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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62화 (16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62화

아후라 마즈다는 결국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놈에게 구속구를 채워!”

병사들은 그 하나를 제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제아무리 격이 많이 떨어졌다곤 해도, 어쨌거나 여전히 세계 최강급 강자인 ‘성황’이라는 건 여전한 사실.

그렇기에 이런 유리한 상황에서도 잡으려면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이것들이…….”

아후라 마즈다는 자신을 둘러싸고 달려드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고 이를 갈았다.

그 분노는 누구보다도 당연히 유신우를 향해 있었다.

‘나를 여기로 내보내기 위해, 그 안에서 그렇게 쫓아온 건가……? 제길.’

무엇보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적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점이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걸 모두 잃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국 그는 선택하고야 말았다.

자신의 목숨을 불태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간의 목숨을 가져가는 길을.

“구속구를 결속했습니다. 이걸로 저 녀석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을 겁니다.”

“믿을 수 있는 겁니까?”

“로마노프가 만든 거라 성능은 확실하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 건 아니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저자를 죽일 수 있는 능력자가 계속 감시하고 있어야…….”

“잠깐.”

“예?”

“저건 뭐죠?”

한창 아후라 마즈다의 처분에 관해 알포드 클랜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검제의 눈에 묶여 있던 아후라 마즈다가 제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들어왔다.

꿀렁. 꿀렁.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의 몸뚱이는 마치 전신에 애벌레가 기어 다니기라도 하는 듯, 핏줄이 잔뜩 튀어나온 채로 꿈틀거렸다.

언뜻 보기에도 절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네? 저건…….”

“……모두 떨어지세요!”

검제는 곧바로 그것이 위험 신호라는 걸 알아챘다.

그녀는 칼 한 자루를 빼 들고 무구를 투영한 다음, 아후라 마즈다의 목을 향해 빠르게 일격을 내질렀다.

원래 유신우의 계획대로라면 그자를 절대 죽이지 말고 생포해야 했지만.

그런데도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든 죽여도 되는 것으로 서로 합의를 보았다.

야드가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괜히 거기에 집착하다 아군 사상자를 내길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서걱!

칼날에 깃든 흉흉한 검기가 뻗어나와 그의 목까지 단숨에 닿았다.

폭발적인 마력을 흩뿌리는 공격은 아니었지만, 목표물의 목을 자르기엔 충분할 만큼 예리하고 간결한 일섬.

데굴-

그 단 한 방으로 아후라 마즈다의 머리가 순식간에 몸과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힘이 본격적으로 발산하기도 전에 죽어버린 것이다.

“거, 검제 님!”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뭐 하는 거죠? 우린 분명 이자를 생포하기로 했지 않았나요?”

아델이 그녀의 행동에 크게 반발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유신우의 입장을 가장 많이 대변하는 인물이었기도 했고.

또한 누구보다도 그가 야드가르에 관한 정보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검제의 행동을 안 좋게 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 녀석의 몸에서 수상한 징후가 포착된 탓에…….”

“수상한 징후라뇨?”

아델은 다시 한번 아후라 마즈다의 시신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시신에는 정말 아무런 특별한 점이 없었다.

몸과 목이 분리된 채 싸늘하게 식어가는 남자.

그뿐이었다.

“그럴 리가…… 저 녀석은 분명…….”

검제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며 시신에 다가가려던 순간.

피잉.

하얀 광선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건 죽은 줄 알았던 아후라 마즈다의 몸통에서, 소리 없이 펼쳐진 한쪽 날개가 쏘아낸 것이었다.

* * *

모두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트리거.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당겨져서 상황을 180도 바꿔 버리게 되는 함정을 깔아두는 것이, 아후라 마즈다의 주된 수법이었다.

과거 앙그라 마이뉴라 바벨탑에서 신화시대의 종언을 고했던 때에도.

세상을 뒤바꾸는 시스템의 발동 조건이 다름 아닌 자신의 죽음이었듯.

이번에도 역시나 자신의 죽음을 통해 상황이 적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게 만든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신체의 이상징후는 미끼. 적에게 죽임당함으로써 순수한 힘의 결정체가 되어 최후를 불사른다.’

