그 검술을 뒷받침해 주는 잡기(雜技)에 불과할 뿐.

몸이 저렇게 바뀌었음에도, 본질인 영혼은 그대로이기에 각성자로서의 정체성은 유지되고 있었다.

“증원이 오기까지 앞으로 2분. 이탈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여러분이 데이터를 탈취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30초 이내요.”

“그걸 어떻게……!”

“지금 내게 불만을 표출할 시간이 없지 않소?”

“젠장!”

라이진은 해커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겨우 30초 안에 이 서버실 내의 방대한 자료들 사이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내라고 말이다.

물론 그걸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해커들을 다섯 명이나 데리고 온 것이긴 하지만.

철컥. 지잉.

해커들은 목 뒤에서 유선 플러그를 꺼내 서버에 연결하고는, 전뇌(電腦) 연산으로 데이터를 탈취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후로 온갖 신기한 물건들을 봐 오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풍경.

이쪽 세계에서는 뇌 자체에 컴퓨터를 단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 듣기는 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직 멀었소?”

“방금 시작했잖습니까!”

아무튼 이제부터 우리는 이곳에서 이들이 작업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나는 감각의 범위를 확장시켜 공장 전체와 그 주변 상황을 탐지했다.

-투투퉁! 투퉁!

아래쪽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적들은 소수 인원이 침투한 이 위보다, 요란하게 총을 쏴 대는 아래쪽에 전력을 집중했기 때문에 더 격한 전투가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최대한 빨리 이탈해서 아무도 죽지 않게 해야 한다.’

내 머릿속엔 그런 생각뿐이었다.

이번 일은 그런 위험이 없도록 충분히 대비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길어지면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

라이진이 다시 한번 해커들을 닦달했다.

이번엔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창 집중하느라 그럴 겨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더 지체할 순 없소. 우린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하오.”

하지만 이건 괜히 보채는 게 아니었다.

그의 판단대로,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늦어져서 증원이 오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증원으로 올 적이 만만치 않은 상대일 거라는 점도 있거니와, 혹여 마하넷 측에서 우리가 A&A 소속이라는 걸 증명하는 물증이라도 얻게 되면 매우 곤란해진다.

그건 곧 이번 작전의 실패를 의미하는 셈이다.

“…….”

“이제 그만!”

“……알았습니다! 다 됐다고요!”

해커들 중 한 명이 라이진의 계속된 윽박에 끝내 침묵을 깨고서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다른 해커들 역시 한꺼번에 각자 서버에 연결했던 전뇌 플러그를 뽑았다.

“이제 끝났습니다. 됐습니까?”

“너무 늦었소.”

퍼퍼펑!

라이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카타나로 서버들을 전부 파괴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왕 데이터를 탈취해가는 김에 남은 것들을 전부 파괴시켜서 증거도 지우고 피해도 키우기 위함이었다.

“이제 계획대로 나와 아델은 밖으로 나간다! 라이진, 당신은 이자들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서 로비를 정리해!”

“알겠소.”

지체할 시간은 없다.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여기서 우린 둘로 나뉘어 이동하기로 했다.

나와 아델은 곧장 바깥에 숨겨둔 탈출용 차량으로 접근해 공장 쪽으로 가져오고.

라이진은 교전 중인 1층의 병력을 수습해 바깥으로 나온다.

이것이 데이터 탈취 후 이탈 계획.

이렇게 과정을 번거롭게 나눠둔 것은, 탈출용 클로킹 차량을 함부로 공장 근처에 뒀다간 다크엘프들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량을 공장에서 조금 먼 곳에 숨겨둔 채 습격을 시작했고, 이제 목표로 한 데이터 탈취가 끝났으니 그걸 근처로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몸에 힘 빼고 가만히 있어.”

“윽!”

나와 아델은 차량 운전이 가능한 해커 한 명을 둘러업고서 곧장 창문을 통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

* * *

증원군이 도착하기까지 40초.

그들이 정확하게 그 시간에 맞춰 들어오리란 법은 없지만, 대략 평균적인 대응 속도로 따져봤을 때 그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린 지금 이미 이탈용 차량에 도달해 있는 상황.

여기서부터 공장까지는 이 차량으로 채 10초가 걸리지 않으니, 여유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됐다.”

대동하고 온 해커가 전뇌로 차량에 시동을 건 다음, 이동 경로를 입력해 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부우웅.

커다란 가오리 모양으로 생긴 40인승 클로킹 차량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엔진음을 내며 지면에서 살짝 떠올랐고, 호버 상태를 유지하며 공장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올라타.”

“네!”

난 아델과 함께 곧바로 움직이려는 그 차량에 올라타려 했다.

그런데.

“안 되지.”

갑작스레 차량에 시동을 걸었던 해커가 나와 아델을 향해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겨눴다.

“뭐야?”

반응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자는 전투원으로 육성된 자가 아니었기에,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움직이는 손가락의 속도보다도 나와 아델이 회피 동작을 하는 게 더 빠를 정도였으니,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와 아델 둘 다 ‘갑자기 왜?’라는 의문이 떠오르며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퍼퍼펑!

총구에서 마나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탄환은 우리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난 방패 형태로 변형시켜놓은 프리드웬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총격을 막아냈다.

꿀럭. 꿀럭.

그러나 그자가 쏜 것은 평범한 총탄이 아니었다.

무거운 무게와 강한 점성을 가진 액체가 담겨 있는 특수탄.

그것은 프리드웬과 바닥에 들러붙어, 이걸 들고 있는 나를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사이 차량은 입력된 지점을 향해 그대로 나아갔다.

나와 아델, 심지어 그걸 조작한 해커 자신까지 이곳에 내버려 둔 채로 말이다.

“…….”

해커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총구를 우리에게 들이민 채 방아쇠를 당길 뿐이었다.

텅! 터터텅!

묵직한 탄환이 기관단총으로부터 발사되어 다시 한번 나와 아델에게 날아들었다.

‘젠장,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갑자기 멈춰서는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는 그의 의도가 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러는 거냐! 목적을 말해!”

우릴 상대로 진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리는 없고.

게다가 배신을 했다고 하기에는 차량을 제대로 조작해 공장 쪽으로 보냈다.

라이진이나 내 동료들은 내버려 두고 오직 나와 아델만을 노리고서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그냥 버리고 가는 수밖에.’

결국 난 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해커를 무시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지금이라도 차량을 쫓으면 따라잡을 수 있다.

저 차는 이쪽 방향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 말이다.

화륵!

난 격멸의 업화를 내뿜어 프리드웬을 붙잡은 점액을 전부 태워 없애버렸다.

{공명기 <빙정술식> 파생형 ‘강성 차단빙벽’ 전개}

그러고는 그자와 나 사이에 커다란 벽을 만들어 더 이상 사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다음.

“아델, 가자.”

“네?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어. 버리고 가자.”

“알겠습니다.”

아델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자기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해 츠쿠요미가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일의 성공이었으니 말이다.

퍽!

“커헉!”

그러나 다시 한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벽 뒤에서 뼈와 살점이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콰창!

그 단단한 환란의 빙정으로 만든 얼음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양쪽으로 갈라진 것이다.

“여기 있었군!”

해커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짓뭉개고.

내 빙벽을 너무나도 손쉽게 맨손으로 찢어버린 그자는.

{수호령: 쿠베라(신화)}

야차왕 쿠베라.

데바-로카 신계 내에서도 격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는 신.

내게도 익숙한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다크엘프가, 적의 증원군으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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