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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56화 (15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6화

브랜든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니, 저건 브랜든이 아니라 전혀 다른 존재.

인간 신계의 일원인 해모수였다.

난 그걸 보자마자 직감했다.

‘죽여야 해.’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생포’는 무의미하다.

설령 저 녀석이 브랜든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한들.

지금 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순순히 생포당해 줄 수준의 크기가 아니었다.

염라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힘이 급격하게 증가한 모습.

아무래도 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순간 필멸자로서의 한계를 크게 돌파하는 모종의 강화 효과가 작용한 것 같다.

그러니 정보를 포기하더라도 지금 당장 놈을 죽여야 한다.

안 그러면 이 전투에 무슨 변수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이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지금 당장 펼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공격은…….’

아지다하카가 물질세계에 구현되어 있고 무구들이 모두 내 손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

당장 용기사들의 마력을 연결 받아 힘이 강해져 있다 하더라도, 멈춰 있는 거대 무구들을 다시 추진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아지다하카를 불러들여 보랏빛을 형성한 다음 자색파동기를 쓰는 건 더더욱 느릴 테고.

‘뇌격창 아스트라페 장전.’

그래서 나는 현시점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권능을 선택했다.

허공에 떠 있던 거대한 창 하나가 사라지면서 내 손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방출.’

그리고 난 그 전류를 해모수를 향해 날려 보냈다.

치지지직! 콰쾅!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황금빛 에너지가 초고속으로 쇄도한다.

내 손끝뿐만 아니라 소환되어 있는 아지다하카의 몸에서도 동시에 뿜어져 나와 위력이 곱절로 강해진 제우스의 벼락.

마치 과거 신계를 파괴하고 다닐 때와 같이, 그 압도적이었던 권능을 이 자리에서 조금이나마 재현해 낸다.

화륵!

하지만 나름대로 기습적이었던 내 공격은 단번에 흘려졌다.

해모수는 자신의 투영무구인 용광검을 내밀어 전류를 칼끝으로 받아낸 다음, 크게 휘둘러 불꽃과 함께 전류를 허공에 모조리 방전시켰다.

“드디어 만났구나. 앙그라 마이뉴.”

그러더니 의외로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성주신과 염라 때와는 달리 성급하게 싸움부터 걸어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원래 육신의 주인인 브랜든보다 훨씬 더 차분해진 모습.

물론 그놈의 말을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

‘자색파동발산.’

그사이 난 아지다하카를 다시 내 몸 안으로 끌어들여 보랏빛을 만들고.

악의의 전당 무구들을 전부 회수해 파동기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곧장 드래곤 나이트들과 연계한 돌진 공격기, 아레스의 검을 합동 시전으로 사용하려 돌진 자세를 취했다.

“나는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

“개소리.”

그는 추하게도 내게 목숨을 구걸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얘기를 내뱉었지만, 내겐 통하지 않았다.

‘악룡 제2격, 아레스의 검.’

난 가차 없이 돌진 찌르기를 감행했다.

투하아아악!

드래곤 나이트들과 하나의 편대를 이뤄 거대한 아지다하카 형상의 검기를 두르고 해모수에게 날아든다.

큐웅!

그는 좌측으로 피하면서 화룡을 두른 용광검을 휘둘러 내 공격을 살짝 빗겨나가게 만들었다.

단순히 흘려냈을 뿐이지만 칼자루를 통해 전해지는 충격은 무겁다.

역시나, 염라 때처럼 본래 육신의 주인인 브랜든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강해진 그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심지어 원래 육신부터 인간계에선 명실상부한 최강자 중 한 명이다 보니, 그 증폭 수준은 염라보다 더 큰 것 같았다.

‘하지만 승산은 이쪽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마력을 부딪친 방금 전의 공격으로, 난 내가 이길 수 있음을 확인했다.

왜냐면 내겐 전가의 보도나 마찬가지인 드래곤 나이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 싸움은 내가 조금 밀리는 수준. 그러나 여기에 부대 병력의 힘이 더해지면 그 차이는 역전되다 못해 크게 벌어진다.’

