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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80화 (18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80화

24시간 동안 1억 다이아.

그게 드래곤 나이트 클래스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당연히 평상시에 쓰기에는 너무 비싸서, 웬만한 각성자들은 쓸 엄두도 낼 수 없다.

그 정도 양의 다이아라면 전설 수호령 하나를 뽑을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특히나 지금은 전설급 각성자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게 신들의 입장에선 매우 절실한 때다.

그렇게 전설급 각성자를 하나 더 만들 때마다 신화급 각성자가 나올 확률이, 그리고 자신들의 동지인 신이 각성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단 하루’를 위해 그런 거대한 카드 하나를 버린다?

그건 정말 어지간히 다이아가 넘쳐나는 상황이 아닌 한 어려운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키안이 드레이크 기병대를 불러냈다는 건.

지금 이때, 바로 이 한 순간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뜻이었다.

“이걸로 끝이다! 앙그라 마이뉴!”

터터텅!

아홉 마리의 드레이크가 일제히 지상을 박차고 하늘 높이 뛰어 올랐다.

저공 폭격을 위해 지면 가까이 내려온 나와 내 용기사들보다도 훨씬 더 높은 위치로 말이다.

드레이크는 용종 마수 중에서도 날개가 없어서 하늘을 날지 못하는, 특이한 종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바로 지금처럼, 엄청난 도약력을 통해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움직임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노린 거였나?’

자기 후방에 위치한 병력이 궤멸당한 데다 제공권까지 장악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안은 끝까지 이 숨겨두었던 비밀 병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드레이크를 꺼냈다면 공중에서 내가 활약했듯 지상에서도 이 녀석이 더 빠르게 우리 쪽 진형을 무너뜨렸을 것이다.

‘그러면 나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해 균형이 맞춰질 테고, 이 전장에서의 전투는 대등해졌겠지.’

하지만 키안은 그보다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나.

유신우, 아니, 앙그라 마이뉴를 잡아내는 것이었다.

‘내가 방심한 채, 드레이크의 도약 도달 가능 높이까지 내려오는 이 한 순간…… 그걸 위해 자기 동지의 목숨까지 바친 거로군.’

바로 지금, 키안은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교활한 미소를 짓고 있다.

터억!

일곱 마리의 와이번의 등에 드레이크가 올라탔고, 내게는 두 마리가 붙었다.

키안과 또 다른 한 기수가 조종하는 드레이크였다.

“큭! 저리 꺼져!”

용기사들은 자기 와이번의 등 위에 올라탄 마물과 그 기수를 떨쳐내기 위해 검을 뽑아 근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은 꼭 와이번의 힘이 아니라도 그 자체로서 매우 강한 검사들이었기에 쉽게 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드레이크.

“끄악!”

드레이크가 꼬리와 등에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틀어박은 채 강한 힘으로 마구 뒤흔들자, 와이번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제아무리 와이번 중에서도 최강급이라는 알파 퓨리 종이라도.

비행을 하지 않는 드레이크에 비하면 체질량과 방어력에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타고 있는 와이번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와중에 그 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용기사가 있을 리 없다.

결국 대다수의 와이번들은 땅으로 추락했다.

“다른 놈들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내 쪽도 마찬가지다.

한 마리는 내 날개에 들러붙었고, 키안이 탄 것은 내 다리를 물었다.

그 상태에서 난 에테르 큐브에 티르의 영체를 투영해 둘을 떨쳐내려 했으나.

“안 되지!”

카카카카캉!

키안이 직접 티르의 영체에 검을 맞대어 고속 참격을 모조리 봉쇄했다.

놈의 전술 덕분에 지상에 떨어진 와이번들은 전부 제압당했고, 나는 더 이상 아군으로부터 마력을 공유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와중에 기세가 살아난 키안의 다른 병력 또한 우리 쪽을 강하게 압박.

결국 이 위기를 제어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

‘나를 죽인다……. 그거면 된다는 건가.’

놈은 애초부터 내게 인질극이 먹히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아델이 위장한) 타라를 잡아가 놓고도 굳이 그걸 드러내지 않았고.

수비의 이점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평야에서 우릴 대적했다.

게다가 처음부터 드레이크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게 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장의 흐름이 모두 놈의 뜻대로 움직인 셈이다.

‘제대로 한 방 먹었는데.’

“애써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있나 본데, 하!”

키안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입꼬리가 올라간 채 내게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화륵! 쾅!

나는 아테나를 투영해 아이기스로 그걸 막아냈다.

“그래봤자 넌 결국 나한테 죽을 운명이야! 둘을 이길 순 없을 테니까!”

콰득!

오른쪽 날개에 들러붙은 드레이크가 뼈대를 물어뜯었다.

그 위에 타고 있는 기수 역시 나에게 검을 휘둘러 불꽃을 뿜었다.

아이기스로 펼친 방어막이 또다시 그쪽의 공격을 막았다.

‘이 둘은 마력을 공유하고 있군.’

확실히 방어가 벅찬 느낌이다.

키안은 내 용기사들을 모두 산산이 찢어놓고 자신은 둘이서 나 하나를 상대하고 있다.

머릿수의 부족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아델.’

결국 난 아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먼저 필요해서 부르게 될 줄이야.’

아직까지 신호 스크롤은 발동되지 않았다.

그녀가 위험을 느끼고 있진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그녀를 부를 때였다.

“웃어?”

키안이 날 보며 되물었다.

내 입가에 나도 모르게 걸쳐진 미소를 본 것이었다.

“드디어 미쳤나 보…….”

