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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92화 (19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92화

지옥에 떨어진 요르문간드와 접촉하는 일은 유메미에게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그녀가 가진 권능 중 영혼을 불러내는 꽃, ‘혼살이꽃’은 에테르를 추적하는 데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권능과 글레이프니르에 봉인된 가짜 요르문간드를 활용해 시스템이 참고했을 원본 요르문간드의 흔적을 쫓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제 수호령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다만 유메미는 그 일이 보통 일이 아니기에 자기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얼마 전부터 소통할 수 있게 된 자신의 수호령 ‘바리공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는데.

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바리공주가 너를…… 돕는다고?”

“네. 요르문간드를 하계로 끌고 오는 일 같은 건 불가능하지만, 신우 씨와 그 녀석을 영혼계에서 접촉하는 건 가능…….”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정말 그 바리공주가 널 돕는다고 했단 말이야?”

왜냐하면 바리공주는 서천꽃밭 신계의 신들과 큰 접점이 없는 내 기억에도 남을 정도로 필멸자에게 적대적인 신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기가 너무나 세서, 어지간한 다른 신계의 주신들조차 그 앞에선 감히 어쩌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바리공주가 스스로 도움을 주도록 설득을 해냈다니.

갑자기 유메미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네. 뭐, 어차피 도움 안 주면 피차 좋을 거 없다고 협박하니까 되던데요?”

‘그런 신을 직접 대면하고서 협박까지 하다니……. 간도 크군.’

어쨌든 결국 해냈으니 됐다.

모로 가나 요르문간드와 접촉만 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건가?”

“네. 일단 그…… ‘글레이프니르’부터 제게 주세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열쇠를 꺼내 그녀에게 넘겼다.

물의 기운이 강하게 퍼져 나오는 그 열쇠가 유메미의 손에 들어가자, 곧장 마력이 동화되는 듯한 현상이 펼쳐졌다.

우우웅.

확실히, 제대로 된 마법사에게는 저런 마법 아이템이 다르게 작용하는 모양이다.

지금 나는 입고 있는 현자의 코트에 의해 5단계 마법강화의 효과를 받고 있고, 유메미는 그보다 수준이 낮은 마법강화 스킬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런 스킬 상의 차이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심원한 차이가 그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지금 바로 추적하겠습니다. ……바리공주님.”

유메미가 막대를 뻗어 허공을 가리키자, 거기서 마나가 흘러나와 여신의 형상이 구현되었다.

영체 투영.

수호령 바리공주를 자기 앞에 투영해 낸 것이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신수를 추적해 주세요.”

그녀의 말투는 공손했다.

하지만 그 태도는 마치 명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영체 상태의 바리공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의 요구를 들어줬다.

유메미는 어느새 저 오만한 신을 자신의 도구처럼 길들인 것이다.

“신우 씨. 준비하세요. 열쇠 속 심상세계에 이끌려 갈 겁니다. 영혼이 끌려 나오는 충격에 대비하세요.”

“아…… 알았어.”

난 다시 의식에 집중했다.

여기서부터는 온전히 나의 몫.

유메미가 도움을 주는 건 어디까지나 날 진짜 요르문간드와 접촉시키도록 도와주는 것뿐이다.

거기서 그놈과 뭘 어떻게 할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린 것이다.

파아앗.

유메미가 내민 열쇠에, 바리공주가 손을 대자 빛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힘의 파장이 느껴졌다.

그건 마력이 아니라 에테르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물질계와 영혼계를 가로막는 공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에테르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흡!”

투쾅!

마치 내 바로 뒤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굉음과 함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의 영혼이 글레이프니르의 봉인 구역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오류 발생! 비인가 항목의 에테르 침입이 감지되었습니다!}

{오류 발생! 한 봉인구에 2체 이상의 에테르가 속할 수 없습니다!}

{오류 발생! 비정상적 경로를 통한 봉인구 활성화가 감지…….}

수많은 오류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천천히 어둠에 의해 잠식되었다.

