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3화
타라가 돌아왔다.
아주 먼 옛날.
신들의 장난으로 인해 끊임없이 벌어져야만 하는 필멸자 간의 전쟁에서 희생당하고 말았던.
나의 아내.
“어어…… 어…….”
그녀는 마치 벙어리가 된 듯 말을 하지 못했다.
“타라.”
모습이 바뀐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아흐리만이 아니라 유신우니까.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으어…….”
그녀는 눈이 죽어 있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처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게 다가오지 못할 만큼 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유메미는 이렇게 말했다.
“꽃들은 정신까지 치료하지는 못해요. 죽기 직전의 트라우마가 부활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면, 그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난 그 말을 듣고 다시 떠올렸다.
오크들이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유린하던 모습을.
타라는 분명 그때,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일을 당했던 것이다.
그렇게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채로 죽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러 다시 살아났지만, 그때 입었던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스터. 이분은…… 같은 여자인 제가 돌보겠습니다.”
“……고맙다.”
“아닙니다.”
그녀에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 눈치를 챈 아델은, 나를 무서워하는 타라를 자신이 돌보겠다며 데리고 갔다.
‘아델. ……아니, 모나.’
한편, 타라를 제외하고서 내가 살리고자 했던 나머지 세 사람 중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단 모나는 현재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상태였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환생자가 바로 아델이었다.
그녀는 전생에서도 나의 충직한 부하였고, 다시 환생해서도 여전히 그대로인 셈.
물론 당연하게도 그녀에게 신화시대의 기억 같은 건 없다.
굳이 그걸 다시금 떠올리게 할 필요도 없고.
현생에서 쌓은 인연과 신뢰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마디로 모나는, 되살리지 못했다기보다는 되살릴 필요가 없는 케이스.
“진윤 씨는 안타깝게도…… 영혼이 온전치가 않아요.”
반면 이진윤은 아예 환생이든 부활이든 그 자체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영혼에는 더 이상 남은 에테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후라 마즈다에게서 나를 지켜낸 그때의 싸움.
거기서 이진윤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지워질 것을 각오하고 긴 시간 동안 에테르 증폭을 사용했다.
그 결과 영혼이 극도로 손상되어 부활하려야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결국…… 죽은 후에도 온전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버텼구나.’
나는 유메미의 권능으로도 이진윤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나와 관련되었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온전하게 곁에 둘 수만은 없다.
타라 역시 긴 시간을 건너 되돌아왔지만, 살아 있는 게 사는 게 아닌 상태로 눈을 떴듯이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야드가르.
내가 지옥에 떨어진 후 죽은 줄 알았던 그 아이는, 유메미의 말에 따르면 사실 아직까지 살아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것도 아니고, 그 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단지 신우 씨가 말한 그 남자아이는…… 유계의 심도에 단 한 번도 닿은 적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죽은 적이 없다는 뜻이에요.”
그렇게나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살아 있다.
지금 야드가르는 어떤 곳에서 뭘 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유메미는 내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알 수 없어요. 혼살이꽃으로는 살아 있는 사람까지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그 강신술사처럼 해당하는 사람이 망자를 몰고 다니는 존재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현재의 위치를 생으로 추적해 내는 건 불가능해요.”
결국 야드가르가 살아 있다는 정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아이를 빼앗아 간 신들에게서 그 행방을 알아내면 그만이니까.
‘그때 야드가르는…… 거울에 갇혔지. 루 라바다의 손에 쥐여진 거울로.’
그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난 우선 루 라바다를 소환해 그 녀석으로부터 단서를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 * *
정령 소환으로 현세에 구현화 된 신들은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꼭두각시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본격적인 대화가 성립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생각과 감정은 가지고 있었기에 야드가르에 관한 단서를 찾아내는 게 아주 불가능하진 않았다.
“이건…… 아후라 마즈다를 말하는 건가?”
루 라바다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나에게 거역할 수 없음에도 억지로 대답을 회피하려는 표정.
거기서 난 오히려 그가 진실을 말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됐다. 알았으니까 꺼져.”
그대로 루 라바다는 순식간에 소환이 해제되며 육신이 허공에 흩어졌고, 영혼은 내 눈 속 심연으로 되돌아갔다.
‘날개와 십자가.’
난 그 녀석이 바닥에 그려 놓은 문양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십자가 문양의 가로축에 날개가 펼쳐져 있는 듯한 문양.
이건 과거 예루살렘 제국과 왕국의 신전에서 사용하던 아후라 마즈다의 상징이었다.
‘루가 이걸 그렸다는 건…… 야드가르가 갇힌 게 그놈과 관련되어 있다는 뜻.’
결론은 다시 아후라 마즈다.
그놈을 잡아 족쳐서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 얼마든지 잡아주지. 어차피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다 나에게 유리한 때니까.’
물론 걱정할 건 없다.
이제 그놈을 붙잡는 건 시간문제일 뿐.
지금 나는 엘프 종족에게 도움을 받기로 되어 있는 상태다.
그들의 강력한 기술력이라면 아후라 마즈다 그놈이 제아무리 염왕을 영입하고 세를 불린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어쩌면 아후라 마즈다 그놈은 내 힘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번 싸움에서 그 녀석이 일대일이라는 가정 하에는 나보다 한 수 아래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이제 곧 시행될 ‘업데이트’에 의해 훨씬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
[신규 전투 체계 업데이트]
-공성전과 바벨탑 층계 쟁탈전의 종족 간 구도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투 체계, <부대 시스템>을 업데이트합니다.
