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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17화 (21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17화

서 대륙에서 경제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골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왜냐하면 이곳에선 골드가 더 이상 추가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 내가 있던 곳인 동 대륙에서 골드는, 레이드나 던전 혹은 시나리오와 퀘스트 등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활동을 하면 할수록 사회 전체의 총 골드량이 계속해서 증가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시스템상으로 소모되는 골드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매일 증가했으므로, 동 대륙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 대륙은 그 반대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선 그 어떤 소득원에서도 골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스템상 영구적으로 소모되는 골드까지 생각해 보면, 사회 전체의 총 화폐 보유량은 오히려 계속 줄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다 이곳은 경제 활동을 할 만 한 기반이 매우 발달해 있기까지 하다.’

그런 환경과 맞물려, 이주민들이 긴 시간 이 땅에 거주하며 발달시킨 인프라는 이곳의 경제를 훨씬 더 활성화시켰다.

동 대륙에선 기껏 해봐야 영지의 주민들이 먹을 식량이나 각종 보급품, 혹은 시설에 사용하는 게 전부였던 골드의 투자처가, 이곳의 복잡다단한 사회에선 엄청나게 광범위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내게는 극단적인 유리함으로 다가왔다.

{보유 골드: 108,350,628,422,275,795,815,348,528}

{보유 다이아: 808,489,203,892}

드래곤 나이트를 유지하기 위한 매일 20억 다이아의 소모.

그리고 전 인류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전국 각지의 영지 개발에 들였던 천문학적인 양의 골드.

그런 소비를 감당하고서도, 내겐 아직 저만큼의 돈이 남아 있다.

‘억’, ‘조’, ‘경’, ‘해’를 뛰어넘어, ‘자’ 단위의 금액에는 아직 닿지도 못한 것이다.

이쪽 세계에서 한 사람이 이만큼이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건, 단순히 갑부나 부자라는 단어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돈 자체가 바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

이건 구태의연한 자본주의적 수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이쪽 세상에서 돈은, 정치적 권력 그 자체를 의미한다.

-오는 21일, 시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됩니다.

-이번 선거의 투표권은 A&A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만 주어집니다. 자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투표권이 없습니다.

아까 전 뉴스에서 흘러나온 소식에 난 순간 어리둥절했었다.

시의회 의원 선거와 주식 보유자?

얼마 전까지 현대의 지구에서 살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연결이 안 되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난 이쪽 세상이 원래의 내가 살던 곳과는 비슷하면서도 현저히 다른 세상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A&A의 영토 및 인구 분포]

여긴 왕정도, 민주정도 아닌, 기업이 국가와 정부를 대신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동 대륙도 클랜이 지배하긴 했지만 정식 국가나 정치 체제라고 하기엔 많이 부실했지……. 어쩌면 이 체제가 동 대륙 종족들의 미래일지도.’

그래서 압도적인 부를 가지고 있는 난 권력을 무한히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봤던 대로, 이 동네를 통치하는 클랜이란 집단은 그야말로 야쿠자 같은 폭력조직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집단이었다.

돈이 곧 권력인 세상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무력으로 그 돈을 빼앗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거의 무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게 들통나기라도 하면, 저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의 난 아마테라스를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상태이니,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난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선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만.’

따라서 최대한 들키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이 세상을 잠식해 나가야 한다.

우선은 그렇게 많지 않은 양의 지분을 획득한다.

[수량: 200,000주]

[가격: 16,050,200,000 골드]

A&A 지주의 20만 주라면 0.1%미만 수준의 지분.

물론 이 정도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꿈도 못 꿀 수준의 지분이긴 하지만.

이거라면 아마테라스에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선거부터 한번 건드려 볼까.’

1인 1표가 아닌 주당 1표.

기업에서는 당연한 논리지만, 이것이 사람들의 삶을 주관하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온 순간 불평등 선거가 된다.

투표 결과를 합법적으로 ‘조작(manipulate)’할 수 있는 것이다.

* * *

“그나저나…… 유메미.”

“네?”

“네 성인 아리사카가, 그렇게 흔한 성인가?”

“글쎄요……? 적어도 전 가문 사람 외에 저랑 동성인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요.”

“음.”

주식회사 아리사카 앤 아마테라스.

여기서 아리사카라는 이름은 다름 아닌 유메미의 성이자, 이전에 그녀의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회사의 이름이기도 했다.

사명에 아마테라스가 들어가는 건 클랜 마스터가 아마테라스이니 그렇다 치지만, 아리사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건 꽤나 신기한 우연이었다.

드워프 종족의 역사가 지구인 기준으로는 일본 쪽의 신화로 구전되어 내려온 걸 생각해 보면.

이쪽에서도 일본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유메미와 똑같은 성을 가진 드워프가 회사의 창립과 관계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물론 그 확률은 극히 희박할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저랑은 상관없어요. 애초에 전 이 드워프라는 종족을 처음 보는걸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적어도 시스템이 지배하는 이후의 세상에선 나조차도 여기에 처음 와 본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마테라스가 저희와 같이하자고 한 일은 어떤 일일까요?”

“빤하지 뭐. 누굴 죽여라, 어디 가서 뭘 가져와라, 그런 거 아니겠어?”

아무튼 우린 지금 아마테라스의 부름에 따라 다시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여기에 난 유메미를 동행시켰는데, 다른 때와는 달리 지금 내겐 직접적인 힘 싸움을 같이할 사람보다는 마법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우웅.

