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72화 (17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72화

“큭큭큭, 오크의 명예? 네놈도 재밌는 놈이구나.”

오딘이 라르스를 보며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닥쳐. 지금은 인간 놈들과의 싸움에만 집중해라.”

“그래, 그러도록 하지.”

돌아오는 날 선 반응에도, 오딘은 전혀 그걸 괘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욱 흥미로웠다.

‘종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오크라……. 옛날 생각이 나는군.’

자신이 내리는 계시를 따라, ‘발할라’로 가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고 불구덩이에도 서슴없이 뛰어들던 오크들.

실은 필멸자가 싸우다 죽어도 신계로 올라갈 수 있는 일 따윈 없지만, 어리석은 오크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다른 종족에 비해 유독 오크들이 호전적인 데에는, 그 타고난 신체 능력도 능력이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오딘의 기만 역시 한몫을 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녀석을 이용하면……. 재밌겠군.’

오딘은 지금의 라르스를 보며, 그때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쉬익!

“우린 어쩌면 애초부터 서로 싸울 필요가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오딘이 유신우를 향해 궁니르를 던지며 말했다.

“난 너의 생각을 존중한다. 오크족의 신으로서, 우리의 명예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말이다.”

“……닥치고 집중이나 해.”

라르스는 그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에길의 입에서는 나온 적이 없던 이야기.

물론 그 인격의 주체가 오딘이라는 신으로 바뀐 것은 알고 있지만.

어쨌든 여태까지 자신과 서로 죽일 듯이 싸워대던, 너무나도 생각이 달랐던 자가 갑자기 우호적으로 나오니 파문이 일 수밖에.

“앞으로는 서로 협력하자. 우리가 단결해서 인간과 엘프 놈들을 무너뜨리는 거다.”

“……진심이냐?”

“종족 내부의 투쟁은 그다음으로 미뤄도 되겠지. 말하자면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일시적 연합이라는 거다.”

라르스는 그 말을 하는 오딘을 보며 요르겐이 떠올랐다.

호전적인 오크 종족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하고 일시적이지만 동맹을 끌어낸 장본인.

그자가 죽자마자 오크는 뿔뿔이 흩어졌고, 상황이 여기까지 악화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과 오딘이 손을 잡는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말대로 공동의 적을 상대로 일치단결하는 오크를 다시금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선 눈앞의 적부터 처리하는 게 먼저일 것 같군.”

“그래야지.”

라르스는 묠니르의 자루를 바짝 움켜쥐었다.

유신우.

여기서 저 인간 종족의 거물을 없앤 다음, 오딘과 협정을 맺는다.

그렇게 하면 오크 종족은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런 기대감을 품고, 그는 자신의 코카트리스 비병들과 함께 유신우에게 맞섰다.

* * *

‘코카트리스……. 성가신 병종이군.’

라르스가 운용하는 부대는 닭과 뱀을 합쳐놓은 모양새의 코카트리스에 탑승한 비병들이었다.

대개 비병들의 탑승물로서는 용종을 제외한다면 순수 전투력이 가장 우수한 그리폰이 가장 강력한 마수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해모수와 오딘도 자신들의 비병을 그리폰 비병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르스는 그리폰이 아닌 코카트리스를 운용했다.

그건 아마도 저 마수가 가진 특유의 기술 때문일 것이다.

피잉!

백여 기가 넘는 코카트리스들이 일제히 눈에서 석화 광선을 쏘아 보내 우리를 공격했다.

비행 속도로 치자면 와이번과 코카트리스는 비할 데 없을 만큼 큰 격차를 가지고 있지만.

저 광선은 말 그대로 속도가 없는 즉발 공격이다.

저것들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그걸 쏠지 예측하고서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으앗!”

“아델!”

아델이 타고 있는 와이번의 날개에 그 석화 광선이 스쳤다.

와이번은 강력한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에 완전하게 석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한순간 광선이 닿은 날개 부분이 굳어버린 탓에 그만 비행 밸런스를 잃고 휘청였다.

그다음으로 벌어질 일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

연이어 날아드는 수십 가닥의 석화 광선이 아델을 집어삼켜 완전하게 돌로 만들어버릴 테고.

그리곤 묠니르와 궁니르가 그녀를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다.

‘보호해야 한다!’

난 곧장 그녀 쪽으로 다가가 성주신의 보호막을 펼쳤다.

피피핑!

쐐애액! 쩌렁!

