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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13화 (21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13화

듀엔데에게 프리드웬을 빼앗으란 지시를 내린 원로란 자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순순히 당하지는 않았다.

그 녀석의 손에 쥐여준 물건은 다름 아닌 마력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기계에 침투하는 세균.

그것이 파괴당하는 순간 그 안에 잠복해 있던 세균들이 활성화되어 목표물인 프리드웬을 사보타주한 것이다.

원로는 듀엔데가 나에 의해 살해당할 것을 전제로 그런 물건을 건네준 것이었고.

그가 배 안에서 그 배양기를 꺼낸 순간 나에게 죽음과 동시에 배양기까지 한꺼번에 부서지면서 세균에 의해 프리드웬이 잠식당하는 방식이다.

다행히도 듀엔데가 그것을 미리 알려준 덕에 난 선체 밖에서 파괴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균 몇 마리가 내 몸에 잠복한 채 배 안으로 흘러들어 오고 말았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그불길한 것이 인류 측에 의해 파괴될 것을 예측한, 원로의 뜻대로 돌아가 버린 셈이다.

‘젠장…….’

콰쾅!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내 앞에 닥쳐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뿐이다.

난 재빨리 파괴된 구획으로 이동해 상황을 살폈다.

“으아아!”

“꽉 붙잡아! 물자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묶어!”

“이 멍청아! 지금 물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 목숨이 더 위험하다고!”

콰우우우!

밀폐되어 있던 선체의 옆면 일부분이 통째로 뜯겨 나간 탓에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그러고는 마치 폭풍우라도 몰아치는 것처럼 배 안으로 세찬 파동이 밀려 들어왔다.

당연히 그건 평범한 물결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왜냐하면 여긴 바다 위가 아니라 뒤틀린 아공간 한가운데였기 때문이다.

“쿨럭! 쿨럭!”

“피, 피가!”

그 아공간 파동에 노출된 자들은 내장이 뒤엉키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물론 그것도 육체가 충분할 정도로 강화된 인물에 한정된 이야기였고.

그걸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은 자들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 각혈증상까지 일으켰다.

“모두 물자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선실로 들어가!”

“하지만 이것들은……!”

“물건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틈새는 내가 막을 테니 얼른 안쪽으로 피신해라!”

그러니 당연히 이 배 안에서 가장 강한 육체를 가진 내가 움직여야 한다.

{진원진기를 <환란의 빙정>으로 대체한다.}

{공명기 <빙정술식> 발동}

우선 몸 안의 에너지를 빙정으로 변화시킨 다음, 물질 변형 마법을 시전해 파괴된 선체의 한쪽 옆면을 단단한 얼음 결정으로 전부 뒤덮었다.

당연히 강도 자체는 본래 프리드웬을 구성하고 있는 고중량 고강도 금속에 비하면 한참 약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아공간 환경에서 발생하는 위협적인 파동이 배 안으로 계속 들어오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저속 차원 전이 항행에 문제 발생하고 있음.}

{결과 예측 불가능함.}

그런 와중에도 내 눈앞에는 메시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난 이런 정신없는 상황인 와중에도 배가 이 안에서 좌초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로마노프! 유메미를 도와줘!”

“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물론 유메미와 로마노프.

그 둘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최소한 모두가 여기서 조난당하지만 않게끔…….’

쿠쿵!

다시 한번 선체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중심을 잡고 서 있던 나 역시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다만 거리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먼 탓인지 소리가 가깝게 들리진 않았다.

그래도 전해져 오는 진동에 의하면 방금보다 훨씬 더 큰 구멍이 생긴 게 확실했다.

‘안 되겠어. 밖으로 나간다!’

복잡한 구조의 배 안에서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지금 필요한 건 외부에서 가해지는 파손의 복구.

차라리 내가 밖으로 나가서 선체 외부를 직접적으로 수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달칵.

콰우우우!

갑판 위로 올라가자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렬한 폭풍이 내 몸을 휘감았다.

사방을 둘러싼 검은 바다와 그 위에서 떠다니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보라색 빛줄기들이 왜인지 소름 끼쳤다.

그 존재 자체로 악을 가득 잉태한 불길함의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아무튼 지금의 난 구멍 뚫린 배를 수리해야 한다.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보호해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

설령 서 대륙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어디든 가야만 한다.

최소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곳으로 탈출하기만 하면 된다.

{공명기 <빙정술식> 발동}

그때부터 난 선체 외부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파괴된 프리드웬의 부분들을 얼음으로 덮기 시작했다.

부서지면 때우고, 때운 곳이 부서지면 또다시 때우고.

그런 작업이 반복되기를 수 시간.

“으으윽…….”

그쯤 되자 내 몸에도 이상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뒤틀린 세계의 환경에 계속 노출되는 것을 버티기는 힘들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시야가 흐려지려던 찰나.

{프리드웬이 아공간을 탈출한다.}

내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배가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환경 바깥으로 빠져나간다는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다.

‘어디든…… 이곳만 벗어나면…….’

난 그대로 갑판 위에서 잠이 들듯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 * *

오싹.

갑작스레 피어오르는 경계심에 의식이 되돌아오며 눈이 떠졌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새파란 하늘.

강철로 만들어진 선체.

다행히 프리드웬은 안전하게 아공간 밖으로 빠져나온 것 같았다.

‘왜이렇게 조용하지?’

그런데 어쩐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주변이 고요했다.

배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어서 분명 분주함이 느껴져야 정상일 텐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모두 아공간의 틈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건가?’

{<신화 사냥꾼의 본능> 발동}

난 감각을 강화해 선체 내부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다행히 내 우려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멀쩡히 살아 있었다.

