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00화 (20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00화

처음에는 그게 그저 시스템의 의도적인 연출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뭐지? 영지가 아니고 던전이었나?”

겉보기엔 마치 평범하게 사람이 사는 곳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알고 보니 던전이라는 흐름.

실제로 이런 형식의 던전은 꽤나 많았다.

우호적인 NPC들이 상주하는 저택이나 마을로 위장하고서, 진입하는 각성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던전 말이다.

그리고 대개 그런 곳은 그럴듯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동시에 정신을 교란하는 상태이상을 걸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런 던전들은 마물의 스펙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적어도 초행길에 한해서는 그 어떤 곳보다 위험한 장소인 셈이다.

“모두 복귀! 거신들은 역장을 펼친다!”

듀엔데는 그런 위험을 빠르게 인지하고 역장 보호막을 펼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역장 보호막은 그리 강력한 보호 수단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마법을 막아주는 디스펠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차피 물리적인 전투력은 이곳에 투입된 거신만으로 충분할 테고, 정신 교란 마법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위잉.

곧이어 건설 인부들 주변으로 푸른빛의 역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거신들의 양어깨에 장착된 포탑이 분수처럼 마나를 뿜어내 엘프들과 장비들을 감쌌다.

“하, 여기에 이런 던전이 있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듀엔데는 얼굴을 찌푸렸다.

물론 그 역시 패치노트를 가지고 있고 기존 던전 정보도 다 가지고 있었지만, 본세계에 대한 것까지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난 게 용납되지 않는 실책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 속주 행정관으로서 식민지 건설의 첫 삽을 뜨는 과정에 이런 불운한 일이 벌어지는 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일단 퇴각하고 다른 지점을 물색한다.”

어쨌든 그는 퇴각 명령을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봐야 계속 재생성되는 마물들과 답도 없는 전투만이 지속될 뿐이기에 화를 억눌렀다.

{bg%[email protected]위험###}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그 기괴한 메시지는 짜증을 더욱 돋웠다.

“하, 이것들이…….”

순간 듀엔데는 나타나는 마물 하나라도 없애고 가자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고.

때마침 그곳에 이 던전의 마물로 추정되는 생물 하나가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인간과 까마귀가 결합한 형태의 반인반수.

전신이 붉은 털로 뒤덮였고, 거대한 날개와 흉악한 얼굴을 지닌, 이름을 알 수 없는 마물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쏴 죽여 버려.”

물론 그래봐야 한낱 마물에 불과한 존재.

이미 세계 최강의 마수인 용종 와이번과 드레이크조차 엘프들의 군사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닐진대, 저런 이름도 모르는 생물이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듀엔데의 명령에 따라, 역장을 펼치고 있던 거신 중 하나가 한 손을 뻗어 포탑에서 두꺼운 광선을 발포했다.

큐웅.

묵직한 사격음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 저 먼 곳에 위치한 마물을 향해 날아가는 빛줄기.

쾅!

레이 캐논이 착탄 지점에 만들어 낸 화구는 흙 아래의 기반암을 녹일 정도로 뜨거웠고, 곧 아래에서 들끓는 용암이 솟구쳤다.

치이이익!

그 자리에 있던 마물은 당연히 흔적도 없이 소멸.

녹아내려 뜨겁게 흐르는 쇳물만이 그곳에 남아 있……

……다고 생각했는데.

파캉!

“으응?”

반응조차 할 새도 없었다.

그 까마귀 수인이 눈 깜짝할 사이 달려들어 엘프들을 둘러싸고 있는 역장을 깨뜨리고, 자신을 공격한 거신까지 쓰러뜨리는 장면을 보기까지는.

“죽어라, 쓰레기들아!”

“마, 마물이 말을……?”

심지어 수인은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또박또박하게 엘프어를 뱉었다.

정확하게는 바벨탑에 의한 언어 통합 덕에 의사소통이 되는 거겠지만.

어찌 되었든 마물이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임은 틀림없다.

콰앙!

“크악!”

물론 지금에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 까마귀 수인은 생각했던 것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강했으니까.

시스템상 최강의 마물인 용종 마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당장 임박한 죽음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

“이, 이게 어떻게 된……!”

“듀엔데 님! 이쪽으로!”

엘프들은 지휘자인 듀엔데를 우선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날려 그를 구해냈다.

몇몇은 직접 까마귀 수인과 육박전을 벌였고, 몇몇은 듀엔데를 호버크래프트에 태우고 운전을 시작했다.

물론 거신조차도 단숨에 나가떨어지는 그 괴물과 직접 맞붙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제로.

푸콱! 투콰콱!

수인의 앞을 몸으로 가로막은 엘프들은, 입고 있는 그 단단한 황금 갑옷이 무색하리만치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슈아아아!

다행히 그 희생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지, 그 사이 호버크래프트에 탑승한 듀엔데는 그 난장판에서 이미 빠져나온 상태였지만.

“저건…… 뭐야?”

저 멀리서 아군을 사정없이 짓밟는 수인을 바라보는 그의 머릿속에는 혼란만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한낱 마물, 그것도 단 한 개체에게 거신 8기가 대파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수십 명의 갑옷 입은 엘프들까지 사망.

지금껏 이런 일은 그 강력한 이종족들이 득실대던 바벨탑에서조차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 같았다.

{sd5hE^&f#@d21g$#%Tg}

그렇게 도망치는 듀엔데의 눈앞엔 의미 없는 기이한 메시지만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을 뿐.

