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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52화 (15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2화

염라를 죽인 직후 나는 마나호흡, 에테르 증폭, 신체 붕괴 등 온갖 종류의 무리로 인한 반동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건 단순히 며칠 좀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종류의 것이 아니라, 진짜로 내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부작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쓰러져 있는 염라의 시체를 포식해 생명력을 회복했다.

사실 겉보기엔 작은 여자아이의 목을 벤 것도 모자라 그 시체까지 잡아먹은 잔혹한 행동으로 보였겠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피로를 견디지 못해 복귀하자마자 침대에 앓아누워야만 했고, 그 상태로 한 달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신우 씨. 오셨군요.”

난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곧장 검제를 찾아갔다.

그녀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의 원인.

결과적으로 염라를 죽인 것은 내 개인적 복수의 성취라는 측면이 더 컸긴 했지만.

사실 그것도 본래는 벨그레이브와 동맹을 맺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러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동맹에 관한 이야기, 여전히 기억하고 있겠지?”

“네. 동맹. 신우 씨가 저희 클랜 사람들을 위해 그 정도로 몸을 던졌는데, 당연히 저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검제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그저 강신술사를 추적할 뿐이었을 일이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확대된 게 컸을 것이다.

그런 탓에 그녀는 나에게 더욱 큰 부채감을 갖게 되었을 테니, 이건 매우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튼 그렇게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빅 클랜 두 군데를 한꺼번에 영입하는 데 성공.

이 다음으로 난 곧장 바벨탑으로 돌아가 엘프들을 찾아갔다.

“오, 드디어 왔군, 인간 종족의 대표자.”

듀엔데가 날 보더니 한껏 환영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내가 기절해 버린 탓에 시간을 너무 오랫동안 끈 게 혹시나 그들에겐 좋지 않게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들은 인내심이 상당히 강한 자들이었던 것 같다.

이 또한 종족적 우월함에서 비롯된 여유 덕분이겠지.

아무튼 그들이 나에게 우호적으로 대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 계획에만 차질이 없으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 좋은 소식을 가져왔나?”

“반반.”

“반반? 그게 무슨 뜻이지?”

“절반은 좋은 소식이고 절반은 나쁜 소식이라는 뜻이야.”

난 우선 그에게 기대감을 낮추는 말을 깔고 들어갔다.

그러자 시종일관 웃고 있던 듀엔데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음. 자세히 말해봐.”

“우선 좋은 소식은, 인류 전체를 아울러 최대 규모의 클랜 두 군데를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다.”

“호오, 그래? 그럼 나쁜 소식은…….”

“문제는 여전히 나머지 두 군데는 우리와 적대적인 상태라는 거지.”

내 말을 듣고 듀엔데가 눈을 질끈 감았다.

무언가 상당히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잠깐, 그러니까……. 지금 인간들은 절반으로 나눠져서 나머지 절반과 대립 중이라는 건가?”

“그래.”

“하. 대체 그동안 당신은…….”

“뭘 했냐고? 그 거대한 두 클랜을 포섭했지. 그것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면서 말이야.”

그 말은 확고한 사실이었다.

어쨌든 내 개인적 복수심 때문이냐 검제에 대한 도움 때문이냐 하는 문제를 넘어서.

염라를 제거하지 못했으면 벨그레이브 자체가 우릴 도울 여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죽을 뻔했다고?”

“그래. ……뭐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당신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긴 하겠지만, 어쨌든 이게 최선이었어. 나 아닌 다른 인간을 데려왔어도 이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을 거라고.”

어찌 됐든 인류는 무조건 양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엘프가 성황이나 염왕 쪽과 거래를 했다고 한다면.

내가 살기 위해 검제와 마존을 내 쪽으로 끌어들였을 테니, 결국은 진영이 바뀌는 것 외에 구도는 여전했을 것이다.