심지어 그뿐만 아니라 다들 눈까지 또렷하게 뜨고서 의식이 멀쩡한 채였다.

단지 다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있을 뿐.

“아델? 거기서 뭐 해?”

그리고 갑판 위로 올라오는 해치에 몸을 반쯤 걸치고서 굳은 듯 가만히 서 있는 아델을 발견했다.

그녀는 경직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입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댄 채로 말이다.

‘조용하라는 건가?’

이쯤에서 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감각에 집중해 주변을 훑어보자, 사방에 피가 흩뿌려져 있음을 알아챘다.

피어 나오는 온기로 보아, 그것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흔적이었다.

‘피……? 설마 우리 쪽의……?’

눈 뜨기 직전 엄습해 온 경계심이 다시금 밀려오려는 찰나.

커허엉!

저 먼 곳에서 야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세로 보아 뭔지는 몰라도 아주 사나운 맹수형 마수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난 용종 마수인 와이번과 드레이크마저도 손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며 자신만만해하던 나는.

공격이 날아온 순간, 그 자신감을 접어야만 했다.

투투퉁!

“마스터! 이쪽으로!”

저쪽에서 폭음이 들려오자마자, 아델이 급박하게 소리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순간 위험을 눈치채고서 자세를 낮춘 채 그녀 쪽으로 몸을 날려 손을 붙잡았다.

슈하아악!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감각.

지금 내 뒤엔, 내 몸뚱어리 정도는 가뿐하게 소멸시킬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양의 마력이 나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조금만 늦게 아델의 손을 붙잡았다면.

투쾅!

저 폭발에 휘말려 가차없이 몸이 분해되고 말았을 것이다.

“사격 개시!”

갑판 아래로 내려옴과 동시에, 최윤아의 명령을 따라 클랜원들이 들고 있는 마나건 총구에서 창문 너머를 향해 불이 뿜어져 나왔다.

파파파파팡!

물론 저 마나건은 모두 유메미와 로마노프가 엘프의 지식을 토대로 위력과 기능을 보강한 신형 마나건이었다.

이전의 황금 지팡이 복제품처럼 장거리 저격용 단발 소총형만이 아니라, 연사 기능도 추가된 기관총형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거지? 간단하게 얘기해 줘.”

난 무작정 거기에 가담하기보다는, 그 전에 일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기 위해 아델에게 간결한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아공간을 빠져나온 직후에 마수들과 조우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저희 세계에서 만났던 마수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너무 강해서 배 안에 숨은 채 대치 상태를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세계의 마수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고? 대체 어떤 마수이기에…….”

쐐애액! 투쾅!

프리드웬이 휘청거렸다.

나조차 힘으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할 만큼 무겁고 단단한 이 거대한 고체 덩어리가 크게 흔들릴 만큼 강력한 공격.

그 공격을 행한 마수의 정체는 바로.

“지금 우릴 공격하는 저것들. 마수 늑대입니다.”

“……마수…… 늑대?”

다름 아닌 아주 초창기에나 잡아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약해 빠진, 기본 중의 기본 수준의 마물이었다.

“늑대가 이 정도의 위력을……. 아니, 그전에, 이런 장거리 포격 마법을 사용한다고?”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런 늑대가 이렇게나 강한 공격을 퍼붓는다는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고, 마법 공격을 행한다는 건 더더욱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가끔은 일부 퀘스트 구간에서 속성 공격을 펼치는 특수한 종류의 늑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일반 필드에 돌아다니는 늑대 중에 그런 종은 없기도 했거니와.

지금처럼 그야말로 본격적인 수준의 마법전을 펼친다는 건 더더욱 상상할 수가 없었다.

퍼퍼퍼펑!

“크악!”

작은 유산탄형 마력탄들이 창문 안으로 튀어 들어오면서 아군 몇몇이 당하고 말았다.

한 명은 얼굴이 통째로 찢겨 나가 즉사했고, 다수가 사격을 할 수 없는 수준의 부상을 입어 전투 불능에 빠졌다.

“모두 뒤로 빠져! 용기사가 대응한다!”

난 그런 그들을 후방으로 물리고, 아델과 레아를 포함한 여덟 명의 용기사들을 대신 창가에 내보냈다.

“신우 오빠.”

“잘했어. 앞으로 사격병들은 전부 네가 지휘해.”

“……네.”

난 최윤아와 바통 터치를 하며 그녀를 칭찬했다.

내가 없는 동안,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마나건을 쏘는 사람들을 스스로 지휘한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녀 덕분에 우리가 지금까지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일 확률이 높다.

“모두 내게 마력을 연결해.”

창가에 선 나는 용기사들에게 합동 시전을 행하기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정면에서 날아드는 마력탄 쇄도에도 개의치 않으며 시력에 집중을 끌어올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거리, 고지대의 수풀 속에 숨어서 공격하는 늑대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저 산봉우리……. 저 위에 있는 녀석이 우두머리군.’

난 지금 공격해 오고 있는 적의 지휘자 격에 해당하는 마수를 찾아냈다.

보통 무리를 지어 습격하는 마수들 사이에 우두머리가 존재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긴 했지만.

지금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저 무리의 대장은 확실히 특별했다.

{<악의의 오른쪽 눈> 발동}

이전 우리가 살던 세계에선 나타난 적이 없는.

{전설급 정예 마수 <홍랑귀(紅狼鬼)> 발견}

‘전설급’ 정예 마수가 저들의 대장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심지어 이름까지 붙어 있는 녀석을 말이다.

‘……여기가 원래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닌 건 확실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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