그 상태에서 티르빙을 꺼내 들며 연이은 추격타를 날린다.

‘시대는 내 편이야. 돈으로 시스템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지금의 난, 신들이 본래의 힘을 가지고 돌아온다고 한들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

자색파동발산기의 네 번째 무기술이, 드래곤 나이트들을 매개로 내 앞에 투사된다.

여덟 기의 알파 퓨리 와이번들이 전부 참격 그 자체로 화하며 광범위한 공간을 사정없이 가른다.

쉬이이익!

그런데 그 순간.

“믿어다오. 나는 아후라 마즈다의 행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신들 중 하나였었다.”

해모수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깨뜨리는 소리였다.

* * *

난 곧장 공격을 멈추고 그가 한 말에 대해 되물었다.

“말해봐, 그게 무슨 뜻이지? ‘아후라 마즈다에게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신들’이라니?”

최고 지휘자 두 사람이 서로 싸움을 멈추고 대화를 하는 그림이 그려지자.

다른 병사들도 전투를 멈추고 우리가 하는 행동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건 적뿐만 아니라 아군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전장은 어수선하면서도 고요한, 기묘한 적막에 휩싸인 상태가 되었다.

“말 그대로다. 나는 그런 부류의 신 중 하나였다. 종족과 신계를 불문하고, 어디에나 있는, 필멸자들에게 연민을 가진 신.”

해모수는 나에게 연이어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을 했다.

“신이 필멸자에게 연민을 가진다고?”

“그래. 적어도 나를 비롯한 몇몇은 분명히 그러했다.”

이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신이란 존재들의 성향은, 지극히 추하고 오만한 존재.

자신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남들에게는 엄격하며, 또한 필멸자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걸 넘어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걸 아니꼽게 여기는.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해모수는 그런 그들 중에서도 필멸자에게 연민을 느낀다는,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자가 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럼 왜 나에게 그런 불행이 일어났을 때는 아무도 막지 않았지? 어째서 너와 같은 자들은 내가 지옥에 떨어지는 순간에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거냐?”

난 그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멀쩡한 자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상황을 가만히 내버려 둔 해모수에게 더욱 화가 났다.

“우린 소수였으니까.”

물론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뭐?”

“우리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신들이 그렇게 필멸자들을 장난감처럼 여기며 죽이고 살리는 것을 가벼이 행할 때, 그게 잘못임을 알면서도 침묵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그런 부류의 신들에겐, 같은 신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막강한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너희도 당하는 게 두려워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신들의 행동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말이냐?”

“이제 와서 변명할 필요도 없지. 네 말이 맞아. 나는 지옥에 떨어지기 싫어서, 필멸자들이 신들의 유희로 인해 무참하게 죽어 나갈 때에도, 네가 지옥에 떨어질 때에도, 그저 입 다물고 지켜보기만 했다.”

저렇게 대답하니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여기서 더 그를 질책해 봐야, ‘너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릴 지켰어야지!’ 같은, 말도 안 되는 떼쓰기에 불과한 소리가 될 뿐이기 때문이었다.

불멸의 존재이기에 지옥은 죽음보다도 더욱 두려운 곳.

제아무리 내가 억울한 피해자라 할지라도, 이들에게 그 황량한 세상에서 영겁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게 할 권리는 없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해모수는 나에게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은 게 되는 것이다.

그저 침묵했을 뿐, 내가 야드가르를 빼앗기고 지옥에 떨어지게 한 데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이니 말이다.

전혀 원한을 가질 당위성도 없는 자를 ‘같은 신’이라는 이유로 죽이는 게 과연 정당할까?

“……그런데.”

물론 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그건 바로 지금 해모수가 한 말이 다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것이다.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지?”

내 고민도 결국은 그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만 의미가 있다.

만약 이 녀석이 나를 속이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헛소리를 내뱉은 것뿐이라면.

지금 당장의 열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라면.

애초에 복수의 정당성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넌 아후라 마즈다에게 원한이 있지?”

“그래.”

“이자의 기억을 살펴보아, 아후라 마즈다가 이자에게 도움을 준 모양이군. 원한다면 이 육신에 남아 있는 기억상에서 아후라 마즈다에 관한 정보를 전부 넘기겠다.”

