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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67화 (167/348)
  •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67화

    나는 곧장 투이렌의 조직이 주둔하고 있는 영지로 부대를 이끌고 날아갔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동하기 위해, 빠른 기동력을 가진 병종들만 동원해서 말이다.

    해당 정보를 탈취당했다는 사실을 적이 인지하기도 전에 그곳을 소탕하기 위함이었다.

    “최윤아. 너는 고지를 점령해서 장거리 사격을 가해라.”

    “네.”

    장거리 포격 용도로는 고르곤 부대를 운용하는 다리우스를 데려오는 게 최적이겠지만.

    그쪽은 기동력이 너무 좋지 않아서 한시라도 빨리 공격을 감행하러 와야 하는 지금의 임무와는 맞지 않았다.

    대신 저격에 능한 최윤아를 데려와 신형 마나건을 이용한 장거리 공격을 주문한 것이다.

    때마침 여긴 영지 주변에 시야를 확보하기 좋은 고지대가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해모수. 넌 최대한 지상 폭격에 집중해. 공중은 내가 잡을 테니까.”

    “알았다.”

    내가 데리고 온 또 다른 병력은 그리폰 부대를 운용하는 해모수.

    이 녀석은 공중전은 좀 애매하지만, 퍼부은 화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녀석이다.

    그러니 그 화력을 지상공격에 집중하게 한 후.

    접근하는 요격부대는 내가 직접 드래곤 나이트를 이끌고 처리하는 게 목적.

    “그럼 간다.”

    참여 인원은 이게 끝이다.

    머릿수는 확실히 부족한 편.

    아무래도 급하게 움직이다 보니 너무 많은 병력은 데리고 올 수가 없었던 점이 컸다.

    그래도 부대 하나하나가 전부 높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전력 자체는 어중이떠중이 여럿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는 훨씬 강하다.

    이 정도면 이곳에 있는 점조직 하나쯤은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수준이다.

    “어이, 어이! 잠깐만!”

    아무튼 그렇게 공격을 시작하려던 순간, 또 다른 인물이 내 앞을 막아섰다.

    그는 하비였다.

    “음?”

    “나는? 나는 임무 없어?”

    그는 내게 뭔가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이 녀석은 딱히 부대를 운용하는 것도 아니고 혈혈단신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진 거라곤 오직 마력갑옷과 불멸 능력뿐.

    “아, 참. 그렇지.”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거 받아.”

    텅.

    나는 인벤토리에서 어떤 물건 하나를 꺼냈다.

    나타나자마자 바닥과 부딪혀 묵직한 소리를 내는 물건.

    커다란 바퀴가 달린 포좌 위에 신형 마나건 총열 열 개가 한 묶음으로 묶여 있는.

    마나 개틀링 건이었다.

    “이게 뭐야……?”

    “로마노프가 새로 개발한 거야. 넌 이걸 써.”

    신형 마나건을 연사형으로 만드는 게 도저히 불가해서, 아예 과거로 회귀해 버린 방식의 물건.

    총열의 단축조차 어려워서 아예 그 거대한 총들을 뭉텅이로 포좌에 얹어버린.

    구시대적이지만 무식한 화력을 발휘하는 이 물건을, 하비에게 넘겨줬다.

    “너라면 맘 놓고 이런 걸 쓸 수 있잖아.”

    사실 여기서 하비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데려올 생각도 없었는데, 굳이 억지로 오겠다고 해서 데리고 온 것이다.

    자기가 얻은 정보로 움직이는 거니 자기도 전투에 참여해야 한다나.

    난 그래서 이참에 이 녀석을 통해 로마노프가 만든 온갖 물건들을 테스트시킬 생각이었다.

    어차피 죽지도 않는 몸이라 얼마든지 괜찮을 테고 말이다.

    “조, 좋아! 역시…… 이 몸에겐 이런 괴물이 어울리지!”

    하비는 마나 개틀링 건을 만지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누구라도 그 위용 넘치는 자태를 보고서 매료되지 않을 수는 없긴 하다.

    “그럼, 이제 진짜로 간다.”

    “좋아!”

    내 손짓에 여덟 기의 용기사들, 백여 기의 그리폰 비병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고.

    최윤아의 마수 바다뱀 부대 역시 지상에서 치솟는 물길을 따라 전진했다.

