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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73화 (17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73화

오딘과의 동맹을 통한 오크 종족의 대화합.

물론 그게 영원히 갈 리는 없지만, 원래 세상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는 법이다.

어쨌든 당장의 눈앞의 위기만 극복할 수 있다면, 라르스는 얼마든지 오딘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걱.

“오딘!”

하지만 그게 전부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런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려던 찰나, 유신우에 의해 오딘의 목이 잘려 나가버린 것이다.

“인간! 네놈이……!”

라르스는 분개했다.

이걸로 자신이 생각했던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

아니, 그보다도 이종족에 의해 동족이 죽은 것에 크게 격노했다.

적대했지만 그 무력만큼은 존중받아 마땅했던 상대인 오딘.

그를 죽여버린 유신우를 향해서 말이다.

파지지직!

라르스는 자신의 뒤를 쫓아 오는 유신우를 향해 망치를 뻗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 투영된 토르의 영체로부터 전류가 방출되어 나왔다.

제대로 된 조준도 없이, 광범위한 영역을 타격하는 방사형 뇌격.

당연히 그런 것에 맞아줄 유신우가 아니었다.

“흥분했군.”

라르스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동작이 커질 것을 예상한 유신우는, 한쪽 날개의 방향을 슬쩍 꺾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그 모든 빛줄기를 피해냈다.

이어서 그는 궁니르를 꺼내 들었다.

방금 죽인 오딘을 흡수해 얻은 무구였다.

‘저건……!’

라르스는 그걸 보고 동공이 커졌다.

분명 일전의 충돌에서도 그런 적이 있었다.

유신우가 전투 중에 갑자기 수르트의 레바테인과 유사한 무구를 꺼내 들었던 일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그저 형상만 비슷한 다른 무기라고 생각했다.

칼날이 불길에 휩싸인 형태의 투영무구는 세상에 널리고 널린 데다, 정작 그때 유신우가 구사했던 기술은 수르트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불타는 새를 소환하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들고 있는 것은 확실히 궁니르였다.

특유의 외형은 물론이고, 무구를 둘러싸고 있는 바람까지.

빼도 박도 못할 만큼 똑같은 오딘의 무구였다.

‘상대의 무구를 모방하는 능력……?’

그제야 라르스는 유신우가 가진 힘의 정체를 알아챘다.

물론 정확하게는 아니었다.

설마 진짜로 ‘수호령을 빼앗는다’는 게 가능할 거라곤 생각지 않은 것이다.

‘그런…….’

물론 그 자체는 그렇게까지 놀랄 것도 아니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수호령 중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수호령이 존재하는 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당장 자기 세계인 오크 계에만 해도, 다른 각성자와 그 수호령까지 똑같이 복사하는 권능을 가진 ‘로키’ 수호령이 있으니 말이다.

외형뿐이고 원본의 능력까지 내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본신의 실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타인의 무구를 모방한다 하더라도 무의미한 법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건만.

라르스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방금 죽인 적의 무구로 그 동료를 공격한다고?’

그건 지금 유신우가 하는 그 행위 자체의 의미 때문이었다.

한때는 적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나름대로 든든한 아군이 된 동족의 전사가 인간에게 굴욕적으로 당한 것도 충분히 분노할 일인데.

그것도 모자라 마치 조롱하기라도 하듯 그의 무기를 사용한다?

라르스는 그런 모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작 유신우는 궁니르야말로 이런 공중전에서 가장 유용한 무기라서 꺼내 든 것일 뿐이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보는 자에게 달려 있으니 결국 본인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감히!”

라르스는 묠니르를 뻗어 두꺼운 천둥을 내뿜었다.

콰릉!

이번엔 아까처럼 무분별하게 방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표적을 조준한 공격이었다.

유신우는 갑자기 날아든 정밀한 공격에 회피할 새도 없이 한 손으로 보호막을 전개해야만 했다.