그는 시스템을 창조할 때 ‘적에게 죽임당할 시 육체에서 힘이 분리되어 극대화 상태를 유지한다’는 조건을 자신의 몸뚱이에만 걸어둔 상태였다.

이건 육신이라는 그릇 밖으로 힘이라는 액체를 빼내는 작업이기에 절대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고.

곧 모든 힘을 소진해 존재마저 사라지는, 시한부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죽게 된다면 적어도 그 죽인 자에게 동귀어진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술.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야 하는 위치의 그에겐, 꼭 필요한 능력이었다.

‘앙그라 마이뉴. 넌 졌어.’

이곳에 승리자는 없다.

이로써 아후라 마즈다는 모두가 패배하는 길로 가는 문을 연 것이다.

피잉!

쓰러져 있던 시체의 등에서 날개 한쪽이 펼쳐지며 검제의 가슴을 뚫는 광선이 발사되었다.

“안 돼!”

“검제 님!”

그리고 모두의 정신이 그곳에 쏠려 있는 사이, 자신은 나머지 한쪽 날개를 펼치며 완전한 힘의 결정체 상태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새하얀 인간형의 빛 덩어리가,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서 하늘에 떠오른 모습.

“……신?”

그건 영락없는 신의 모습이었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거룩한 존재’에 관한 막연한 상상이, 지금 이곳의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것이다.

“모두 조심해! 저자는 검제를 죽인…….”

핏.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신의 얼굴에서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번쩍였다.

곧이어 클랜 연합군의 구성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 한가운데를 폭심지로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다.

* * *

땅이 뒤집힌다.

지표면이 갈라지고 흙먼지가 고고도까지 치솟아 햇빛을 가렸다.

바다가 말라 비틀어진다.

이곳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안가의 바닷물이 급격하게 증발하며 넓은 영역에서 수위가 낮아졌고, 그로 인해 육지에 해일이 들이닥쳤다.

이 거대한 폭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황량한 사막만이 남아 있을 뿐.

“으…… 으…….”

만약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다면, 그건 아주 운이 좋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강력한 방어력을 갖춘 강자들뿐일 것이다.

“하아…… 하아…….”

아델이 검을 치켜들고 마력을 넓게 투사해 배리어를 형성한 채로 서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경갑옷은 대부분이 불타 재처럼 조각이 되어버렸고, 그 아래의 피부는 까맣게 그을렸다.

그나마도 배리어에 가장 보호를 받은 다른 신체 부위가 그렇다는 것이고, 직접 칼을 쥔 손은 화상을 입은 상태.

“괜찮…… 나요?”

그녀는 그런 상태에서도 자신이 지킨 등 뒤의 사람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녀의 뒤에는 검제와 그녀를 부축한 벨그레이브 측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다.

“네, 네! 아직…… 숨이 붙어 계십니다!”

“다행…… 이네요.”

쨍그랑.

아델은 그렇게 말하고선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손등의 화상이 너무 심각해 도저히 자루를 움켜쥘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런 상태에서도 검제를 지키기 위해 억지로 방어막을 펼쳤다.

휘우우웅.

“하아…….”

황무지 위를 뒤덮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절망이 밀려왔다.

주변에 있던 그 많던 인원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모조리 소멸했다.

보이는 거라곤 몇몇 해골들과 무기 조각들뿐.

조금 전의 폭발이 대규모 클랜 연합군을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대체 어떻게…… 저런 게…….”

아델은 하늘 위에 떠 있는 ‘빛의 신’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심드렁하게 지표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과는 분위기부터 달라진, 살아 있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존재.

아후라 마즈다가 자신의 육신에서 뽑아낸 ‘힘의 결정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저런 게 만약 한 번 더 방금과 같은 공격을 퍼붓는 순간, 그나마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물론이고 지구 전체가 끝장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벅. 저벅.

“마, 마스터……!”

그걸 아는 검제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왼손으로는 피가 흐르는 가슴의 상처를 틀어막은 채, 오른손으로는 검을 쥔 채.

후들거리는 다리에도 불구하고 신에게 맞서려 걸어나갔다.

