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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61화 (16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61화

아후라 마즈다를 들쳐메고 도주하던 파란 늑대 기병들은 도심 안으로 들어갔다.

난 그곳에서 추격을 멈추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마치 이런 일이 있을 때 대응할 방법을 약속이라도 해놓은 듯, 그들은 교묘하게 건물 사이사이로 흩어져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난 신화 사냥꾼의 본능으로 아후라 마즈다의 흔적을 쫓아 추격하면 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높은 곳에서 한눈에 포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판단은 맞아떨어졌고, 난 금세 저 멀리서 포박이 풀린 채 줄행랑치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벌써 저기까지 도망갔군.’

플랜 B를 선택한 지금, 나는 도망치는 아후라 마즈다를 바짝 쫓아야만 한다.

확실히 생포 후 도주하기만 하면 되는 플랜 A에 비하면 매우 번거로운 과정.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와 최윤아 단둘이서는 키안의 추격에서 벗어나 도주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거신을 부르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목이 날아갔을 터였다.

‘어디 한번 도망쳐 봐. 그래 봐야 넌 내 손바닥 안이니까.’

물론 별수 없기는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것이 결코 더 나쁜 상황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이 조금 귀찮아졌을 뿐, 저 녀석이 내게 붙잡힌다는 결과는 결코 달라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저 녀석은 잠시 후, 내가 미리 세팅해 놓은 ‘거대한 덫’에 걸려 꼼짝없이 잡히게 될 것이다.

난 놈을 거기까지 몰아가기만 하면 된다.

‘곧 야드가르를 만날 수 있어.’

나를 소환해 낸 루 라바다가 그려낸 표식.

그 표식은 의심의 여지 없이 명확하게 아후라 마즈다를 가리키는 문양이었다.

내게서 직접 야드가르를 빼앗아 간 놈이 그렇게 말한 것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 저놈만 잡으면 돼.’

나는 야드가르를 생각하며 추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쐐애액!

지상을 내려다보며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던 도중, 아래쪽에서 마력탄이 날아왔다.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의 공격.

물론 피하면 그만이기에 나는 슬쩍 몸을 틀어서 간단히 피해냈다.

투투투퉁!

그러나 마탄은 한 발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성 아래에 위치한 수많은 거점으로부터 대량의 마력탄들이 한꺼번에 나 하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방금 그 정도 위력의 마탄이 수백, 아니, 수천 발이 쏘아 올려져, 마치 그물처럼 촘촘한 화망을 형성했다.

‘대공포병?’

부대 시스템 포병 병과의 일종인 대공포병.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병들을 카운터하기 위해 존재하는 병과로, 비병들에게는 그야말로 천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심지어 병과의 예외나 다름없는 최강 클래스인 드래곤 나이트조차 대공포병만큼은 유일한 상성 상 열위라 조심해야 한다.

‘백산 클랜……. 정말 부대 운용 숫자가 장난 아니군.’

지난번 염왕이 공격해왔을 때도 마찬가지로, 백산 클랜 소속의 병력은 정말 인해전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았다.

지금 성 안 곳곳에 배치된 대공포병들의 숫자만 봐도 그렇다.

날 향해 포를 쏘는 저 많은 병사들이, 이곳 병력 전부가 아니라 오로지 ‘대공포병’이라는 한 병과에만 해당되는 숫자다.

당연히 비중 상 보병, 기병, 비병은 저것보다 훨씬 더 많을 터.

이건 단순히 NPC 병사의 숫자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많은 부대를 이끌, 적당한 실력을 갖춘 각성자들이 백산 클랜에는 엄청나게 많다는 뜻인 거다.

아까운 병사와 마수들을 능력도 안 되는 지휘자에게 붙여줄 리는 없으니 말이다.

‘쳇, 아래로 내려가야겠어.’

결국 난 공중 추격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 * *

“돌격!”

밑에서는 나를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기병들이 달려들었다.

온갖 종류의 마수들의 등 위에 올라탄 사람들이 앞뒤에서 공격해 왔다.

그 각 무리의 맨 앞에 선 자는 물론 부대를 이끄는 각성자들.

{수호령: 가레스(전설)}

{수호령: 오스카르(전설)}

{수호령: 가네비어(전설)}

…….

그런데 그들 중 전설 수호령을 가진 자가 무려 여섯 명이나 되었다.

아까 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아후라 마즈다를 낚아채 갔던 푸른 늑대 기병들을 이끄는 자도 저들 중 한 명이었다.

이 한 지점에 모인 기병 클래스의 전설급 각성자만 여섯.