반대 손에 쥐고 있던 궁니르는 잠시 뒤로 물렸다.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는 아까 전 오딘이 자신을 공격했던 전법을 기억해 냈다.

굳이 투창처럼 던지지 않아도, 슬쩍 놓기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추적하게 하는 공격.

아마도 궁니르가 가진 인과 고정의 조건은 ‘창이 바람의 영향을 받을 만큼 충분히 공중에 떠 있을 것’인 모양이었다.

그러니 땅에서는 그것을 던질 수밖에 없지만, 하늘에서는 그저 떨어뜨리기만 해도 되는 것이다.

스륵.

유신우는 왼손을 내밀어 방어막을 전개한 채 뒤로 궁니르를 숨긴 오른손의 힘을 슬쩍 풀었다.

그러자 창날 끝이 아래를 향하며 쓱 떨어지는가 싶더니, 도중에 멈춰서 라르스를 향해 급격히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고는 마치 미사일처럼 빠르게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4격…….’

물론 그가 한 가지의 수만으로 끝낼 리가 없다.

정면에서 검을 꺼내 들어 파동기를 시전한다.

사방에서 정신없이 날아드는 티르빙 참격으로 시야를 교란해 궁니르가 날아드는 걸 인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촤아악!

유신우의 용기사들이 마력 칼날로 화해 라르스에게 다가간다.

라르스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참격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그재그로 활공했다.

‘됐다. 걸렸어.’

유신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동안 궁니르가 어느새 표적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했기 때문이다.

“으읏……!”

라르스는 그걸 뒤늦게 발견한 듯 눈이 휘둥그레지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틀렸어. 저걸 맨손으로 잡을 수 있을 리가…….’

창날이 라르스의 가슴을 파고든다.

탈리스만 방어장을 뚫고.

가죽 갑옷을 가르고.

초록빛이 도는 두꺼운 피부를 찢은 다음.

그 아래의 갈비뼈에 닿기 직전.

‘아니?’

궁니르의 전진은 멈췄다.

급하게 내민 라르스의 손과 그 위를 감싼 영체 토르의 손이 동시에 자루를 잡은 채였다.

‘저걸 힘으로 잡는다고?’

* * *

뇌신 토르의 상징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바로 묠니르에서 방출하는 벼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족을 막론하고 어느 신계가 되었건 번개를 다루는 신들은 모두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법.

토르 역시 신화시대엔 그런 축에 끼는 강자들 중 하나였는데.

사실 그가 강한 건 맞지만 그건 벼락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강함의 근원은 바로 힘.

완력이었다.

콰직!

라르스와 그의 등 뒤로 나타난 토르의 형상이 궁니르를 자루째로 잡고 꺾어버렸다.

‘말도 안 돼…….’

물론 투영무구는 투영할 매개체만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소환할 수 있다.

더구나 내 경우에는 형상이 자유롭게 변형되는 에테르 큐브가 매개체라 그조차 부서질 염려가 없고.

하지만 그걸 떠나서 저걸 맨손으로 부숴버리다니.

무구끼리 부딪히거나 권능을 막아낸 것도 아니고, 저런 건 나도 처음 본다.

‘온다.’

라르스는 들고 있는 묠니르에서 번개를 방출하는 대신, 손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콰우우우!

어떤 권능이 가해진 것도 아니고, 순수한 완력으로 던져진 망치.

그럼에도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무서울 정도로 크게 울렸다.

저건 지금까지 저 녀석이 내뿜던 그 어떤 뇌격보다도 더 강력한 일격이다.

저기에 스치기라도 하면 아무리 나라도 절대 멀쩡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멍청한 짓이야.’

나처럼 여러 가지 무기를 사용한다면 모를까, 토르의 무구는 묠니르 하나밖에 없다.

그런 자가 자신의 주무기를 집어 던진다는 건 대놓고 빈틈을 드러내겠다는 뜻인 것이다.

저자가 그 강한 완력을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건, 힘을 이용한 공격은 그만큼 위험을 동반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팟!