“하. 그럼 결국 인간들은 서로 갈라져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그래. 그러니 만약 당신들 엘프가 모든 종족의 평화를 원한다면,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없어.”

“차선책? 그건 뭐지?”

난 이쯤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당신들이 우릴 도와서 지구를 평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엘프들을 통해 이뤄내려는 계획 그 첫 번째.

강력한 기술력을 가진 그들을 내 뒷배로 삼아, 통합 이룬다는 미명 하에 아후라 마즈다와 해모수를 제거하는 것이다.

“뭐라고……? 지금 우리보고 너희 종족의 내전에 관여하란 말인가?”

당연하게도 듀엔데는 내 제안에 기겁할 수밖에 없다.

그건 이 평화를 사랑한다는 엘프들에게, 겉으로는 공존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해당 종족에 관여해 전쟁을 벌이는.

위선적인 행동을 대놓고 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맞아. 하지만 평화가 언제나 이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 최선이 먹힌다면 나도 좋겠지만, 우리에겐 결국 차선밖에 없어.”

“……하지만 이건…….”

“어차피 너희가 개입하지 않아도 전쟁은 벌어질 거야.”

실제로 내 쪽과 아후라 마즈다 쪽 세력 사이의 대규모 전면전은 사실상 임박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한 쪽이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는 순간, 그 사건은 대폭발을 일으키는 뇌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얼마 전 염라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그 녀석들이 우리 뒤를 치지 않은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되면 우린 서로 엄청난 숫자의 인명이 희생되는 대전쟁을 치르게 될 테고, 결과적으로 인류는 평화 같은 이야기를 논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거다.”

나는 담담히 이후에 실제로 벌어질 일들을 늘어놓았다.

이 이야기에 거짓은 없다.

그건 정말로 현 상황이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일어나게 될, 현실적인 미래였으니 말이다.

듀엔데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져갔다.

“하지만 당신들이 개입한다면, 그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어.”

“어떻게?”

“어느 한쪽의 의사 결정 능력을 마비시키면 돼.”

“……조금 쉽게 설명할 수 있겠나?”

“한마디로 한 세력의 수뇌부를 제거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암살……?”

“그래. 그렇게 되면 최소한의 인원만 죽고,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다 살 수 있어.”

“그리고 그걸 우리에게 도와달라?”

“바로 그거야.”

방관하면 거대한 전쟁이 벌어진다.

개입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희생으로 분쟁을 멈출 수 있다.

물론 어느 쪽이 옳으냐고 한다면 그건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실제 지구에 존재하던 국가들도 타국의 분쟁에 개입하는 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프들이 후자를 선택할 거란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고?

그동안 이들과 몇 차례의 접촉을 해본 결과, 난 그들에게서 아주 진한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천조국의 냄새를 말이다.

“……그건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군. 조만간 다시 만나서 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좋아.”

평화와 공존을 외치고,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선뜻 인도적 차원의 손을 내밀며.

언제든 한 차원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기술력과 군사력을 가진 집단.

우호 여하에 따라서는 최고의 우군이 될 수도,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난 이 엘프들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뻔히 눈에 보였다.

* * *

“그때 했던 말…… 아직 기억하지?”

나는 유메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네. 사실 신우 씨가 쓰러져 있는 동안 계속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말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내게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였다.

“계속……? 하, 이거 미안하군. 생각해 보면 난 너한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아녜요. 신우 씨가 패치노트에서 가르쳐 준 공성전 스케줄. 그것만으로도 저희 클랜 몇 명이 목숨을 구했는지 셀 수도 없을걸요. 그에 비하면 제가 꽃으로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은 겨우 몇 명……. 그것도 가능할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유메미의 권능.

서천꽃밭에서만 자라는, 사람을 되살리는 다섯 가지 색깔의 꽃에 대한 얘기다.

그건 인간 신들 중에서도 극소수의 존재만 다룰 수 있는 아티팩트로.

