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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83화 (18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83화

{<악의의 오른쪽 눈>이 4단계 개화를 거친다.}

용인화를 통해 앙그라 마이뉴의 힘을 더욱 깊게 개방하고 난 후, 나에겐 새로운 힘이 주어졌다.

그건 바로 악의의 오른쪽 눈으로 세상에 숨겨진 정보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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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오른쪽 눈>

-(4단계) 세상에 펼쳐져 있는 온갖 신비와 진실들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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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어차피 내겐 패치 노트 덕분에 히든 퀘스트나 숨겨진 요소들도 다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런 걸로 정보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새롭게 습득한 ‘영혼 공명’과 ‘용인화’에 비교했을 때 이 특성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이 특성의 진가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확인하게 되었다.

패치노트엔 나와 있지 않은, 아니, 나올 수가 없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진짜 가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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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공기중의 마나를 가로질러 부유하는 공간전함. 변동중력소자를 탑재하고 있으며, 입자 분열로 이동과 질량 타격을 동시에 행할 수 있다.

-내부에 탑승한 승조원들 또한 입자 분열을 통해 함선의 최대 인지 사거리까지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

-신화시대의 유물

───

그저 엘프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만든 기계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 마지막 한 줄로 인해 그 정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 설명에 적혀 있는 말도 안 되는 기술 요소들이…… 실은 신화시대 때부터 있었던 기술이었다고?’

이건 그야말로 세계에 대한 나의 상식을 깨뜨리는 정보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테세우스의 배’라는 이름 자체가 신화시대에서 온 이름.

물론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현대병기에 상징적으로 고대의 유물 이름을 붙이는 행위야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아예 설명에 ‘신화시대의 유물’이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다.

악의의 오른쪽 눈이 설명과는 달리 실체를 파악하지도 못하는 허당 특성이라도 되는 게 아닌 한.

난 저게 그 오래전 고대에서부터 존재했던 물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내 기억상 그 시대의 엘프들은 저런 기술력은커녕 양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한가득이었다.

내가 딱히 엘프 종족에 대한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의 문물과 문화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흐리만으로서 살아가던 당시엔 이들도 오크 외에 함께 살을 맞대고 지냈던 종족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때 그들은…… 나무 판자로 된 배를 타고 다녔고, 다른 종족보다도 더더욱 자연 친화적인 자들이었다. 마법이 발달하긴 했지만 지금 만큼이나 기술 수준이 높진 않았는데.’

만약 그 시대에 저런 배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정보가 분명히 내 귀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애초에 숨길 것도 없이 엘프들은 저걸로 온 대륙을 휩쓸고 다녔겠지.

지금 저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량은 그때 당시의 ‘진짜 신’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모종의 이유로 저 배는 ‘과거에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이지 모른 채로 저 커다란 황금 배를 바라보던 도중.

스르륵.

갑작스레 내 앞에 무수히 많은 작은 알갱이들이 날아와 뭉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하나의 인영(人影)을 이뤘다.

그건 일견 듀엔데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한 장식들이 부착된 갑옷을 입은 엘프였다.

“기사 듀엔데, 명예로운 집정관 질호른님께 인사드립니다……!”

듀엔데는 그자를 보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엘프 식의 인사를 했다.

* * *

나와 듀엔데 앞에 ‘입자 분열 이동’으로 대뜸 튀어나온 ‘질호른’이라는 이름의 집정관.

“듀엔데! 오랜만이로군!”

그는 고상한 외모와는 달리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호쾌한 성격의 엘프였다.

“우리끼리 있을 땐 편하게 하라고. 의회의 노인네들이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지, 집정관님, 그런 말씀은…….”

“누가 들으면 어쩌냐고? 괜찮아, 괜찮아! 뭐 어때? 까짓거 그냥 집정관 때려치우면 되지.”

‘성격이 들은 거랑 다른데?’

앞서 듀엔데가 경고하듯 묘사했던 군상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에, 난 잠시 당황했다.

“그대가 진성 인간족의 대표자인 유신우로군. 듀엔데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만나서 반갑다!”

그러곤 곧장 아무렇지 않은 듯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정면에서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런데.

‘……이런 건가.’

그 눈빛에서 마치 창날처럼 내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검은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

난 거기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호쾌하고 격이 없지만, 실제론 엄청나게 날카롭고 음흉하다……. 저 헐렁한 겉모습에 넘어가면 순식간에 페이스를 빼앗기는 거야.’

상대를 방심시켜 대화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쥐려는 자.

이 질호른이라는 엘프가 어떤 자인지는 단박에 파악해 냈다.

그는 나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싶겠지만, 절대 그리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필멸자 시절, 신화시대의 신들조차 마음대로 지배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일개 엘프 따위가 주무를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집정관님.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으신 분일 줄이야.”

난 한껏 ‘세상 물정 모르는 놈’ 같은 태도로 웃으며 그에게 존대를 했다.

상대에게 얕잡아 보여서 좋을 건 없는 게 보통이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다르다.

지금 나와 이 자는 대등한 위치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은 놈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들어야겠어.’

난 상대를 지배하려는 질호른의 태도를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의 전향적인 태도에 방심하고서 넘어간 것처럼 반응했다.