나는 옆으로 몸을 튕기듯 빙그르르 돌면서 회피기동을 한 후 다시 한번 궁니르를 던짐과 동시에 파동기를 사용했다.

‘악룡 제2격. 아레스의 검.’

이번엔 원거리 공격기가 아닌 돌진공격.

가까이 붙을 생각이었다.

‘놈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하더라도, 맨손으로 무기를 든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집어 던진 묠니르는 그의 의지에 따라 다시 되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아주 짧은 찰나.

그걸로 충분하다.

촤아아악!

난 놈이 맨손일 때 끝장내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접근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 대로 놈은 내 공격을 피해 궁니르 쪽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궁니르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이니 그걸 막아내고 내 공격을 피하겠다는 심산.

물론 난 그것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준비하고 있던 다음 수를 내질렀다.

‘미스텔테인.’

아레스의 검으로 내 몸을 둘러싼 악룡 검기를 그대로 날려 보내는, 2격에서 1격으로의 전환기술.

돌진은 사실상 페이크였고, 진짜는 여기서 방향을 바꿔 내던지는 검기였다.

‘……음?’

그런데, 왜인지 그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라르스의 얼굴이 웃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너는 내 동족을 죽인 걸로도 모자라 고귀한 전사의 영혼을 모욕했다. 너도 동족의 죽음을 맛보거라.

내 머릿속으로 그의 의지가 전해져 들어왔다.

그러고는.

팟.

사라졌다.

긴급 텔레포테이션 스크롤로, 자신의 부대를 비롯한 병력들을 모두 내버려 둔 채, 자기 자신만 바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뭐라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마지막에 그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

-동족의 죽음을 맛보거라.

그게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대체 그게 무슨……?’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불길한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망치?’

내 뇌리에 아까 그 녀석이 집어 던진 묠니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신우! 레아가……! 레아가……!

보그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길함은 현실이 되었다.

* * *

{마나난 막 리르의 영혼을 흡수한다.}

남은 적들을 모두 정리한 후 지상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내게 메시지가 나타나며 레아의 수호령이 흡수되었다.

그걸로 이미 난 상황파악이 끝났다.

레아는 죽었다.

“안 돼……. 그런…….”

지상에 도달했을 때, 보그단과 레인저들, 그리고 몇몇 살아남은 백사자 기수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 지점을 크게 둘러싸고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지점은 마치 운석이라도 충돌한 듯 깊게 팬 크레이터.

가운데에는 망치가 꽂혀 있고.

주변으로는 피와 살점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아…….”

레아가 프라가라흐의 투영 매개체로 사용하던 에테르 블레이드.

그리고 부러진 쌍검.

난 현실을 부정하려 했지만 그 너무나도 명확한 흔적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라르스…….”

놈은 부상당한 채 지상에서 쉬고 있는 레아를 노렸다.

나와의 싸움 도중에 전장을 이탈한 부상자를.

실수도 아니고 고의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이게 그놈이 말하는 명예인가? 전사의 명예?’

이딴 짓을 하면서 명예 운운하는 그놈이 가증스러웠다.

세상 고고한 척은 혼자서 다 하더니, 결국 이런 비열한 짓을 했다.

그 쓰레기 같은 신도 아니고, 같은 필멸자끼리 말이다.

툭.

{에테르 해머}

중앙에 떨어져 있는 손잡이가 짧은 망치를 집어 들었다.

그건 묠니르의 투영 매개체가 되는 망치였다.

‘에테르 웨폰을 이렇게 버리고 갈 만큼…….’

아무래도 무기를 직접 집어 던지고 급하게 텔레포트 스크롤을 썼던 만큼, 회수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터였다.

난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놈이 그냥 도망쳤으면 이 귀한 에테르 웨폰을 이곳에 두고 빠져나갈 일도 없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증오스러웠던 거냐?’

그저 상대를 해치기 위해 손해마저 감수하는 순수한 악의.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신인데.

그 과정에 계속 필멸자들이 끼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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