이 외에 다른 병과들에도 이만큼이나 되는 각성자가 포진해 있을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임이 틀림없다.

“후우.”

난 그들을 마주한 채 숨을 길게 들이쉬며 앞뒤로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기병들의 간격을 온몸으로 느꼈다.

마나 호흡과 동시에 보랏빛을 형성하고, 업화의 구를 발동한 채 오른손엔 에테르 큐브를 쥐었다.

‘혼자서는 위력이 크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4격 티르빙.

‘이 정도 수준이라면.’

20연격.

츄카카카카칵!

참격이 공간을 가르기 시작한다.

다량의 발톱 자국들이 서로 교차하며 허공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나를 기준으로 전후의 공간을 촘촘히 뒤덮을 정도로 늘어났고.

넓은 대로변을 가득 채우고서 내게 달려들던 기병들과 각성자들은 무수한 숫자의 참격에 의해 마치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잘게 썰린 육편으로 화했다.

쿠구구궁!

공격의 후폭풍은 양옆으로 늘어선 건물들에까지 미쳐 주변을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머, 머, 멈춰!”

선두 그룹이 처참하게 찢겨나가는 걸 보고서, 그 뒤를 따라 바짝 쫓아오던 각성자들은 잔뜩 겁먹고 마수들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공격을 당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지금 난 매우 바쁜 상황.

이런 타이밍에 내 앞길을 막는다?

그건 죽으려고 작정한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악룡 제2격, 아레스의 검.’

투하아악!

전신에 아지다하카 형상의 검기를 두르고 전방으로 초고속 돌진을 행한다.

기병 돌격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

순간 최고속력만큼은 지금 내가 펼칠 수 있는 기술 중에 가장 빠른 기술이다.

여기에 닿는 모든 적들은 인간과 마수를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분해된다.

“으아아아악!”

갑작스레 내달려오는 공격에 지레 겁먹고 도망치려 했지만.

기병들은 특성상 앞으로 진행하는 속도는 빨라도 뒤돌아 역행하는 건 느릴 수밖에 없다.

{오스카르의 영혼을 흡수한다.}

{가레스의 영혼을 흡수한다.}

{가네비어의 영혼을 흡수한다.}

결국 기세등등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전설급 각성자들은 모두 내 눈의 일부가 되었다.

파앗!

난 곧장 돌진기의 가속을 이어받아 앞으로 내달렸다.

아후라 마즈다가 남긴 흔적을 계속해서 쫓는다.

‘그래. 계속 도망쳐라.’

지상으로 내려온 탓에 추격이 좀 늘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저 녀석이 나를 계속 의식하며 도주하게 만드는 것.

이곳 영지 안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그걸 인식시켜 주기만 하면 된다.

쏴아아아!

그때, 주변에서 다량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도심 한가운데이고, 주변에 강이 흐르지도 않는다.

그런데 뜬금없이 마치 해변에 철썩이는 파도처럼 대규모의 물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최윤아.’

자세히 보니, 그녀가 거대한 바다뱀을 타고서 지상에서 물길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 뒤로 수십 명의 기수들이 저마다 자신의 마수 바다뱀을 타고서 쫓아왔다.

맨땅에서 물이 솟게 만드는 권능을 활용해, 물에서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마수 바다뱀의 기동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수병을 지상에서 활용하는 건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이군.’

난 그걸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이 성안에 그녀의 부대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타이밍에 그걸 이끌고 나타나 준 것이다.

“내성은 정리가 됐나?”

한창 내달리고 있는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그녀에게,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자를 놓쳤어요. 중상을 입히긴 했지만…….”

최윤아의 손에는 내가 건네준 신형 마나건이 들려 있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총을 든 모습.

아마도 저걸로 키안의 급소를 맞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확실하게 숨통을 끊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예전이었으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굉장히 분해하는 듯했다.

아마도 역사 수호령, 인류 최강의 저격수인 시모 해위해의 권능을 사용했던 예전이 아쉬웠던 모양.

하지만 사실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상대는 일신의 무력으로만 해도 나를 뛰어넘을 정도의 강자였으니 말이다.

그나마 예전에 쌓아놓았던 사격 관련 스킬들과 특성, 그리고 경험이 여전히 그녀의 몸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일을 해낸 거다.

“자책할 것 없어. 그 정도만 해도 잘한 거야. 그 키안이라는 놈은 나보다 더 강하니까. 넌 권능도 없이 나를 이긴 거나 마찬가지라고.”