그가 꿰뚫어 보려는 내 눈빛 속에 담긴 심리마저도 그렇게 꾸미면서 말이다.

“그래? 하핫, 듀엔데 이놈, 날 두고 도대체 무슨 소릴 지껄인 거냐?”

“예? 아니, 전…….”

듀엔데가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왜 바보같이 구는 거냐, 내지는 왜 날 난처하게 만드느냐, 라는 근심과 원망이 동시에 거기에 깃들어 있었다.

“내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보지? 하핫! 하긴, 나도 이종족들이 다 우리에게 적대적이기만 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긴 했었지. ……결과적으로 인간 외에 다른 자들은 다 그랬던 모양이지만 말이야.”

마지막 말을 할 때의 그는, 순간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는 느낌이었다.

눈이 가늘어지는 것이, 마치 뭔갈 알고 있다는 듯,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설마…… 내가 오크와 렙틸리언들에게 기만술을 써서 엘프를 적대하도록 만든 걸 눈치채고 있는 건가?’

이 순간 나 스스로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어디서부터 정보가 새어 나간 걸까.

내가 아테나를 정령 소환해 지팡이와 갑옷을 훔쳐 간 것에 대해 알고는 있을까.

듀엔데는 그걸 다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있는 걸까.

‘……그럴 리가 없지.’

<승리자의 사고 체계> 특성으로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 모든 가능성을 훑어본 결과, 그럴 순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서 난 계속 태연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이나마 닮은 종족끼리 더 통하는 게 있나 보죠.”

“닮은 종족? 하하! 그래, 맞아. 확실히 인간과 엘프는 닮은 구석이 있지. 그 초록색 괴물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 말이야.”

질호른은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 호쾌하고 격식 없는 집정관으로 되돌아왔다.

‘넘어갈 뻔했어.’

이런 식이다.

이자는 상대가 안심하게 만들어 놓고, 미심쩍은 대목에서 예고 없이 쿡 찌른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슴을 후벼 파듯 심리를 흔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반응을 포착해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압박은 누구나 다 떠올릴 수 있고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건 단순히 방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화 도중에 민감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아내는 통찰력.

강대한 종족의 무력을 조종할 권한을 가졌다는 점에서 나오는 권위.

그리고 짧은 순간 상대방을 위축되게 만드는 날카로운 기세.

이 모든 것들을 갖췄기에 그게 가능한 것이다.

‘만만히 보기만 해서는 안 되겠어.’

신조차 어쩌지 못한 내 심리를 흔들어 놓은 존재.

어쩌면 질호른은 현시점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각성한 신들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말이다.

* * *

“테세우스의 배가 이곳으로 들어온 이상 이종족의 위협은 더 이상 없다.”

질호른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저 엄청난 전함이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가졌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량만 해도 압도적인 수준이었으니.

흔한 SF물의 클리셰처럼, 말도 안 되는 출력의 레이저를 쏴 대는 함포 같은 거라도 달려 있다고 하면 그냥 이 탑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그대도 이제 본 세계로 돌아가도 좋다.”

질호른은 이 시점에서 나를 철수시킬 생각이었다.

내가 이곳에 있어봤자 엘프 종족 입장으로선 별 도움도 되지 않고, 불편한 동거가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지금 있는 소통채널로 언제든지 요청하도록. 그대가 인간계를 평정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도록 하지.”

질호른은 그렇게 말하면서 듀엔데를 흘끗, 쳐다보았다.

어딘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듀엔데가 나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군.’

아마도 저 정도의 인물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질호른은 마냥 호락호락하게 듀엔데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지는 않았을 테고, 여러 가지 정보들을 스스로 파악해 냈겠지.

그 결과 듀엔데가 지원병력 없이 혼자서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 정도는 금세 눈치챘을 것이고.

그러니 듀엔데는 순순히 보고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종족과 싸울 때 나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고에 감사를 표할 겸,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말하도록. 내 권한이 닿는 한에서 도와줄 테니.”

질호른은 그 때문에 내게 종족을 대변해 내게 보상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러는 걸 보니 다행히 거신의 동력원 기술을 대가로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나 보네. 하긴, 그랬다면 지금쯤 듀엔데는 이미 처형당했을 테고 나 역시 적대당했겠지.’

물론 그 보상은 전적으로 내가 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적당히 크지 않은 선에서 이 부채 관계를 종료하려는 속셈이 빤히 보인다.

게다가 엘프들은 이곳에서 강화 마력석을 대량으로 채취하고 있다.

이렇게 대놓고 나더러 나가라고 하는 건, 저건 지금 차지하고 있는 바벨탑 5층까지의 층계를 자신들이 독점하겠다는 의도다.

‘이대로 저자의 의도대로 쫓겨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여기서 내 목적과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나는 엘프들로부터 차원 이동 장치를 얻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계속 엘프들과 어떻게든 엮여야 한다.

하지만 질호른을 무시하고 억지로 뻗댈 수는 없다.

‘당분간은 상호 동맹 관계이니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방식이 아니지.’

적극적으로 기회를 창출하는 방법.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엘프들의 문제에 깊게 관여하려면.

“그러면 지금 바로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

“엘프 종족이 바벨탑 6층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

“제가 그걸 도울 수 있게 허락해 주십쇼.”

역시나 이들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관련한 사항을 건드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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