* * *

다시 눈을 뜬 곳은 끝없이 펼쳐진 검은 공간.

발 디딜 곳도 없고, 위와 아래, 전후좌우도 구분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무의 공간이었다.

별 한 점 존재하지 않는 우주 한가운데 떠 있다고 하면 가장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여기가 글레이프니르 속의 심상세계인가.’

보통 심상세계라고 하면, 어떤 존재의 사념이 만들어낸 허구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사념이 가질 법한 사고방식이나 환상에 의한 배후 환경이 조성되는 게 보통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즉, 무의식 속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념이 만들어낸 공간일 수도 있고.

혹은 이 정도로 암흑으로 가득 찬 무의식이 사념 속에 잔존한 무언가가 만든 공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 쪽인가.’

난 이 어둠이 인위적으로 생성된 어둠이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온몸을 감싸는 차갑고 서늘하면서, 딱딱한 기운.

이 공간의 어둠에는 그런 ‘성질’이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만약 요르문간드가 만들어낸 심상세계라면…… 내가 생각한 게 맞겠군.’

어떠한 배경도 구현하지 않은 채 이렇게 순수히 차가운 암흑으로 심상세계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존재라면.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대상이라는 뜻이다.

콰우우우.

그때, 이 공간 전체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큰 바위라도 떨어져 맹렬한 파문을 일으킨 듯, 묵직한 파동이 온몸을 강타했다.

곧이어 저 멀리서.

커다란 몸집의 뱀 한 마리가 나를 향해 헤엄치듯 다가왔다.

해룡 요르문간드였다.

-두려움을 모르는 오만한 필멸자여. 감히 이 몸의 심상세계에 들어오고도 멀쩡히 정신이 붕괴되지 않고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냐?

그것은 나에게 강렬한 공포의 기운을 뿜어댔다.

하지만 난 그런 위협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난 너 같은 잡것이 아니라 진짜를 만나러 왔는데.”

이 녀석은 내가 만나고자 한 원본이 아니라 시나리오에서 봉인한 가짜였기 때문이다.

-뭐라고!

콰아!

놈은 잔뜩 역정을 내며 온몸에서 적대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수속성의 마력.

이곳이 아무리 현실이 아닌 심상세계라고는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아까 저 녀석이 말한 대로 잘못했다간 정신이 붕괴될 수도 있으니.

{마검 <????> 소환}

그래서 난 제대로 상대해 줄 작정이었다.

이 안에서라도 싸우려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지난번과 같이 공략용 무기인 석궁과 각종 탄환들은 없지만, 반대로 저 녀석도 시스템의 보정을 받지 않으므로 타이달 서지와 같은 즉사기의 걱정 또한 없다.

-신우 씨. 들리나요?

한편, 바로 그즈음, 머릿속에 유메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

-다행이네요. 진입이 제대로 이뤄진 것 같아서.

촤아악!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요르문간드의 주변에서 형성되어 날아드는 수십 개의 마력탄들을 회피했다.

그것들은 큰 굴곡을 그리며 내게 유도되어 쫓아왔다.

단순히 허공에서 몸을 틀어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마검을 휘둘러 가까이 다가온 마력탄들을 베어냈다.

파캉!

-지금 전 혼살이꽃으로 그 안에 봉인되어 있는 가짜 요르문간드의 영혼에 몰래 접촉하고 있어요. 거기에 새겨진 기억을 훑어서 원본 요르문간드가 있는 위치를 추적할 작정이거든요.

‘그럼 그동안 난 여기서 저 녀석과 좀 놀아주고 있으면 되는 건가? 네가 방해받지 않도록?’

-……네. 어쩌면 좀 오래 걸릴 수도 있긴 한데.

‘괜찮아. 천천히 해. 나도 어차피 여기서 저 녀석과 놀면서 해야 할 게 있으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래도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신우 씨에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할게요.

‘알았어.’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걸 끝으로, 내게 다가왔던 유메미의 의지는 사라졌다.

