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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11화 (21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11화

듀엔데는 그 자리에서 체포당해 수사 기관으로 이끌려 갔다.

엘가르는 그가 기술 문서를 유출한 정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고, 현장에서 증거물까지 빼앗겨 발뺌할 수도 없게 되었다.

덕분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믿는 구석이 없진 않았다.

‘원로원에서 날 지켜줄 거야……!’

그는 이미 메를리온과 한배를 탄 사이.

게다가 자신의 행위 자체가 엘프 종족 전체를 위한, 대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으니 명분은 충분했다.

메를리온의 변호와 충실한 소명만으로 그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듀엔데였으나.

“총독이 내게 지시를 받아 이종족에게 기술 문서를 넘겼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원로원은 그의 기대와는 달리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그저 휘말리지 않기 위해 연관성을 부인할 뿐이었다.

“증거라도 있나? 내가 그와 단 둘이 만나기라도 했다는.”

“총독이 그런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건 분명 고위 관료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턱.

엘가르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듀엔데를 붙잡아 갑옷의 표식을 들춰내려 했다.

“여기…… 음?”

그러나 원래 원로원의 인장이 박혀 있어야 할 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메를리온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까지 예상해 조치를 취해놨던 모양이었다.

“준비가 너무 부실했나 보군. 나를 음해하려면 더 그럴듯한 걸 가져왔어야지.”

“크윽…….”

엘가르는 그 외에도 수많은 정황 증거들을 들이밀려고 했으나, 결국 심증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주장을 해봤자, 원로들의 명망이 워낙 높은 엘프 사회에서는 그저 젊은 정치인이 질투심에 그를 음해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터.

결국 엘가르는 사건의 당사자인 듀엔데만을 중벌로 다스리는 것에 그쳐야 하게 되었다.

“원로님……! 저는……!”

“저 괘씸한 범죄자는 당장 법정에 세우도록. 내 이름을 들먹인 것도 매우 불쾌하군.”

메를리온은 끝까지 그와의 관계를 부인하며, 오히려 듀엔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토사구팽.

필요가 없어지니 가차없이 버려지는 짐승.

그게 지금 듀엔데의 처지였다.

“젠장! 전부 후회할 거다!”

결국 그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동족을 버리고 적에게 돌아가는 선택을 말이다.

달칵!

“이게 뭐 하는……! 놈을 잡아라!”

듀엔데는 곧바로 자신의 품속에 숨겨뒀던 작은 나무상자를 열어 레버를 당겼다.

유메미가 줬던 신호 전달 아티팩트를 작동한 것이다.

그걸로 연락을 받은 유신우는 곧장 그를 차원 이동시켜 본세계로 불러들이고.

수많은 병력에 의해 포위당해 있는 이 위기 상황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결국, 듀엔데에게 있어 최후의 피난처는 다름 아닌 인간이었던 것이다.

* * *

꼬리가 길면 언젠가 밟힐 수밖에 없다.

난 내게 엘프 문명의 원동력이나 다름 없는 핵심 기술을 가져와 내게 가져다 바치는 듀엔데를 보며 웃었다.

“이게 마지막이다……. 그러니 이제 날 받아다오.”

그가 한 짓은 언젠가는 반드시 엘프계 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저들 세계 안에 지독한 역병을 심어놓은 셈.

그것의 잠복기가 지나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려 할 때, 엘프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병을 종식시키려 할 것이다.

저들이 가진 사회 체계와 문명이라면 듀엔데의 내통을 파악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벼랑 끝에 몰린 그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는, 아무도 쫓아올 수 없는 미지의 장소로 도망치는 것뿐이다.

결국 자발적으로 나에게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들이 가진 모든 지식을 가지고 오게 하면서 말이다.

“이 안엔 뭐가 담겨 있지?”

“비정형술식고정법(非正形術式固定法)에 관한 지식. 너희 식으로 말하자면……. 마법을 특별한 제한 없이 아티팩트화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나에게 붙으면서 들고 온 선물은, 엘프가 이룩한 마법문명의 기반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법적 지식과 그것을 담을 물건만 있다면, 얼마든지 초과학의 영역에 위치한 물건을 개발해 내는 게 가능해지는 지식.

내겐 유메미와 로마노프가 있으니, 이거라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전부 끝장낼 차례군.”

“그게 무슨……?”

“네게 가족이 있나?”

“……아니. 우리에겐 가족이란 개념이 없다. 모든 엘프들은 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국가 보육원에서 자라니까.”

“그럼 네 몸 하나만 건사하면 그만이라는 거네.”

“그건 그렇지만, 대체 뭘 하려고……?”

“이제 넌 영원히 동족을 만날 수 없을 거다.”

남은 건 아몬을 엘프계로 보내 고립된 그들의 세상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뿐.

-아몬. 시작해라.

난 아몬과 정신을 연결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에게 전쟁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드디어.

그는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 군단을 이끌고 엘프 세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내 프리드웬의 차원 전이에 의해 저쪽 세계로 넘어가 잠복하고 있은 지 오래였다.

이건 단순히 잠재적 위협인 엘프들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지만, 또한 아몬을 다시 지옥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가 한 세계를 완전히 파멸로 이끌고 갈 만큼 큰 난장판을 벌인다면 시스템 역시 수복 일정을 앞당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걸로 동 대륙의 상황은 완벽하게 종결시킨다.’

