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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14화 (21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14화

홍랑귀라는 이름을 가진 그 마수 늑대 우두머리는 이름 그대로 붉은 털로 뒤덮여 있었고, 덩치는 다른 마수 늑대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게 큰 편이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적어도 동 대륙에서는 저렇게 큰 덩치의 늑대를 본 적이 없을 만큼 컸다.

그 크기가 거의 웬만한 저층 빌딩만 한 크기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저 수풀 속에 잘 숨은 모양.

아무튼 그 육중한 몸으로는 직접 달려들어 육탄전을 벌이는 게 더 어울려 보이건만, 저 녀석은 그보다 원거리에서 마법을 날려 우리의 발을 묶어두는 선택을 했다.

방어가 매우 단단한 프리드웬에 숨은 채 마나건을 투사하는 우리 쪽 화력이 부담되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쪽의 갑판이 무너질 때까지 포격을 퍼붓는 전술을 쓰려는 것이다.

‘마수와 대치하고서 전술을 논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제 내가 눈을 떴으니 상황은 달라진다.

난 여덟 명의 용기사들에게 마력 패스를 연결하고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마법을 시전했다.

{진원진기를 <격멸의 업화>로 대체한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환영마검’ 전개}

화륵!

내 손가락 끝에서 검은 화염이 흘러나와 검의 모양으로 조형된다.

그러고는 곧장 가리킨 방향을 향해 총탄처럼 빠르게 나아간다.

그렇게 한꺼번에 나아가는 검의 개수는 약 60여 자루.

용기사들에 의해 강화된 힘은 단발의 위력 자체를 배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양도 저만큼이나 늘렸다.

투콰콰콰콰쾅!

숲을 모두 불태워 버릴 정도로 강렬한 화염이 늑대 무리가 위치한 수풀 위에 작렬했다.

환란의 빙정과 같이 특수한 빙결 에너지가 아니고서야 어지간해선 사그라지지 않는 격멸의 업화가 저것들의 은폐 지대를 덮쳤다.

‘명중. ……하지만 처치하지는 못했다.’

내 시야엔 꽤 많은 수의 늑대들이 죽어 나가는 게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역시 우두머리.

저 홍랑귀라는 녀석을 잡지 못하면, 큰 상황의 반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큰 덩치로 재빠르게 산 뒤로 후퇴해 내 공격을 피한 그 녀석은 그 뒤에서 다시 한번 포격을 감행해 왔다.

그것도 이번엔 곡사 포격으로 말이다.

투쾅! 쾅! 쾅!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묵직한 마력탄들이 지면을 강타했다.

물론 정밀한 조준도 없고, 인간처럼 조준을 보조해 줄 관측병도 없었기에 명중률은 극히 낮았다.

저 마력탄들 중 어느 한 발도 프리드웬의 선체를 직접 때리지는 못했다.

“…….”

서로 공격을 주고받은 후, 전장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나를 비롯한 모든 클랜원들은 다시 늑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공격해 오지는 않을까, 긴장한 채 계속 전방을 주시했다.

“계속 이런 식이었던 건가?”

나직한 목소리로 던진 물음에 아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물러나는가 싶어 이쪽에서 움직이려 하면, 다시 돌아와 공격을 행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군.”

“그렇습니다.”

이 대치 상황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물론 여기 안에 있는 모두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은 내 인벤토리 안에도 가득 차 있었고.

그 외에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는 전투 물자 또한 항행 도중에 많이 잃긴 했지만 꽤 많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곳에 발이 묶여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 원래 목적을 생각하면 더더욱 지체해선 안 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프리드웬은 움직이지 않고…….’

방어가 단단한 배 자체를 움직여서 이동 요새처럼 사용하자니, 지금은 차원 엔진에 생긴 이상 때문에 작동조차 하질 않는다.

{<강철방패 프리드웬>으로 변형하시겠습니까?}

기껏 해봐야 방패 형상으로 변형시키는 기능만이 살아 있을 뿐.

