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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60화 (16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60화

엘프에게 지원받은 황금 거신은 스스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로봇이었다.

미리 입력해 둔 설정에 따라, 죽여야 할 대상과 보호해야 할 대상, 죽이지 않고 생포해야 할 대상을 알아서 구분하는 병기.

그러니까 안에 말이 통하는 파일럿이 타고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로 작동할까?’

솔직히 난 이걸 불러냈으면서도 불안했다.

이런 걸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건, 현재로선 타차원계에 소속된 종족을 이쪽 차원계로 불러들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

그래서 이런 무생물 자동병기를 소환한 건데.

문제는 누가 아후라 마즈다인지,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를 이게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이었다.

‘엘프들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사람을 인공지능이 알아서 판단한다는 얘긴데…….’

상식적으로 인공지능이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느냐 하는 건 둘째 치고.

애초에 데이터 자체가 없는 상대를 구분한다는 게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 의문이다.

철컹. 철컹.

키리리리릭.

거대한 쇳덩어리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포구를 조정한다.

“무, 무슨……?”

그것이 가장 먼저 사격의 대상으로 정한 상대는.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최고 위험 대상인 키안이었다.

큐웅!

왼손과 왼 어깨의 포탑에서 두 줄의 푸른 레이저포가 발사되었다.

엘프들이 쓰던 사격 무기인 지팡이와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른 광선.

포탑의 크기만큼 두께도 엄청나게 굵었고, 위력도 궤를 달리했다.

이런 위험한 상황 속에서 저 단 한 기의 로봇에 ‘지원군’이라는 표현을 붙여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큭!”

키안은 그 지근거리에서 날아온 공격을 바닥을 굴러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광선은 직접 닿지도 않은 그의 몸에 붉은 열상을 만들어냈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

그 광선에 직접 닿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바닥을 보면 알 수 있다.

지하 깊은 곳까지 녹아내려 새빨간 용암 웅덩이가 생겨버린 바닥을 말이다.

“앙그라 마이뉴! 네놈이냐!”

이 상황에 맞닥뜨리자마자, 아후라 마즈다는 금세 카이르프레로 변장한 게 나라는 걸 간파했다.

지난번에도 내 외모가 바뀌는 걸 봤었으니, 이번에도 내가 그 특성을 사용했다고 짐작한 것이다.

피잉!

그와 동시에 그는 제자리에서 나를 향해 손가락으로 흰 광선을 쏘아 보냈다.

내가 저 거신을 소환했으니, 술자인 나를 공격해 작동을 멈추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투웅.

하지만 그의 공격은 이내 허공에서 입자로 분해되어 흩어지고 말았다.

황금 거신이 오른손 포탑에서 쏘아 보낸 에너지 덩어리가 공중에서 터지며 형성한 일종의 디스펠 영역에 가로막힌 것이다.

“젠장, 대체 어디서 저런 걸……!”

결국 그는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한 듯,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

지이잉.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

거신의 오른쪽 허벅지에 달린 포구가 도망치려는 아후라 마즈다를 조준하더니, 초록빛 링 같은 걸 쏘아 보냈기 때문이다.

“으앗!”

그 링들은 도망치는 아후라 마즈다에게 날아들어 밧줄처럼 팔과 다리를 포박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결국 꼴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대체 이 만능 로봇은 뭐야……?’

방금 전에 했던 우려가 무색하게, 거신은 피아의 구분과 목표 지향적 행동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가장 위험한 적을 먼저 견제하고, 나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생포해야 할 적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포박하는 것.

그걸 단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장에 투입되자마자 해낸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군.’

난 이 모든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며, 엘프들의 기술력에 또다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팡이와 갑옷을 훔쳤을 때만 해도 이제 곧 그들의 기술력을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고.

부대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을 때에는 각성자의 힘만으로도 저 문명과의 전면전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이제 더 이상 장담할 수가 없다.

이런 로봇을 군단 단위로 굴릴 엘프들과 싸워 이기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는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

아무튼 지금은 눈앞의 상황을 마무리 짓는 게 먼저.

난 곧장 아후라 마즈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 포박당해 있는 그를 둘러업고서라도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기병대!”

투쾅!

그러나 정면에서 한 무리의 마수 늑대를 탄 기병들이 벽을 뚫고 나타나더니.

“클랜 마스터를 지켜라!”

