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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93화 (19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93화

마검 파슈파타의 오롯한 검식만으로 눈앞을 가득 뒤덮은 마력탄들을 전부 베어낸다.

기술은 쓰지 않았다.

저 차가운 물의 기운은 이 칼날과 내 몸으로 직접 받아내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파캉!

{오한이 밀려옵니다.}

부서진 마력탄의 파편이 내 몸을 덮쳤다.

손발의 감각이 무뎌지고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 많은 마력탄들을 눈앞에 두고서 몸이 뻣뻣해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오한을 견뎌낸다.}

{체내에 빙결 에너지가 축적된다.}

그러나 내 몸은 임박한 죽음을 도리어 힘으로 변환시켰다.

격렬히 타오르는 고통의 업화가 전신에 흐르는 가운데, 가슴 속 어딘가에 그와 완전히 상반되는 종류의 에너지가 형성되었다.

불꽃은 얼음을 녹인다.

끈질기게 타오르는 뜨거운 업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금 가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얼음은 그런 맹렬한 열기 속에서도 조금도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끊임없이 빙결의 기운을 뿜어냈다.

미약하지만 단단한.

고통의 업화가 가진 파괴와 방출의 힘과는 상반되는.

창조와 변환의 힘.

그것이 내 가슴 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마검 <파슈파타>의 상태가 안정되어간다.}

고정된 형체 없이, 그저 타오르는 검은 불기둥 형태이기만 했던 마검이, 마력탄을 베어낼수록 점점 더 안정적인 검의 형태를 가지기 시작했다.

단단한 칼날의 형태로 뭉쳤다가, 한순간 불꽃을 방출했다가, 다시 뭉치기를 반복한다.

파캉!

-이…… 이럴 수가.

그리고 모든 마력탄을 베어냈을 때, 파슈파타는 완전한 하나의 장검으로 화했다.

겉보기엔 아무런 장식이나 무늬도 없어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양손 장검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바깥으로 끊임없이 분출하던 에너지가 내부에 가둬진 덕인지, 그 안에서 엄청난 잠재력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이 많은 힘을 전부 외부로 손실시키고 있었던 건가.’

그것을 그저 밖으로 쏘아내기만 해도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수준의 권능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파슈파타>의 잠재력을 발산하기에는 빙결의 기운이 아직 미약하다.}

{서로 충돌하는 상반된 힘을 제어하기 위해, 더 큰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아직 시기상조.

그래봐야 겨우 가짜 요르문간드의 힘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런 걸로 제대로 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원본을 만나기 전에 예행연습 정도는 된 건가.’

다행인 점은, 이것이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것.

파슈파타가 저런 녀석의 마력탄에 눈을 떠준 덕에, 미약하나마 빙결의 힘을 얻기는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본 게임 때 갑자기 원본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수월해질 거라는 뜻.

‘심지어 마검의 진명이 밝혀지기까지 했으니,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는 과할 정도로 큰 성과군.’

유메미에게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게 전화위복이었다.

그사이 난 이 녀석에게 얻을 수 있는 모든 걸 다 얻어냈으니 말이다.

-저, 저리 꺼져라! 죽어어엇!

휘우우웅.

가짜 요르문간드 쪽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이건 내가 이미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는 기술.

사방으로 물의 기운을 방출하는, 수속성 대마법 <타이달 서지>였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격류뇌전’ 전개}

그에 대한 대응은 지난번과 똑같다.

수속성에 강한 위력을 방출하는 번개속성 마법.

물론 그때에 비하면 이중 시전도 아니고, 피뢰침에 박아 넣는 강화 뇌격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콰르릉!

-크아아악!

놈의 기운을 흡수한 지금의 난, 상성상 명백한 우위였기 때문이다.

파슈파타의 진명이 밝혀진 시점에서, 저건 이미 내 안에 종속된 일개 마수에 불과한 존재가 된 셈이다.

-신우 씨. 찾았어요. 진짜 요르문간드.

그리고 때마침, 유메미에게서 타이밍에 맞게 전음이 왔다.

지금 지옥에 갇혀 있을, 원본 요르문간드를 찾아냈다는 소식.

-지금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알겠어.”

내 영혼은 곧장 열쇠 속 심상세계에서 벗어나, 차원의 경계를 뛰어 넘어 지옥으로 이동했다.

* * *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이 도착한 곳은 척박한 황무지.

과거 내가 떨어졌던 지옥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유사한 풍경을 가진 곳이었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면.

휘우우웅.

여기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지옥에서는 온 사방에 시뻘겋게 피 칠갑을 한 듯한 붉은 토양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이곳의 토양은 붉다기보다는 검푸른색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지형적으로 황무지라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신우 씨. 들리나요? 제 목소리.

유메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여기까지도 나와 그녀 사이의 의식이 연결될 수 있는 모양.

“잘 들려.”

-다행이네요. 혹시나 영혼 연결이 끊어지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끊어지면 어떻게 되는 건데?”

-영혼이 영원히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실감했다.

물론 이건 다 내가 그녀에게 부탁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위험할 것 같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래. 그럼 부탁할게.”

-주기적으로 꼭 신호 보내주세요. 신호 끊어지면 바로 데려올 거예요.

“알았어.”

정작 나보다 그녀가 더 걱정하는 것 같은 기분.

막상 위험을 감수하는 나 스스로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 말이다.

아니, 반대로 강대한 힘을 마주하려니 흥분이 된다고 해야 할까.