난 그대로 계속 요르문간드와 마주한 채 싸움을 이어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가능성’을 미리 시험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파캉! 파캉!

차가운 물의 기운이 담긴 마력탄이 검게 타오르는 내 마검과 부딪힐 때마다,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사방에 파편을 흩어냈다.

‘물 속성의 요르문간드……. 하지만 단순한 물이 아니라 거의 얼음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운 물이다.’

베르그리시와 싸울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녀석이 가진 물의 기운은 고통의 업화마저 상쇄시킨다.

용인화를 한 내 몸 전체에 마력을 대체해 흐르는 힘의 근원을 뿌리부터 부정해 버리는 것이다.

쐐액! 파캉!

그렇다면 이건 나에게 있어 극히 위험한 성질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절대 꺼지지 않을 것처럼 타오르던 이 마검 역시, 저 녀석이 날려 보낸 마력탄에 닿을 때마다 불꽃이 휘청일 정도로 잦아들었으니 말이다.

-하! 언제까지 방어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가짜 요르문간드는 그런 나에게 더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한 번에 생성되는 마력탄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주기도 짧아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물론 나 역시 그에 맞춰 점점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그럼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발생했다.

파캉!

“큭!”

{오한이 밀려옵니다.}

{당신의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그러다 결국, 너무 가까이 다가온 마력탄을 베어내다 그 파편에 얻어맞고 말았다.

상태 이상을 나타내는 메시지와 함께, 몸이 뻣뻣하게 굳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걸려들었군! 네놈은 끝이다!

그런 와중에 요르문간드는 공격의 템포를 더욱 끌어올려 나에게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마력탄을 한꺼번에 날려 보냈다.

이 새까만 어둠의 공간에서, 눈앞을 하얗게 뒤덮는 수백 개의 푸른 마력탄들이 정면에서 날아오는 게 보인다.

위험. 죽음.

온몸이 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예견된 끝이 선명하게 보인다.

온몸에 저 차가운 탄환들이 박혀 정신이 붕괴되는 내 미래가.

-고통의 업화. 그걸 쓰는 자가 다시 나타날 줄이야.

바로 그 찰나, 마치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듯 먼 과거에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옥의 악마들을 이끌고 하계를 침공했던 시절.

대악마 아몬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말이다.

-먼 과거에 태초신으로 불리던 구세대 신들을 파멸시켰던 자가 그 불꽃을 썼다.

구세대 신들.

나는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던 신화시대보다 더 과거 세대의 신.

-그자는 상반된 두 가지의 원초적 에너지인 불과 얼음을 동시에 사용해 환란을 일으켰다.

-……잠깐. 상반된 원초적 에너지? 그건 빛과 어둠이 아닌가?

-틀렸어. 그 둘은 상반된 에너지가 아니야. 어둠은 그냥 어둠이고, 빛은 그저 그 어둠 위에 뿌려질 뿐. 빛이 있다고 해서 암흑이 사라지는 게 아니지. 별이 우주를 비춰도 우주의 암흑은 그대로이듯 말이야.

-그럼…… 네 말은 빛과 어둠이 아니라 불과 얼음이야말로 진정한 근본이라는 건가?

-그래. 뜨거움과 차가움. 그거야말로 우주의 법칙과도 같은 힘이다. 그 두 가지를 단순한 피상적 한계를 넘어서 완전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파괴와 창조에까지 관여하는 능력을 얻게 되지.

그자가 바로 파괴신 시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조상격의 태초신들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아주 먼 과거의 존재.

그리고 지금 내가 다시금 닿고자 하는.

신격의 정점이었다.

{마검의 진명이 밝혀진다.}

{마검 <파슈파타> 개방}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엄습하는 오한이 너의 불꽃과 맞부딪힌다.}

{<파슈파타>가 더 많은 냉기를 받아들이길 요구한다.}

{<파슈파타>가 눈 앞에 펼쳐진 모든 마력탄을 단 한 줌도 남기지 말고 전부 베어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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