그 신 중 하나가 바로 유메미가 수호령으로 가지고 있는 무조신 바리공주인 것이다.

그래서 난 지난번 유메미에게 그 권능으로 내가 잃었던 소중한 사람들을 되살려달라고 부탁했고.

그녀는 염라와의 전투가 끝난 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서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었다.

이제 그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정말, 죽은 지 그렇게 오래된 사람들도 되살리는 게 가능한 건가?”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요. 영혼이 에테르계에 온전히 남아 있고, 죽기 직전에 체성분을 왜곡하는 마법 같은 게 걸리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서는 말이죠.”

“음? 영혼이 온전하다는 조건은 뭔지 알겠는데……. 체성분의 왜곡? 그건 무슨 뜻이지?”

“쉽게 말하면 죽기 직전에 몸이 온전한 인간이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오색꽃은 사람을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물건이거든요.”

“뭐라고?”

그 말을 들은 난 급속도로 표정이 굳었다.

죽기 직전에 몸이 온전해야 한다니.

‘내가 살리려는 사람들 중에 온전하게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텐데…….’

그런데 다행히 유메미가 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아 물론, 단순한 상처 같은 건 상관없어요. 그건 살살이꽃, 피살이꽃, 뼈살이꽃이 전부 아물게 해줄 테니까요. 제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죽은 후에 언데드가 됐거나 몸이 뒤틀리는 저주 같은 것에 걸렸을 경우를 말하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그런 거라면 괜찮다.

모두들 죽기 직전엔 적어도 그런 마법에 걸리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럼 시작할게요.”

“그래, 부탁할게.”

난 제발 모두를 살릴 수 있길 바라며, 그녀와 부활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우선 알아두셔야 할 건, 부활시킬 수 있는 건 꽃 하나당 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동안 제가 최대한 서천꽃밭에 대한 접근 권한을 늘리는 작업을 해둬서 이번엔 평소보다 많은 꽃을 꺾어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수십 명을 살리거나 할 수는 없어요.”

“그런 거라면 괜찮아. 내가 당장 살리고 싶은 사람은 네 명이니까.”

“아,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마법 막대를 꺼내 들고 권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곧장 막대 전체에 대량의 마나가 모이더니, 이윽고 그 끝부분에서 하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건 지난번 염라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혼살이꽃이었다.

“이걸로 살리려는 사람의 영혼 상태부터 확인할 거예요. 그 사람들이 에테르계에서 온전한 영혼을 갖추고 있는 게 확인이 되면, 그 사람들부터 다음 단계로 진행할게요.”

“알았어.”

“우선…… 망자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사는 곳, 그 시대, 성별, 뭐 특정할 만한 정보들 다 알려주시면 더 좋고요.”

“……일단.”

난 우선 오크들에게 살해당한 아내부터 먼저 말했다.

“타라. 신화시대 예루살렘 왕국에 살았던 여성이야. 아흐리만의 남편이고, 오크들에게 살해당한…….”

“……찾았어요. 온전한 상태예요.”

유메미는 곧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그것도 긍정적인 대답을 말이다.

상당히 좋은 시작이었다.

‘죽은 지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던 타라가 온전하다면…… 나머지 다른 사람도 괜찮을지 몰라.’

내 불안감은 금세 희망으로 바뀌었다.

난 곧장 이어서 아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야드가르. 마찬가지로 신화시대 예루살렘 왕국에 살았던 남자 아이야. 아흐리만의 아들인데…….”

“……잠시만요.”

그런데 이번엔 아까완 달리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니까…… 타라와 아흐리만의 아들. 맞죠? 마지막 행적이 신계 아발론…….”

“그래, 맞아! 그 아이야!”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난 그 말을 듣고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

그러나 여전히 유메미의 반응은 아리송하다.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가 다시 마력을 끌어올려 뭔가를 행한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왜 그래? 뭔가 이상이라도…….”

“이 아이…….”

그녀가 계속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살아 있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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