    도르르륵.

    하비는 바퀴 달린 개틀링 건 포좌를 밀며 헐레벌떡 그 뒤로 쫓아왔다.

    * * *

    아래쪽으로 백여 기의 그리폰들이 편대를 이루고 날아가며, 불꽃을 쏟아내는 게 보였다.

    해모수의 화염탄을 그리폰 비병들 전부가 모방해서 시전한 것이었다.

    콰콰콰콰쾅!

    날아가는 비병들이 일제히 불꽃을 떨어뜨리고 그것이 지상에 닿으며 폭발을 일으키자.

    마치 대규모 폭격기 편대가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니, 그런 광경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했다.

    화르륵.

    곧이어 해모수가 인벤토리에서 칼을 꺼내 용광검을 투영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몸을 휘감던 다섯 마리의 화룡을 그 칼끝으로 모았다.

    천광지귀.

    화룡은 조그만 화구(火球)가 되었다.

    크기는 작지만, 그만큼 에너지가 극한으로 압축되어 거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새하얗게 빛나는 불꽃.

    화아악!

    이어서 백여 기의 그리폰 기수들이 한꺼번에 검을 내밀어 자신들의 마력을 화염 형태로 방출했다.

    목적지는 방금 해모수가 만들어낸 인공 태양.

    “하아압!”

    모든 비병들의 힘까지 한데 모여 극도로 강화된 천광지귀가, 해모수의 기합과 함께 칼끝으로부터 발아래의 지표면을 향해 전진했다.

    “산개! 하늘로 치솟는 화염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난 그 심상치 않은 위력의 기술에, 잠시 드래곤 나이트들과 함께 권능의 유효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자칫하다간 아군의 공격에 휘말려 피해를 입는 대참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쿠구구구.

    이윽고 인공태양이 땅에 닿아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던 아군 비병들은 모두 그 폭발의 범위 밖으로 이탈한 후였고.

    우린 그저 멀리서 상공을 선회하며 파멸의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저건…….”

    그걸 보면서 떠오른 장면은 하나뿐이었다.

    “핵폭탄 같군.”

    막대한 양의 화염과 함께 하늘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

    마치 성 한가운데 핵무기라도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콰창!

    성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공성 방어막은 그 화염이 타오르는 도중에 진작 깨졌다.

    그러고 난 후에도 화염과 후폭풍은 지상을 계속해서 강타하고 있으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지상군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명약관화.

    슈하아악!

    “적 비병대가 온다!”

    뒤늦게 적측의 살아남은 비병대가 우리를 요격하기 위해 날아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우리가 요격한다! 해모수! 넌 계속 폭격에 집중해!”

    끄덕.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꿋꿋이 방향을 틀어 다시 적진의 상공으로 날아갔다.

    상대 요격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지켜줄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2격 아레스의 검.’

    나는 모든 용기사들에게 나의 기술을 사용하도록 권능을 전해줬다.

    ‘모방시전.’

    쐐애액!

    초고속으로 기동하는 9기의 비행체들이 적 편대 사이로 뛰어들어 적을 분쇄한다.

    전신을 둘러싼 악룡 형상의 검기가 닿는 모든 걸 파괴한다.

    요격대와 비교하면 거의 일방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압도적인 속도.

    저들은 우리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이렇게 돌진하는 나 스스로도 움직임을 제어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투콱! 투콱!

    해모수의 그리폰 비병대를 요격하러 온 적들은 바싹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졌다.

    그들은 제대로 된 공격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사라졌다.

    “찾았다.”

    {수호령: 투이렌(신화)}

    그리고 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적의 리더, 이곳의 신을 발견해 냈다.

    신격이 깨어난 신화급 각성자.

    그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신이었다.

    그리고 아후라 마즈다의 의지를 이어 백산 클랜의 잔당으로서 계속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규모로 테러를 저지른다는 계획……. 하비가 가져온 문서에 드러나 있었다.’

    그러니 놈은 죽어야 한다.

    내 클랜원들과 연합에 소속된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

    그리고 내 개인적 복수를 위해.

    * * *

    투이렌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한 것은 자신이 이끄는 마수 흰개미 기수들을 포격 모드로 전환한 것이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흰개미들이 땅속을 파고 들어간 다음 얼굴만 바깥으로 내밀어 포격을 행한다.