‘본국에 알려야 해……! 여기 우리 예상을 훨씬 웃도는 적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그는 테세우스의 배가 있는 본대가 있는 곳까지 가능하면 빨리 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여나 저 까마귀 수인이 날뛰기 시작하면 일이 정말 골치 아파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단순히 자신의 입지나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엘프 종족에게 있어 중대한 문제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흘러.

듀엔데는 마침내 질호른과 황금 함대가 대기하고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쿠궁. 우우우우웅.

“말도 안 돼……! 이럴 수가!”

산산 조각나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황금의 공중전함들.

거기엔 테세우스의 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어떻게……?”

듀엔데의 머릿속은 다시 한번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이 많은 괴물들이 다 어디서……?”

단신으로 8기나 되는 거신을 박살 낼 정도의 힘을 가진 까마귀 수인이, 하나가 아니라 수천 마리나 존재할 줄이야.

투쾅! 콰콰쾅! 콰앙!

“오늘에야말로 완전히 끝장내겠다!”

그 까마귀 수인, 아니, 붉은 갈기의 악마 군단을 이끄는 지휘자가 외쳤다.

악마들에게는 비장한, 그러나 엘프들에게는 서늘하기 짝이 없는 난폭한 다짐으로 말이다.

“다시는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악마 아몬.

먼 옛날, 앙그라 마이뉴를 따르던 최강의 악마 군단장 중 하나가 현세에 재림했다.

* * *

{액티브 스킬 <격창술: 슈팅>을 습득했습니다.}

{전수자 <레아 아르노>로부터 숙련도를 이어받습니다.}

{이어받은 숙련도는 73%입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실현됐다.

NPC가 된 레아로부터 스킬을 전수받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이걸 겨우 10분 만에 습득하다니.”

놀라움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라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난 이 스킬을 얻고 나서도 운용에 익숙해지는 데에 한 달이 걸렸는데.”

스킬 전수가 예상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 안에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나조차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적어도 스킬 하나를 배우는 데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걸릴 줄 알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직접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배우러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그때보단 너나 나나 둘 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성장했으니까. 그만큼 마나의 활용에 능숙해졌다는 뜻 아닐까?”

“그럴지도. 좋아, 그럼 이대로 격창술의 나머지 스킬들도 한꺼번에 해치우자.”

어쩐지 스킬을 전수받는 나보다도 전수해 주는 레아가 더 들뜬 듯한 느낌이다.

이걸로 인해 정작 본인이 직접적으로 받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럼 제일 기본적인 기술부터. 아까 내가 썼던 폭발성 투창 먼저 가르쳐 줄게.”

그런데 이 순간, 어쩌면 여기서 그녀가 받는 혜택이 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생겼다.

“익스플로시브 필럼(explosive pilum).”

레아는 나에게 자신의 스킬을 시연해 보이기 위해 굳이 이름을 말하면서 예의 붉은 창을 소환해 냈다.

그러고는 눈앞의 바위를 향해 창날을 내뻗는 슈팅을 전개했다.

파앙!

그런데 그 순간.

화아악!

‘음?’

창 찌르기를 하는 레아의 등에서 희미한 에너지 반응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마치 부스터처럼 길게 방출되었고.

급기야는 그 방출되는 에너지가 레아의 몸보다도 훨씬 더 큰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줄기로 뻗어 나가는 빛이 형성한 것은.

아지다하카의 검은 날개였다.

쐐애액!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레아가 소환했던 등 뒤의 붉은 창이 목표 지점으로 날아가 바위를 꿰뚫은 다음 내부에서 폭발.

공격의 형식은 같지만, 파괴력이 아까 전에 보여줬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화된 채였다.

“으아아앗!”

레아는 자신이 기술을 사용했으면서도 생각한 것을 아득히 웃도는 효과가 나타나자 크게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기술의 위력 자체가 시전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휘말리는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갑자기 시야를 가득 뒤덮은 불길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설마…… 레아도?’

하지만 그 폭발이 뭐가 어쨌건, 내 눈에 잔상처럼 남은 광경은 오직 레아의 등 뒤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아지다하카의 날개.

그녀에게 용의 힘 같은 게 있을 리는 없고, 자기 스스로도 당황할 정도로 기술이 강화된 걸 보면.

이건 아델과 똑같은 현상이다.

‘영혼 공명.’

그녀 역시 나와 에테르를 공유하고 용인화까지 하게 되는 과정의 전조인 것이다.

‘그럼…… 영혼 공명으로 에테르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이렇게 되자 이 힘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 부대 시스템으로 용기사를 운용하듯이, 아델과 같은 아군 여덟 명씩 데리고 다닐 수만 있다면.

그들 모두를 데리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면.

그때쯤에는 아마 과거의 내 힘을 완전히 되찾고도 남게 될 것이다.

“시, 신우…….”

레아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자 거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일어나. 스킬 전수. 계속해야지.”

난 그녀가 완전한 영혼 공명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던 작업을 마저 끝내려고 했다.

그 현상이 스킬 전수를 하는 도중에 발생했으니, 이걸로 최대한 끝을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그, 그게 아니고…… 저길 봐.”

지금 레아가 놀라고 있는 지점은 방금 전에 자신이 쓴 기술의 위력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궁.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지점.

그곳에.

하늘을 부양하고 있는 황금색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레아가 계속 주저앉은 채 놀라고 있는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