“……고마워요.”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물론 그 말은 그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미사여구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최윤아 덕분에, 이제 난 확실하게 이 추격전을 끝낼 수 있는 확신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키안이 중상을 입었다면, 더 이상 이곳에 우리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이르프레는 내게 죽었다.

키안은 최윤아에게 당해 전투 불능이 되었다.

최윤아는 자신의 수병대를 이끌고 나에게 합류했다.

즉, 이제 백산 클랜에는 더 이상 신화급 각성자 이상의 전투력을 가진 적이 없을뿐더러.

도리어 그들 중 하나가 내 쪽으로 붙어 그만큼 전력이 늘어나기까지 한 셈이다.

이대로 아후라 마즈다를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내기만 하면, 난 완벽하게 플랜 B를 성공시킬 수 있다.

* * *

아후라 마즈다는 자신을 바짝 쫓아오는 유신우를 피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젠장, 도대체 그 이상한 거인은 뭐지? 그리고 최윤아는 대체 왜……?’

한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져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무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신으로서 군림하며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엘프들의 초고도 마법문명의 결정체를 처음으로 맞닥뜨린 걸로도 모자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아래에서 충실하게 자리를 지켰던 최윤아까지 그를 배신한 것이다.

‘앙그라 마이뉴……. 그놈은 도대체…….’

애초에 아주 오래전 시스템에 의해 세상에서 축출당했어야 할 자가 되살아난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로 인해 과거에도 지금에도, 자신이 생각하고 실행하려는 모든 계획이 다 흐트러지고 있었다.

“젠장…….”

그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내달렸다.

쉬이익! 콰우우우!

“큭!”

그때, 뒤에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아후라 마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재빨리 땅을 박차며 몸을 틀어 그걸 피했다.

옆으로 청룡 형상의 마력파가 스쳐 지나갔다.

‘저건…….’

오방신수의 힘을 파동으로 방출하는 기술.

그걸 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 유신우뿐이다.

‘벌써 여기까지!’

이제 가시거리까지 쫓아왔음을 확인한 아후라 마즈다는, 이대로 가다간 곧 붙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안 돼. 이제 포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의 힘은 유신우나 다른 각성한 신들에 비하면 그리 강하지 않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는 뒤처졌다.

물론 거기엔 이유가 있지만…….

아무튼 그걸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도망만 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무슨 수를 써도 유신우와 정면 대결을 해 이길 가능성이 없다.

“마스터! 제가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바로 그때, 성문 앞에서 검을 든 각성자 하나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전설 수호령 우서 펜드래곤의 소유자, 안드레스였다.

그에겐 1만 명이라는, 코스트를 가득 채운 보병대가 배속되어 있었다.

‘그래, 이놈이라면…….’

물론 영 못 미더운 건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아서 왕의 아버지 수호령을 가지고 있고, 보병의 머릿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유신우를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그 옆엔 최윤아까지 수병대를 이끌고 쫓아오고 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어줄 수는 있다.

‘그거면 충분해.’

그동안 자신은 영지 밖으로 도망치고, 유신우가 찾지 못하도록 흔적을 지워가며 도주하면 끝.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마스터인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백산 클랜은 어떻게든 되살아날 테니 말이다.

“너한테 맡긴다. 부탁하마!”

“예!”

그는 총알받이 역할을 해줄 안드레스를 뒤로 내버려 둔 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포탈을 향해 뛰었다.

다행히 예상한 대로 유신우의 추격이 늦어지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는 그사이 포탈을 향해 더 빨리 접근했다.

‘이제 끝이다……! 저기에 몸이 닿기만 하면……!’

눈앞에 포탈이 보였다.

사방이 보이지 않는 차원의 벽으로 가로막힌 이 비좁은 영지를 벗어나.

거대한 지구로 나가는 출구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

거기에 신체가 닿고 밖으로 나가겠다는 생각만 하면 끝.

아후라 마즈다는 마치 출루하는 야구 선수처럼, 포탈이라는 베이스를 향해 온몸을 던졌다.

화아악!

그리고 그 결과.

턱.

‘세이프!’

파아아앗.

그는 결국 도착하고야 말았다.

꼴사나운 모습으로 엎어진 채.

“성황 발견. 포획.”

검제와.

“오랜만이네요, 선율 씨.”

마존과.

“저게 이 시대의 아후라 마즈다인가?”

염왕과.

“허튼짓하지 못하게 막아!”

“넵!”

아리사카, 벨그레이브, 레이먼, 알포드라는 클랜 연합 대군이 만든 포위망 한가운데에.

유신우의 ‘거대한 덫’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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