아니나 다를까, 그 보호막 위로 연이어 온갖 공격이 쏟아졌다.

심지어 토르의 라르스와 오딘이 합심하기라도 했는지, 저 둘의 공격이 하나로 합쳐지기까지 했다.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오는 궁니르 주변으로 묠니르의 뇌전이 휘감겨 몇 배나 강한 파괴력을 냈다.

“으……! 젠장!”

난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력에 방어가 버겁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나 호흡을 하면서 보호막을 계속해서 중첩 전개하는데도 힘이 모자랐다.

심지어 용기사들로부터 마력을 전이받아 위력이 더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파캉!

그러다 결국, 보호막이 깨지고 말았다.

‘뇌격방출.’

하지만 내겐 아직 무기가 남아 있다.

‘격류 아스트라페!’

적의 공격은 내 보호막을 깨뜨리는 동안 상당히 약해진 상황.

이때 도리어 역공을 가해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생각으로, 가장 빠르게 광범위한 영역을 즉각 타격하는 권능을 사용했다.

콰르릉!

나를 비롯한 모든 용기사들의 몸에서 전류가 방사되며 사방으로 두꺼운 번개 줄기를 뻗어냈다.

수십 마리의 코카트리스들이 거기에 휩쓸려 한꺼번에 죽거나 기절했다.

“위로 상승해라! 다음 공격을 피해!”

라르스는 그 순간에 위협을 감지하고 자기 병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말대로, 내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4격, 티르빙.’

전류에 휩쓸려 기절한 비병들을 향해 여덟 기의 용기사들이 고속의 참격으로 화해 날아들었다.

츄카카칵!

라르스의 말을 들은 비병들은 그를 따라 하늘 높이 상승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비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당수가 내 검격에 동강 나고 말았다.

‘됐다! 전력의 삼 분의 일을 줄였어.’

내가 예상했던 대로, 지금의 공중전은 내 쪽이 더 우세했다.

기본적으로 바람의 힘을 다루는 오딘과의 공중전은 아무리 드래곤 나이트 클래스인 나라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토르 수호령의 라르스는 기껏 해봐야 코카트리스의 특수 능력과 자신의 뇌격밖에 내세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둘 중 오딘은 이미 자신의 병력을 다 잃은 상황이니, 당연히 내 쪽이 더 유리한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끝이다.’

난 하늘 높이 떠오른 적들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내지르기 위해 미스텔테인을 꺼냈다.

슈하아악!

라르스를 비롯한 코카트리스 비병들이 고도 한계 수준에 다다랐는지, 상승을 멈추고 다시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하하는 물건을 낚아채듯, 난 그것들이 내려오는 궤도를 향해 검기를 발산했다.

콰우우우!

예상대로라면 저 공격에 휩쓸려 모두 죽어야 한다.

그런데.

‘……빠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떨어진다.

라르스, 오딘, 코카트리스 모두.

아주 기다란 곡선을 그리며 이쪽을 향해 예상치를 훨씬 벗어난 속도로 급가속하며 내려온다.

당연히 내가 쏘아 보낸 검기의 궤적은 그들보다 한참 위쪽으로 치솟았다.

‘중력을 이용한 가속……?’

높은 곳에서 얻은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전환하며 행하는 고속 기동.

물론 그건 단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고, 저 속도 상승이 끝나면 다시 내 와이번보다 훨씬 느려 터진 표적이 될 게 분명하지만.

문제는 그 잠깐의 속도 상승이 지금,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공격이 맞질 않아.’

촤아악!

티르빙을 휘둘러 봤지만 자꾸만 빗나간다.

그 대신 도리어 참격이 끝나고 잠깐 동안 멈춰 있는 용기사들에게 뇌격이 흩뿌려진다.

콰릉!

“가렌!”

라르스로부터 부여받은 토르의 번개를, 수십 기의 코카트리스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흩뿌린다.

보통 같았으면 손쉽게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적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공격을 예측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덕분에 내 용기사 중 하나가 토르의 뇌전을 후방에서 얻어맞고 떨어지고 말았다.

‘상대속도의 차이로 명중률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더 빠른 쪽은 더 느린 쪽을 맞추기 쉬운 반면.

더 느린 쪽은 더 빠른 쪽을 맞추기 어렵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 소리지만.

3차원 기동이 가능한 광활한 공중에서는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그 격차의 체감이 월등히 크다.

‘비병을 이용한 에너지 기동이라니…….’

