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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02화 (20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02화

‘말을 꺼내자마자 본모습부터 드러낸다고? 이 녀석……. 진심인가.’

거대한 까마귀 마수의 모습을 드러낸 아몬은, 그야말로 진짜 그 과거의 대악마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불멸자로서의 온전한 힘을 지금 여기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물러서겠다면 옛정을 봐서라도 물러서 주지.

그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렸다.

단순히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위압감이 전신을 압박하는 느낌.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았다간 뇌가 터져 버릴 것 같다.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하겠군.”

-객기를 부리겠다는 거냐?

“……아마도?”

이 정도로 큰 힘의 차이가 나고 있음을 나 자신도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난 끝까지 그 앞에서 굽히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제 발로 이 녀석에게 접근해 온 것도 나였다.

이제 와서 도망치는 건 결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온몸이 위험하다며 소리치고 있는 이 와중에도, 내겐 아직 믿는 구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력을 다해 맞서주지. 지금의 네가 얼마나 약해졌건 간에, 한때 지옥의 최상부에서 군림하던 악마들의 제왕으로서의 예우를 다해.

“……좋아.”

난 끝까지 내게 맞서겠다는 아몬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결국 실력으로 꺾어야 한다.

과거의 인연이나 말빨 같은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능력.

‘해보자.’

나는 굳게 마음먹고 정신을 집중했다.

몸속에 흐르는 모든 에너지를 선명한 감각으로 일깨운다.

전신을 휘감듯이 흐르고 있는 고통의 업화.

그리고 가슴 한가운데 자그마하게 자리 잡고 있는 빙결의 기운.

두 가지 기운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아직 쓰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방법이 없어.’

이 ‘빙결의 기운’은 제대로 완성된 물건도 아니었다.

요르문간드, 펜리르, 헬.

니플헤임 삼남매의 힘을 모두 얻어 하나로 합쳐야만 비로소 제대로 정제된 빙정이 되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흘러 폭발하려는 요르문간드의 정수만으로 이루어진 기운은, 너무나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아몬을 무릎 꿇리기 위해 이 힘을 발현한다.

화르륵.

콰우우우.

내 안의 심상세계에선 두 힘이 서로 기세를 높이는 것만으로 강하게 반발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치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렬한 파장이 체내에서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이내 혼절할 것 같은 두통을 느꼈지만, 끝까지 버텼다.

‘……단 한 번.’

아몬을 잠시나마 내 앞에 무릎 꿇리게 할 수만 있다면.

난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촤르르륵.

요동치는 파도가 점진적으로 얼어붙는다.

그에 따라 빙결의 기운에서 뻗어 나온 대량의 유체가 단단한 물질로 변화함이 느껴졌다.

차갑고, 날카롭고, 딱딱한 에너지.

불안정하게 피어오르던 파슈파타를 안정적으로 붙잡아주었듯.

요르문간드의 정수 역시 안정적으로 얼어붙기 시작해 빙정(氷晶)의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유수에 변화의 공정이 완료되어 <환란의 빙정>을 형성한다.}

{공명기 <빙정술식>이 정립된다.}

그러곤 마침내 내가 목표로 삼았던 것을 연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환란의 빙정.

파괴와 방출의 기운인 고통의 업화와는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창조와 변화의 힘.

이걸 꺼낸다면, 아몬을 다시 한번 내 앞에 무릎 꿇리게 만들 수 있다.

‘아직 불안정하지만, 한 번이면 돼.’

원래는 니플헤임의 삼남매로부터 각각의 능력을 전달받은 다음에야 완성시켰어야 할 것이었지만.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판단하에 환란의 빙정을 조금 일찍 만들어냈다.

여기서 물러났다간 아몬을 만날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음?

마수화한 아몬이 나로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의 몸을 감싼 털이 바짝 곤두선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그 두 눈에는 짙은 호기심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건……?

과거의 내게 종종 파괴신 시바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그.