펄럭.

아무튼 난 날개를 펼쳐 진짜 요르문간드가 위치해 있을, 그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방향은 유메미가 유도를 해주고 있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느끼는 대로 가기만 하면 그만.

‘여기가 진짜 요르문간드의 영토군.’

그곳은 바벨탑 6층의 시나리오 영역과는 확연히 달랐다.

푸른빛이 감도는 음산한 지역이라는 건 똑같았지만, 파괴 불가능한 자색 수정이 솟아 있다거나, 사방에 대공 포병들이 잔뜩 깔려 있어서 비행고도 제한이 걸려 있다거나 하는 그런 요소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일직선 진행이 되게 하도록, 시스템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환경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뜻.

오히려 여긴 그에 비해 훨씬 더 심플하기 그지없었다.

-누군가 했더니.

그건 그만큼 이곳을 관장하는 주인, 본인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일 터였다.

-필멸자였던 건가? 감히 이 몸에게 그 기분 나쁜 접촉을 해온 녀석이.

머릿속에 위압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의 주인은 물론 요르문간드.

하지만 여기엔 그 거대한 괴수 뱀 따위는 없었다.

다만 온몸이 미끄덩거리는 파충류 피부로 뒤덮인 작은 소년만이 황폐한 유적지 가운데 서 있었다.

‘렙틸리언? 아니……. 다르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는 파충류 인간 종족인 렙틸리언인 줄 알았으나, 그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소년은 마치 인간이나 엘프와 같은 외모에,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서 펑퍼짐한 천 옷을 걸치고 있었다.

다만 피부가 비늘 피부이고 천 옷 아래로 꼬리가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난 본능적으로 그것이 요르문간드라는 걸 알아챘다.

“당신이 요르문간드?”

-내게 이름을 묻기 전에 네놈의 정체부터 밝히는 게 우선이지 않나?

콰악.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차가운 기운이 내 목을 거세게 조여오는 게 느껴졌다.

{오한이 밀려옵니다.}

{이 힘은 네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상대와의 격의 차이가 너무 크다.}

저항할 수 없다.

시스템 메시지도 나에게 경고했다.

물론 그 메시지가 아니어도 내 몸이 이미 내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신우 씨? 괜찮아요?

유메미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

‘난 괜찮아.’

하지만 난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지금 내가 해야 할 말을 내뱉었다.

“나는…… ‘바깥’에서 온…… 필멸자다.”

-……바깥?

“하계 말이다.”

툭.

그 한마디에, 목을 조여왔던 기운이 순식간에 흩어짐을 느꼈다.

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하.

소년은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외모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나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로 앳된 남자아이다.

하지만 그에게선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연륜이 느껴졌다.

불멸자.

필멸의 몸에 갇혀 버린 지금의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할 만큼 거대한.

진짜 불멸자로서의 격이 그 작은 체구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지금 날 가지고 노는 건 아니겠지?

그의 표정에는 가소로움과 호기심,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혼재되어 있었다.

자칫 잘못 대답했다간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물론 여기서 안 되겠다고 유메미에게 말하면 당장에라도 내뺄 순 있겠지만.

난 그러려고 여기까지 들어온 게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할 말을 이어갔다.

“……그래.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바깥세상의 필멸자……. 당신을 만나기 위해 무수한 차원의 경계를 뛰어넘어 여기까지 들어왔다.”

-……거짓말이면 당장에라도 죽이겠다.

‘걸렸다.’

물론 제아무리 대단한 힘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해도, 내 세 치 혀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난 그 녀석의 그 짧은 협박에서 단숨에 약점을 캐치해 냈다.

“큭큭……. 거짓말이 아니면?”

-……음?

“거짓말이면 죽인다는 소리는, 거짓말이 아니면 죽이지 않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소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곡을 찔린 것이다.

-그건……. 그러니까…….

“그리고 필멸자를 벌레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당신 같은 존재가 날 죽이지 않겠다는 건, 분명 내게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눈빛이 더욱 혼란스럽게 흔들린다.

자신의 생각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읽어내고 입 밖으로 내뱉는 필멸자가 언제라도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나 같은 포지션에 위치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비현실적이니 말이다.

-네놈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요르문간드는 애써 나에게 넘어온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나를 협박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

난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협박에도 불구하고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지옥에 떨어진 불멸자들.

악마라 불리는 신들.

이들이 그토록 원하고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난 이미 한 번 경험해 봐서 잘 알고 있다.

-말투부터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다. 여기서 살아 나가고 싶으면…….

“지옥 밖에 있는 신들에게 복수하게 해주겠다. 시스템의 장벽조차 초월해서.”

난 그가 하는 말은 무시하고, 곧장 단도직입적으로 그가 원할 만한 것부터 제시했다.

꿀꺽.

그러자 요르문간드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게 보였다.

지옥에 갇힌 악마라면 어쩔 수 없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그 말.

주류 신세대 신들에 의해 쫓겨나고 만 이들이 너무나도 바라는 바로 그 꿈.

그게 내 입에서 나오니, 마치 조건반사처럼 구미가 당긴 것이다.

-……무슨 수로 말이냐? 너 따위가 무슨 수로 불멸자조차 넘지 못하는 시스템의 장벽을…….

“나를 매개로 삼아라. 네 힘을 현세에 투영시키는 투영 매개로.”

그리고 난 무덤덤하게,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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