투두두두!

‘이런!’

바닥에 꽁꽁 묶인 채 널브러져 있는 아후라 마즈다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집어 들고 도주했다.

탓!

난 어떻게든 그들보다 먼저 도달하려고 온 힘을 다해 뛰었으나, 그 푸른 갈기늑대 기병들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아레스의 검을 썼다면 내가 더 빨랐을 수도 있겠지만, 자색파동을 준비할 틈이 없었기에 불가능했다.

“너는 내가 상대해 주마!”

곧이어 반대쪽에서는 화염에 둘러싸인 헬하운드 기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전 거신에게 견제당한 키안 또한 어느새 자신의 헬 하운드에 올라타 있었다.

“돌격!”

그는 자신의 부대와 함께, 혼자서 나와 거신 둘 다를 한꺼번에 상대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강력한 레이저포 사격을 전부 피해내면서, 두 무리로 나뉘어 나와 거신에게 한꺼번에 달려든다.

콰쾅!

날렵한 움직임과 강력한 돌격기로 무장한 키안의 기병대는, 그 강력한 거신조차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젠장.”

결국 나도 같이 싸울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한 무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에.

난 손에 티르빙을 꺼내 움켜쥐었다.

“신우 씨.”

그런데 그때, 옆에서 지금껏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최윤아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긴 제가 맡을게요.”

그러고는 내 앞으로 걸어나가 헬하운드 기수들에게 맞섰다.

양손에 권능을 시전하기 위한 대량의 마나를 움켜쥔 채였다.

심경의 변화를 소극적으로만 받아들이던 그녀가, 드디어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백선율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기로.

“……그래. 부탁한다.”

화악.

난 그녀를 뒤로한 채, 날개를 펼쳐 아후라 마즈다를 데리고 도주한 푸른 늑대 기병 무리를 쫓았다.

* * *

“뭐야? 너, 우리를 배신한 거냐?”

키안이 눈을 매섭게 뜨고서 최윤아를 몰아붙였다.

큐웅! 큐웅!

그 와중에도 날아드는 레이 캐넌 공격을 피하면서 말이다.

“…….”

“하, 인간이라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 믿을 데가 없는 쓰레기들이군.”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묵묵히 자신의 권능을 시전하려는 최윤아를 힐난했다.

그러고는 신으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너희는 역시 그냥 우리한테 지배당하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삶인 것 같군! 내가 친히 네 목숨을 거둬주마!”

화르륵!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화염이 더 맹렬히 타오르더니, 헬하운드 기병대 전체의 움직임이 급격히 빨라졌다.

그와 동시에 기병들의 용맹성 역시 더욱 증가되었다.

거신의 매서운 광선 공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거세게 달려든다.

그건 최윤아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거구나…….”

그녀는 그런 키안을 보며 확신을 가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신과 필멸자…….’

그동안 클랜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띄게 강해진 키안과 카이르프레.

기존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느니, 정체성이 달라졌다느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릴 해대는 그들이었지만.

최윤아는 그런 와중에도 전혀,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왜냐면 인간일 때나 신격이 각성했을 때나 성격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을 하등한 존재로 취급하며 내리깔아보는 건 키안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수호령에 의해 육체가 지배당한다’는 사실을 직접 듣기 전까지는, 그들의 그런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간성이 말살된다는 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신과 같은 쓰레기가 된다는 뜻.’

하지만 어제 유신우와 대화를 나눈 이후로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고, 그들은 인간을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개자식들이라는 것.

인간이 그런 자들과 다름없는 악을 몸에 품었을 때, 결국에는 그들에게 몸을 빼앗긴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들의 배후가 백선율이라는 사실까지.

‘백선율……. 아니, 아후라 마즈다.’

그녀는 이제 자기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깨달았다.

자신에게 걸려 있던 암시를 깨뜨리고, 머릿속을 지배하던 아후라 마즈다의 흔적에 반기를 들었다.

‘난 인간이야.’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마나를 권능으로 변환시켰다.

쏴아!

눈앞의 공간이 왜곡되며 땅이 가로로 갈라지고 그 틈에서 고압의 물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일종의 물길로 이루어진 벽이 생긴 것이다.

“흥! 이깟 허술한 벽 따위!”