-이제 모든 각성자들은 수호령과 무관하게 <클래스>를 가질 수 있습니다.
-<클래스>를 부여받은 각성자는 그에 맞는 <부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권능과 스킬들은 <부대>에 소속된 병사들과 <합동 시전>을 펼쳐 더욱 강화됩니다.
───
지금까지 단순히 머릿수와 보조 화력 증가 용도로 데리고 다니던 NPC 병사들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업데이트.
‘합동 시전’이라는 요소로, 각성자 개인의 파워를 병사의 머릿수만큼 늘리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이 그렇게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다.
병사들을 부대에 소속하는 데에도 ‘코스트’라는 게 존재해서 무작정 많은 숫자를 데리고 다니는 게 불가능하고.
각 병종별로 권능이나 스킬이 적합한 병종이 따로 있기에 ‘클래스’ 선택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혼자서 온갖 다양한 종류의 병사들을 전부 이끌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시스템 상 ‘부대’에 소속시키지 않고 데리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그 기능이 주는 혜택을 누리지 않고 병력을 동원하는 건 너무나도 큰 손해.
이 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세력들은 앞으로 더욱 뒤처지게 될 것이다.
‘엘프들……. 그 녀석들도 언제까지나 우리보다 위에 있을 수만은 없다.’
난 바로 이 시스템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강대한 문명을 가진 엘프들을 마주하고서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당장은 그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고, 또 난 그들의 능력을 이용해 먹을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 돌변해 ‘평화’라는 미명 하에 구축된 세상의 질서를 자기들 좋을 대로 해석하며 우릴 억압하려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그때를 대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충실하게 ‘각성자’로서 힘을 쌓아온 사람들만이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 각성자들 중 누구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나는 상태창을 띄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골드와 다이아를 확인했다.
{보유 골드: 108,450,794,259,849,223,935,760,034}
{보유 다이아: 999,931,175,481}
이 숫자와, 패치노트에 쓰여 있는 세부 사항들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누구보다도 다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업데이트라고.
* * *
크아아아아!
듣는 사람을 단번에 움츠러들게 만드는 와이번의 포효.
저것은 그 와이번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종인 ‘알파 퓨리’다.
덩치는 용종 마수치고 매우 작은 편에 속하지만, 포악함이 극도로 강하고 그만큼 전투 능력도 뛰어난, 그야말로 최악의 마수.
“어딜!”
하지만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봤자 마수는 마수일 뿐.
신수를 잡아먹은 내 앞에선 그래봐야 성질 좀 더럽고 힘 좀 쓰는 짐승에 불과하다.
지구를 지배하는 최강의 생물은 여전히 인간임을, 난 그것들에게 여실히 느끼게 해줬다.
콱! 콰콱!
양손에 하나씩, 두 마리의 알파 퓨리 와이번의 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처박았다.
내 몸 밖으로 튀어나온 아지다하카는 양 뒷발, 양 앞발, 그리고 세 개의 머리로 모두 일곱 마리의 와이번들을 붙잡고 있었다.
“지금이다! 지금 바로 포박해!”
“네, 넵!”
나를 따라온 기사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 나와 아지다하카 쪽으로 다가와, 포박 마법이 걸린 사슬로 그것들을 묶기 시작했다.
크허어어엉!
“으앗!”
와이번이 발버둥 치며 입에서 불덩어리를 내뱉었다.
슈하아악!
마치 탄도탄 미사일처럼 강렬한 불꽃을 내뿜으며 고속으로 치솟는 작열마력탄.
저기에 직격당하면 아무리 단단한 방어구를 입은 기사라도 몸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아지다하카가 그것들의 목을 잡아 방향을 위쪽으로 틀고 있었기 때문에, 기사들이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
“조심해. 네 몸이 사선에 들어가지 않게 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방금 바닥에 주저앉은 그가 다시 일어나 제압당한 와이번을 사슬로 묶기 시작했다.
“마스터.”
그와 함께, 내 손에 쥐어진 와이번을 묶고 있던 아델이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마수를 포박해서 길들인다는 게…….”
그녀가 걱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건, 여태껏 단 한 번도 있었던 적 없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는, ‘마수 길들이기’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마수를 길들여 사용한 전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억지로 약한 종류의 마수를 붙잡아 가둬 놓고 서로 싸움 붙이며 구경하는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마수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와이번을 붙잡는다는 건 너무 무모하고 쓰잘데없는 짓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오늘부로 이건, 의미가 있다 못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가능하지. 이제 시스템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까.”
“으음…….”
신규 전투 체계 업데이트.
‘부대 시스템’이 그걸 가능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아델.”
“예?”
“너도 익숙해져야 할 거야. 이 녀석들 중 하나에 네가 올라탈 거니까.”
“……네에?”
나는 오늘 부대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자마자, 곧바로 클래스를 선택하고 이곳에 왔다.
내가 선택한 클래스는 다름 아닌.
───
<드래곤 나이트>(단기 클래스)
-비용: 100,000,000 다이아
-시간: 비용 지불 시 사용시간 24시간 충전
───
매일 1억 다이아를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단기 클래스’.
나는 용기사들을 이끌고 다니는 부대의 지휘관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