해모수는 이 진실 검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시점에서, 난 당초의 목적을 달성했고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게 되었다.

* * *

그 자리에서 우리는 원래 염왕의 휘하에 있던 자들과 백산 클랜에서 지원된 병력을 나누었다.

그리고 백산 클랜원들을 전부 무장해제 시켜 성의 한 구역에 몰아넣은 후, 그곳을 임시 포로수용소로 만들었다.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한 이유는 아후라 마즈다의 병력을 묶어두기 위함이었다.

“그럼 이제 말해봐. 그 정보.”

이제 해모수는 사실상 나에게 생포된 거나 마찬가지.

전개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가 각성자들을 이용해 과거 신화시대의 신들을 전부 되살리려 하는 건 알고 있겠지?”

그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부분에서부터 운을 띄웠다.

“이 시스템이 그렇게 작동하도록 놈이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렇겠지.”

“그렇다면 아후라 마즈다가 지금, 신화급 각성자들을 육성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군.”

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그는 이종족과의 공성전에 대비해 신화급 각성자들을 길러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표면적으로는 인류를 위한단 이유였지만, 실은 동화율 100%인 신화급 각성자들을 여럿 만들어내서 신들을 다시금 이곳에 강림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놈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신화급 각성자들을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는 게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지금 이 몸의 주인 역시 동맹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자의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았던 것 같으니 말이다.”

확실히 염왕의 성격이라면 대충 둘 사이가 어땠을지는 빤히 보인다.

“그런데도 용케 자기 클랜의 병력을 내줬군.”

“이건 미끼일 뿐이니까. 그는 이쯤에서 브랜든의 불만을 해소시킬 겸, 너에게 불의의 기습으로 타격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아예 죽이면 좋고, 죽이지 못해도 큰 상처를 입힐 거라는 판단. 그러면 넌 이 타격을 회복하느라 아후라 마즈다에 대한 대응을 더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을 거야.”

생각해 보면 지금 염왕의 공격은 굉장히 절묘한 시점이긴 했다.

마존과 검제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습을 벌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도 생각지 못한 요소에 의해 이 공격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 요소는 바로 내가 드래곤 나이트 클래스를 무한정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다이아가 넘쳐난다는 것.

그 덕분에 이 공격은 도리어 악수가 되어, 자신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이에 자신은 최대한 많은 신화급 각성자들을 신으로 각성시켜 너를 죽이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난 그의 말을 듣고 머릿속에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건 이전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거기까진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난 그 의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후라 마즈다는 대체 어떤 식으로 그 ‘제약’을 풀어내려는 거지?”

“제약이라니?”

“동화율 백 퍼센트 말이야.”

사실 그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이 규칙성을 알 수 있다면, 어쩌면 각성자들이 신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이 강림하려면 동화율 100%가 되어야 하지만, 그건 아무나 가능한 게 아니야. 검제나 마존조차 마음대로 도달하지 못했다고.”

우선 검제와 마존 같은, 아주 오래전부터 각성자의 정점에 도달했던 자들조차 아직도 신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염라나 이진윤의 경우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동화율 100%를 달성해 신이 되었다.

오랫동안 신화급 각성자였던 사람들은 오히려 동화율이 오르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 내 눈앞의 존재, 염왕의 케이스가 설명이 되지 않고 말이다.

나의 경우는 애초에 시스템에서 어긋난 존재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케이스에서는 적어도 어떤 특별한 규칙성이 있을 것이다.

그 규칙을 알면 신들의 강림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네가 직접 겪었으니 그 조건이 뭔지 알고 있겠지? 그걸 알려줘.”

그리고 난 드디어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케이스를 만났다.

“동화율 100%를 달성하는 방법이라…….”

물론 그 조건이 당사자조차 모르게 충족되는 조건일 수도 있다.

“그건 간단해.”

하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해모수는 자신이 브랜든이었을 때 겪었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어떻게 강림했는지도 전부 알았다.

문제는.

“그 각성자가 인간성을 잃으면 돼.”

그 조건이란 것 자체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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