이 상태로는 방패 형상도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동력이 없기 때문에 반사 역장을 펼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무겁고 튼튼한 철 덩어리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직접 나가서 싸우는 수밖에 없는 건가.’

지금 나는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한다.

홍랑귀가 접근하지 않고 원거리전을 택한 것은 그쪽이 더 자신이 있기 때문일 터다.

그 말인즉, 접근전에는 취약하단 뜻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그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저 녀석은 직사와 곡사, 심지어 산탄형 마력탄까지, 다양한 종류의 화력 투사 마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까지 힘들다는 게 문제.

‘협공을 통해서 이기는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인간인 우리는 인간으로서 가진 강점을 이용해야 한다.

* * *

아델을 포함한 모든 용기사들이 바짝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개방!”

이윽고 내 입에서 떨어진 지시에 선체 옆면의 램프도어가 열리며 모든 용기사들이 바깥으로 뛰쳐 나가 하늘로 상승했다.

콰우우우!

동시에 와이번의 몸에 입혀져 있는 검은 마갑, 아니, 용갑의 날갯죽지 추진기에서 파란 불꽃이 뿜어져 나오며, 안 그래도 빠른 알파 퓨리 와이번의 속도를 곱절로 높여줬다.

저 ‘용갑’은 로마노프의 작품.

강화복을 인간뿐만이 아니라 탑승한 마물에도 적용시키자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산개!”

슈하아악!

예상했던 대로 밖에 나오자마자 홍랑귀를 비롯한 늑대 무리들이 다시 이쪽으로 돌아와 우리를 요격하려 했다.

다수의 마력탄들이 날아오자, 나는 용기사들을 사방으로 산개시켜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격류뇌전’ 전개}

그리고 나는 손끝에서 번개를 내뿜어 홍랑귀가 나타난 지점을 타격했다.

이건 내가 직접 공격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유도용 예광탄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

왜냐하면 홍랑귀는 아까와 같은 지점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야각이 제한되어 있는 배 안의 사격병들은 위치를 바꾼 적이 어디서 공격을 해오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테니.

하늘에 떠 있는 내가 그들에게 홍랑귀의 위치를 알려줘야 했다.

파파팡! 파파팡!

곧이어 번개가 내리꽂힌 지점을 향해 마나건 일제사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이걸로 저 늑대 무리는 우리만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엘프의 기술력으로 강화된 마나건의 화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지금!”

그리고 다시, 내 지시에 따라 용기사들은 늑대 무리가 몰려와 있는 지점의 상공으로 빠르게 활공했다.

지상의 사격병들이 엄호 사격을 하는 동안 공중으로 우회 접근하는 방식.

난 이걸로 근접전 상황을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쐐애애액!

추진기를 장착한 와이번들과 편대를 이뤄 속도를 동기화하자, 나 역시 덩달아 비행 속도가 증가했다.

그 상태로 홍랑귀의 머리 위를 향해 똑바로 날아간다.

흘끗.

그 녀석은 엄호 사격을 하는 아군에게 마력탄을 쏘아대면서도, 우리쪽에 신경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놈의 날카로운 눈빛이 하늘로 다가오는 우리를 향했다.

‘이미 늦었어.’

하지만 이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전술.

엄호 사격의 위력은 무시할 수가 없고, 접근하는 쪽의 비행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이 ‘전설급’ 정예 마수가 아무리 지능이 높다 한들, 여기에 대응하는 전술을 펼칠 만큼은 되지 못하니, 결국 이쪽의 페이스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델.’

‘네.’

‘뒤는 너에게 부탁한다.’

‘……예?’

‘내가 의식을 잃으면, 네가 상황을 판단하고 모두를 움직여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홍랑귀를 향해 급강하하는 동시에, 난 아델에게 미리 이후에 일어날 일을 예고했다.

용격을 사용해 짧은 시간 내에 최대의 화력을 쏟아부어 적이 어떤 대처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최대한 짧고 강한 접촉.

그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화력 투사 방법이었다.