그라면, 지금 내 손에서 뻗어 나오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 *

{마검 <파슈파타> 소환}

{<고통의 업화>와 <환란의 빙정>이 하나로 뒤섞인다.}

평범한 양손 장검 형태의 마검에 두 이질적인 힘이 결합되어 만들어 낸 기운이 한꺼번에 흘러들어 간다.

그러자 검날 표면이 검게 변하면서 산스크리트 문자가 새겨지기 시작하더니.

철컹.

칼날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양쪽으로 벌어졌다.

두 개의 외날이 한쪽 손잡이 끝에서 평행하게 뻗어 나온, 이중날검의 형상이 된 것이다.

파아앗.

그러고는 그 가운데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모양새의 원기(元氣)가 새어 나왔다.

새하얗게 빛나는 푸른 화염.

별 불꽃.

말하자면 초신성 폭발을 연상케 하는 별 불꽃이 검으로부터 뻗어 나왔다.

‘파슈파타가 머금고 있던 폭발적인 힘……. 이거였나.’

신들의 세대교체를 이루어 낸 시바의, ‘파멸의 날 기계(Doomsday machine)’이자, 마검 파슈파타의 진면모인.

{<멸절 파슈파타> 전개}

세계멸망의 아스트라(Astra)가 내 손안에 쥐어졌다.

-그건……!

여기까지 다다르자, 아몬은 비로소 내가 뭘 가지게 된 건지 알아보게 되었다.

“……이 정도면…… 되겠나?”

난 이걸 그에게 휘두르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는 자신을 꺾어보라 했지만, 여기서 굳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걸 방출해 버리면 내가 위험해.’

지금 난 그저 이 ‘아스트라’를 전개한 채로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것이 가진 힘을 그대로 방출하면 아몬 역시 무사하진 못하겠지만, 내 쪽은 필연적으로 죽는다.

그리고 끝이 어딘지 모를 파멸의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내 가족과 동료들마저 집어삼킬지도 모르지.

그야말로 상호확증파괴.

이걸 사용하는 건, 진짜 불멸자에 비해 극히 미약한 힘밖에 가지지 못한 지금의 나로서는 최후의 발악으로 동귀어진을 하고자 할 때일 뿐일 것이다.

-시바의 검……?

그럼에도 구태여 이것을 지금 이 앞에 꺼낸 건, 아몬으로 하여금 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 나는…… 시바의 재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질서를 바꿔놓을…… 거다.”

나는 빠져나가는 힘을 애써 꾹꾹 눌러 담으며 억지로 말을 이어나갔다.

-질서를 바꿔놓는다고? 그 질서는 누구를 위한 질서냐?

“그건…….”

물론 동시에 대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정신을 가다듬는다.

아몬 역시 어디까지나 불멸자.

언젠가 그도 소멸당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다만 지금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 거짓으로 그를 속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를 위한 질서지.”

-우리?

“지금의 세상을 묶어놓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신계는 또 한 번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때 너희는 더 이상 지옥의 악마가 아니라…… 신세계의 신으로서 군림하게 되겠지.”

스르륵.

내 말을 들은 아몬이 인간형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서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시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와 손을 잡자는 건가?”

“그래.”

“……너라면 확실히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의 태도는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변했다.

멸절 파슈파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 나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다.

애초에 그가 원한 것은 내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당초에 의도한 바대로 직접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인정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힘을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 것일 터.

“좋아. 그럼 널 따르도록 하지. 과거에 했던 것처럼 너를 군주로 인정하겠다.”

아몬은 나에게 전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일은 그저 말로 맺은 동맹 서약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멸절 파슈파타> 해제}

나는 힘겹게 들고 있던 최종 병기를 집어넣은 다음, 그에게 내 진짜 의도를 전하기 시작했다.

* * *

“후우. ……그런데 말이야.”

“음?”

“아까도 얘기했지만, 지금 넌 시스템에 의해 언제 다시 지옥으로 추방당할지 모르는 상태란 말이지.”

