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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59화 (15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9화

염왕이 가르쳐 준 정보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아후라 마즈다가 데리고 있는 신화급 각성자 중에 수색과 침투 능력에 특화된 자가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그 점을 역이용해 그자가 나에게 붙잡히도록 유도했다.

이 안에 들어온 모든 병력을 내 영지에 꽁꽁 묶어두고 외부로 새어나가는 정보를 완전 차단한 뒤.

이 안의 상황에 대해 알고 싶어 안달이 났을 아후라 마즈다가 보낸 정찰을 붙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잡아낸 녀석에게 은근슬쩍 과거 신화시대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주 제대로 낚였다.

그걸로 끝.

카이르프레라는 신은 나에게 충분히 죽을 만했던 쓰레기들 중 하나였고.

난 그에게 가차 없이 사형을 집행했다.

이제 놈은 내 눈에 붙잡혀 심연에 떨어진 원귀에 불과한 존재가 되었다.

“다시 인사하지. 오랜만이다, 최윤아.”

다만 이번 작전에 한 가지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면 그건 바로 최윤아였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하지만 그녀는 내 악수를 거부했다.

여전히 예전과는 다른, 극도로 차가운 분위기가 풍겼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최윤아 역시 이진윤처럼 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아후라 마즈다에 의해 정신 조작을 당한 것이다.

‘아직 육체를 빼앗긴 건 아니야.’

물론 최윤아는 방금 목이 떨어져 나간 녀석과는 달리 신으로 각성하지는 못했다.

그건 방금 전의 내가 한 신화시대의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점과.

지금 오른쪽 눈의 악의를 한껏 개방하고 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난 너를 해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백산 클랜에서 손을 떼고, 내 쪽으로 붙어라.”

분명 최윤아는 아후라 마즈다의 방침과는 결코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 거다.

모든 신화급 각성자들에게 ‘인간성의 상실’을 끌어내는 게 그의 최종 목표였을 테지만.

최윤아는 그렇게 하기엔 너무 상냥한 사람이었다.

정신 조작과 암시로 인해 풍기는 분위기마저 달라진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사람으로서 마지막 도리를 지켜온 것이다.

이 긴 시간 동안 지금까지도 인간으로서 남아 있는 게 그 증거다.

“정말…… 사실인가요?”

그녀는 한참 동안의 침묵 끝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뭐가?”

“……인간성을 잃으면, 수호령에게 육체를 지배당한다는 이야기.”

그러고는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듯 내게 되물었다.

아후라 마즈다는 그런 사항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비인간적인 존재가 된다는 게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안 되기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옳다’고 합리화하기 마련이기에, ‘옳지 않은 일을 하자’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성 상실을 방해하는 요소일 터.

“그래. 사실이야.”

이제라도 그걸 인지하게 되었으니, 그녀는 적어도 신격에 육체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로써 또 하나의 적을 줄인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동안 넌 속아왔어. 아무리 백선율을 위해 열심히 일해 봤자, 종국에는 네 스스로 너 자신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결말만이 있을 뿐.”

난 계속해서 최윤아의 약점을 건드렸다.

백선율에게 묘한 애착 관계 같은 것이 형성되어 보였던 걸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 녀석이 너한테 원했던 건 너 자신이 아니라, 네 몸을 차지할 수호령이었어. 넌 그저 백선율에게 껍데기였을 뿐이라고.”

“…….”

그녀는 결국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 * *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후라 마즈다를 잡기 위한 계획.

해모수에게서 얻어낸 정보로 놈의 대략적인 동선을 확보했고, 난 그걸 이용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만 하면 된다.

“혹시나 누가 너한테 물으면 준비한 대로 말만 하면 돼.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알겠어요.”

이곳은 백산 클랜의 영토에 포함된 어느 성 내부.

난 최윤아와 둘이서 아후라 마즈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난 유신우가 아니라, 카이르프레다.

놈의 시신을 포식하고 외형을 변화한 것이다.

이 모습으로 변장한 채 보고를 한다는 명목으로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후, 준비한 물건으로 놈을 단숨에 잡아들일 생각이었다.

저벅. 저벅.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내 발소리가 내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주변은 수많은 민간인들로 인해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소리가 혹여 너무 크게 들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그만큼 많이 긴장한 탓이다.

사실상 적진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극히 위험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걸로 한 번에 그놈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최고의 전개.’

물론 이렇게 불의의 기습으로 한 번에 끝낼 수만 있다면 그런 위험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게다가 실패했을 시의 준비도 철저하게 해 놓았기 때문에 마냥 도박 수인 것도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오, 카이르프레. 드디어 돌아왔군.”

아후라 마즈다에게 접근하던 도중에,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수호령: 키안(신화)}

붉은 머리칼을 가진, 강렬한 인상을 가진 남자.

그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다가와 포옹을 하더니, 등을 두드리며 힘을 과시했다.

퍽! 퍽!

난 얼떨결에 그의 과격한 인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순간, 헛기침이 나올 정도로 강한 짓눌림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강하다……. 역시 이 녀석도 신으로서 각성한 놈이겠지.’

신체 능력이라면 나도 어디 가서 절대 꿇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아니, 사실상 지구상 최강자 중 하나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

그럼에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압력이 느껴진다는 건, 이자는 절대 평범한 인간 각성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만약 지금 내가 드래곤 나이트를 대동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이겨줄 수 있겠지만.

이렇게 단독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는 무조건 내가 밀릴 것이다.