“착각하지 마. X신아.”

비밀 병기를 숨기고 있는 건 이 녀석만이 아니다.

내가 아무런 카드도 없이 이 녀석의 계략에 순수히 휘말렸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내 주머니엔 언제나 예비 무기가 숨겨져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전황을 뒤집기 위한 필승의 무기가.

“컴뱃 레디니스.”

난 곧장 키안이 사용했던 것과 같은 기술을 사용했다.

이미 이 전장에 와 있는 다른 용기사들을 제외한.

저 멀리 다른 공간에 위치한 아델.

그녀가 와이번과 함께 전투 태세를 갖춘 채 내 옆으로 소환되었다.

* * *

아델은 성안에서 더욱 과감하게 날뛰었다.

그건 정찰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

당초의 하기로 마음먹은 목적인 정찰은 이미 잊은 채, 자신의 힘에 취해서 마음껏 폭력을 휘둘렀다.

물론 그건 전술적으로 보자면 아주 옳은 선택이었다.

적의 후방에 침입해서 몰래 정찰만 하고 나와야 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 침입자의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

만약 정찰이 아니라 아예 파괴 공작을 행하고도 멀쩡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애초에 유신우는 그러라고 아델을 보낸 것이기도 했고.

“겨우 여자 하나도 못 이긴단 말이냐! 이 멍청한 것들이!”

엔피씨 수비대장이 자신의 부하들을 거세게 닦달했다.

“하, 하지만 그건…… 괴물이었습니다. 절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멍청하긴! 내가 직접 간다! 모두 따라와!”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여럿이서 한꺼번에 덤비면 반드시 이긴다.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각성자가 아니라 엔피씨이기에 부대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숫자의 이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비대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델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온 병사는 계속해서 겁에 질린 채 머뭇거렸다.

그 서늘한 악의를 직접 마주한 자라면 누구든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멍청하긴!”

서걱.

결국 수비대장은 그 병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죽는 것이 차라리 편안한 마무리일 것이리라.

병사는 의식이 끊어지는 그 순간, 그렇게 생각하며 도리어 안심했다.

“지금이다! 뒤를 쳐…… 어?”

그리고 아델과 직접 마주한 수비대장은 자신의 부하가 왜 그렇게나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지,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콰콰콰콰!

순수한 악의.

앙그라 마이뉴의 화신, 아지다하카가 지금 이 자리에 현신이라도 한 것 같은 강력한 암흑의 기운이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정신이 오염될 것 같은 어두운 힘.

그것이 아델에게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으아아! 사, 살려…… 살려줘!”

좀 전의 자신만만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수비대장을 비롯한 그의 부하들은 모두 공포에 떨며 도망쳤다.

물론 아델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새까만 기운이 섞인 적색의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등을 보인 모든 병사들의 뒤를 덮쳤다.

이윽고, 사방은 처참한 시신들로 가득 뒤덮였다.

“내가…… 어떻게…….”

아델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전투 상황에서 적을 죽이는 정당한 대적 행위에 죄책감을 느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걸 단 한 번이라도 망설여본 적 없는 그녀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건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과 악의를 발산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전혀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악마가 되는 건가?’

그녀는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자신의 힘이 어쩌면 자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당신은 부대장에 의해 전투태세를 갖춘 채 소환됩니다.}

바로 그때, 그녀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런 진지한 상념을 깊게 파고들 새도 없이, 유신우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래……. 나에겐 마스터가 있어.’

아델은 이 두려움을 유신우에게 기대어 이겨내고자 했다.

그건 의존이 아닌 충성심과 신뢰였다.

유신우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한다.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면, 설령 자신이 악에 집어 삼켜진다 하더라도 그 행동은 옳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고뇌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믿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파아앗.

그런 생각과 함께, 아델은 와이번에 탑승한 채로 유신우의 곁으로 소환되었다.

* * *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에 쌓인 악룡의 기운을 말이다.

그건 나 자신의 힘이었기에, 누구보다도 내가 더 확실하게 느꼈다.

‘아델.’

처음에는 내가 그녀를 오염시켜버린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심상세계에서 살펴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이건, 영혼의 결속이었다.

‘부대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마력의 연결, 그 너머의 세계.’

난 조금 떨어져 있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곤 업화의 구를 발동시키고서 아지다하카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우우웅.

네 개체 사이에 묵직한 공명이 일어난다.

나와 아지다하카.

아델과 알파 퓨리 와이번.

{들끓는 용혈이 체성분을 변화시킨다.}

{육체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다.}

{경고!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은 강제 환경 변화가 감지…….}

{무시한다.}

{고통의 업화가 너의 마력을 대체한다.}

으드득. 으득.

몸이 새롭게 빚어진다.

척추를 따라 길고 두꺼운 꼬리뼈가 자라나고, 등에선 날개가 돋아난다.

피부에선 새까만 비늘이 올라왔다.

그 어떤 갑주보다도 단단한 갑피가 전신을 뒤덮는다.

보랏빛 같은 무형의 힘의 발현이 아닌, 아지다하카와 물리적으로 융합한 것이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아델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자신이 탑승하던 알파 퓨리 와이번과 융합했다.

‘믿고 있습니다.’

아델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변화에 당황한 듯하기도 했으나, 동시에 내게 신뢰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것에 대해 미리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미안했지만, 이건 절대로 그녀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아니다.

원한다면 언제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쿠구구궁.

그렇게.

용인(龍人).

나와 아델은, 상호 간의 영혼 공명으로 용의 힘을 완전하게 받아들인 형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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