    기수는 흰개미의 갑각 안으로 들어가 보호를 받으며, 자기 자신 또한 몸 대부분을 땅에 파묻음으로써 방어능력을 강화한 형태의 고정형 대공포병.

    투이렌은 특이하게도 굉장히 방어적인 병종을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포격 모드로 기다린 게 아니라 이제 와서?’

    난 처음에 뒤늦게 저런 행동을 한 걸 보고,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다.

    저런 병종들은 위치가 고정되어야 한다는 특성상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설마……?’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저 녀석은 그런 상식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천광지귀에 의해 통구이가 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해모수의 그 권능은 연달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필살기 같은 기술.

    그러니 지금 저 녀석이 나타났다는 건, 전적으로 해모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전투에 해모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서, 그리고 놈이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알고서 대비했다는 건가?’

    투확! 투화악!

    실제로 그가 운용하는 흰개미들은 부식성 독액을 공중으로 흩뿌리는 공격을 하고 있다.

    즉, 투이렌의 부대가 가진 속성은 불에 약한 수목(樹木) 속성이라는 뜻이고.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천적임이 확실한 해모수의 최강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된 지금.

    저 녀석에게는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츄아악!

    부식성 독액이 하늘 높이 스프레이처럼 흩뿌려졌다.

    염라가 이끌던 망자 부대의 베놈 런처와는 달리, 이건 하늘의 적을 잡기 위해서인지 넓은 범위를 그물처럼 덮는 공격이었다.

    ‘다가갈 수가 없어.’

    그 독액이 온 사방을 뒤덮은 덕에 접근은 불가능.

    그렇다고 곧바로 화염 공격을 사용한다면 청룡 때처럼 분진폭발로 도리어 내 쪽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저 독 가루는 투이렌 쪽이 아니라 우리 쪽에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지만 그럼에도 답은 찾아내면 된다.

    ‘아론다이트 발동.’

    돌풍을 일으키는 바람 속성의 마검을 꺼내 휘두른다.

    콰우우!

    이걸로 하늘에 퍼져 있는 독 가루를 모조리 흩어 보냈다.

    ‘적색파동발산기.’

    그리고 곧바로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염 공격을 가한다.

    ‘주작 제2격, 레바테인.’

    화르륵!

    수르트의 마검에서 신수 주작이 뻗어 나와 날갯짓으로 화염을 내뿜는다.

    강렬한 화염이 땅에 파묻혀 있는 흰개미들을 향해 쇄도한다.

    파삭!

    ‘사라졌다?’

    하지만 그 불꽃은 애꿎은 땅 위만 건드릴 뿐.

    이미 몸 전체를 땅속에 파묻은 흰개미들은 위험한 공격이 다가오는 순간 더 아래로 파고들어 공격을 피해냈다.

    지표면이 강렬한 화염으로 인해 뜨겁게 달궈지고 녹아내리긴 했지만.

    그런 부수적인 효과만으로 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건 불가능.

    ‘……기린 제1격, 칼라드볼그!’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번과 같이 신수 기린을 소환해 지표면을 두드리는 공격을 행했다.

    쾅! 콰쾅! 쾅!

    하지만 이번엔 이것도 통하지 않았다.

    상성이 맞지 않는 속성 공격은 먹히지 않는 건지, 흰개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듯해 보인다.

    파삭!

    저들은 눈 깜짝할 사이 다시 얼굴을 내밀고 다시 독액 화망을 구축해 우리의 접근을 막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지하 깊은 곳까지 녹아내리게 만드는 화염 공격을 행해야 하는 건가……?’

    결국 해답은 천광지귀에 준하는 위력의, 압도적으로 강력한 화염 속성 공격뿐.

    애초부터 저 녀석이 자기 병력을 희생시켜서라도 이 타이밍에 모습을 드러낸 데는 저런 확실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뭘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서 유리한 타이밍을 잡아 대응하고 있다…….’

    이쯤 되자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우리가 움직인다는 정보가 어딘가에서 새어 나갔다는 뜻인데…….’

    그 순간, 내 눈에는 마나 개틀링건을 쥐고서 신나게 적을 향해 쏴 갈기는 하비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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