더군다나 여긴 이 자들의 진영 안이었기 때문에, 부대를 동원하는 것도 내가 훨씬 불리한 상황.

그렇기에 지금은 이 자와 섣불리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어때? 앙그라 마이뉴 그놈은 거기 틀어박혀서 뭘 하고 있었지?”

“네 말이 맞았어.”

“무슨 말?”

“염왕이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 클랜원들을 전부 죽였다. 보고가 들어오지 않은 건 다 그것 때문이었어.”

난 사전에 최윤아로부터 이들 사이에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 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전에 언급했던 말을 상기시켜주며 정찰 정보를 전달하는 척하는 것이다.

“하!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 뺀질뺀질한 인간 놈, 어쩐지 못 미덥더라니.”

“그리고 그 녀석들끼리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야. 얼른 아후라 마즈다에게 알려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해.”

“꿍꿍이? 큭큭! 어리석은 놈들. 어디 한번 해보라지. 그래봐야 내 앞에선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

키안은 가진 힘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쳤다.

물론 그럼에도 절대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건 확실했다.

저런 성격의 소유자라고 해서 싸움에서까지 방심이 많으리란 법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어쨌든 난 자연스럽게 그와 대화를 마치고 다시 목표물을 향해 접근하려고 했다.

그런데 키안은 나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 아후라 마즈다에게 가는 거지?”

“……그런데?”

“마침 나도 그 녀석에게 용건이 있어서. 같이 가자고.”

대신 목표물이 있는 곳까지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젠장.’

가장 조심해야 할 존재를 혹처럼 붙인 채로 움직여야 한다니.

난 여기서 생각했던 계획이 꼬이기 시작함을 직감했다.

‘이러면 설사 생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내 안위가 위험해지는데.’

이 계획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내가 안전하게 이곳에서 탈출해야만 의미가 있었다.

아후라 마즈다를 잡는다고 한들 내가 죽어버리면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뭐 해? 얼른 가자.”

키안이 앞장서서 나를 재촉했다.

‘……젠장.’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일단 움직여야 한다.

난 하는 수 없이 같이 움직이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내성에 조성된 집무실.

저 끝에 아후라 마즈다가 서 있다.

그는 상태창으로 이 영지에 관련된 각종 관리요소들을 조작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스윽.

난 곧바로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거기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금속제 큐브 같은 게 들어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엘프들이 내게 지원해 준 휴대용 워프 장치였다.

목표물을 지정된 장소로 강제 공간이동시키는 마법의 도구.

그걸 사용하면 아후라 마즈다를 단번에 엘프들이 만들어놓은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다.

이건 너무 기술력이 뛰어나서 시스템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 인벤토리에도 들어가지 않는 물건이었다.

‘여기서 사용하면 100% 생포에 성공한다.’

지금 저 녀석은 관리 업무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이고.

워프 장치를 사용하기엔 최적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여기서 굳이 대화를 걸 필요 없이 그 물건을 사용하기만 하면 끝.

그럼 난 아후라 마즈다를 잡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그렇게 되면 난 적진 한가운데에 적의 가장 강력한 장수를 코앞에 두고 갇히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워프 장치는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개수도 딱 하나밖에 없었다.

엘프들의 세계에서 맺어진 ‘규약’으로 인해 워프 장치를 두 개 이상 양도하는 게 불가능하다나.

아무튼 그 덕분에 지금 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플랜 A로 갈지. 아니면 플랜 B로 갈지.’

난 주머니 속의 큐브를 손에 꼭 쥔 채, 머릿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들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테나의 특성인 ‘승리자의 사고체계’까지 사용해 짧은 순간 동안 고속사고를 행하면서까지.

“어이. 카이르프레가 복귀했다.”

“음?”

그사이 키안이 먼저 대뜸 그에게 말을 걸어 주의를 끌었다.

아후라 마즈다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와 키안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 왔군. 상황은 어땠지?”

“내 말이 맞았어.”

그의 물음에 키안이 대신 답했다.

키안은 자기 말이 옳았다는 사실에 아주 신난 것처럼 보였다.

“네 말이 맞았다고?”

“염왕 놈이 우리를 배신했을 거라고 했잖아? 카이르프레가 보고 왔는데, 정말로 그랬다고 하더군. 안 그래?”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한데 그 순간, 분위기가 싸늘하게 바뀌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이 분위기를 만든 자는 다름 아닌 아후라 마즈다.

“……잠깐만.”

“응?”

키안은 여전히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후라 마즈다는 무언가 눈치챈 것 같았다.

“……저 녀석. 우리 클랜 소속이 아니…….”

그러나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파아아앗.

내 주머니 속에서 강렬한 광채가 퍼져 나온다.

워프 큐브가 발동된다.

‘선택은…….’

수많은 계산 끝에, 결국 나는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

‘……플랜 B.’

이에 따라 움직이는 워프 큐브의 작동 방식은 역류 텔레포트.

대상을 지정한 장소로 순간 이동시키는 대신, 지정한 장소의 대상을 이곳으로 불러오는 방식이다.

플랜 A로는 도저히 내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결론 하에, 차라리 엘프 차원으로부터 다른 존재를 불러내 지원을 받길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불러들인 지원군의 정체는.

철컹. 프쉬이이익!

황금 거신.

전고 5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거대 인형병기(人形兵器)가 전신에서 스팀을 방출하며 안광을 번쩍였다.

키리리리릭.

양손, 양어깨, 양 허벅지에 장착된 6문의 레이 캐넌(Lay cannon)이 저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이리저리 포구를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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