아델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부질없다는 투로 말했다.

“걸을 힘이 있다면 도망쳐요……. 돌아가서 부대를 재정비하고 만전으로 저자와 싸우라고요…….”

나름대로 현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냉정한 판단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도망치는 게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일 뿐이지만.

“틀렸습니다……. 저 녀석…… 절 쳐다보고 있습니다.”

검제의 말대로 신은 이쪽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 하늘에 떠 있었다.

뭘 하는 건지는 몰라도, 도망치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았다.

“……하아.”

아델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저를 인류의 희망이라 생각한 것 같지만…… 전 이제 한물간 각성자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동상이몽.

아델은 그 짧은 순간 검제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검제는 반대로 아델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 신우의…… 부대원이죠? ……얼른 그에게 돌아가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재정비를 하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당신이 무슨 수로요? 방금 못 봤어요? 저런 건…….”

“각성자는 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요?”

검제는 가면을 벗었다.

피부에 바짝 달라붙은 듯한 흰 가면이 떨어지면서 그녀의 원래 얼굴이 드러났다.

금빛의 단발머리를 가진 레아 아르노가, 프라가라흐를 공중에 띄우고 한 손으로 바갈타크를 움켜쥐었다.

“신우에게 꼭…… 돌아가세요.”

그리고는 몸에서 지금껏 보여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마력을 뿜어냈다.

에테르 증폭.

영혼을 갈아넣어 힘을 끌어낸다.

이걸로 폭발적인 강화 효과를 얻어내는 건 유신우나 이진윤 등도 마찬가지지만.

검제는 그들보다도 증폭 효과가 훨씬 더 거대했다.

다른 이들보다도 더 긴 시간 동안 각성자로서 활동하며, 누구보다도 많은 수의 직접 전투를 경험한 그녀에겐.

영혼에 축적된 무의 업이 남들보다도 훨씬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라가라흐.’

쩌렁!

덕분에 평상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속공, 강공을 퍼부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도 빠른 프라가라흐를 이 상태에서 날려 보내자,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허공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그것이 특유의 파공음과 합쳐지자 마치 천둥 번개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촤아아악!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 쥔 바갈타크를 휘둘러 검기를 발산했다.

대량의 마력 칼날 다발이 하늘을 뒤덮었다.

퍼퍼펑!

그리고 그것은 대공포처럼 공중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아후라 마즈다를 격추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런 식의 전개를 활용한 것이다.

“타앗!”

전방에서는 레아가 뻗어내는 검기가, 후방에서는 프라가라흐가 덮친다.

피한다 하더라도 고도의 유도 성능을 가진 프라가라흐에 의해 찢겨 나간다.

피하는 것도, 방어하는 것도 모두 어려운 진퇴양난의 이중 공격.

‘어느 쪽이냐!’

레아는 어느 한쪽 상황에서 이어지는 다음 수를 생각해 내기 위해 아후라 마즈다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그냥 가만히……?’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다가오는 자신을 쳐다볼 뿐.

콰콰콰쾅! 투콱!

검기와 프라가라흐가 전부 그의 몸에 적중했다.

아무런 방어 기믹도 없이, 모든 공격을 다 받아낸 것이다.

그것도 맨몸으로.

그런데도 어떠한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

덥석.

이어서 한 손으로 가까이 다가온 레아의 목덜미를 잡았다.

이 순간 극도로 향상된 반사신경으로도 그걸 피하지 못했다.

“컥…… 커억…….”

죽는다.

그냥 이렇게 허무하게.

아무런 대항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다.

기껏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했더니, 그게 다 부질없는 노력이 되었다.

그녀의 뇌리에 그런 절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으으……. 윽…….”

그리고 그 상태로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간다.

빛의 신과 같은 형상이 된 아후라 마즈다는 묵묵히 레아의 목숨을 천천히 앗아갔다.

시야가 흐려지고.

눈꺼풀이 감기며 죽음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려던 순간.

-내게 손을 뻗어라.

그녀의 내면에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

왠지 아주 오래전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누구죠?’

레아는 의문을 풀기 위해 그 정체를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나난 막 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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