“……그렇지.”

“그렇게 된다면 결국 지금 우리가 맺은 동맹도 아무 의미가 없어지게 되어버릴 테고.”

“그러기 전에 얼른 이 세상을 파괴해 버려야지.”

아몬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그는 아까 전에 말했던 것처럼 정말 ‘이 세상 모든 필멸자를 죽여서 신들이 부활할 육체를 남겨놓지 않는다’는 작전을 실행할 생각이었다.

“그게 과연 될까?”

“뭐?”

“잘 생각해 봐. 그런 식으로 되는대로 죽이고 다니는 걸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야 물론……!”

“난 이미 지옥을 한 번 평정한 적이 있어. 그리고 모든 신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신계를 모조리 무너뜨리고 다녔지. 그 결과는 어땠지?”

“…….”

아몬은 내 말에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는 여전히 그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물론 필멸자가 되어버린 지금의 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과거의 난 그보다 훨씬 강했다.

그리고 그때는 시스템이라는 족쇄가 있지도 않았기에, 시간제한이 걸린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도 내가 해내지 못한 일을 과연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몬이 해낼 수 있을까?

심지어 수호령이라는 까다로운 엄폐물에 숨어 있는 신들을 상대로?

내가 지적한 지점은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이거야. 그렇게 단순무식한 방법으로는 저 시스템 속에 숨어버린 신들과 아후라 마즈다를 이길 수 없다고.”

“……그럼 뭘 어떻게 하자는 거냐?”

아몬이 미간을 좁히며 짜증을 냈다.

막상 동맹을 맺자고 해놓고선 앞으로의 행보를 전부 부정하는 나의 태도에 조금 화가 난 것이다.

그래서 난 이쯤에서 내 본심을 드러냈다.

“나를 너의 대리인으로 써라.”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 지금의 신들이 필멸자라는 육체를 토대로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너도 내 몸을 통해 네 힘을 하계에 분출하라는 거다.”

요르문간드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요지의 말이다.

그로부터 힘을 얻어내는 것.

처음부터 아몬을 발견하고서 물러나지 않고 여기까지 접근해 온 의도가 바로 이것이었다.

“네게…… 힘을 내놓으라는 거냐?”

“맞아.”

“하, 뻔뻔하군. 결국 그 소리였나.”

아몬은 내게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난 끝까지 그를 구슬렸다.

“시스템이 갖춰 놓은 제약 안에서 너희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애초에 내가 굳이 이런 필멸자의 몸을 가지려 하지 않았으면, 여전히 그때처럼 지옥의 군주로서 군림하고 있었을 거다.”

ⓚ②②

아몬을 구슬리기 위한 감언이설이긴 했지만, 이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위상이 추락해버린 것도 결국 아후라 마즈다를 쫓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한 대가였으니 말이다.

“요는 방법이 없다는 거지. 게다가 난 여기서 시바의 재림을 구현할 수 있다. 그것도 너의 도움을 받아서. 그렇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그 대가로 난 뭘 얻는 거지?”

“재림한 시바가 빚을 지게 된, 신세계의 신.”

난 그에게 미래를 약속했다.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올림포스, 아발론, 발할라의 신들이 영광을 누렸던 것과 같은, 장밋빛 미래.

물론 앞서 했던 말과는 달리 이 대목은 거짓이었지만 말이다.

“……알았다.”

아몬은 그 달콤한 속삭임에 결국 넘어갔다.

단순한 말뿐이라면 그럴 리 없겠지만, 그는 방금 눈앞에서 그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지켜봤으니 더욱 와 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

난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것은 이로써 완전한 동맹이 체결되었다는 제스처임과 동시에.

그에게 약속한 힘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덥석.

아몬이 내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곧바로 그의 몸속에 흐르는 힘이 나에게로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다.

{<고통의 업화>가 <격멸의 업화>로 변화한다.}

{특성 <악마 군단장>을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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