“도착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내리시면 직원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우리가 탑승한 하늘을 부양하는 차량은 곧, 빌딩 숲을 가로질러 지상 170층의 고층 빌딩 착륙장에 도착했다.

차량의 오른쪽 문이 양쪽으로 열리자 인공지능 기사의 말대로 우릴 데리러 온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 유메미는 그 직원을 따라 안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은 지난번 첫 방문 때와는 달리 확실히 귀빈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드는, 호화로운 복도가 줄곧 펼쳐졌다.

그렇게 우린 예의 다다미 깔린 방에 도착했다.

“왔군.”

지난번 아마테라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의 흔적은 깔끔하게 사라진 지 오래.

저쪽 끝에서 아마테라스는 여전히 여유 넘치는 태도로 우릴 맞이하고 있다.

“어려워하지 말고 이쪽으로 와. 이제 우린 동업자니까 말이야.”

저벅. 저벅.

난 거리낌 없이 그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유메미는 그 눈빛에 압도당한 건지 잔뜩 긴장한 채 식은땀을 흘리며 내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왔다.

“귀여운 드워프 친구가 같이 왔네? 밤사이 클럽에서 꼬시기라도 한 건가?”

“드, 드워프 아니에요!”

아마테라스는 유메미의 작은 체구를 보곤 드워프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렇게나 긴장했으면서도 자기 컴플렉스를 건드리는 말에는 발끈하며 대들었다.

“그럼 뭐야?”

“전 인간이거든요!”

“그래? 그렇게 작은 인간은 또 처음 보는군.”

“으으…….”

한껏 비장하게 가다듬었던 내 얼굴이 순간 무너질 뻔했다.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리는 유메미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야. 당신이 일 얘기를 하는 자리에 길거리에서 만난 여자라도 끼고 오는 양아치가 아니라서.”

저 말의 뜻은, 내 동료인 유메미를 길거리에서 만난 그저 그런 여자로 봤다는 뜻.

아마테라스는 에둘러 그녀를 모욕하며 내게 기선제압을 하려 했다.

“옆에 계신 남자분은 누굽니까?”

그래서 나 역시 적절한 타이밍이라 보고 그런 질문으로 받아쳐 줬다.

아마테라스의 옆자리에 어떤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있는 걸 보고 그렇게 물은 것이다.

“아, 이 녀석? 내 기둥서방이야. 이쁘지?”

그런데 오히려 그녀는 대담하게 내 말을 맞받아쳤다.

하얀 피부에 곱상한 외모를 가진 미청년 타입의 젊은 남성.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정말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사람을 두고, 저런 농을 한 것이다.

물론 내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었지만 말이다.

{수호령: 츠쿠요미(신화)}

남자의 머리 위에는 타카마가하라의 삼귀자(三貴子) 중 한 신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난 그걸 보고 곧장 그 남자의 역할을 알아봤다.

“이쪽 클랜에서는 간부가 그런 역할도 하는 모양이군요.”

“하아? 뭐야, 어떻게 알았어?”

“다른 사람의 무력을 알아보는 것도 능력입니다. 그만한 힘을 가진 분이라면 클랜의 간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호오.”

아마테라스는 내 말을 듣고 입꼬리를 쓱 올렸다.

나에 대한 흥미가 더 올라간 듯이 보였다.

“…….”

한데 정작 츠쿠요미를 수호령으로 가진 남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대놓고 면전에서 오가는 와중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다가 얼굴까지 창백하리만치 새하얀 탓에 앉아 있는 시체로 보일 정도.

호흡을 하는 동안의 미세한 떨림조차 거의 보이지가 않아서 눈이라도 깜빡이지 않았다면 정말 죽은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이 친구는 우리 클랜의 간부야. 이름은 츠쿠요미.”

아마테라스는 그제야 그와 나를 서로 소개시켜 줬다.

“츠쿠요미, 이쪽은 유신우라는 이방인. 내가 얘기했었지? 둘이 인사해.”

꾸벅.

나와 그 남자, 츠쿠요미는 서로 고개만 끄덕하며 인사를 나눴다.

나 역시 굳이 그자에게 그렇게까지 공손하게 행동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는 아예 내 눈을 보지도 않았다.

‘저렇게까지 냉담하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일 것 같은데.’

난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사실 이미 그 이름을 본 순간 그가 누군지 알아본 상태였다.

그 알아봤다는 의미는 과거 신화시대의 신계 타카마가하라의 신으로서가 아니라, 이곳 A&A의 간부로서 알아봤다는 뜻.

저자가 이곳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공개된 정보만으로 파악하기에 충분했다.

그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난 시의회 선거에 개입한다는 플랜을 세웠고, A&A의 주식을 구입했는데.

츠쿠요미는 바로 그러한 공작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저걸 가지려면 필연적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는 인물…….’

이건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난 다시 한번 내 목표를 눈에 새겨 넣으며 계획을 정리했다.

{<악의의 오른쪽 눈> 발동}

내 시선은 아마테라스를 향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 뒤에 놓인 장식.

두 자루의 카타나를 향하고 있다.

{<칠지도(七支刀)>}

이곳을 떠날 때, 내 손엔 저것이 쥐어져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아마테라스와 츠쿠요미를 대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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