그동안은 알파 퓨리 와이번의 압도적인 힘과 속도를 내세워 일방적인 싸움을 해 왔다.

거리나 위치에 상관없이 순수한 능력치만으로 찍어 눌러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적은 그런 단순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상당히 영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

그건 물론, 지금 저기 있는 명령자의 역량 덕분일 것이다.

‘오딘.’

풍신 오딘.

바람을 다루면서 비병을 운용하는 자.

지금 놈이 토르 옆에 붙어 비행하며, 무어라 지속적으로 조언을 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놈을 먼저 베어야 한다.’

내가 뭔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

놈에게 배속된 비병들을 제거하면 팔다리를 다 잘라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오딘이라는 자 개인의 힘과 권능이 아니었다.

저 녀석의 전술.

놈의 지식에 영향을 받는 아군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였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벤다.’

나는 과감하게 속도를 올렸다.

가속이 떨어지기 전에, 다시 고공으로 상승하려는 적의 뒤를 바짝 쫓았다.

* * *

“젠장! 끈질기게 쫓는군.”

“하! 죽고 싶은 모양인가 보지!”

라르스는 초조해하는 반면, 오딘은 아직도 여유가 충분해 보였다.

방금 전의 중력을 이용한 기동 공격으로 상대의 용기사를 하나밖에 격추시키지 못했는데도, 전혀 문제없다는 태도였다.

“놈이 우리 뒤를 쫓고 있다. 인식하지 못한 건가?”

“알고 있어. 그러니까 죽고 싶은 거라고 하는 거지.”

“하?”

그런 와중에도 끝까지 자신감 넘치는 오딘을 보면서, 라르스는 내심 안심했다.

어쨌든 그의 말을 따라 공격을 행했더니, 정말로 저 말도 안 되는 능력치의 와이번을 격추시켰기 때문이다.

겨우 하나뿐이지만 말이다.

‘이런 자가 동맹이 된다면, 오크 족은 하늘에서 최강이 될 수 있다.’

그는 그런 기대감을 품었다.

얼마 전까진 서로 죽일 듯이 치고받고 싸우던 사이였지만.

뭐가 어찌 되었든 오딘은 아군이 되면 너무나도 든든한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그가 신이고, 필멸자들의 목숨을 벌레 취급하건 뭘 하건, 어쨌든 당장은 오크 종족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힐끗.

그는 하늘로 상승하던 도중에 뒤쪽에 있는 유신우를 슬쩍 돌아봤다.

여기서 저자만 물리치면 끝이다.

“돌아보지 마. 놈에게 공격 타이밍을 들키면 안 되니까.”

“아, 알았다.”

라르스는 어느새 오딘의 말을 따르는 부하 같은 존재가 되었다.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그의 말을 듣는 게 현명한 일이니 말이다.

“큭큭.”

오딘이 교활한 미소를 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손에 잡고 있던 궁니르를 슬쩍 놓았다.

궁니르는 떨어지면서 회전해 방향을 바꿨다.

“죽어라.”

뒤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유신우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불의의 기습.

바람을 머금은 창은 이 하늘에 떠 있는 모두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쉬이이익! 푸확!

뼈와 살갗을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

실드를 두드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신체를 직접 파고든 거다.

인과를 고정해 반드시 명중하는 창, 궁니르가 방어 기술에 막힌 게 아니라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곧 죽음.

목표물은 유신우였고, ‘인과 고정’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 외의 다른 자가 대신 맞아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저 소름 끼치는 소리는 창이 유신우를 관통했다는 뜻이다.

“크하하하하! 됐…….”

오딘은 그걸 알아채고 날아오르던 중에 뒤를 돌아봤다.

‘그 인간 놈을 죽였으면 이 싸움은 승리…….’

……라고, 생각한 찰나.

푸확!

뒤를 도느라 잠깐 멈칫한 오딘의 목은, 그대로 티르빙 참격에 의해 베어져 나갔다.

그건 물론 유신우의 오른손에 쥐어진 검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딘은 목이 잘려 나가는 마지막 순간에, 그런 그를 쳐다보며 머릿속에 의문이 띄워졌다.

“……어떻게?”

그 몸에는 궁니르는커녕 그것이 관통된 상처조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뒤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 삼두룡의 심장에 창이 꽂혔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네 뻔한 수작은 이제 더는 안 통해.”

앙그라 마이뉴의 화신 아지다하카.

궁니르는 동일한 마력을 가진 두 표적을 구분하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