상성 상 화염 속성인 키안이 물을 다루는 최윤아에게는 불리하기에, 그 벽에 직접 부딪힐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기동성을 가진, 헬하운드 기병대의 리더.

이런 마법의 벽 같은 건 그저 피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쏴아아!

“쳇!”

물론 최윤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키안이 그렇게 옆으로 우회해오려고 하자, 연달아 권능을 사용해 다른 방향으로도 벽을 형성한 것이다.

그는 다시 그걸 피해 반대로 파고들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새롭게 형성되는 물길 벽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다.

큐웅! 큐웅!

“끄악!”

그러는 사이 뒤에서 거신이 쏘아대는 레이 캐논이 키안의 기병들을 덮쳤다.

360도 전방향으로 사격이 가능한 6문의 포탑이 자신과 직접 맞닥뜨린 전방의 적뿐만 아니라 최윤아에게 달려드는 후방의 적까지 견제했다.

‘유신우의 아군을 지키라’는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저 깡통이!”

키안은 계속해서 귀찮게 자신을 방해하는 황금 거신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금 전투 중에 죽어 나가는 기병의 숫자가 꽤나 많아서, 자신의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병력의 소모는 곧 자신의 능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저 위협적인 거신의 공격을 멈추게 해야만 했다.

“저 괴물에게 공격을 집중해!”

결국 키안은 기수를 돌려 최윤아가 아니라 거신을 먼저 공략하기로 했다.

어차피 부대원도 없어서 공격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을 최윤아를 등지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화아악!

콰콰쾅!

그렇게 모든 헬하운드 기병대의 공격을 한 점으로 집중시키자, 공성전을 치를 때와 같은 압도적인 위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수백의 기병들이 마치 하나의 생물이 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장관이 펼쳐졌고.

거기에 레이 캐넌을 난사하며 대응하는 거신은 조금씩 그럴듯한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파직! 콰앙!

마침내 오른쪽 허벅지에 달려 있던 포탑이 폭발.

콰쾅!

연달아 왼팔이 잘려나가면서 또 하나의 화력을 잃었고.

철컹!

왼쪽 다리가 부서지면서 지상에 무릎을 꿇기에 이르렀다.

왼 허벅지의 포탑이 바닥에 처박혀 사격 각도가 제한되는 탓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덤.

황금 거신은 이제, 화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모자라 기동까지 제한되어 버렸다.

“하하하! 이따위 무기로 내 발목을 잡을 순 없지!”

키안은 자신이 쓰러뜨린 거신을 보며 기세등등해졌다.

대체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지, 신인 자신조차 짐작도 되지 않을 강력한 병기였지만, 그런 괴물 같은 놈을 기어코 쓰러뜨리고 만 것이다.

“기병대! 저건 내버려 두고 클랜 마스터를 구출하러 간다!”

“예!”

그리고 그는 남은 3개의 포탑으로 광선을 뿜어대는 거신을 그대로 둔 채 내성 밖으로 나간다는 선택을 했다.

왼쪽 팔과 왼쪽 다리가 부서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저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

그러니 쓸데없이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바엔 당장 아후라 마즈다를 도우러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년은 도망친 모양이군.”

최윤아는 어느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거신과 싸우는 동안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한심하긴.”

어차피 여기 계속 있다간 죽을 게 뻔했으니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긴 하지만.

지레 겁먹고 줄행랑을 쳐버린 그녀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가자.”

키안은 자신의 기병들을 이끌고 내성을 벗어나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를 쫓기 시작했다.

“음?”

그런데 그때, 오한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투두두두.

헬하운드는 이미 전력을 다해 앞으로 발을 내디디고 있는 상황.

한데 왜인지 저 앞의 문을 지나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짧은 순간 뇌리를 강하게 스쳤다.

그 문이 마치 죽음을 넘나드는 경계선처럼 느껴진 것이다.

‘안 된다. 저길 넘으면……!’

그는 그 불길한 기운에 달리고 있는 헬하운드의 고삐를 잡아당겨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터라 그건 불가능했다.

‘젠장!’

결국 그 죽음의 선은 기어이 자신의 발밑으로 지나쳤고.

다음 순간 키안은, 이 지극히도 불쾌한 감각이 무엇인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심연처럼 깊은 검은 구멍.

저 멀리 너무나도 기막힌 위치에 자리 잡은.

최윤아의 손에 들려진 대물 저격총의 총구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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