‘그게 무슨……? 일단 알겠습니다.’

아델은 군말 없이 나를 따르고자 했다.

그녀는 언제나 내가 가장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백업이었다.

일신의 무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상황 판단도 빠르며 합리적이다.

그렇기에 내가 힘이 다해 쓰러져도 뒤를 제대로 봐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격룡창 트리슈라> 변형소환}

{청류 폭발}

투쾅!

난 강하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트리슈라를 손에 쥐고서 달려들었다.

프리드웬의 수호자인 호수의 여인을 벨 때와 마찬가지로, 창에서 검으로 이어지는 연계 공격을 행할 생각이었다.

{<익스플로시브 필럼> 발동}

{<슈팅> 발동}

쉬이익!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나는 홍랑귀의 머리통을 향해 트리슈라를 내질렀다.

격창술이 쇄도하며 내 등 뒤에서 형성된 붉은 단창 수십 자루가 한꺼번에 목표에 내리꽂혔다.

크허엉!

홍랑귀는 갑작스레 빨라진 강하 속도에 당황했는지, 입에서 마력탄을 쏘아내려던 걸 중단하고 그 대신 포효를 내질렀다.

포효에는 디스펠 효과가 포함되어 있어서, 마력으로 이뤄진 붉은 단창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다음 공격을 더 정확하게 꽂아 넣기 위한 경직 발생 기술일 뿐.

공격이 먹히지 않긴 했지만, 포효를 내지르게 해서 빈틈을 만들어냈으니 결과적으론 내 의도가 완벽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격룡창 트리슈라>가 <파슈파타>로 변형된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양손 장검으로 바꿔 강하게 움켜쥐고선, 머리 위로 치켜들며 몸을 한껏 활처럼 휘게 만들었다.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용격 흑화륜’ 전개}

그러곤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며 빠르게 종 방향으로 회전했다.

콰아아아!

검은 용의 형상이 검끝에 서리며 거대한 업화의 차륜을 자아냈다.

지금 홍랑귀는 그 차륜에 짓밟혀 분쇄되는 작은 벌레에 불과한 신세일 뿐.

카가가각!

살점이 갈려나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정도만 해도 대단히 뛰어난 내구력을 가졌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무리에 속한 주변의 마수 늑대들은 이 화염의 열기에 휘말려 이미 모조리 잿더미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홍랑귀는 그 화염을 견뎌내고 내 물리적인 검격에 몸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었다.

크……허……!

하지만 그뿐.

제아무리 튼튼해 봤자 용격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한계가 있다.

설령 이 일격으로 죽지 않는다 한들, 한 번 더 용격을 내지르면 그만이다.

‘그렇게 되면 의식을 잃겠지만, 그래도 이 녀석만 없애면 된다.’

{진원진기를 <환란의 빙정>으로 대체한다.}

난 체내의 에너지를 바꿔 몸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체력을 가다듬어 용격을 전개할 준비를 했다.

이번엔 신기일섬으로 숨통을 끊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쉬이익!

내 뒤에서 조그만 투사체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추가 공격을 행하려던 난, 그걸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고.

퍽!

그 작은 투사체는 내 옆을 지나쳐 홍랑귀의 머리에 명중했다.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 그것의 형태는, 아주 작은 탄환 모양의 마력 덩어리였다.

‘마나건?’

난 금세 그게 마나건에서 발사된 마력탄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건 아군이 숨어 있는 프리드웬 쪽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었다.

그와는 전혀 다른 방향.

이 장소에 나타난, 제3의 인물이 쏜 것이었다.

‘저건…….’

10살 꼬마 아이보다도 작은 키임에도, 건장한 성인의 외형을 가진 종족.

왼손에는 권총을 쥐고, 오른손에는 서슬 퍼런 카타나를 쥔.

‘난쟁이?’

드워프였다.

그리고 각성자였다.

{수호령: 타케미카즈치}

서 대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계 ‘타카마가하라(高天原)’의 일원을 수호령으로 삼은 각성자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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