당장은 아몬이 지난번의 일로 나를 따르고 있긴 하지만, 그가 이곳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수록 다른 마음을 먹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바 신의 재림이라고 할 만한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전에 그가 내 한계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면 상당히 난처해질 터.

그래서 난 이 한 번의 지시로 껄끄러운 대상인 엘프와 아몬, 그 둘을 한꺼번에 제거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옹구스가 강림해 있는 서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

얻을 건 모두 얻었고, 이제부터는 유메미가 가르쳐 준 대로 서 대륙으로 넘어가 옹구스와 만나는 것이다.

그를 찾아가 거울세계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 야드가르를 다시 꺼낼 수 있게 된다.

아공간에 갇힌 채 세상이 뒤바뀌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을 보낸, 내 유일한 혈육을 말이다.

* * *

“서 대륙은 곧바로 전이할 수 없는 건가요?”

유메미가 내게 물었다.

“그쪽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 지구나 엘프계, 바벨탑을 드나드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애초에 그곳을 오가는 건 포탈이라는 수단이 있고, 차원 엔진은 그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우회 방법일 뿐이거든.”

그녀는 마법에 대한 섬세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아예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에 비하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반면에 난 과거 신화시대에 대륙을 오가는 경험을 했고, 그때의 기억 덕분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내가 그녀에게 가르쳐 주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렇구나……. 근데, 한 번 그렇게 통행하고 나면 차원 통로의 구조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뭐, 그건…….”

“그러면 전보다 더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지도요. 아니면 아티팩트에 활용하거나.”

물론 그걸 기반으로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건 나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능력이다.

유메미는 그런 마법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지식으로, 벌써 수많은 아티팩트들을 창조해 냈다.

듀엔데가 가지고 온 ‘비정형술식고정법’ 덕분에 마치 날개라도 단 것처럼 온갖 마법 도구들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실현시키는 건 다 로마노프의 몫이지만.’

그 탓에 정작 실제 물건을 제작하고 양산해 내야 하는 로마노프가 격무에 시달려야만 했지만.

아무튼 그 두 사람 덕분에 본세계로 넘어온 인류는 다시 예전 지구에 살 때처럼 현대적인 생활 양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에너지원이 마력으로 바뀐 덕에 전보다 더 편리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곳에도 저렇게 높은 빌딩이 세워질 줄이야…….”

레아가 성안의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그녀의 말대로, 성벽 내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성 밖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공성 보호막으로 보호받는 안전지대는 극히 비좁다.

그런 가운데서 많은 인구를 감당하려면, 결국 건물을 높게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저런 걸 보니까 사람들에게도 활력이 돌아오는 것 같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 같은 건 다 허구였구만.”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편한 것보다는 편한 게 낫잖아요. 깨끗하고.”

“뭐, 그렇긴 하지.”

레아와 유메미의 대화를 들으며, 나 역시 감회가 새로움을 느꼈다.

인류 전체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나중에 모든 일을 끝마치고 돌아왔을 때 더 쾌적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겠지.

‘타라와 야드가르…….’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 대신, 다시 돌아올 행복한 미래의 상상이 떠오른다.

낡고 지저분한 집에서 변변찮은 군인 월급으로 겨우 살아가던 예전의 가정이 아니라.

넓고 깨끗한 현대식 집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

지금 이 육신, 유신우의 몸으로도 직접 경험해 본 적 없는 그 상상 속의 모습이 내 미래가 될 거라 생각하니, 더 강한 의지가 차올랐다.

‘그래. 이제 옹구스를 만나기만 하면 된다.’

난 다시 프리드웬을 올려다봤다.

거대한 강철 배에 수많은 사람들이 물자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유메미와 로마노프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전투용 아티팩트들은 물론이고, 장거리 원정을 위한 식량 및 보급물자들도 배 안에 가득히 채워진다.

이제 우린 저걸 타고서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넘어갈 것이다.

신계를 붕괴시키고 다니던 예전의 내가 단 한 번 가본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전혀 모른다.

과거의 동 대륙이 지금의 동 대륙과 전혀 다른 모습이듯이 말이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쪽은 우리한테 맡기고, 잘 갔다 오라고.”

다리우스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서 대륙에는 거의 모든 전력이 다 함께 넘어간다.

아델, 레아, 유메미, 최윤아, 로마노프까지.

그사이 동 대륙 내에 남아 있는 오크나 렙틸리언의 위협을 상대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다리우스와 보그단, 그리고 해모수가 맡기로 한 것이다.

“부탁한다.”

“부탁이라는 말은 하지 마라, 브로! 브로 덕 본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겠냐!”

“우리가 영 미덥지 않겠지만, 그 로마노프 할배가 만들어준 무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친구.”

“괜히 배 안에서 허튼짓하다가 사고 치지 말고, 브로!”

“큭큭.”

두 사람이 유메미와 레아, 아델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듣지 않아도 빤했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 끝에서 불꽃을 뿜었다.

화륵!

난 이걸 엿 좀 세게 먹으랍시고 한 거였는데, 보그단은 한 술을 더 떴다.

“와우! 파이어 콕!”

“큭큭큭!”

……괜히 한 것 같았다.

다리우스는 좋다고 웃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이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재빨리 여길 떠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됐고, 아무튼 잘 있어라.”

“예압!”

그렇게 두 사람과 작별인사를 나눈 채, 난 프리드웬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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